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58)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58화(58/466)
다음날 오후 9시.
정해 둔 일정을 모두 끝마치고.
나는 약속한 시간에 맞춰 청색 마탑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나는 곧바로 검사실로 이동해 고유 마나 각인을 위해 마나 정밀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검사에만 무려 1시간가량의 시간이 소요됐다.
“방금 그게 마지막 검사였습니다. 이제 결과가 나오는 걸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김강인이 내게 다가와서 모든 검사가 끝났음을 알렸다.
“이런 식의 마나 검사는 처음이죠? 어땠나요?”
“검사 자체는 괜찮았습니다. 근데 검사 시간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아무래도 좀 지치는 감이 있네요.”
좋게 표현해서 마나 정밀 검사지, 사실 노가다나 다름없었다.
검사 장치 안에 들어가 지시하는 대로 마나를 움직일 뿐인 단순 작업. 이걸 3시간이나 반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좋게 표현해서 지친다고 한 거지, 솔직히 엄청 귀찮고 지루했다.
“그래도 하율 군은 빨리 끝난 편입니다. 원래는 마나를 움직이는 데 오차가 발생해서 다시 하고 다시 하고 하다보면 보통 8시간은 걸리거든요.”
“……8시간이나요?”
청색 마탑이 보유하고 있는 마나 정밀 검사기는 아직 세계에 몇 대 없는 최신 검사 기기다.
나도 이 기기에 대한 정보는 처음 들었다.
“마나의 컨트롤이 미숙한 사람은 14시간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이 단순 노동을 14시간이나 해야 한다고요?”
너무 끔찍한데.
사실상 고문 아닌가?
“이 작업을 단순 노동이라고 표현하는 게 대단하네요. 마나를 움직이는 행동의 반복이기는 합니다만, 절대 쉬운 작업은 아닌데 말이죠.”
“……그런가요?”
그냥 지시받은 대로 마나를 움직이기 만하면 되는 편한 작업인데.
이게 어려울 게 있나.
“마나를 세밀하게 움직여야 하는 거니까요. 오차율도 0.3% 이내여야 하고. 절대 쉬운 일은 아니죠.”
“…….”
순간 코웃음을 칠 뻔했다.
고작 마나를 정확히 움직이는 것 정도로 쉽지 않다니.
저런 건 두 번째 시험의 페이지에서 치른 시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네요.”
김강인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내 속마음이 표정으로 드러난 듯하다.
나는 빠르게 표정을 가다듬었다.
김강인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아무튼 검사 결과는 더할 나위 없을 만큼 잘 나올 것 같습니다. 당연히 아티팩트의 완성도도 더 높아지겠고요.”
아티팩트를 사용자 전용으로 맞추는 단계인 고유 마나 각인.
이 단계의 완성도에 따라 아티팩트의 최종적인 완성도가 나뉜다.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고랭크 아티팩트인만큼, 1%의 오차는 10%의 성능 다운을 초래하곤 한다.
이러한 성능 다운을 막기 위해선 장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먼저 마나 정밀 검사가 완벽해야 한다.
“이거, 청색 마탑 역사상 최고 걸작이 이번에 갱신될 수도 있겠네요.”
“아무리 그래도 최고 걸작은 좀 힘들지 않겠습니까? 청색 마탑의 오더 메이드 중에는 ‘임페리얼 링’이 있는데…….”
청색 마탑 신설 이래 최고의 걸작이라 불리는 아티팩트.
임페리얼 링.
그 링을 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해 보인다.
“하율 군의 아티팩트도 그 급은 될 겁니다.”
“……네?”
내 놀란 표정이 마음에 들었는지, 김강인이 세상 기분 좋다는 듯이 웃었다.
“물론 단일 속성의 강화로는 임페리얼 링을 넘을 수 없겠죠. 하지만 하율 군의 아티팩트는 단일 속성 강화 아티팩트가 아니라, 4대 속성 복합 강화 아티팩트. 범용성을 생각하면 충분히 임페리얼 링에도 견줄만합니다.”
“그 말은…… 제 아티팩트의 예정 랭크가 최소 S랭크 4티어라는 건가요?”
김강인이 무언으로 웃었다.
강한 긍정을 의미하는 웃음이었다.
“세상에…….”
S랭크 4티어 아티팩트.
임페리얼 링에 준하는 아티팩트라니.
완성이 너무 기대된다.
3주를 어떻게 기다리지?
“하하! 하율 군이 그렇게 눈을 빛내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네요.”
“비교 대상이 무려 임페리얼 링인데, 어떻게 무덤덤할 수 있겠습니까.”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날까.
벌써부터 설렌다.
“그, 혹시 아티팩트의 이름은 정해졌…….”
그렇게 설렘을 가득 품고 아티팩트에 대한 걸 추가로 물으려고 할 때였다.
우웅-!
주머니에 넣어 둔 폰이 진동했다.
“잠시…….”
[발신인 : 아버지]아버지에게 문자가 왔다.
아주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죄송합니다. 중요한 연락이라 그런데, 잠시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예. 천천히 하세요.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은 많으니까요.”
나는 곧바로 문자를 열었다.
내 예상이 맞다면 이건 내가 계속해서 기다리던 소식이 적혀 있을 문자일 터다.
[금일 새벽 2시 30분에 배가 항구에 도착할 예정이다.] [소재의 예상 인수 시간은 내일 오후 6시 반.] [네가 훈련을 마치는 시간에 맞춰서 석현이를 통해 소재를 보내주겠다.]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약의 재료들이 도착했다.
* * *
다음날 오후 8시.
드디어 비약을 만들기 위한 재료가 모두 모였다.
“응. 상태도 좋고. 품질도 좋네. 크기도 딱 좋고.”
팔각수의 뿔.
카타스트로피의 심장.
레비아탄의 눈동자.
이 세 개의 소재를 모두 확인한 미미르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합격이라는 의미였다.
“이 정도면 바로 비약 제조로 들어가도 되겠다.”
미미르가 가장자리에 놓여 있는 소재 손질 도구들을 가리켰다.
“먼저 소재 손질부터. 혹시 실수할 수도 있으니까, 여분이 있는 재료들을 손질하면서 감을 잡자.”
“오케이.”
나는 곧바로 소재 손질을 시작했다.
소재에 맞는 손질 도구를 이용해, 내 마나를 한껏 불어넣으며 정성껏 소재를 다듬었다.
각각의 소재별로 손질 방법이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전체적인 틀은 어느 정도 부합하는 면이 있었다.
“……아. 실수했다.”
“괜찮아. 그 정도면 아직 복구 가능해. 그 부위만 살짝 떼어내고, 다시 해 봐.”
“해 볼게.”
미미르의 정확한 지시 아래 최선을 다해 소재를 다듬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내 신체는 어느샌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어후. 진짜 쉬운 일이 아니네.”
“너무 힘들면 잠시 쉬었다 해. 괜히 무리했다가 괜히 마나의 질이 바뀌거나 하면 이따 소재 배합할 때 귀찮아져.”
마나의 축복은 아주 예민한 비약이다. 아주 사소한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
덕분에 항상 긴장감은 맥스 상태. 그러니, 지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번 건 조금 아슬아슬했어. 마지막 마무리 때 주의해.”
“신경 쓸게.”
그렇게 미미르의 지시를 받아가며 소재의 손질을 하고, 쉬며, 다시 손질을 하다 보니 어느새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제일 중요한 세 소재만 남았네. 그 전에 잠시 쉬자.”
이제 남은 건, 가장 비싼 고가의 재료 3종 세트.
팔각수의 뿔.
카타스트로피의 심장.
레비아탄의 눈동자.
실수하면 돌이킬 방법이 없는 초 고가 레어 소재들 뿐.
나는 그 소재들을 손질하기 전에 휴식을 취했다.
“마나는 다 회복됐지?”
“어.”
20분가량의 휴식 끝에 다소 산만했던 정신이 곧바로 진정되었다.
“좋아. 그럼 먼저 팔각수의 뿔부터. 손질용 칼에 마나를 최대한 들이붓고. 표면부터 깎아.”
3시간.
“천천히. 아주 천천히. 샤프심의 겉면을 깎아내듯이. 그게 끝나면 다음은 각인이야.”
6시간.
“조금 더 부드럽게. 세포 하나하나를 마나로 코팅하듯이. 좋아. 그렇게만 해.”
10시간.
그렇게 나는 새벽이 지나, 아침에 해가 뜰 때까지 소재의 손질에 몰두했고.
“이제 가져 온 병에 천천히 담아. 계량 실수하지 말고. 87.34ml씩 정확히 담아야 해.”
장장 12시간의 노력 끝에 비약, ‘마나의 축복’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됐다.”
“고생했어.”
총 다섯 병.
영롱한 빛을 뽐내는 다섯 개의 마나의 축복을 바라보고 있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걸로 모든 준비는 끝났다.
* * *
다음날 오전 10시 반.
나는 백령도로 향하는 쾌속선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날씨도 좋고, 경치도 좋고, 바람도 선선하니 기분 좋다.
‘빨리 도착했으면 좋겠네.’
나는 사이드백에 넣어 둔 마나의 축복을 가방 너머로 어루만졌다.
총합 다섯 병의 ‘마나의 축복’.
어서 이것들을 마시고 싶다.
어서 이걸 마신 뒤 확장의 고리를 엮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었다.
“인마. 누가 보면 모델이 포즈 취하고 있는 줄 알겠다.”
순찬이가 뒤에서 튀어나와 어깨동무를 하고 낄낄 웃었다.
평소보다 텐션이 높다.
여행의 설렘에 취해 있는 듯하다.
“일부러 끼 부리는 거야?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주랴? 아예 화보집 하나 만들어 줘?”
“됐어. 뭔 사진이야.”
나는 픽 웃으며 선실 쪽으로 몸을 돌렸다.
“어허. 여행에서 남는 건 먹는 거랑 사진밖에 없다는 거 모르십니까? 예?”
순찬이도 자연스레 어깨동무를 풀고 나와 같은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마침 배경도 좋네. 일로 와. 이 엉아랑 사진 한 장 찍자.”
순찬이가 내게 얼굴을 들이밀고, 이리저리 폰을 움직였다.
나는 적당히 카메라 렌즈를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찍을 거면 빨리 찍어.”
빨리 찍고 끝냈으면 좋겠는데.
“거 참, 성격 급하시네. 잠깐만 기다려 봐.”
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카메라의 각도만 계속해서 바꾸고 있다.
“아, 마음에 안 드는데…….”
“뭐가? 네 얼굴이?”
“이 새끼가……?”
순찬이가 험하게 웃었다.
“농담이야. 농담. 뭐가 마음에 안 드는데?”
“분위기가.”
“분위기?”
분위기가 뭐 어떻다는 거지.
“어. 아, 역시 이건 아닌데…….”
순찬이가 폰을 내리고 고찰에 잠겼다.
“아. 이거다.”
그러다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작게 탄성을 내뱉더니.
저 멀리서 멀뚱멀뚱 서 있는 아델라를 향해 소리쳤다.
“아델라! 사진 한 장 찍자!”
아델라가 고개를 갸웃한 채로 다가왔다.
“사진이요?”
“어. 뒤에 배경 죽이잖아. 이런 끝내주는 포토존을 앞에 두고 사진을 안 찍는 건 죄악이야. 자자, 어서 들어 와!”
“아, 네? 어….”
순찬이가 아델라를 당겨, 내 옆에 위치시켰다.
아델라가 그대로 카메라 앵글에 들어왔다.
그렇게 나를 중심으로 좌 아델라, 우 순찬이의 구도가 탄생했다.
“그래! 이거지. 아델라가 끼니까 바로 사진이 화사해지잖아. 역시 셀카는 시커먼 남정네들끼리 찍는 게 아니라니까.”
순찬이가 이제야 사진이 마음에 드는 듯 껄껄 웃었다.
“자. 찍는다. 김치!”
“기, 김치…….”
아델라가 어색한 미소와 함께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만들었다.
“…….”
나는 그냥 평소와 똑같은 표정으로 렌즈를 바라봤다.
“됐다.”
촬영을 마친 순찬이가 히죽히죽 웃었다.
“크으. 쥑이네. 이거지. 이게 여행의 참맛이지. 음하하!”
순찬이가 찍은 사진을 바라보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림이네. 그림이야. 살짝 보정만 하면 화보로 써도 되겠어.”
텐션이 아주 물올랐다.
통통 튀는 것이 누가 보면 제철 고등어인 줄 알겠어.
나는 그런 순찬이를 바라보며 픽 웃었다.
“찍은 사진은 나중에 다 정리해서 단톡방에 올려 줄게.”
“그래.”
“난 선배들이랑도 사진 찍고 올게. 나중에 봐.”
순찬이가 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우리에게서 멀어졌다.
멀어지는 발걸음이 아주 활기차다.
“원래부터 활기찼지만, 오늘은 한층 더 기운이 넘치네요.”
“간만의 여행에 들뜬 거지 뭐.”
“여행이 아니라 훈련인데 저렇게 들뜬 채로 둬도 되는 건가요?”
“놔 둬. 어차피 제대로 훈련 시작하면 금방 평소 텐션으로 돌아올 테니까.”
백령도를 한 바퀴 일주시키면, 원래대로 돌아 올 거다.
“……의외네요.”
“뭐가?”
“평소였으면 ‘훈련인데 저렇게 들뜨다니!’ 하면서 혼내셨을 거잖아요?”
“……그렇긴 한데. 그보다 그거 내 흉내 낸 거야?”
“네. 똑같았죠?”
“…….”
하나도 안 똑같았는데.
그냥 텐션 조금 높은 아델라였다.
“……똑같네.”
“그쵸? 살짝 치켜 올린 눈꼬리가 포인트에요.”
저 반짝이는 눈빛을 보고 있자니, 하나도 안 똑같다는 말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냥 똑같은 걸로 해두자.
“아무튼 아델라 네 말대로 평소였으면 순찬이 엄청 갈궜을 것 같긴 하네.”
“그쵸?”
평소였다면 일부러 지옥 같은 훈련을 언급하며 텐션을 떨어트렸을 것이다.
“음. 오늘 기분이 좋아서 그런가? 별로 순찬이를 갈굴 생각이 안 드네.”
“기분이 좋아요?”
“어. 백령도의 짙은 마나 농도 속에서 훈련할 생각을 하니까 좀 설레고 그러네.”
정확히는 비약을 먹고 확장의 고리를 엮을 생각을 하니까, 진짜 미친 듯이 설렌다.
“아! 그 기분 알아요. 저도 5년 전에 한번 와 본 게 다였는데, 그때 진짜 좋았거든요. 그래서 저도 지금 엄청 설레요.”
아까 어색하게나마 김치를 하는 모습을 보고, 오늘 아델라도 평소보다 텐션이 높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훨씬 들떠 있었다.
순찬이보다 더 들뜬 거 같은데.
“최근 들어 마나 농도가 더 짙어졌다고 하던데. 어느 정도일까요. 기대되네요.”
아델라가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저 멀리 보이는 백령도를 응시했다.
긴 금발이 바닷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러게.”
백령도와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점점 진해져 가고 있는 마나 농도를 만끽하며 환하게 웃었다.
“기대되네.”
여러모로 꽉 찬 5박 6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