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57)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57화(57/466)
3:7 단체전이 끝난 뒤로 어언 3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그 사이에 2학년과 3학년 사이의 관계는 꽤나 호전되었다.
“진희윤 선배님. 오늘 훈련 잘 부탁드립니다.”
“또 그런다. 진희윤 선배님이 아니라 희윤 언니라고 부르라고 했잖아.”
진희윤이 아델라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 강렬한 시선에 아델라가 슬쩍 시선을 피하며 소곤거리듯이 말했다.
“……희윤 언니.”
“그래. 그렇게 부르니까 얼마나 좋아.”
진희윤이 세상 기분 좋게 웃으며 아델라를 껴안았다.
아델라가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이다.
“어, 언니…… 너무…….”
“왜? 너무 약해? 더 꽉 안아 줄까?”
아델라가 진희윤에게 안겨서 바둥거렸다. 이러한 스킨쉽에 익숙하지 않아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몸짓.
“너네 정말 3일 전에 대판 싸웠던 사이 맞냐?”
그런 둘을 바라보며 마진석이 픽 웃었다.
분명 3일 전만해도 서로 죽일 듯 노려보는 사이였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죽고 못 사는 관계가 되었다.
“원래 이렇게 싸우고 화해하면서 더 친해지는 법이야. 그치?”
“……네에.”
이 둘의 관계가 이렇게 빠르게 개선된 건, 진희윤이 아델라의 성격을 완전히 파악한 뒤부터다.
“건방진 후배한테 본때를 보여주겠다던 진희윤은 어디갔어?”
“건방져? 누가? 아델라가? 누가 그래? 이렇게 귀여운 애한테. 내 앞에 데려 와. 혼내 줘야겠어.”
“……거울이 어디 있더라.”
아델라는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순수하다.
아델라의 성격을 파악하고 보니, 그날의 ‘내가 다 이긴다.’ 선언은 도발 같은 게 아니었다.
그냥 말 그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기반한 판단이었을 뿐.
비아냥의 의도는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
그걸 알고 나니까, 아델라가 오히려 귀엽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게 얼마나 귀여운가.
비아냥을 비아냥이라 생각하지 못하는 순수함.
마법 외에는 숙맥이나 다름없는 허술함.
지적이면서도 묘하게 맹한 갭.
그 매력을 느낀 후로 둘 사이의 관계는 격변했다.
언제 사이가 나빴냐는 듯이 급격하게 친해졌다.
“선배님들. 하율이가 오늘 오후 일정 조금 바뀐 게 있다고 확인하시랍니다.”
지순찬이 바뀐 일정에 대한 공지를 전하기 위해 휴게실에 들어왔다.
“오케이. 바로 확인할게.”
진희윤이 아델라를 껴안은 채로 폰을 꺼내 단톡에 새로 올라 온 일정표를 확인했다.
아델라의 눈동자가 한층 거세게 떨렸다.
설마 일정표를 확인하는 데도, 이 자세를 고수할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다.
‘도와주세요.’
아델라가 눈으로 지순찬에게 도움을 청했다.
진희윤이 싫은 건 아니지만, 아델라는 이러한 스킨쉽에 익숙하지 않다. 한시라도 빨리 이 답답한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
‘……오케이.’
지순찬이 눈으로 긍정을 표했다.
곤란해 하고 있는 친구를 그냥 놔 둘 수는 없는 노릇.
“아. 그리고 아델라. 하율이가 부르더라. 할 얘기가 있나 봐.”
지순찬이 아델라에게 구조선을 보냈다.
“신 리더의 호출이야? 그럼 아쉽지만 어쩔 수 없네.”
진희윤이 세상 아쉽다는 표정으로 아델라를 풀어줬다.
자유의 몸이 된 아델라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따 오후에 뵙겠습니다.”
“어. 잘 갔다 와.”
아델라가 진희윤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 뒤, 몸을 돌려 출구 쪽으로 걸어갔다.
출구로 향하는 중, 스쳐 지나간 지순찬에게 눈짓으로 감사를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순찬이 웃음으로 답했다.
“순찬아. 잠깐만.”
진희윤이 지순찬에게 가까이 다가오라는 손짓을 했다.
“뭐 이상한 거라도 있습니까?”
지순찬이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갔다.
“여기 일정을 앞당기면 뒤 일정은 어떻게 되는 거야?”
“아, 그건 아직 미정이라고 합니다.”
진희윤과 지순찬의 관계도 지난 3일 사이에 빠르게 호전되었다.
진희윤은 약속대로, 지순찬을 수준 미달이라고 깎아내린 발언을 철회하며 제대로 사과를 했고.
지순찬은 흔쾌히 그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것으로 이 둘의 악연은 깔끔하게 끝났다.
“미정?”
“네. 지금 새로 잡고 있는 훈련 시설 쪽에 문제가 좀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웬일로 우리 신 리더가 실수를 다 했대?”
“하율이의 실수라기보단, 순도 100% 상대 쪽 트러블이라서요.”
“아하. 그런 거구나. 그럼 그렇지. 우리 신 리더가 실수를 할 리가 있나.”
지난 3일 간, 신하율은 완벽한 리더의 모습을 선보였다.
내심 신하율의 리더 취임을 고깝게 생각하던 사람들도 ‘저 정도면 인정이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행보였다.
“아무튼 요지는 오늘 오후에 고유 마나 검사를 한다는 거지?”
“네. 마침 청색 마탑 장인분들도 오늘 시간이 남는다고 하셔서, 그렇게 일정을 조율했습니다.”
고유 마나 검사.
아티팩트 커스터마이징의 최초 단계로, 개개인마다 다른 마나의 성질을 분석해, 그에 맞춰 아티팩트를 조정하게 된다.
“진짜 청색 마탑이 우리 팀의 엔지니어로 붙는구나…….”
“이게 왜 진짜야?”
3학년들이 소곤거렸다.
청색 마탑이 직접 자신들의 아티팩트를 봐 준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했다.
“아, 맞아. 이거 계속 궁금했는데. 청색 마탑과 교섭해서 후원을 따 낸 것도 신하율이 직접 한 거라는 게 사실이야?”
진희윤의 물음에 모든 3학년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소문만 무성하던 청색 마탑 후원의 진실에 다들 흥미진진한 듯하다.
“네. 하율이가 직접 김강인 님과 교섭을 해서 후원을 받기로 약속받았습니다.”
3학년들이 탄성을 내뱉었다.
“와……. 그 소문이 진짜였구나.”
“대박이네.”
“그럼 신하율은 처음부터 제대로 금메달을 딸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말이네?”
“처음엔 진짜 건방진 후배라고만 생각했는데, 애가 보면 볼수록 진국이긴 하네.”
“어제 보니까 보는 눈도 좋더라. 어드바이스가 어지간한 교관님들보다 좋아.”
이렇듯 팀 내, 신하율에 대한 신뢰는 점점 높아져 가고 있었다.
* * *
그날 오후.
나를 제외한 모든 팀원들이 고유 마나 검사를 받고 있을 시간.
나는 따로 김강인과 독대를 하고 있었다.
“훈련은 좀 잘 되어 가나요?”
“네. 더할 나위 없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훈련도 굉장히 스무스하게 진행되어가고 있다.
이 기세라면 훈련 예정을 모두 소화하는 데 더해, 추가적인 훈련을 실시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팀 내 불화 같은 건요?”
“그런 건 전혀 없습니다. 아직 합류한지 얼마 안 돼서 어색한 면이 다소 있긴 합니다만, 다들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가장 걱정이었던 내가 리더를 맡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나 불만은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다.
3일 전에는 다들 내심 나를 거북해 하고 있었다면, 지금은 다들 내심 나를 인정하고 있다.
여러모로 상황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트러블도 없고. 팀워크도 완벽. 훈련 일정도 완벽. 좋네요. 이대로만 쭉 가면 되겠어요.”
“네. 노력하겠습니다.”
김강인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나도 작게 웃어 보였다.
“혹시 부탁드린 건 어떻게 됐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그건 잘 해결됐습니다. 예정대로 3일 뒤에 백령도로 가시면 됩니다.”
백령도는 전체가 거대한 마법 훈련장이나 다름없는 섬이다.
나는 그 섬의 대절을 김강인에게 부탁했고, 김강인은 흔쾌히 그 부탁을 들어줬다.
우리는 3일 뒤, 그곳에서 5박 6일 동안 합숙 훈련을 할 예정이다.
“배도 미리 수배해 뒀습니다. 3일 뒤 오전 10시 10분 배입니다.”
“세심한 준비, 감사합니다.”
“뭘요. 겨우 이 정도로.”
김강인이 이 정도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싱긋 웃었다.
“아, 그래. 합숙을 떠나기 전에 시간을 좀 내 주실 수 있습니까?”
“네. 내일이든 모레든 오후 8시 이후라면 괜찮습니다.”
“그럼 내일 오후 9시에 청색 마탑으로 와 주세요.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가시죠?”
이 시기에 청색 마탑으로 와 달라는 부탁을 할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아티팩트에 고유 마나 각인을 하기 위해서 아닌가요?”
“예. 정확합니다.”
청색 마탑에 의뢰한 엘리멘트 마나라이트를 이용한 아티팩트 제작. 그것의 중간 제작 단계인 고유 마나 각인.
그것을 해야 할 때가 된 듯하다.
“그럼 완성 예정일도 얼추 나왔겠네요.”
아티팩트 제작이 중간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은, 제작이 궤도에 올라섰다는 말이다.
즉, 완성 예정일이 나왔을 확률이 높다.
“예. 나왔습니다.”
역시나.
“대충 언제쯤인 가요?”
“짧으면 보름. 늦어도 3주. 진짜 늦어도 올림피아드 시작 전까지 완성될 것 같습니다.”
* * *
3일차 훈련이 모두 끝나고.
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미미르의 샘에서 확장의 고리를 엮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미미르. 이거 다 읽었어. 다음에 읽어야 할 책 좀 줄래?”
“자, 여기.”
미미르가 미리 준비해 둔 책을 쥐어 들고 내게 내밀었다.
나는 그 책을 건네받아, 그대로 펼쳤다.
“어때. 준비는 좀 잘 돼 가?”
“어떤 준비? 확장의 고리를 엮을 준비? 아니면 올림피아드 준비?”
“둘 다.”
“올림피아드 준비 쪽은 아무 문제도 없고. 확장의 고리는 평소랑 똑같아. 크게 진전은 없어.”
확장의 고리를 엮기 위한 준비는 꾸준히 하고 있지만, 딱히 버라이어티한 변화는 없다.
확장의 고리를 엮는 게 마라톤이라고 치면, 42.195km 중에서 1km 구간을 겨우 지나온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어제보다 100m 정도 더 나아가긴 했지만, 너무 미묘해서 나아갔다고 하긴 뭐한, 그런 느낌이다.
“그래도 아까 마나 순환을 하는 거 보니까, 어느 정도 감은 잡은 거 같던데?”
“감을 잡긴 했지. 파훼 때랑 달리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없고.”
확장의 고리에 대한 정보나 확장의 고리를 엮기 위한 이론은 사실상 마스터한 거나 다름없다.
“마나만 충분하면 당장이라도 확장의 고리를 엮을 수 있어.”
“오……. 그렇게까지 자신하는 거 보니까, 제대로 감을 잡긴 했나보네.”
“어. 이론은 이 이상 없을 만큼 완벽하다고 자부할 수 있어.”
부족한 건 체내의 마나.
확장의 고리를 형성하기 위한 마나의 절대량이다.
이것만 충족되면 지금 당장이라도 확장의 고리를 엮을 수 있다.
“그럼 관건은 비약이 언제 완성되느냐네. 비약 재료에 대한 소식은 좀 있어?”
“이틀 뒤에 도착한다고 연락받았어.”
“뭐야. 생각보다 빠르네? 일주일은 걸릴 거라고 하더니.”
“법이 개정되면서, 수입에 대한 절차가 완화됐다더라. 덕분에 수입 허가가 생각보다 빠르게 처리돼서 일정이 앞당겨졌다나 봐.”
“항상 생각하는데, 계승자는 진짜 운이 좋은 거 같아.”
“음. 부정은 안 할게.”
이 타이밍에 법이 개정되며 일정이 앞당겨지다니.
내가 봐도 운이 좋았다.
“비약을 어디서 섭취할지는 정했어?”
마나의 축복을 섭취할 마나 농도가 짙은 장소.
나는 그 장소를 계속해서 물색했다.
“정했어.”
그리고 이틀 전, 여러모로 안성맞춤인 장소를 찾았다.
“어딘데?”
“백령도.”
“이번에 5박 6일 합숙 훈련을 떠날 예정이라던 훈련섬? 거기 마나 농도가 짙어?”
“어. 여러모로 조사해 봤는데, 한국 내에선 백령도의 마나 농도가 제일 짙더라.”
3일 뒤 떠나게 될 백령도.
섬 전체가 훈련 시설로 이루어진 훈련섬임과 동시에 마나 농도가 아주 짙은 것으로 유명한 섬이기도 하다.
“최근들어 마나 농도가 점점 상승하고 있다고도 하고. 여러모로 안성맞춤이야.”
안 그래도 높은 마나 농도가 요즘들어 한층 더 치솟고 있다고도 하니, 내 입장에서 백령도보다 좋은 장소는 없다.
“3일 뒤에 떠난댔나?”
“어.”
“재료 도착이 이틀 뒤라 했으니까, 시간적으로도 딱이긴 하네.”
이틀 뒤에 재료가 도착하면, 곧바로 비약을 만들고.
다음날 비약을 가지고 백령도로 떠나서 비약을 섭취한 후에 백령도의 농도 짙은 마나를 한껏 흡수하며 확장의 고리를 엮는다.
계획은 완벽하다.
‘4서클.’
흐릿했던 그 경지가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