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5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54화(54/466)
내 도발 아닌 도발은 일파만파 커져갔다.
3학년 출전 멤버 7인이 모두 내 제안을 전해 들었고.
반응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그래. 어디 한번 붙어 보자.”
7명 중 3명은 어디 한번 붙어보자며 이를 까드득 갈았고.
“자자. 다들 일단 진정해. 어쩌다가 그런 말이 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대화로 풀자.”
7명 중 3명은 대화부터 나누자며 화평책을 제시했다.
“……인생사 새옹지마. 어찌하여 이렇게 되었는가.”
“……?”
순찬이는 한층 더 절망했고, 아델라는 여전히 태연했다.
빛과 어둠을 보는 듯한 완전히 상반된 표정이 꽤나 볼 만했다.
“신하율. 의도가 뭐지?”
처음부터 끝까지 침묵한 채로 대화를 듣고만 있던 남자.
3학년 종합 성적 1위, 강신우가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물었다.
“네 성격에 쓸데없는 도발을 할 리는 없고. 분명 목적이 있을 텐데.”
신무강가의 차남, 강신우.
호(號)를 지닌 명가의 직계이기도 하고, 나이도 비슷하기에 몇 번 만나 본적이 있다.
“목적이라고 할 것까진 없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서로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알아보기엔 대련만한 게 없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이 씹…….”
아델라와 실랑이를 벌이던 장신의 여선배가 순간 욕을 내뱉으려다가 필사적으로 참아냈다.
내 말에 다시 치솟은 분노를 어떻게든 억누른 듯하다.
“후우……. 후배님? 혹시 우리 인내심을 시험해 보는 게 목표야?”
여 선배.
진희윤이 살벌하게 웃었다.
이를 반쯤 깨물고 말하는 것이 안 그래도 살벌한 분위기를 더욱 험악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직 좋은 말이 나올 때 사실대로 말 하는 게 좋을 거야.”
감정적이고 기분파.
내가 조사한 정보 그대로였다.
“실력으로 우리를 찍어 눌러, 실권을 잡겠다. 이런 건가?”
아델라와 진희윤이 실랑이를 벌일 때, 뒤에서 중재를 하던 거구의 남성.
마진석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넌지시 말했다.
‘……듣던 대로 예리하네.’
거구에 우람한 근육. 일견 육체파라고 생각될 만한 이 남성은 의외로 두뇌파다.
“실권을 잡는다?”
“무슨 말이야?”
강신우, 진희윤, 마진석.
3학년 종합 랭킹 1, 2, 3위를 놓친 적이 없는 천재 삼인방.
현재 3학년의 실세들이다.
“말 그대로야. 이 후배는 이번 올림피아드에 있어서 자신이 총지휘를 맡고 싶다는 거지.”
“총지휘?”
“어.”
진희윤이 한층 더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나를 째려봤다.
2학년이 총지휘를 맡겠다니 가소롭다는 표정이다.
“얘 말이 맞아?”
나는 침묵했다.
긍정의 의미를 담은 침묵이었다.
“정말 거만함이 하늘을 찌르네. 머리 좀 좋다고 아주 기고만장해.”
내 의도를 정확히 받아들인 진희윤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후배님. 아니, 야.”
이제 진짜 못 참겠다는 듯, 진희윤이 후배님이라는 호칭을 집어던졌다. 이 이상 예의는 필요 없다는 거겠지.
“너랑 거기 아델라 스테어트가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는 건 알겠어. 너희 둘이 싸우는 건 나도 봤으니까. 아마도…….”
진희윤이 아주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을 흐렸다.
이런 말을 하긴 싫은데, 인정할 건 인정한다는 표정이다.
“우리랑 1:1로 싸우면 너희가 이길 확률이 높을 거야.”
확률이 높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이었으리라.
“근데 3:7은 얘기가 달라. 너희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두 배가 넘는 숫자를 이길 수는 없어.”
진희윤이 필사적으로 감정을 억누르며, 심호흡을 했다.
“만약 3년 정도 뒤였으면 너희가 이겼을 수도 있겠지. 아니, 너희가 이겼을 거야. 인정할게. 나도 어디서 재능으로 꿀려 본적 없는데. 너희 둘에 비할 바는 아니니까.”
현대 마도학에서 마법사로서의 시작점은 17살부터다.
17살에 인공지능을 이식받은 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마법사로서의 훈련이 시작된다.
즉, 모든 마법사들의 출발점은 17살부터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17~19살로 이루어져 있는 아카데미생들은 각 학년 별로 실력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당연하다.
3학년은 현재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마법을 익혔지만,
2학년은 이제 갓 1년을 넘겼을 뿐이니까.
훈련 시간 차이가 무려 두 배나 난다.
어지간한 재능이 아닌 이상, 배 가까이 나는 시간적인 차이를 극복하는 건 힘들다.
그렇기에 진희윤이 저런 말을 하고 있는 거다.
3년 후, 서로 연차가 어느 정도 되고. 재능이 완전히 무르익어 개화할 정도가 됐으면 모를까, 지금은 아직 안 된다고 말이다.
“백보 양보해서 만약 2:4였다면 할 만했을 수도 있어. 근데…….”
진희윤이 나, 아델라를 한 번씩 흘겨보고 마지막으로 순찬이를 뚫어져라 응시한다.
“3:7은 아니야. 너희 둘에 비해 남은 한 명이 너무 수준 미달이야.”
“…….”
순찬이의 표정이 굳었다.
수준 미달이라는 말에 납득도 되는 한편, 화도 나는 듯한, 그런 오묘한 표정이었다.
“마지막으로 좋게 말할 게.”
진희윤이 다시 한번 크게 심호흡을 했다.
말을 하면서 열이 좀 식은 듯, 냉정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지금이라도 사과해. 그럼 그냥 넘어갈 테니까.”
진희윤은 자신들을 무시한 듯한 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었다.
이해가 안 가는 말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합리적인 말이라서 놀랐다.
내가 아는 진희윤이라면 한참 전에 분노가 폭발해서 ‘그래 한판 붙자.’ 라고 나왔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침착한 것일까.
“그래. 후배님. 희윤이 말대로 해. 너희가 강하다는 건 아는데. 아무리 그래도 3:7은 우리를 너무 무시했어.”
마진석이 진희윤을 두둔하며 나섰다.
“그리고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도, 우린 네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생각을 하고 있었어.”
“제 의견을요?”
“어.”
마진석이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강신우를 턱으로 가리켰다.
“쟤가 그랬거든. 다른 건 몰라도 두뇌회전만큼은 상식의 범주를 초월한 놈이니까, 들어둬서 나쁠 건 없다고.”
“…….”
아하. 그런 거였구나.
왜 진희윤이 저렇게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알겠다.
즉, 3학년은 내 취급에 관한 회의를 이미 끝마친 거다.
이미 한번 한 내 얘기를 한 만큼 어느 정도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됐다.
대충 이런 거겠지.
“혹시 오해하시는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겁니다만. 저는 선배님들을 무시해서 3:7로 싸우자는 제안을 한 게 아닙니다.”
현재 이곳에 있는 10명은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학생들이다.
무시할 이유가 있겠는가.
“선배님들도 대단하지만, 저희가 그보다 훨씬 대단하다. 그걸 증명하겠다는 겁니다.”
“……하.”
진희윤의 분노가 드디어 폭발했다.
“그걸 세간에선 무시한다라고 하는 거야. 한글 안 배웠어? 뇌에 든 게 마법밖에 없어서 감정에 공감을 못 하나?”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누굴 보자기로 보나.’라고 주장하는 듯한 표정. 분노를 형상화 한 듯한 험악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선배님들께서 제 의견을 적극 수용해 주실 생각이 있다고 하셨지만, 그건 말 그대로 적극 ‘수용’이잖습니까.”
“그렇지. 네 의견을 ‘적극’ 수용해서, 의견을 나누고…….”
“아뇨.”
나는 마진석의 말을 끊었다.
“저는 제 의견이 하나의 선택지가 되는 게 아니라, 제 의견이 모든 것의 베이스가 되길 바랍니다.”
“…….”
이번엔 마진석과 강신우의 표정도 험악해 졌다.
“즉, 이런 건가?”
강신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는 닥치고 네 말에 따라라.”
“조금 과격한 표현이긴 합니다만, 예. 비슷합니다.”
“……하.”
강신우가 코웃음을 쳤다.
진심으로 가소롭다고 생각하는 표정이다.
“……와. 진짜 초장부터 분위기 곱창 나는 거 싫어서 어떻게든 중재하려고 했는데. 진짜 제대로 빡돌게 하네.”
마진석의 미간이 씰룩였다.
전신에 힘이 들어가, 근육이 한층 부풀어 올랐다.
팔뚝에 도드라져 있는 혈관들이 당장이라도 내게 한 대 후리고 싶다고 주장하는 듯했다.
“조용히 말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아무리 봐도 그건 안 될 거 같네. 신우야. 괜찮지?”
“……그래.”
강신우가 한껏 무게 잡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신우의 허락을 받은 마진석이 다시 내게 고개를 돌렸다.
“그래. 하자. 2학년 대 3학년. 3:7 단체전. 대신…….”
마진석의 날카로운 눈매가 비수처럼 내 눈동자를 꿰뚫었다.
“그냥하면 재미없잖아? 내기 하나 걸자. 너희가 이기면 네 말대로 할게. 네가 하라는 대로 작전에 임하고, 네가 하자는 대로 행동할게. 대신 우리가 이기면…….”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내기를 하자.
딱 바라던 답이 나왔다.
더 들을 것도 없다.
“우리가 이기면 어떻게 할지 아직 말 안 했는데?”
마진석의 기세가 한층 살벌해 졌다.
“아무거나 거셔도 됩니다.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은 없을 테니까요.”
찰나의 침묵이 흐르고.
“……와, 이 얼라 새끼 진짜. 사람 빡치게 하는 덴 선수네.”
진희윤이 날카롭게 웃으며 걸걸한 욕설을 내뱉었다.
“좋아. 그럼 우리 쪽 조건은 우리 마음대로 할게. 나중에 후회하지 마.”
“그럴 일 없을 테니 걱정 안 해 주셔도 됩니다.”
나를 살벌하게 노려보는 선배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여유롭게 웃었다.
“아, 맞아. 하나만 더. 조건을 추가해도 되겠습니까?”
“뭐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진희윤을 노려봤다.
“사과해 주십시오.”
“……사과?”
“네.”
나는 옆에서 세상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순찬이를 가리켰다.
“저희가 이기면, 순찬이한테 수준 미달이라고 한 것. 제대로 사과해 주셔야겠습니다.”
친구를 깔 수 있는 건, 친구인 나뿐이다.
* * *
그 후, 경기장 섭외부터 시작해서 모든 준비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갔다.
“룰은 굳이 설명 안 해도 다 알고 있지?”
“알아.”
“네.”
이번 3:7 단체전의 룰은 국제 룰에 의거한 간이 공성전으로,
양 팀이 랜덤한 위치에 꽂아 놓은 깃발을 먼저 빼앗는 팀이 승리하게 되는 아주 간단한 규칙의 경기다.
“작전도 다 숙지하고 있을 거고.”
“어.”
“예. 다 외웠어요.”
간단한 규칙인 만큼, 서로의 실력을 평가하기에 안성맞춤인 방식이다.
“근데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 돼?”
순찬이가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가?”
“단체전을 굳이 이렇게 감정적으로 싸우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었냐고. 아까 얘기 들어보니까, 애초부터 네 말에 귀 기울일 생각인 것 같던데.”
“아까 말했듯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 정도론 안 돼. 나랑 같이 전략 구상 회의 해 봤으면 알 거 아냐. 선배들이 아무리 날 좋게 봐 준다고 해도, 그런 작전을 수용해 주겠어?”
“……하긴. 네 작전이 정상은 아니지.”
순찬이가 금방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우리가 이긴다고 해서, 선배들이 네 말을 따라 줄까? 오히려 반발심만 더 생기는 거 아냐?”
순찬이가 웬일로 예리한 의견을 제시했다.
감정적인 마찰로 생길 반발심이 팀을 붕괴시킬까 걱정스러운 모양이다.
“괜찮아. 아예 반발심이 생길 여지를 없애면 돼.”
“그런 방법이 있어?”
“어.”
“뭔데?”
“반발심 따윈 생길 여지도 없도록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누르면 돼.”
실력으로 찍어 누른다.
선배들이 마음속 깊이 나를 인정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를 따르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게 되나? 강하게 누르면 누를수록 반발해서 더 강하게 튕겨져 나오는 법 아냐?”
“보통이라면 그렇겠지. 근데 이번엔 그렇게 될 수가 없어.”
“왜?”
“우리 목표가 다름 아닌 월드 아카데미 올림피아드 금메달이니까.”
올림피아드 금메달.
그것에 대한 욕망은 선배들의 반발심 따위 사르르 녹여버릴 것이다.
“일단 이겨서 날 강제로라도 인정하게 만들고,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거란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서서히 당근을 주면…….”
“반발심은 사라지고, 자연스레 하율이 너를 중심으로 팀이 규합된다?”
“그렇지. 자존심이고 뭐고 다들 금메달은 따고 싶을 테니까.”
일단 강제로라도 내가 위에 설 수만 있다면, 모두가 나를 믿고 따르게 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그걸 위한 준비는 이미 완벽하게 해 뒀다.
이제 남은 건 이번 친선전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뿐이다.
“그니까, 알지? 네 역할이 제일 중요해.”
“자꾸 부담주면 나 도망간다?”
순찬이가 웃었다.
전의로 활활 타오르는 표정이다.
“뭐야. 무시당한 채로 도망가는 거야? 순찬이 가오 다 죽었네.”
“아, 그렇게 말하면 또 못 참는데.”
말과 다르게 도망갈 생각 따윈 0.1mm도 없어 보인다.
“널 무시한 진희윤 선배한테 본때를 보여 줘.”
“당연하지. 다시는 그런 말 못 하게 만들어 주겠어.”
내가 왜 굳이 올림피아드 출전 멤버에 순찬이를 꽂아 넣었는가.
그 이유를 오늘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