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5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59화(59/466)
그 후, 무사히 백령도에 도착한 우리는 곧장 숙소로 이동했다.
“그럼 일단 숙소 배정부터 하겠습니다. 먼저 진희윤 선배랑 아델라. 201호. 그리고…….”
숙소 배정을 끝내고, 각자 짐을 푼 뒤에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가볍게 소화를 시킨 후에 곧바로 백령도의 마나 농도에 적응하기 위한 적응 훈련을 시작했다.
“마나 농도가 짙은 만큼, 서클을 통해 마나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위화감이 클 겁니다.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기 전에, 이것부터 해결하셔야 합니다.”
나는 각양각색의 자세로 앉아 마나 순환을 실시하고 있는 선배들과 순찬이, 아델라를 차례대로 살폈다.
신안을 사용해서 마나의 본질을 직접 꿰뚫었다.
“강신우 선배님이랑 아델라는 조언해 드릴 것도 없네요. 지금 그대로 하시면 됩니다.”
“알겠다.”
“네.”
강신우와 아델라.
둘 다, 가문이 가문인 만큼 이러한 고밀도 마나존에서 마나 순환을 하는 데 익숙한 듯하다.
굳이 뭐 조언을 할 필요도 없다.
저 상태면 30분 이내에 적응을 끝마칠 수 있을 테지.
“마진석 선배님은 서클의 출력을 2할 가량 낮추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알았어. 해 볼게.”
마진석이 끙끙대며 마나 서클의 출력을 줄이기 시작했다.
“진희윤 선배님은 아예 반대네요. 서클의 출력을 너무 낮췄습니다. 지금 상태에서 1할 5푼 높게. 평소 상태에서 3할 가량 낮게 서클의 출력을 조정해 보세요.”
“……항상 느끼는데, 우리 신 리더가 말은 참 쉽게 한다니까.”
엔진에 필요 이상의 연료를 주입해 봐야 고장만 날 뿐이다.
마나 농도가 짙어진 만큼, 마나 서클의 출력을 조절하여 마나의 흡수량을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법의 출력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력의 소모도 커진다.
특히나 이런 고밀도 마나존에서 평소처럼 마법을 사용했다간, 최악의 경우 마나 폭주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강형만 선배님은 마나 순환의 횟수를 늘리셔야겠네요. 여러모로 미숙한 면이 많이 보입니다.”
“어…….”
“민태식 선배님은 역시 요령이 좋으시네요. 그 상태로 계속 부탁드립니다.”
“알았어.”
사람마다 버릇이 다 다르듯이, 마나 서클도 다 다르다.
나는 각각의 상황에 맞춰 딱딱 필요한 조언들만을 건넸다.
“좋네요. 지금보다 출력을 5% 정도만 낮춰 보세요. 훨씬 편할 겁니다.”
“체형에 안 맞는 자세를 취하고 계십니다. 그 상태면 효율이 떨어져요. 이렇게…… 네. 좀 더 편한 거 같죠? 앞으론 그렇게 해 보세요.”
다소 무례할 수 있는 조언도 많았지만, 선배들은 딱히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간 나에 대한 신뢰가 제법 쌓였기 때문이리라.
“해 볼게.”
“확실히 이 자세가 더 편하긴 하네.”
선배들은 내 말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가며 마나 순환을 이어갔다.
“좋습니다. 그럼 일단 1차 적응 훈련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렇게 1시간 정도가 지난 시점.
1차 마나 적응 훈련이 끝났다.
“……으아. 죽겠다아.”
진희윤이 그 즉시 뒤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신 리더… 훈련이 너무… 하드코어한거 아냐? 무슨 마나… 순환을 1시간이나 해…….”
거칠게 숨을 내쉬며 나를 원망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땀은 또 얼마나 흘렸는지, 이마에선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훈련복은 흠뻑 젖어,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다.
마치 장시간의 전력질주로 모든 체력을 소진한 사람 같았다.
다른 선배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탈진한 사람마냥 골골대고 있다.
“아델라. 선배님들한테 물 좀 가져다 드려.”
“네.”
아델라는 아주 멀쩡하다.
괜히 천재가 아니라는 듯, 아델라는 20분 만에 적응을 끝마쳤다.
도중부터 마나 순환을 그만두고 휴식을 취했기에 힘들 이유가 없었다.
“언니. 여기 물이에요.”
“먹여줘…….”
진희윤이 숨을 색색이며 앙탈을 부렸다.
“네, 네?”
아델라가 당황했다.
그런 아델라를 바라보며 진희윤이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농담이야. 당황하긴. 귀엽네.”
진희윤이 상체를 들어 자리에 앉고, 아델라에게 물통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단숨에 들이켰다.
호쾌한 원샷이었다.
“푸하. 이제 좀 살겠다.”
세상 개운하단 표정으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여기. 물드세요.”
“고마워.”
“땡큐.”
아델라가 선배님들에게 물통을 하나씩 정중하게 건넸다.
반대쪽에서 나도 차례차례 물통을 건넸다.
수분 보충과 함께 모두 어느 정도 호흡을 가다듬었을 때쯤.
나는 박수를 치는 것으로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다들 감 잡으셨죠?”
“어. 대충은.”
진희윤이 대표로 대답했다.
다른 선배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혹시 더 궁금하신 거 있으십니까?”
“난 없어.”
“나도.”
따로 더 묻고 싶은 것도 없는 모양이다.
“그럼 지금부턴 각자 자신의 템포에 맞춰서 적응 훈련을 진행해 주시면 됩니다.”
“자율적으로 훈련하라고?”
“네.”
조언할 건 이미 다 했다.
이제 이번 훈련에서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없다.
자율 훈련을 하나, 내가 감독을 하나 달라질 건 없다.
“우리가 자율 훈련을 할 동안 넌 뭐하게?”
“뭘 하긴요.”
나는 픽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저도 적응 훈련해야죠.”
비약 섭취를 하기 전에 이 농도에 완전히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비약의 섭취 효율을 최대화할 수 있다.
“……아하.”
진희윤이 ‘그건 몰랐네.’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까먹고 있었네. 우리 신 리더도 백령도는 처음이랬지…….”
“네. 처음입니다.”
선배들의 웅성거림이 커졌다.
“조언이 너무 완벽해서, 이미 적응을 끝마친 현지 교관인 줄 알았네.”
“그거 인정. 귀신이 따로 없더라. 난 내가 이런 악습관이 있는 줄도 몰랐어.”
“내 말이. 난 그렇게 완벽한 조언 처음 들어봤다니까?”
선배들이 한 마디씩 나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조금 낯부끄러운 말이었다.
하지만 저 말들은 나에 대한 신뢰가 쌓였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마나 농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짙어.’
백령도의 마나 농도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진했다.
최근에 마나 농도가 짙어지기 시작했다곤 들었는데, 이 정도로 짙어졌을 줄은 몰랐다.
‘너무 좋은데?’
뭔가 속이 꽉 찬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느낌이 아주 좋다.
‘여기에 스승님의 로브를 착용하고, 마나의 축복까지 마시면 어떤 느낌이려나.’
빡세려나. 아니면 뭔가 충족되는 느낌이 들려나.
‘기대도 되고, 불안하기도 하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진짜 대단하네.”
“쟤 주위만 공기가 다른 거 보여?”
“와…….”
선배들의 목소리가 점점 사라져간다.
완전한 고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세상에서 나는 오로지 마나만을 느꼈다.
‘반가워.’
‘놀자!’
내게 말을 거는 마나들의 의지를 느끼며, 나는 인피니티 서클을 회전시켰다.
심의의 고리.
공명의 고리.
간섭의 고리.
세 개의 고리를 감싸는 위치로 마나가 회전했다.
아직 정돈되지 않은 야생 그대로의 길을 새로 개척하듯이.
느긋하면서도 격정적이게.
내 몸 속의 마나는 새로운 길을 답습했다.
‘이 정도 마나 밀도면, 5박 6일 이내에 무조건 확장의 고리를 엮을 수 있겠어.’
백령도의 마나 밀도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 * *
그날 밤.
모든 훈련 일정을 소화한 뒤.
나는 숙소 인근을 수색하고 있었다.
‘이 근처에 하나쯤 있을 법한데.’
목적은 영맥을 찾는 것.
백령도 같은 천연 마나 밀집지역엔 마나가 집중되어 있는 곳들이 틈틈이 존재하는데, 이런 장소를 ‘영맥’이라 부른다.
이 영맥은 다른 곳보다 5% 가량 마나 농도가 짙은 게 특징이다.
비약의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선 이 영맥을 찾아, 그 위에 앉아서 마나 순환을 실시해야 한다.
“찾았다.”
그렇게 총 1시간가량의 탐색 끝에 영맥을 찾는 데 성공했다.
은은한 마나가 일렁이고 있는 토지. 반 평도 안 되는 공간.
여기가 바로 영맥이다.
‘어디 보자.’
영맥에 손을 대고 제대로 마나를 느꼈다. 확실히 다른 곳보다 5.3%가량 농도가 짙다.
‘숙소랑 그리 떨어져 있지도 않고. 농도도 좋고. 다 좋네.’
합격이다.
나는 곧바로 스승님의 로브를 꺼내 착용하고 영맥에 앉았다.
그리고 사이드백에서 ‘마나의 축복’을 한 병 꺼내, 그대로 마셨다.
“……우웩.”
맛은 빈말로라도 좋다고 못 하겠다. 비리고, 쓰고, 역하다.
내가 먹어 본 것 중 최고다.
최고로 맛없다.
“으…….”
나는 아직도 입 안에 남아 있는 야리꾸리한 맛의 잔재를 필사적으로 잊어가며 눈을 감았다.
상념을 지우고, 정신을 집중한다.
두근!
가슴이 뛰었다.
마나의 축복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우우우웅-!
뒤이어 세 개의 인피니티 서클이 동시에 반응했다.
마나의 축복을 섭취했기 때문일까. 엄청난 속도로 회전한다.
‘……오.’
역시 몸에 좋은 약은 쓴 법.
맛이 최악인 만큼 효과가 엄청나다.
내 몸에 흡수되는 마나량이 이전과 비교가 안 된다.
이전이 마나를 빨대로 빨아들이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진공청소기로 마나를 빨아들이는 느낌이다.
그 정도로 차이가 심하다.
위이이이이이이잉-!
흡사 모터가 격하게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내 서클이 형용할 수 없는 속도로 회전하며 마나끼리 마찰을 일으키는 소리였다.
“……큭!”
순간적으로 전신이 짓이겨지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깜짝 놀랄 만큼 강렬한 통증.
순간 정신을 잃을 뻔했다.
‘……집중하자.’
마나는 많이 흡수한다고 좋은 게 아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마나도 많이 흡수하면 독이 된다.
이 정도로 마나를 많이 흡수하면 과부하와 함께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극히 높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마나를 확실히 컨트롤하지 않으면 마나 폭주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1초도 방심해선 안 된다.
찰나의 방심이 죽음이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집중해야 한다.
‘앞으로 1시간.’
마나의 축복의 효과 지속시간은 1시간.
그 사이에 나는 최대한 많은 마나를 흡수하고, 제어해서 확장의 고리가 회전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20%는 완성시켜야 해.’
이번에 미미르의 도움을 받아 만든 비약, ‘마나의 축복’은 총 5병이다.
한 병 당, 20%는 완성시켜야 확실하게 확장의 고리를 엮을 수 있다.
“후우우우…….”
나는 깊게 심호흡하며 마나를 회전시켰다.
평소 내가 흡수하는 것보다 수십 배는 많은 마나가 마치 성난 파도처럼 내 신체를 덮쳤다.
‘좋아. 점점 익숙해지고 있어.’
성난 파도도 익숙해지면 서핑을 탈 수 있게 되듯이.
내 몸도 막대한 마나의 흡수에 점점 익숙해져 갔다.
‘이제 이 상태를 유지하기 만하면…….’
그렇게 마나 순환이 완전한 안정권 내에 접어든 바로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
돌연 내 신체로 흡수되는 마나량이 대폭 증가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마나의 폭류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왜, 왜 갑자기 마나 범람 현상이……!’
영맥에서 형용할 수 없는 양의 마나가 범람하고 있다.
조금 전까지 마나를 진공청소기로 흡수하는 것 같았다면, 지금은 모공 하나하나가 소형 블랙홀이 되어 마나를 빨아들이는 느낌이다.
“끕!”
이건 성난 파도 수준이 아니다.
쓰나미. 아니, 메가 쓰나미다.
인간이 정복할 수 없는 수준의 재해가 내 몸을 짓눌렀다.
형용할 수 없는 통증이 내 전신을 짓눌렀다.
‘영맥이라고 해도, 이 정도의 마나를 뿜어 낼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마나량이었다.
이 세상 모든 마나가 내게 쏠리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크읍!”
마치 마나가 내 뇌를 직접 쥐고 흔드는 듯했다.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윽!”
정신을 잃을 뻔했으나, 지독한 통증이 내 정신을 일깨웠다.
다행이다. 정신을 잃었으면, 십중팔구 마나 폭주를 일으켜 사망했을 거다.
이 지독한 통증에 감사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정신 차리자. 집중해야 해. 조금만 실수하면 그대로 황천길행이야!’
스승님의 로브를 벗던가, 이 구역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지금 나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버티는 것뿐이다.
우우우우웅-!
나는 필사적으로 마나를 순환시켰다.
버티고, 버티고, 또 버티며 마나를 제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버텨라, 어떻게든 버텨……!’
지금 이 상황을 무사히 넘겨야 한다는 생각 외에는 그 어떠한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럴 여유가 없었다.
웅, 웅, 우우우웅-!
주위를 가득 채운 마나의 마찰음 사이로, 인피니티 서클이 공명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웅-!
지금까지 숱하게 들어왔던 세 개의 고리가 공명하는 소리와는 조금 다른.
마치 무언가에 감싸여 하나가 된 듯한 융화된 공명음이 청명하게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