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67)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67화(67/466)
백령도 영핵 폭주 사건이 해결된 후로 3일이 흘렀다.
[서해의 참극을 막은 젊은 영웅들!] [폭주 직전의 영핵을 감지한 것도 모자라, 영핵을 안정화시키기까지! 입이 쩍 벌어지는 대처에 각국의 대처 본부에서 진심 어린 극찬을 보내고 있어!] [영핵의 폭주를 눈치 채고, 연구소에 돌입하기로 결정한 건, 마도신가의 막내아들 신하율! 그는 어떻게 영핵의 이상을 눈치 챘나!] [백령도 중앙 연구소의 만행에 국민들 분개! 지금 당장 연구소에 소속되어 있던 연구원들의 명단을 공개하라!]3일이 흘렀음에도, 아직 각종 포털에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는 기사들.
그 사이에 유독 시선을 끄는 기사가 있었다.
[신하율 학생과 단독 인터뷰!] [조회수 : 105,445회]20분 전에 올라 온 기사임에도 조회수가 압도적이다.
신인혁은 그 기사를 열어,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호오.”
페이지를 내릴수록, 신인혁의 미소가 짙어져 간다.
아주 흥미롭다.
“왜 그러십니까?”
김석현이 넌지시 물었다.
신인혁이 저렇게 기뻐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보면 알 거다.”
신인혁이 폰을 조작해서, 홀로그램 투사 모드를 실행했다.
테이블 위에 기사가 홀로그램으로 투사되었다.
김석현이 빠르게 기사를 훑었다.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문장들이 있었다.
[……운 좋게 5서클을 엮는 데 성공해서…….] [……영핵의 이상을 감지한 건, 다 제 눈 덕분입니다. 저는 마나를 볼 수 있는 마안을…….] [……운이 좋았습니다. 당시 제가 영핵을 가라앉힐 수 있는 방법을 운 좋게 찾았었고…….] [……하하. 예. 제 마나 컨트롤 능력이 좀 좋아서요…….]김석현의 미소도 짙어졌다.
신인혁과 아주 똑같은 미소였다.
“장현이의 보고로, 이미 알고 있던 사실들이긴 합니다만……. 다시 봐도 참 대단하네요.”
5서클, 마안, 영핵의 폭주를 가라앉힌 재치와 지식, 모두가 감탄하는 마나 컨트롤 능력.
이 모든 걸 다 가지고 있는 게, 18살의 학생이라니.
다시 생각해도 대단하다.
“헌데, 가주님.”
김석현의 표정이 돌연 딱딱하게 굳었다.
“아무리 그래도 마안까지 공개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요?”
신하율은 현재 올림피아드를 앞두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자신의 패를 공개할 필요가 있을까.
그것도 마나를 보는 눈이라는 최고의 패를 말이다.
“5서클도 굳이 공개하실 필요는 없었을 것 같고……. 하율 도련님께서 영웅이란 칭호에 너무 들뜨신 게 아닐까 걱정됩니다.”
김석현이 아는 신하율은 여기서 자신의 패를 쉽사리 공개할 사람이 아니다. 영웅 취급을 받아서 마음이 들뜬 게 분명하다.
김석현은 그렇게 확신했다.
“하율이가 들떴다고?”
하지만 신인혁의 생각은 달랐다.
“그럴 리가. 하율이는 이 이상 없을 만큼 냉정한 상태다.”
신하율은 냉정하다.
아주 냉정하게 자신의 상황을 분석해서, 5서클과 마안을 공개하는 게 맞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군.”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견식이 부족하여, 가주님과 하율 도련님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 하는 것 같습니다.”
김석현이 고개를 숙였다.
5서클과 마안을 공개한 게, 어째서 냉정한 판단인지 모르겠다.
“모를 만도 하지. 석현이 너는 이런 정치적인 것에 유독 약했으니 말이야.”
“……송구합니다.”
신인혁이 픽 웃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좋은 패라는 것은 마냥 아낀다고 능사가 아니다.”
제 아무리 중요하고, 좋은 패라도 제때 사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좋은 패의 효과를 최대화 하려면 사용할 때를 잘 구분해야 한다.
“그 말씀은…… 하율 도련님이 지니신 5서클이라는 성취와 마안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공개하는 건, 지금이 적기였다는 말씀이십니까?”
김석현이 곧바로 신인혁의 속내를 읽고 답했다.
“그래.”
“하율 도련님의 목적은 올림피아드 금메달이 아닙니까? 지금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에 어떤 이득이……. 아.”
김석현이 말을 하다 말고, 무언가 깨달은 듯이 탄성을 내뱉었다.
“설마 다른 팀에게 의도적으로 정보를 준 건가요? 자신을 경계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래.”
본디 정보란 수중의 패와도 같아서, 감추기만 한다고 다가 아니다.
적절한 정보 공개는 상대를 혼란에 빠트리고, 머뭇거리게 하는 법.
“과연……. 무지 보다는, 진실 속에 숨은 거짓이 더 큰 무기가 된다. 이런 거군요. 이해했습니다.”
김석현이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헌데, 이건 양날의 검 아닙니까?”
“그래. 양날의 검이지.”
정보를 공개한다는 건, 결국 자신의 패 한 장을 까고 시작한다는 말과 같다.
이걸 잘 사용하면 묘수가 되겠지만, 조금만 실수하면 자충수가 된다.
고로, 이번 수는 모 아니면 도.
여차하면 자신을 벨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요컨대 이건 자신감의 표명이다.”
“자신감의 표명이요?”
“그래.”
신인혁이 씨익 웃었다.
당돌한 놈.
“자신이라면 양날의 검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그런 자신감 말이다.”
“아…….”
신하율은 자신이 있는 거다.
자충수를 두지 않을 자신이.
묘수를 둘 자신이.
“그리고 가문 내 인식을 끌어올리기에도 절호의 타이밍이다.”
“아.”
그랬다. 올림피아드 금메달은 소기의 목적일 뿐.
신하율의 진짜 목적은 마도신가의 주인이 되는 것.
그 목적을 생각하면 이번에 자신이 5서클이 됐다는 것과 마안을 지녔다는 걸 공개한 건, 말 그대로 신의 한 수다.
“도련님은 이번 일로 백령도를 지킨 영웅에, 최연소 5서클 유저, 동시에 김강인의 마안과 동급이라 평가받는 마안 보유자가 되었군요.”
“그래. 거기에 이번에 금메달을 따고, 거기에 MVP까지 따게 되면…….”
“한국 최초 올림피아드 우승자에 최연소 MVP까지.”
“그렇게 되면 이제 부적합자라는 사실이나, 1년 전의 부조는 문제가 아니게 되지.”
“예. 그렇게 되겠네요.”
부적합자인게 대수겠는가.
저 정도 타이틀이 있는데.
“듣고 보니, 정말 지닌 힘을 공개하기엔 최고의 타이밍이었네요.”
김석현이 진심으로 감탄한 듯,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리고 하나 더. 하율이는 아직 자신이 지닌 모든 패를 공개하지 않았어.”
“네, 네?”
김석현이 눈을 부릅 떴다.
“장현이의 보고서에 적혀 있던 연구소의 결계를 깬 정체불명의 힘.”
“아!”
예상컨대 과거 청색 마탑에서 주한욱과 싸웠을 때, 인페르노를 지워버렸던 그 마법과 같은 마법으로 추측되는 마법.
신하율은 아직 그 마법을 공개하지 않았다.
“즉, 공개할 건 공개했지만, 최후의 패. 비장의 한 수는 여전히 감추고 있다는 거군요.”
“그래. 누구 아들인지, 아주 음흉해.”
신인혁이 큭큭 웃었다.
벌써부터 올림피아드가 기대된다.
“…….”
김석현이 그런 신인혁을 바라보며 속으로 ‘부전자전’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렸다.
“그보다 그 건은 어떻게 됐지?”
“네? 아.”
김석현이 부랴부랴 서류를 꺼내 건넸다.
“여기, 백령도 중앙 연구소에 대한 조사 결과입니다.”
신인혁이 건네받은 보고서를 빠르게 훑었다.
“결과만 말씀드리면, 이번 사건은 하율 도련님을 노린 타살은 아닙니다. 고로, 가문 내 누군가가 하율 도련님을 노린 건 아닙니다.”
“타살이 아닌 이유는?”
“백령도 중앙 연구소에서 연구하고 있던 영핵이 폭주를 일으킨 시기입니다.”
“시기?”
신인혁이 서류를 다시 앞으로 넘겨 기간을 살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백령도 중앙 연구소에서 영핵을 연구하다가 폭주가 발생한 시점은 1달 전입니다. 그땐, 아직 하율 도련님의 백령도 행이 결정되지도 않았을 때입니다. 정황상, 타살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그렇군.”
혹여 신하율이 백령도행을 결정한 후에 영핵에 문제가 발생한 거라면 타살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이번엔 순서가 반대다.
이번 일은 단순 사고일 확률이 높다.
“이해했다. 확실히 타살의 가능성은 적은 듯하군.”
“예.”
김석현과 신인혁은 그렇게 결론 내렸다.
신하율을 사고사로 위장한다던 흑색 마탑의 의도대로였다.
물론 신하율이 죽지 않은 이상, 아무 의미도 없지만 말이다.
* * *
백령도 사건 이후로 한동안 훈련은 중지되었다.
아델라와 순찬이를 포함한 네 명이 마나 역류로 인해 요양 중이라 훈련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덕분에 요 3일 간, 미미르의 샘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고 있다.
“미미르. 이 책 다음 권 어디 있어?”
“거기 옆 선반 봐봐.”
“없는데?”
“아, 거기가 아니구나. 잠시만.”
미미르가 책에서 눈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자.”
그리고 옆옆 선반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내게 건넸다.
“땡큐.”
나는 책을 건네받았다.
“백령도에서 돌아 온 후로 유독 그런 잡학서적들만 읽고 있네?”
“내가 좀 지식적으로 부족하다는 걸 실감해서, 그쪽도 채워 넣으려고.”
“……계승자의 지식이 부족하다고? 누가 그래?”
미미르가 약간 화가 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 말을 한 사람의 뺨따구를 때려 주겠다는 표정이다.
“누가 그러는 건 아니고. 그냥 내가 스스로 그렇게 느껴서.”
“갑자기 왜?”
“이번에 백령도에서, 내가 영핵에 대한 걸 자세히 알고 있었으면, 훨씬 더 안전하게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을 거야.”
만약 내가 첫날밤에 영맥에서 발생한 마나 범람을 통해 영핵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아챘으면 어떻게 됐을까.
이렇게까지 위험한 상황이 됐을까?
그럴 리가 없다.
조기에 눈치만 챘다면, 그대로 섬을 떠났건, 아니면 어떻게든 해결했건, 뭐가 됐던 이렇게 위험하진 않았을 것이다.
즉, 이번 위기는 다 내가 부족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다.
“흐으으음.”
미미르가 내게 고개를 들이밀고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한다.
진짜 코와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깝다.
내 눈동자를 통해 뭔가를 보려고 하는 것일까. 계속해서 내 눈동자만 뚫어져라 노려본다.
“음. 뭐, 비굴하다거나, 자조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네. 그럼 됐어.”
그렇게 약 1분이 흘러,
미미르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더니 내게서 얼굴을 뗐다.
“무슨 말이야?”
“후회도 부정적일 뿐인 자조랑 진취적인 반성으로 나뉜다는 말이야. 계승자가 하고 있는 건 미래를 향해 힘차게 도약하는 반성이고.”
미미르가 활짝 웃으며 내 등을 탁 두들겼다.
“그냥, 잘 하고 있다고!”
미미르가 껄껄 웃으며 계속 내 등을 두드렸다.
점점 힘이 세지는 거 같은데, 내 착각인가?
“그나저나 계승자 서클이 참…….”
“서클이 왜? 뭐 문제라도 있어?”
미미르가 내 등을 두드리는 걸 멈추고 내 신체를 이리저리 관찰한다.
내 신체 내부를 돌고 있는 서클을 관찰하고 있는 것이리라.
“아니. 다시 봐도 좋아서. 이번에 백령도에서 마나를 많이 흡수하긴 했나 봐? 확장의 고리가 엄청 튼실해 졌어.”
“마지막에 영핵에 간섭하면서, 마나를 많이 흡수하긴 했지.”
“진짜 좋다. 확장의 고리가 견고해지면서, 다른 세 고리도 덩달아 견고해졌어.”
미미르가 내 신체 곳곳을 쿡쿡 찌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내 확장의 고리가 지나가는 길목 사이사이를 찌르는 것이다.
“아.”
그러다가 미미르가 문득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이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까, 나 축하한다는 말도 안 했네……?”
“축하?”
“어. 아, 실수했네…….”
미미르가 아차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 늦었지만, 4서클 된 거 진심으로 축하해.”
“아.”
그 축하였구나.
“이제 와서 너무 새삼스러운 거 아니야?”
엮은 지가 언젠데.
“그래도. 이런 건 확실히 축하해 줘야 하는 법이야.”
미미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서클이 올랐는데도 축하 못 받으면 얼마나 서운한데…….”
뭔가 평소의 미미르답지 않은 표정이었다.
뭔가 차갑다고 해야 하나.
“……미미르?”
“앗.”
미미르의 표정은 금세 원래대로 돌아왔다. 방금 그건 뭐였지?
“크흠. 아무튼 늦었지만 축하해!”
미미르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축하 인사를 건넸다.
왠지 모르게 픽 웃음이 나왔다. 뭔가 어설프다고 해야 하나. 어리숙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모습이 묘하게 귀엽다.
“고마워.”
그래도 축하 받으니까, 좋긴 하네.
“이 기세로 5서클, 6서클 쭉쭉 가자!”
“그래야지.”
나는 내 몸속을 돌고 있는 인피니티 서클을 느끼며 다시금 의지를 다졌다.
어서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아홉 번째 고리까지 엮어야지.
“아, 맞아. 미미르. 나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그러고 보니, 묻고 싶은 게 있었다.
“엉? 뭔데?”
“지금 미미르의 서에 검은 마나에 대한 정보가 없는 거 같던데. 언제쯤 알 수 있어?”
“검은 마나? 암 속성 마나에 대한 정보라면 저기에…….”
“아니. 그거 말고. 좀 더 시커먼 거. 질척한 마나라고 해야 하나. 그…… 타락한 마나 같은 게 있잖아.”
“타락한…… 마나…….”
미미르의 표정이 와락 찌푸려졌다.
“미미르……?”
혐오감을 그대로 뭉쳐서 형상화 한 듯한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