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62)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62화(62/466)
연구소를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 온 나는 곧바로 상념에 잠겼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
머리가 복잡하다.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소에 갔던 건데, 혼란만 더욱 가중됐다.
‘왜 연구소에 흑색 마탑의 간부가 있는 건데?’
자신을 연구소장이라 밝힌 남자의 경지는 확실히 7서클이었다.
그리고 흑색 마탑에서 7서클 유저는 모두가 간부.
즉, 남자는 흑색 마탑에 열 명 밖에 없다고 알려진 간부 중 한 명이라는 말이다.
그런 거물이 왜 이런 변방의 섬에 있는 걸까.
‘신지한의 의뢰를 받고, 날 처리하기 위해 온 건가?’
요즘 가문 내에서 내 이미지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기도 하고.
신지한이 조바심에 눈이 멀어 뒷생각 따위 집어 던지고 내게 암살자를 파견한 게 아닐까.
‘흑색 마탑의 입장에선 렝 스미스 건의 실패도 커버해야 할 테고. 명예 회복 겸 확실한 마무리를 위해 흑색 마탑의 간부가 직접 온 거라면, 말이 안 되진 않아.’
정황상으로는 그게 제일 그럴싸한 가설이었다.
하지만 걸리는 게 있다.
‘하지만 신지한이 아무리 조급해 졌다고 해도, 지금 이 상황에서 굳이 내게 암살자를 보낼까?’
현재 상황에 대한 건 신지한도 익히 알고 있다.
그림자가 내게 찰싹 달라붙어 있다는 것도, 가문 내에서 스파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단 것도 아마 알고 있을 거다.
이런 상황에서 신지한이 굳이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내게 암살자를 보낼까?
‘세아 누님이라면 모를까. 신지한이 그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일을 서두를 거 같진 않아.’
암만 생각해 봐도, 신지한이 지금 이 타이밍에 내게 암살자를 파견한다는 우둔한 선택을 할 리가 없다.
‘애초에 날 처리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연구소가 아니라 훈련장에 잠입했을 거야.’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날 처리하기 위해 온 거라고 보긴 어렵다.
‘그럼 이번 일은 나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라, 백령도의 이상 기후 쪽이랑 관련이 있는 건가?’
현재 백령도에서 발생하고 있는 원인 불명의 이상 현상.
계속되는 마나 증폭 현상.
영맥의 소멸과 마나 범람.
이 모든 게 흑색 마탑의 수작질에 의한 후폭풍이 아닐까.
연구소라는 장소도 딱 수작질을 부리기 좋은 장소고.
연결고리는 확실하다.
‘그렇다는 건…….’
내 뇌가 빠르게 회전했다.
현재 상황을 객관화하여 분석 후, 마땅한 가설을 덧붙여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한다.
결론을 내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흑색 마탑은 이 섬에서 무언가를 연구, 혹은 수작질을 부리고 있다. 그리고 백령도의 이상 기후는 그 연구의 결과, 혹은 후폭풍이다. 대충 이런 건가?’
꽤나 비약적인 추론이지만, 아마 확실할 테지.
그도 그럴 것이 무려 흑색 마탑의 간부가 연구소장으로 변장해 있었다.
어지간한 이유가 없는 이상, 굳이 간부가 나설 이유가 없다.
분명 그 연구소에 뭔가가 있다.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럼 이제 문제는 그 연구소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느냔데.’
이건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마나 농도가 시시각각 진해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연구라니.
상상도 안 간다.
‘뭐가 됐던 하루라도 빨리 이 섬을 떠나는 게 낫겠어.’
마음 같아선 놈들의 계략을 파헤쳐서, 완전히 박살내버리고 싶지만. 이번엔 상대가 무려 7서클 흑마법사다.
용기와 만용을 착각하면 안 된다. 지금은 물러나는 게 맞다.
‘백령도의 이상 현상과 흑색 마탑의 속셈에 관한 건 서울로 돌아간 뒤에 천천히 알아보면 돼.’
일단 내 안전부터 확보한 후에 차근차근 조사를 진행하고.
무언가가 확실해 졌을 때, 흑색 마탑의 간부를 상대할 수 있을 만한 고급 인력을 이곳에 파견해서, 처리하면 된다.
‘김강인은 내 말을 믿어 줄 테니까. 누굴 어떻게 파견할 지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될 거고.’
렝 스미스 사건 때 쌓은 신뢰도 있고, 흑색 마탑에 관한 정보라면 굳이 증거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줄 테지.
‘이제 남은 문제는 내일 무슨 이유를 대고 본토로 복귀하느냐인데.’
조기 복귀도 어지간한 명분이 없으면 할 수 없다.
흑색 마탑에 관한 얘기는 할 수 없으니, 다른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하려나.’
나는 백령도 탈출 작전을 천천히 구상하기 시작했다.
‘음.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렇게 총 2시간의 고찰 끝에 나는 백령도 탈출 작전의 구상을 끝마쳤다.
* * *
허나 계획은 계획이었을 뿐.
2시간에 걸친 준비가 무색하게도, 백령도 탈출 작전은 실패했다.
‘……이게 이렇게 되네.’
계획이 허술했던 건 아니다.
계획 자체는 완벽했다.
2시간에 걸쳐서 온갖 변명을 준비하고. 모두를 납득시킬 방법까지 다 생각해 놨다.
실제로 교관님들과 선배님들의 동의까지 받아 뒀다.
이제 남은 건 배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계획상으로는 실패할 이유가 없었다.
백령도 탈출 작전이 실패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배가 못 뜬다고요?”
“네.”
배가 못 뜬단다.
작전을 모두 완벽하게 구상해 두면 뭐하겠는가. 배가 못 뜨면 돌아갈 방법이 없는데.
“못 뜨는 이유는요?”
“날씨를 보시면 아실 텐데요. 기상이 너무 안 좋습니다.”
오늘은 비바람이 엄청나다.
일반적인 배는 뜰 수 없는 날씨다.
“날씨에 영향을 받는 건 일반선 뿐이잖아요. 마나선은 충분히 뜰 수 있을 텐데요.”
마나선.
마나로 작동하는 배이기에 이 정도 기상 악화 정도엔 끄떡없다. 해양 몬스터의 습격을 대비해 만들어진 배인 만큼 견고하기도 하고.
“죄송합니다만, 마나선은 현재 움직일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건 또 어째선 가요?”
“그…….”
선박 관계자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뒷목을 긁었다.
뭔가 말하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최근 백령도의 마나 농도가 짙어졌지 않습니까?”
“예.”
“농도가 짙어지면서, 마나선의 마도엔진에 부하가 발생했습니다.”
마도엔진은 주위의 마나를 흡수해서 작동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당연히 주위 마나 농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마나 과잉입니까?”
“맞습니다.”
마나 과잉 흡수.
마도엔진이 너무 많은 마나를 흡수했을 경우 발생하는 기재 트러블.
필요 이상의 연료 투입으로 인해 엔진이 작동 불능 상태가 된 것이다.
“요컨대 담당자의 관리 소홀 때문이라는 거군요.”
“……예.”
보통은 정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트러블이다.
그걸 미리 파악하지 못 했다는 건, 관리자의 실수라고 밖에 설명할 도리가 없다.
이게 또 이렇게 되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수리는요? 마나 과잉 정도는 금방 해결 될 텐데요.”
“그, 오늘 갑자기 마나선의 정비사가 안 보여서요.”
“정비사가요?”
정비사가 갑자기 안 보인다고?
“예. 어젯밤에 과음을 했다고 들었으니, 아마 어딘가에서 세상모르고 자고 있겠죠. 어휴.”
남자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과음이라…….
“아무튼 남은 정비사들이 전부 마나선 수리 쪽에 달라붙어 있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전문 분야가 아니다보니, 빨리 끝내도 오늘밤은 돼야 할 것 같습니다.”
“밤이면 8시 전후를 말하시는 거죠?”
“예.”
현재 시간은 오전 10시.
수리까지 대략 10시간가량이 남는다. 너무 오래 걸리는데.
“혹시 인천항에 배를 보내 달라고 하는 건 안 되나요?”
인천항 쪽에 배를 보내 달라 하는 건 어쩔까. 그럼 준비하고 뭐하고 하는데 3시간이면 백령도항까지 도착할 텐데.
“그, 기상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천항 쪽에도 마나선은…….”
“아, 그렇겠네요.”
일반선이 움직일 수 없는 만큼, 마나선이 모든 걸 대체하고 있을 터. 놀고 있는 마나선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요. 수리는 최대한 빨리 부탁드리겠습니다.”
기다리는 것 외엔 따로 방법이 없다.
“예.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나는 항구 관계자에게 인사를 건네고, 몸을 돌려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뭐래? 배 뜰 수 있대?”
날 발견한 순찬이가 곧바로 내게 다가오며 물었다.
“아니. 못 뜬대.”
내 말과 함께 일행들에게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기껏 짐을 다 싸서 항구까지 왔는데. 배가 못 뜬다니 머리가 아파진 것이다.
“언제쯤 뜰 수 있다는데?”
“빨라야 오늘 밤 8시.”
“최소 10시간은 남았네. 그 사이에 뭐하냐?”
순찬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잠겼다.
“원래 오늘 하려던 훈련을 하는 건… 무리겠지?”
“어. 날씨가 이래서야 그건 좀 힘들지.”
“……그치?”
오늘 훈련이 실내 훈련이었다면 모를까. 오늘 원래 예정해 둔 훈련은 통짜 실외 훈련이다.
만약 올림피아드 훈련 자체에 날씨적인 변수가 있었다면, 미리 악천후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올림피아드는 모든 필드가 철저히 마법으로 관리되어, 악천후 같은 변수가 없다.
이런 날씨에서 훈련을 해 봐야 사서 고생하는 것뿐이다.
컨디션을 생각하면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
“그럼 어쩌면 좋을까……. 혹시 뭐 생각 있으신 분?”
“…….”
“…….”
선배들이 침묵했다.
다들 별다른 생각이 없는 듯하다.
“그냥 자유시간주면 되는 거 아니야?”
세상 피곤한 얼굴의 진희윤이 넌지시 말을 꺼냈다.
“멤버 소집 이후로 다들 제대로 쉬지도 못 했잖아. 아예 이번 기회에 여행 기분으로다가 푹 쉬는 것도 좋을 거 같은데.”
진희윤이 하품을 했다.
어제의 무리한 훈련으로 인한 후유증일까. 진짜 엄청 피곤해 보인다.
“난 찬성. 굳이 할 거 없으면 자유시간이 낫지.”
“난 숙소로 돌아가서 간만에 낮잠 좀 자야겠다. 요즘 수면부족이야.”
“나는 그제 썼던 실내 훈련장 가 봐야겠네.”
“같이 고?”
선배들이 각자 한 마디씩 꺼냈다. 장소는 금방 떠들썩해졌다.
“그럼 그렇게 하시죠. 쉬실 분들은 돌아가서 쉬시고. 주위를 둘러보실 분들은 둘러보시고. 훈련장을 쓰실 분들은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케이.”
“짐은 여기 관리실에 맡겨둬도 된다고 하니 두고 가셔도 됩니다.”
“이따 몇 시까지 돌아오면 돼?”
“6시 전에 와 주세요.”
“알았어. 이따 6시까지 올게.”
“이따 보자.”
선배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떴다.
“난 가서 좀 자다 올게. 신 리더도 좀 쉬어.”
마지막으로 진희윤이 하품을 하며 떠나고.
장소에는 선배들이 두고 간 짐과 아델라, 순찬이, 나만이 남았다.
“너흰 어쩔래? 난 그냥 쉬려고 하는데.”
“음. 저는 훈련이나 좀 하려구요.”
순찬이의 질문에 아델라가 예상 그대로의 답을 내놓았다.
“아델라 너도 참 징하다.”
순찬이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델라의 훈련 중독은 이제 익숙하다는 표정이다.
“하율이 넌……. 아니다. 됐다. 너도 똑같겠지 뭐.”
내게 시선을 돌렸던 순찬이가 ‘굳이 물어봐서 뭐하냐.’싶은 표정으로 다시 고개를 저었다.
나도 훈련을 하러 갈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난 훈련은 안 할 거야.”
“잉? 웬일로?”
“……진짜요?”
둘이 놀란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훈련을 안 한다는 게 저렇게 놀랄 만한 일일까.
“나도 가끔은 쉬어야지.”
“……진짜 웬일이래.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려고 그러나?”
근데 오늘은 딱히 훈련을 할 생각이 없다.
흑색 마탑이 수작질을 부리고 있는 섬에서 훈련을 해 봐야 집중이나 되겠는가.
“그럼 뭐하게?”
“글쎄…….”
지금 당장 할 만한 건 딱히 안 떠오르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폰이 진동했다. 문자였다.
“미안. 잠시만.”
그림자 대원들 중 누군가가 보낸 문자였다.
나는 곧바로 문자를 확인했다.
[연구소장이 움직였습니다.]나는 어제 백령도 탈출 작전 구상을 마친 직후, 내게 붙어 있던 그림자 단원분들에게 연구소장을 좀 살펴봐 달라는 부탁을 했다.
딱히 잠입이나 조사를 부탁한 건 아니다.
괜히 어정쩡하게 조사를 했다가, 역으로 이쪽에 대한 정보가 적들의 손에 들어갈 수도 있다.
그건 곤란하다.
내가 부탁한 건 주시(注視).
먼 거리에서 최대한 안전하게 연구소장이 눈치 채지 않을 범위에서 대상을 지켜보기 만해 달라. 딱 그 정도의 가벼운 부탁이었다.
‘뭐, 문자 그대로 연구소장이 어딘가로 이동했다. 그 정도의 보고겠지.’
가벼운 관찰인 만큼, 얻은 정보도 굉장히 얕을 터.
나는 크게 기대하지 않고 답장을 보냈다.
[어디로 움직였나요?]답장은 칼 같이 돌아왔다.
그리고 문자를 확인한 순간, 내 동공이 휘둥그레졌다.
[관찰 대상인 연구소장이 어젯밤 늦게 섬을 떠난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후의 행적을 쫓아 볼까요?]‘뭐?’
대수롭지 않은 보고는 무슨.
아주 대수로운 보고였다.
‘……흑색 마탑 간부가 어젯밤에 섬을 떠났다고? 왜?’
하필 이 타이밍에?
다시 머리가 아파왔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인데?’
시시각각 짙어지는 마나 농도가 내 머릿속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