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6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65화(65/466)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가 모였다. 나는 모두에게 짧고 간략하게 현재 상황에 대한 설명을 했다.
“상황은 다들 이해하셨죠?”
“…….”
“…….”
요동치는 영핵을 앞에 두고, 선배들이 말을 잃었다.
내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아니, 이해는 했지만, 머리가 받아들이지 못 하고 있는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저게 영핵이고……40분 뒤에 대폭발을 일으킨다는 거죠?”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아델라였다.
“어.”
“탈출 방법은 없고.”
“없어.”
“살기 위해선, 저 영핵의 폭주를 막는 수밖에 없는 거고요.”
“그렇지.”
“…….”
아델라가 다시 말을 잃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시발.”
조용히 듣고 있던 진희윤이 욕설을 뇌까렸다.
얼굴에 절망의 암운이 깊게 드리웠다.
“한 마디로 40분 뒤에 다 같이 뒤진다는 거잖아.”
“…….”
“…….”
공기가 더 무거워졌다.
다들 절망한 듯 어두운 얼굴로 고개만 푹 숙이고 있다.
교관들도 마찬가지였다.
“영핵의 폭주라니…….”
“……끝이군.”
영핵에 대한 걸 더 자세히 아는 만큼, 교관들의 절망은 학생들과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깊었다.
두 명을 제외하곤 다들 절망하고 있다.
“……방법은?”
절망하지 않은 두 명 중 한 명.
순찬이가 굳은 얼굴로 물었다.
“하율이 네가 아무 생각도 없이 우릴 여기에 부르진 않았을 거 아냐. 방법이 있는 거지?”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도, 끝까지 내게 무한히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 신뢰가 조금 기뻤다.
“어. 있어.”
“그 방법이 뭔가요?”
절망하지 않은 두 명 중, 남은 한 명. 아델라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순찬이와 마찬가지로,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겠다는 눈빛이었다.
짝-!
나는 크게 박수를 치는 것으로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다들 집중해 주세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선배들과 교관님들이 다시 고개를 들어 내게 시선을 집중했다.
“방금 들으셨겠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다소 위험한 방법이긴 합니다만, 성공만하면 영핵의 폭주를 확실히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방법이…… 있다고?”
“예. 있습니다.”
나는 선배님들, 교관님들과 차례대로 눈을 맞췄다.
내 진실 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믿어주세요. 제가 지금까지 헛소리를 한 적이 있던가요?”
“…….”
“…….”
내 눈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 모두의 눈동자에서 서서히 빛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래……. 생각해 보면, 네 성격에 아무 이유도 없이 우리를 여기에 부를 리가 없긴 하지.”
절망하는 게 빠른 만큼, 회복하는 것도 빠르다는 듯.
진희윤이 가장 먼저 의지를 되찾았다.
다른 사람들도 차례차례 의지를 되찾았다.
방법이 있다는 내 말에 다들 희망을 되찾은 것이다.
어두컴컴했던 분위기가 단숨에 사라졌다.
“좋아. 설명해 봐. 그 방법이란 게 뭐야?”
모두가 강렬한 시선으로 날 바라본다.
“시간이 없으니 짧게 설명하겠습니다.”
나는 사이드백에서 ‘마나의 축복’을 꺼내 모두에게 보였다.
“이건 섭취한 자의 마나 흡수량을 대폭 상승시켜 주는 비약입니다.”
“……비약?”
갑자기 여기서 왜 비약을 꺼내는지 의아하다는 표정들이다.
“그게 왜?”
“이걸 이용하면, 영맥을 통해서 영핵의 마나를 외부로 뿜어내는 게 가능합니다.”
“……뭐?”
힌트는 백령도 합숙 첫 날밤.
영맥에 앉아서 마나의 축복을 섭취한 후. 갑작스레 마나 범람이 발생해서 죽을 뻔했던 날.
그 날의 사건이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였다.
“그게 어떻게 돼?”
“현재 영핵의 마나는 아주 불안정합니다. 당연히 영핵의 마나를 외부로 뿜어내는 영맥도 불안정해 졌고요.”
“그런데?”
“그런 불안정한 영맥 위에서, 이 비약을 섭취한 채로, 직접 마나를 빨아들이면 어떻게 될까요?”
“……글쎄?”
모두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교관님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폭주 상태인 영핵의 마나가 비약의 영향을 받아, 불안정한 영맥으로 대량으로 이동…… 그럼 안 그래도 불안정했던 영맥의 길은 더 과열되어 불안정해지고…… 그렇게 되면…….”
유일하게 아델라만이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혹시 영맥도 폭주하게 되나요?”
“맞아.”
심지어 정답이다.
“아델라의 말처럼, 영맥도 폭주하게 되고. 영맥은 마나 범람을 일으키게 됩니다.”
합숙 훈련 첫 날의 마나 범람이 발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영핵의 폭주와 마나의 축복이 만나 발생한 필연이었다.
“영맥에서 마나 범람이 일어나면, 현재 영핵 속에 가득 차 있는 불안정한 마나가 영맥을 통해 대기 중으로 솟구치게 되겠죠. 그러면 당연히…….”
“……영핵은 안정화 된다?”
“네. 진희윤 선배님의 말처럼, 안정화됩니다.”
“근데, 영맥을 하나 폭주시킨다고 영핵이 가라앉을까요?”
아델라가 또 다시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나는 사이드백에서 남은 세 병의 마나의 축복을 마저 꺼냈다.
“비약은 총 네 병 있어. 즉, 네 개의 영맥을 폭주시키는 데 성공하기 만하면, 영핵은 확실히 안정화 돼.”
“아. 네 병이었군요.”
아델라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이해하셨습니까?”
다들 침묵했다. 그리고 여기서 침묵은 곧 긍정이었다.
“그럼 위험하다는 건 무슨 말인가요?”
아델라가 다시 물었다.
이번에도 좋은 질문이었다.
“말했듯이, 영맥을 폭주시키려면 누군가가 이걸 섭취하고 그 위에 앉아서 마나 순환을 해야 해. 당연히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양의 마나가 몸속에 들이닥칠 거고.”
“……비약을 섭취한 네 명의 마나가 폭주할 위험이 있다는 거네요.”
“맞아. 실수하면 마법사로서의 생명만이 아니라, 목숨까지 잃게 될 거야.”
폭주를 시켜야 하는 건, 영맥이지 사람이 아니다.
만약 이 비약을 섭취한 자가, 영맥에서 폭주가 발생하기 전에 정신을 잃고 마나 폭주 상태에 빠지게 되면, 그걸로 끝이다.
영맥은 그 이상 과열되지 않고, 폭주하지 않는다.
“……즉, 섭취하는 네 명의 마나 순환 컨트롤 능력이 이번 작전의 핵심이라는 거네.”
“예. 맞습니다. 만약 네 명 중 한 명이라도 컨트롤에 실패하면, 작전은 실패입니다.”
영맥에서 마나 범람이 일어나기 전까지, 마나 순환을 이어갈 수 있을 만큼의 컨트롤이 있는 사람을 네 명 뽑아야 한다.
“일단 한 명은 하율이 네가 할 거지?”
“아니. 나는 여기서 못 떠나.”
“……왜?”
“영맥을 폭주시킨다고 끝나는 게 아니야. 영핵을 최종적으로 안정화시켜야 해. 그리고 이 중에서 영핵을 안정시킬 수 있는 건 나뿐이야.”
“……아.”
모두가 납득한 듯했다.
“그럼 네 명을 뽑아야 한다는 거네.”
“일단 세 개는 우리 교관진 세 명이 맡지.”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교관들이 나섰다.
이 중에 가장 경지가 높고, 또 마나 컨트롤 능력이 출중한 사람은 교관들이다.
마나 컨트롤만 보면, 교관들이 나서는 게 낫다.
“아뇨. 안 됩니다.”
만약 교관들이 이 비약을 마실 수 있었다면 말이다.
“이 비약은 4서클 이하의 마법사에게만 효과를 발휘합니다. 교관님들은 섭취하실 수 없습니다.”
“그럴 수가…….”
교관들이 분하다는 듯이 입술을 짓씹었다.
“그럼 남은 건…….”
모두의 시선이 네 명에게 쏠렸다.
아델라, 강신우, 마진석, 진희윤. 4서클 유저 네 명이다.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나는 네 명과 한 번씩 시선을 맞추고 물었다.
“……뭐, 어쩌겠어. 해야지.”
“맡겨둬라.”
“예.”
차례대로 마진석, 강신우, 아델라가 답했다.
이제 남은 건 진희윤 뿐.
“…….”
진희윤은 답이 없었다.
누구보다도 빠르게 내 질문에 답해야 했을 사람이 끝까지 답을 하지 않고 있다.
혹시 겁을 먹고 있는 건가 싶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진희윤의 눈동자 속에 두려움이란 감정은 엿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건, 서클의 성취보단 마나 순환 컨트롤 능력이지?”
보이는 건 두려움이 아니라 냉정한 자기 관조에서 오는 분함뿐이다.
“네.”
진희윤이 살짝 입술을 짓씹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럼 나보다 순찬이한테 맡기는 게 나을 거야.”
“……네?”
순찬이가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떴다.
“뭘 놀라. 마나 컨트롤 능력은 나보다 네가 낫잖아.”
“그건…….”
순찬이는 부정하지 않았다.
순찬이도 알고 있는 거다. 자신의 컨트롤 능력이 진희윤 보다 좋다는 걸.
“신 리더도 그렇게 생각하지?”
“……예.”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건 아니지만, 순찬이가 조금 더 뛰어나긴 하다.
“사태가 사태인 만큼, 조금이라도 뛰어난 사람이 하는 게 맞다고 봐. 순찬이 넌 어떻게 생각해?”
“…….”
순찬이가 잠시 고민했다.
“예. 저도 그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고민은 짧았다. 순찬이가 결의에 찬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할게요. 내가 할게. 괜찮지?”
순찬이가 차례대로 진희윤과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와 진희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부탁할게.”
중대한 임무를 맡은 네 명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로 가면 돼?”
마진석이 물었다.
“자세한 위치는 여기, 이분들이 안내해 주실 겁니다.”
“이 분들?”
그 순간 주위에 네 개의 그림자가 일렁였다.
마도신가 암부, 그림자에 소속된 단원들만 사용할 수 있는 은신 마법. 그것이 풀리며 발생하는 이펙트였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따라오십시오.”
그림자들이 각자 맡은 사람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교관님들도 따라가 주십시오. 만에 하나 마나가 폭주할 것 같은 상황이 되면, 교관님들이 커버해 주세요.”
“그래. 그렇게 하지.”
“맡겨 둬.”
교관 셋이 각각 한 명씩 붙었다.
“순찬이의 커버는 민장현 씨가 맡아주세요. 가능하죠?”
“예. 맡겨주십시오.”
민장현이 남은 순찬이에게 붙는 것으로. 3명씩 4조가 탄생했다.
나는 각 조에 한 병씩 마나의 축복을 넘겼다.
“여기 한 병씩 받아 가시고,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갑시다.”
그렇게 12명이 모두 떠나고.
영핵에는 나와 진희윤 선배를 포함한 6명만이 남았다.
“우린 뭐 할 수 있는 거 없어?”
진희윤이 결의에 찬 얼굴로 물었다.
“물론 있습니다. 이쪽으로 와 주세요. 영핵의 근처에…….”
4조가 영맥에 도착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 * *
인천항 인근 호텔.
야외 수영장까지 딸려 있는 최상층 스위트 룸.
트키쉬는 밖을 바라보며 신지한과 전화를 하고 있었다.
―영핵의 폭주에 대한 걸 하율이가 눈치 챘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신지한이 세상 짜증난단 목소리로 따졌다.
“아무것도 안 할 겁니다.”
―뭐?
쏴아아아아아-!
백령도에서 시작된 빗줄기가 인천까지 닿았다.
점점 비가 거세지고 있다.
“아니, 말을 잘못 했네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무슨 말이지?
“현재 백령도는 완전히 고립되었습니다. 신인혁이 나선다고 해도 구출은 불가능합니다. 굳이 뭘 안 해도 신하율은 죽습니다. 아실 텐데요?”
굳이 지금 나서서 뭘 할 필요가 없다. 1시간 이내에 신하율은 백령도와 함께 소멸한다. 그게 운명이다.
“의뢰비를 좀 깎아 보겠다고 괜히 클레임 걸지 마십시오. 의도가 너무 뻔히 보여서, 솔직히 조금 불쾌합니다.”
트키쉬가 코웃음을 쳤다.
오냐오냐 해 주면서 대우해 주니까 누굴 호구로 보는 모양이다. 누가 호구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운 좋게 폭풍우가 불어서 일이 잘 풀린 것뿐인 주제에, 당당하기도 하군.
비가 쏟아진다.
하늘에 마치 구멍이라도 뚫린 양, 세차게 쏟아지는 비.
백령도에서 시작된 암운.
신지한은 이 폭풍이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
트키쉬가 같잖다는 듯이 웃었다.
“지금 이 타이밍에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는 게, 정말 우연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뭐?
“영핵이 폭발하기 직전에, 폭풍우가 불고. 마나선이 고장 나고. 정비사가 행방불명이 되고. 하물며 그 폭풍우가 영핵의 마나를 머금게 되고. 이게 전부 우연이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냐고 물었습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신지한이 헛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그 모든 게 다 미리 준비해 둔 거라고?
“반대로 묻고 싶군요. 왜 그 정도 준비도 안 해 뒀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트키쉬의 미소가 짙어졌다.
―…….
신지한이 침묵했다.
트키쉬의 용의주도함에 소름이 돋은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죠. 신하율은 1시간 이내에 확실히 죽습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트키쉬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그러니 쓸데없는 클레임 걸지 말고, 의뢰비나 제대로 준비해 두십시오. 아시겠습니까?”
영핵의 폭주를 가라앉힐 확률은 없다. 백령도에서 탈출할 방법도 없다.
고로, 신하율이 생환할 가능성은 0%다.
쏴아아아아아-!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
그것이 수영장에 부딪치며 나는 물소리를 들으며 트키쉬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암운이 가득 드리운 하늘.
썩 마음에 든다.
하늘을 온통 채운 검정이 흑색 마탑을 축복하는 듯했다.
“그럼 더 할 말이 없으면 끊…….”
그렇게 트키쉬가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였다.
“음……?”
―왜 그러지?
문득 저 멀리, 서해 너머의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암운이 가득 드리운 하늘에 아주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마치 검은색 도화지에 흰색 점이 찍혀 있는 것 같다.
저건 뭐지? 트키쉬가 눈에 마나를 집중해, 그 점을 확인했다.
‘빛?’
백령도의 하늘을 가득 채운 암운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내리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