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6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64화(64/466)
영핵.
백령도를 비롯한 여타 마나 농도가 짙은 지역에 존재하는 고농도 마나 에너지원.
보통 지하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아, 지맥을 통해 마나를 대기 중으로 뿜어내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핵의 마나 분출구가 바로 영맥이며, 이 영맥이 다수 생성된 지역의 마나 농도는 여타 지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승하게 된다.
“설마 영핵을 발굴해서, 연구하고 있었다니……. 백령도 연구원들이 제대로 미쳤군요.”
“……예.”
영핵의 연구는 터부시 되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일단 위험하다는 것.
생각해 봐라. 영핵은 해당 지역의 마나 농도를 크게는 두 배 까지 늘려주는 무지막지한 에너지원이다.
그런 걸 연구하는 게 안전할 리가 있겠는가.
실제로 어떤 나라가 위험을 등한시하고 영핵을 연구했다가, 잘못 건드리면서 그대로 나라의 반이 소멸하기도 했다.
영핵을 건드는 건 그만큼 위험한 짓이다.
“그보다 이걸 어떻게 찾은 걸까요?”
“그러게요.”
물론 위험하다는 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고작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연구원들이 이런 천혜의 마나 탱크를 연구하는 걸 포기할 리가 있겠는가.
연구원들이 영핵의 연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주된 이유는, 바로 영핵을 찾는 게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맨틀을 넘어 외핵에 가까운 위치에 박혀 있는 영핵이 많고.
혹여 가까운 곳에 묻혀 있더라도 워낙 광범위하게 마나를 뿜어내다보니 위치를 특정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영핵을 돌출해 냈는데도 기능을 멈추지 않은 건, 이걸로 두 번째죠?”
“네. 첫 번째는 이제 이 세상에 없으니, 남아 있는 건 이것뿐이네요.”
그리고 마지막 이유.
영핵은 보통 발굴과 함께 그 힘을 상실한다.
영핵을 둘러싸고 있는 지반의 구조가 변화하게 되면서 영핵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말인즉, 기껏 힘들게 찾아내도 영핵을 연구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영핵의 연구는 불가능하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 되었다.
위험하고, 찾기도 힘들고, 찾아도 기능을 상실하는데, 연구를 할 방법이 있겠는가.
‘진짜 설마설마했는데.’
그래서 내가 백령도에서 발생한 이변이 영핵의 연구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못 한 것이다.
“그럼 최근에 마나 농도가 짙어진 건…….”
“예. 연구소에서 영핵을 연구하기 시작한 뒤부터겠죠.”
지금도 절찬리에 폭주하고 있는 영핵. 딱 봐도 뿜어내고 있는 마나량이 범상치 않다.
“그럼 연구소장과 연구원이 섬을 떠난 건…….”
“더 이상 제어할 수 없게 됐으니, 터지기 전에 조용히 발을 뺀 겁니다. 튄 거죠.”
“영핵을 이렇게 방치해 두고요?”
“예. 영핵을 연구했다는 게 들통나면, 다 같이 손잡고 나락으로 떨어질 테니까요. 그냥 방치해서, 폭발하게 두고. 백령도의 소멸은 원인 불명의 마나 폭발 때문이란 걸로 해 두자. 그럼 자신들은 살 수 있다. 대충 뭐 이런 거겠죠.”
나는 적당히 민장현이 납득할 수 있게 둘러댔다.
이번 사태의 주범이 흑색 마탑이라는 건 말할 수 없기에, 이렇게 둘러 대는 게 최선이었다.
“그 쓰레기 같은 새끼들이…….”
민장현이 이를 까드득 갈았다.
“후우…….”
민장현이 깊게 숨을 내쉬며 분노를 토해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둘 중 하나네요. 일단 이 영핵에 관한 걸 공론화해서, 다 같이 대피하거나.”
기상이 안 좋고, 마나선의 여유가 없고, 다 필요 없다.
이런 비상 상황이라면 이쪽으로 배던 헬기던, 비행 마법을 쓸 수 있는 고위 마법사던 다 보내 줄 거다.
“이 영핵의 폭주를 가라앉혀서, 폭발을 막거나.”
아니면 이 영핵을 진정시킨다는 방법도 있다.
“현실적으로 방법은 대피밖에 없군요.”
“예. 그렇죠.”
이미 폭주하기 시작한 영핵을 안정화시키는 건 힘들다. 선택지는 사실상 대피밖에 없다.
“문제는 시간인데…….”
나는 다시금 신안을 개안했다.
“……윽!”
동시에 머리가 핑 돌았다.
눈을 부여잡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영핵이 뿜어내는 마나에 압도되었다. 잔인하리만큼 방대한 마나의 정보량을 신안은 미처 처리하지 못 했다.
“도련님!?”
“괘, 괜찮습니다. 마나를 너무 많이 받아서 그런가, 잠시 어지러워진 것뿐이에요.”
나는 필사적으로 다시 눈을 떴다. 영핵이 뿜어내는 마나가 보인다. 여전히 머리가 아프긴 한데, 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역시. 1시간도 안 남았네요.”
“1시간도 안 남았다뇨?”
“이 영핵이 폭발할 때까지 남은 시간이요.”
“이, 이게 1시간 내에 터진단 말입니까? 그렇다는 건…….”
“예.”
나는 신안을 비활성화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대피는 불가능할 거 같습니다. 시간이 부족해요.”
대피하기엔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대피가 불가능하다면 남은 방법은…….”
“네. 영핵을 안정화시키는 수밖에 없습니다.”
“영맥의 안정화라니……. 그런 게 가능한가요?”
“……어떻게든 해 봐야죠.”
나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생각을 가속시켰다.
다행히 아예 손도 발도 못 쓸 만한 상황은 아니다.
내 지식과 얻은 정보, 그리고 신안이 있다면 가능할 터다.
‘이 영핵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내 머릿속에 있는 영핵에 대한 정보와 현재 신안으로 파악한 영핵의 상태.
그리고 내가 최근에 얻은 정보들을 모조리 통합해서 방법을 찾는다. 지금의 내게 마냥 불가능한 일은 아닐 터다.
“민장현 씨. 일단 그림자 분들 불러서, 연구소를 샅샅이 뒤져 주시겠어요? 뭐라도 좋습니다. 이 영핵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정보는 다다익선.
가능한 한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좀 더 확실하게 영핵을 진정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서.
“예. 알겠습니다!”
민장현이 빠르게 1층으로 달려가며, 중얼거렸다.
“이쪽은 A1. 긴급 상황. 모두 집결하라. 다시 말한다. 긴급 상황이다. 모두 집결…….”
민장현의 목소리가 빠르게 멀어져 갔다.
* * *
“……뭐?”
한편 그 시간, 서울 마도신가 소속 계열사 건물의 사장실.
신인혁은 김석현의 보고를 듣고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백령도의 영핵이…… 폭발하려 한다고?”
“예. 장현이에게 온 연락입니다. 여기, 마찬가지로 장현이가 보낸 사진입니다.”
신인혁이 건네받은 사진을 빠르게 훑었다.
확실히 영핵이었다.
“백령도 중앙 연구소 지하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합니다.”
“이걸…… 어떻게 찾은 거지?”
이중적인 의미가 담긴 물음이었다.
이 영핵을 연구원들이 어떻게 발견했는가.
그리고 연구원들이 폭주 상태로 버리고 간, 영핵을 신하율이 어떻게 찾았는가.
“그…….”
김석현이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계열사 사장에게 눈치를 줬다.
“크흠. 전 잠시 나가 있겠습니다.”
계열사 사장이 크흠 헛기침을 하며 방을 나섰다.
사장이 나간 뒤, 김석현이 주위에 소리 차단 결계까지 펼쳤다.
“연구원들이 영핵을 어떻게 찾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폭주하여 방치된 상태의 영핵을 찾은 건 하율 도련님이라고 합니다.”
“하율이가? 어떻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미처 거기까진 묻지 못 했습니다.”
“상황은 심각한가?”
“예. 이 또한 하율 도련님이 하신 말씀이라고 합니다만……. 백령도의 영핵이 폭발하기까진 앞으로 1시간도 채 안 남았다고 합니다.”
“……1시간?”
신인혁의 표정이 한층 더 심각해 졌다.
“대피는?”
“자력으론 불가능하다는 보고입니다. 악천후로 배는 뜰 수 없고, 하나밖에 없는 마나선도 고장 났다고 합니다.”
“피난선을 보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시간이 부족합니다. 마찬가지로 헬기도 불가합니다.”
“비행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는?”
“현재 백령도에 6서클 이상 마법사는 없습니다.”
신인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럼 남은 방법은 비행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를 파견하는 것뿐인가…….”
“아쉽게도 그것도 불가능합니다. 마찬가지로 시간이 부족합니다. 거리가 거리이기에, 어지간한 마법사들론 1시간 이내에 백령도에 도착하지도 못합니다.”
“7서클 이상의 마법사들이 움직이면 가능할 텐데.”
“평소라면 가능했을 겁니다만, 지금은 불가능합니다.”
김석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현재 백령도를 감싸고 있는 폭풍우가 백령도 인근의 마나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그건……. 영핵이 내뿜는 마나 때문인가?”
“예. 아무래도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는 건…….”
“……예. 혹여 가주님께서 직접 백령도로 향하신다고 해도, 시간 내에 도착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현재 백령도에 가 있는 하율 도련님과 그 일행을 대피시킬 방법은 없다.
* * *
“예. 알겠습니다. 이쪽에서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민장현이 짧은 전화를 마치고, 내게 다가왔다.
“석현 아저씨가 뭐라고 하시나요?”
“……남은 시간 이내에, 구출선을 보낼 방법은 없다고 하십니다.”
“역시 그렇군요.”
혹시나 석현 아저씨와 아버지라면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안 되는 건 안 되는 모양이다.
“역시 백령도 주변의 마나가 괴리를 일으키고 있다고 하던가요?”
“……예. 폭풍을 타고 꽤나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모양입니다. 범위가 너무 넓어서, 신인혁 가주님도 시간 내에 백령도에 도착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버지가 오셔도요?”
“네. 8서클 마법사이신 신인혁 가주님도 도저히…….”
“아뇨. 그, 8서클 마법사가 문제가 아니라. 아버지가 직접 오시려고 했다고요?”
“예? 예. 가능하다면, 그럴 생각도 있으셨다고 합니다.”
“…….”
“왜 그러십니까?”
“아뇨. 그냥…….”
진심으로 놀랐다.
그 아버지가, 나를 구하기 위해 서울에서 여기까지 날아 올 생각을 하시다니.
그만큼 나에게 거는 기대가 크시다는 방증이겠지.
뭔가 기분이 묘하다.
“도련님?”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고개를 흔드는 것으로 상념을 털어냈다.
“그보다, 아델라 쪽은 어떻게 됐나요?”
“아, 바로 앞까지 도착하셨다고 합니다.”
“도착하면 바로 이쪽으로 오라고 해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현재 상황에 관한 건, 아델라를 포함해 선배들과 교관님들에게도 다 알렸다.
딱히 불안해하라고 알린 건 아니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기에 알렸을 뿐.
“그 이후로, 또 뭐 찾은 건 없나요?”
“예. 연구소 내부를 샅샅이 살펴봤습니다만, 다른 건 없었습니다. 조금 전에 전해드린 연구일지가 마지막입니다.”
“그렇군요.”
“……혹시 뭐가 부족한가요?”
“아뇨. 부족하진 않습니다. 영핵의 폭주를 막을 작전의 구상은 이미 끝났습니다.”
이미 작전 구상은 끝났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 보다 좋은 작전은 없다.
나머진 행동으로 옮기는 것과, 잘 되길 비는 것뿐이다.
“그럼 어째서 다른 일지에 대한걸……?”
“그냥. 연구 결과 외에 좀 궁금한 게 있어서요.”
“궁금한 거요?”
“예. 영핵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연구소 자체에 대한 정보라고 해야 하나요.”
이 연구소와 흑색 마탑을 연관 지을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하다.
그런 증거만 남아 있다면, 신지한을 옭아 멜 수 있다.
“아! 도망간 연구원들에게 정의의 철퇴를 가하기 위해서군요. 역시 도련님이십니다.”
“……예. 뭐, 그렇죠.”
민장현이 뭔가 오해를 하는 것 같지만, 뭐라 부정할 말이 없어서 그냥 놔두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남은 시간 동안 이 연구소에 대한 정보가 남은 게 없나, 샅샅이 살펴보겠습니다.”
“예.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끝으로 민장현이 다시 1층으로 올라갔다.
영핵에는 또 다시 나 혼자만이 남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폭발해 버릴 것만 같은 영핵.
나는 그 영핵을 바라보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
‘신지한. 진짜 제대로 선을 넘는구나.’
분노가 다량 포함되어 있는 뜨거운 숨.
흑색 마탑에게 영핵을 폭파시키라는 의뢰를 한 내 형, 신지한을 향한 분노를 가득 머금은 한숨이었다.
‘나 하나를 죽이기 위해서, 섬 하나를 지우려고 해?’
이번 일의 배후는 신지한이다.
증거는 없지만 확실하다.
흑색 마탑이 미쳤다고 의뢰도 받지 않고 영핵의 축을 비틀어 폭발시키려는 짓을 하겠는가.
신지한에게 의뢰를 받고, 나를 사고사로 위장해 죽이기 위해 이런 짓을 꾸민 게 분명하다.
무려 흑색 마탑의 ‘간부’가 나선 일이기도 하고.
100% 확실하다.
‘……하루라도 빨리 신지한을 끌어 내려야겠어.’
신지한을 계속 그 위치에 두면, 마도신가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하루라도 빨리 신지한을 끌어내려야 한다.
그리고 그걸 위해선 일단, 이번 위기부터 넘겨야겠지.
“후우.”
나는 일단 분노를 잊고, 정신을 차갑게 가라앉혔다.
‘……잘 되면 좋겠는데.’
나는 사이드백에 담겨 있는 이번 사건 해결의 열쇠.
비약, ‘마나의 축복’을 네 병을 어루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