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63)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63화(63/466)
그 후.
나는 조금 더 자세한 상황 파악을 위해, 일단 그림자와 합류하기로 했다.
‘여긴데.’
약속 장소인 공터에 도착했지만, 주위에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쏴아아아아-!
빗물이 우산에 부딪치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렸다.
빗방울이 아주 굵다.
우산 밖으로 나가면 1초 안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될 테지.
그만큼 빗줄기는 거셌다.
“상황은 어떤가요?”
내가 그리 묻자, 굵은 빗줄기 사이로 무언가가 신기루처럼 일렁였다. 그리고 그 신기루는 이내 하나의 인영이 되었다.
“보고 전에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이번 백령도 합숙 기간 동안 내 보호를 맡은 여섯 명의 그림자 중 한 명.
그 중에서도 이번 백령도행의 지휘를 맡은 분대장. 민장현.
그가 우리 둘을 감싸는 범위로 결계 마법을 펼쳤다.
혹시 모를 정보 누출을 대비한 결계였다.
“보고하겠습니다. 현재 연구소 내부엔 아무런 반응도 없습니다. 현재 연구소는 텅 빈 것으로 판단됩니다.”
결계를 모두 펼친 민장현이 보고를 시작했다.
“확실한가요?”
“네. 몇 번이고 호출해 봤지만, 아무 대답도 없습니다. 내부에 누군가가 움직이는 듯한 기척도 없습니다. 생체 신호 확인도 해 봤습니다만, 그것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 정도면 진짜 비어있다는 거네요.”
“예.”
의심이 가중됐다.
지금 이 타이밍에 연구실이 텅 비다니.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연구소장이 섬을 떠난 것도 확실하고요?”
“예. 연구소장이 연구원 한 명과 함께 배를 탄 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습니다. 여기, CCTV 영상입니다.”
민장현이 홀로그램 영상을 투사했다.
연구소장과 어떠한 남성이 배에 타는 영상이었다.
“연구소장과 함께 떠났다는 연구원은 누구인가요?”
“이 남자입니다.”
또 다른 각도에서 찍힌 사진.
이 사진에는 연구원의 얼굴이 확실히 찍혀 있었다.
“역시 이 사람이군요.”
사진 속 남자는 어제 날 연구소장실까지 안내해 준 연구원이었다.
“그리고 이건 인천항 쪽에서 내리는 두 명이 찍힌 CCTV 영상입니다.”
이 둘이 어젯밤에 섬을 떠났다는 말이지.
의심이 더더욱 가중됐다.
‘대체 뭐지?’
모든 게 의문이었다.
흑색 마탑은 대체 왜 이 타이밍에 연구소를 비운 것일까.
지금 이 타이밍에 섬을 떠날 이유가 있나?
‘왜?’
온갖 가설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결론을 낼 수는 없었다.
‘답을 내기엔 정보가 부족해.’
가설은 가설일 뿐. 이렇게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선 뭐라 결론을 낼 수가 없다.
‘뭔가 새로운 정보가 필요해.’
10시간이나 시간이 남기도 했고. 흑색 마탑의 간부라는 최대의 위협이 사라지기도 했겠다.
여러모로 정보를 모으기 좋은 상황이다.
뭐라도 조사를 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도련님.”
민장현의 말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저는 다시 원래 임무로 돌아가 보겠…….”
그렇게 민장현이 내게 임무 복귀 보고를 하려고 할 때였다.
피이이이이이이잉-!!
“……윽!”
소름끼치는 소리가 울리며, 남자의 말을 지웠다.
‘이건…… 마나의 공명음?’
내 인피니티 서클에서 나는 청명한 공명음과는 전혀 다른, 격렬하고 거친 공명음.
마나와 마나끼리 격돌하고 마찰하며 발생하는 마나의 비명소리였다.
그 소리가 얼마나 강렬한지, 누군가가 내 반고리관을 직접 쥐고 흔드는 듯한 충격이었다.
“……? ……!”
떨리는 시야 사이, 그림자가 당황한 얼굴로 뭐라 뭐라 소리치는 것이 보였다.
물론 마나의 공명음에 묻혀, 뭐라고 하는진 전혀 들리지 않는다.
‘왜 저렇게 멀쩡하지? 이 소리가 안 들리는 건가?’
그림자는 아주 태연했다.
그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했다.
남자가 다급한 표정으로 폰을 들었다.
내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고 판단하고, 김석현이나 아버지에게 보고를 하려는 걸 테지.
“전 괜찮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남자에게 일단 대기하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
내 제스처에 남자가 일단 행동을 멈췄다.
피이이잉…….
그렇게 약 5초의 시간이 흘러.
마나의 비명이 완전히 멎었다.
“……후우.”
이제 좀 살겠네.
아직 반고리관이 얼얼하지만, 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다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행히 고막도 나가지 않은 모양이다.
“예. 괜찮습니다. 일시적인 거였어서…….”
“아, 다행입니다.”
남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보다 방금 그 소리. 못 들으셨습니까?”
“소리요?”
“네. 연구소 쪽에서 난 소음이요.”
“아뇨. 빗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못 들었습니다.”
남자가 금시초문이라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 아예 못 들었습니까? 저쪽 연구소 방향에서…….”
그렇게 말하며 연구소를 가리키고 시선을 그리로 돌렸을 때였다.
내 눈이 휘둥그레 졌다.
“……뭐야, 저건.”
“도련님?”
연구소 쪽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의 양이 심상치 않다.
대체 연구소 안에 마나가 얼마나 가득 찬 건지, 연구소의 결계 사이사이로 마나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마치 터지기 직전의 풍선을 보는 느낌이었다.
이번엔 또 뭐야?
‘신안(神眼).’
일단 상황 파악을 위해 빠르게 신안을 개안했다.
그리고 신안이 연구소 주위의 마나를 확인한 순간.
내 동공이 한층 더 확장되었다.
‘마나 밀도가 무슨…….’
연구실에서 흘러나오는 마나가 범상치 않다.
저건 경악스럽다 못해 경이로운 마나량이다.
마나의 양만 이상한 게 아니다. 마나의 질도 이상하다.
‘마나가 아주 불안정하고 혼돈스러워.’
마나가 아주 예민하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 오른 사람이 저런 느낌일까.
진짜 톡 치면 펑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다.
폭발하지 않는 게 기적이다.
‘……잠깐만.’
폭발? 예민해?
내 뇌가 다시금 팽이처럼 회전했다.
‘맞아. 분명히…….’
이전에 세운 가설에 이번에 새운 정보를 추가로 기입해서 새로운 가설을 세운다.
‘농도 짙은 대기 중의 마나.’
‘연구소의 보호 결계를 뚫고 뿜어져 나온 방대한 양의 마나.’
‘터지기 직전의 풍선 같은 감각.’
‘비명소리를 연상케 하는 마나의 공명음.’
‘그리고 신안으로 확인한 마나의 불안정한 상태.’
결론은 금방 나왔다.
‘마나 재해.’
이건 모두 어떠한 마나 재해의 전조 현상이다.
‘그 중에서도 마나 폭발의 전조야.’
다시 내 생각이 가속했다.
흑색 마탑이 노리는 게 마나 폭발을 인위적으로 일으키는 거라면, 지금 이 상황은…….
‘……그렇게 된 거구나.’
흑색 마탑의 속셈이 뭔지.
저 연구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이번 일의 배후가 누구인지.
모두 확실히 알겠다.
그럼 지금 내가 해야 할 것은.
“연구소에 좀 들어가야겠네요. 저 결계. 뚫을 수 있나요?”
“……예?”
* * *
마도신가 특수 부대 그림자 소속 대원 민장현.
현재 신하율의 보호를 맡은 그림자들 중, 가장 높은 권한을 지닌 분대장인 그는 현재 실시간으로 혼란에 빠져 있는 상태였다.
‘진짜 이게 맞는 건가?’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고 표현해도 아무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세차게 내리는 비.
그 비를 맞으며 신하율이 연구소 벽면에 손을 대고 있다.
빗줄기가 거세게 때리고 지나가든 말든 전혀 신경도 안 쓰인다는 듯이, 그저 눈을 감고 손끝의 모든 감각에 집중하고 있다.
아마도 마나 순환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신하율의 주위에 흩날리는 마나의 잔재가 그 증명이다.
만약 이 광경을 다른 곳에서 봤으면, ‘역시 하율 도련님은 마나 순환도 격이 다르구나.’라고 감탄했을 테지.
그래.
이 광경을 다른 곳에서 봤다면 말이다.
‘연구소의 결계를 뚫고 무단으로 잠입하겠다니.’
저 마나 순환이 이 연구소의 방어 술식을 파괴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 아마 진심으로 감탄했을 것이다.
“후우우우…….”
신하율이 심호흡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깊은 호흡.
5서클 유저인 민장현의 눈에도 훤히 보일 정도로 밀도 높은 마나가 신하율의 속으로 스며든다.
그 간단한 광경조차 아름다울 정도로 깔끔하다.
‘도련님은 갑자기 왜 연구소에 잠입하겠다는 말을 하신 거지?’
그 광경을 바라보던 민장현의 눈이 다시금 떨렸다.
‘연구소장을 관찰해 달라는 부탁도 그렇고. 역시 이 연구소에 뭔가가 있는 건가?’
일단 저렇게까지 하는 걸로 봐서 이 연구소에 뭔가가 있는 건 확실해 보인다.
중요한 건 이 연구소에 대체 무엇이 있느냐, 무엇이 있기에 저렇게 무단 침입까지 강행하고 있느냐다.
‘아니, 그 전에 이 방어 술식을 뚫을 수는 있는 건가?’
민장현이 조금 고개를 들어, 신하율이 손을 짚고 있는 연구소를 전체적으로 살폈다.
대충 봐도 엄중해 보이는 결계가 사방팔방을 다 지키고 있다.
민장현이 익히 알고 있는 최신식 결계였다.
‘720개 마법식의 병행 구조로 이루어진 최신식 보안 결계. 이걸 뚫는 덴 김석현 님도 10시간은 족히 걸려.’
연구소는 값비싼 실험 자재와 연구 결과가 모여 있는 보물창고다. 그런 연구소를 지키는 결계가 허술할 리가 있겠는가.
어지간한 방법으론 이 결계에 기스도 내지 못 한다.
‘최근에 5서클이 되셨다곤 하지만, 고작 그 정도로 뚫을 수 있는 결계가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신하율이 이 결계를 뚫는 건 불가능하다.
민장현은 그렇게 확신했다.
그러나 신하율은 그런 민장현의 확신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뚫겠습니다.”
그 짧은 말은 자신감과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파직, 파지지지직!
신하율의 신체에서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720개의 마법식으로 이루어진 병행 결계. 아무리 바이테너식이 사기라곤 해도, 지금 내 경지로 이걸 모두 파괴하는 건 불가능해.’
하지만.
‘720개 중 한 개의 구조식을 붕괴시키는 것 정도는 거뜬하지.’
이 방어 술식의 구조는 이미 알고 있다.
꽤나 유명한 범용 결계이기에 확실히 외워뒀다.
그리고 그 어떤 뛰어난 마법일지라도, 구조를 알고 있는 이상 그것은 더 이상 마법이 아니게 된다.
‘파훼(破毁).’
신하율의 마나가 포착한 마법의 빈틈을 꿰뚫었다.
720개의 병행 마법식 중에 딱 하나의 마법식.
그것이 신하율의 마나에 영향을 받아 붕괴되었다.
파훼는 성공했다.
720개의 마법식 중, 하나가 완전히 박살났다.
물론 720개 중 하나가 부서진다고 해도 결계가 와르르 부서지거나 하진 않았다.
이 결계는 그렇게 허술한 구조가 아니다.
‘평소였다면 한 개의 마법식을 부숴 봐야 아무 의미도 없었을 테지만…….’
병행 술식 결계는 자동 수복이란 특징이 있다.
하나의 마법식이 파괴되도, 남은 719개의 마법식이 파괴된 마법식을 순식간에 수복시킨다.
‘하지만 지금은 자동으로 수복이 될 만한 상황이 아니야.’
결계 내부의 마나는 이미 과포화라는 수준을 넘어서 한계치에 접어든 상태다.
결계를 뚫고 마나가 밖으로 새어나올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속이 가득 차 있는 결계에 작은 구멍을 내면 어떻게 될까.
답은 간단하다.
‘파괴된 마법진을 중심으로 붕괴하기 시작한다.’
한껏 부풀어 오른 풍선에 바늘을 찔러 넣는 것과 같다.
작은 파괴는 곧 전체의 파멸을 불러온다.
키깅! 키기기긱!
결계 내부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 같기도 하고, 무언가가 일그러지는 소리 같기도 했다.
“뒤로 좀 물러납시다.”
“네?”
신하율이 곧바로 뒤로 몸을 날렸다.
‘포기하신 건가?’
민장현이 의아하단 표정으로 신하율을 따랐다.
그리고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 그 순간.
파직, 파지직!
마치 전류가 튀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쨍그랑-!!
이어 마치 유리가 깨지는 듯한 파공음이 뒤따랐다.
거대한 교회를 가득 채우고 있던 스테인글래스가 단번에 부서지면 이런 소리가 날까.
“…….”
연구소를 뒤덮고 있던 결계가 산산이 부서져 마나의 잔해로 변해 흩날리고 있다.
마치 푸른색 벚꽃잎이 사방을 가득 채운 것 같았다.
“……말도 안 돼.”
그 광경을 바라보며 민장현이 입을 쩍 벌렸다.
‘정말로 저 병행 결계를 파괴했다고? 대체 어떻게?’
민장현이 떨리는 눈으로 신하율을 바라봤다.
“갑시다.”
신하율은 그런 민장현의 놀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연하게 앞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민장현은 그런 신하율을 뒤따라 연구소 내부로 들어섰다.
* * *
연구소 안은 아주 조용했다.
인기척이고 뭐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말 그대로 텅 비어있다.
“도련님.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긴 말입니다만, 정말 이렇게 막 들어와도 되는 건가요?”
내가 진짜 결계를 부술 거라곤 생각도 못 한 것일까.
민장현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문제가 될 경우엔 제가 책임질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나는 주위를 샅샅이 살피며 적당히 대답했다.
“뭐, 칭찬을 받으면 받았지, 책임질 일은 없을 테지만요.”
“대체 이 연구소에 뭐가 있는 겁니까?”
“폭탄이요.”
“폭탄…… 말입니까?”
“예. 그것도 이 백령도를 한번에 소멸시킬 위력을 지닌 폭탄.”
경악으로 몸이 굳은 남자를 뒤로하고, 나는 주위를 살폈다.
여기가 제일 마나가 짙은 것으로 봐서, 분명 이 근처에 있을 텐데.
“그건 대체 어떤 폭탄인가요?”
“백문이 불여일견. 보시면 아실 겁니다.”
찾았다.
여기가 지하로 가는 입구다.
“여기. 비밀 통로가 있습니다. 여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런 건 전문이시죠?”
“아, 예. 찾아보겠습니다.”
민장현이 내가 지시한 곳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만졌다.
이런 유의 잠입에 익숙한 듯, 전문적인 장비까지 꺼냈다.
그렇게 약 10분이 흘러.
“찾았습니다. 이거네요.”
민장현이 서랍장 뒤쪽의 숨겨진 버튼을 찾았다.
그것을 누르자, 굉음과 함께 지하로 이동하는 문이 덜컥 열렸다.
“갑시다.”
“예.”
우리는 천천히 지하로 내려갔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건물 층수로 따지면, 10층 가량은 내려 온 거 같은데.
“백령도 중앙 연구소에 이런 지하 시설이 있다니…….”
민장현의 표정이 더더욱 심각해 졌다. 이 연구소에 심상치 않은 무언가가 있다는 걸 확신한 듯하다.
그렇게 한참을 더 내려가.
“도착했네요.”
우리는 최하층에 도착했다.
“도련님, 이건…….”
“예.”
백령도 지하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는 이 섬의 심장.
모든 영맥의 시작점.
“백령도의 영핵입니다.”
마나의 근원, 영핵.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한 상태네요.”
그것이 폭주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