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68)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68화(68/466)
“계승자. 타락한 마나는 어디서 알게 됐어?”
“그러고 보니까, 내가 흑색 마탑에 대한 얘기를 안 했구나.”
“흑색 마탑?”
잘 생각해 보니, 미미르에게 흑색 마탑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없다.
내가 미미르의 서를 얻은 건, 흑색 마탑과 문제가 생긴 이후. 렝 스미스 사건 이후다.
미미르의 서를 얻은 후로는 흑색 마탑과 아무런 접점도 없었다. 접점이 없었으니 미미르에게 흑색 마탑에 관한 얘기를 할 기회도, 이유도 없었다.
“차근차근 설명할 게. 지금 시대엔 흑색 마탑이란 집단이 있는데…….”
나는 천천히 흑색 마탑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렝 스미스, 백사혁, 그리고 거기에 얽혀 있는 신지한과 나와의 악연까지.
모조리 다 털어놓았다.
얘기를 듣는 내내 미미르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갔다.
“이렇게 된 거야.”
그리고 이번 백령도 사태의 주범이 흑색 마탑이라는 것까지 말하는 것으로, 모든 얘기가 끝났다.
“……왜 그걸 이제 말해?”
“미안. 너랑 만난 후론, 흑색 마탑이랑 접점이 아예 없었다보니까, 굳이 말할 필요성을 못 느꼈어.”
잘 생각해 보면, 미미르에겐 내 얘기를 한 적이 거의 없다.
내 1년 전 과거에 대한 얘기도 엘레나 님 덕분에 하게 됐고.
“아니, 딱히 접점이 없었어도, 이런 중요한 얘기는…….”
미미르가 말을 하다가, 인상을 찌푸리고 말을 끊었다.
이어 미간까지 찌푸린 채, 짧게 생각에 잠겼다.
“……아니지. 계승자는 타락한 마나가 어떤 건지 아직 모를 테니까, 이게 중요한 얘기인지 몰랐겠구나.”
뭔가 혼자서 따지려다가, 혼자서 생각에 잠기고, 혼자서 결론을 내서, 혼자서 납득했다.
도통 무슨 상황인지를 모르겠다.
“나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 좀 해 줄래?”
“미안. 설명해 줄게.”
미미르가 크게 심호흡을 한 뒤에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계승자. 현존하는 모든 마법의 시초가 레이라는 건 알고 있지?”
“물론이지.”
마법의 시초.
신화 속 대마법사.
레이 벨 바이테너.
모든 마법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현대 마법의 근원이 바이테너식이라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을 거고.”
“어. 알고 있어.”
최초의 마법은 바이테너식이며, 현존하는 모든 마법은 그 아류.
레이 벨 바이테너가 자신의 가신들을 위해서 만든 범용 마법이다.
즉, 현존하는 모든 마법의 뿌리는 바이테너식이다.
“그럼 여기서 질문. 흑색 마탑이 다룬다는 흑마법의 근원도 바이테너식일까?”
“음. 그렇지 않을까?”
모든 마법의 시초는 바이테너식이니까. 흑마법의 뿌리도 결국은 바이테너식이 아닐까.
그런 악독한 마법을 스승님이 만들었다고 보긴 힘드니.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질되어, 지금의 흑마법이 된 것이리라.
“땡.”
미미르가 양손을 교차해서 X자를 만들었다.
“흑마법의 근원은 바이테너식이 아니야.”
“……아니라고?”
“어. 아니야.”
미미르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주 혐오스럽다는 표정.
“흑마법의 근원은 그냥 흑마법이야.”
“……어?”
“흑마법은 바이테너식과 뿌리를 달리하는 별개의 마법 체계라는 뜻이야.”
“별개의 마법…….”
바이테너식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마법.
그런 마법이 존재한다는 건 다시 말하자면.
“그 말은… 흑마법을 만든 창시자가 따로 있다는 거야?”
이런 의미다.
“정확해. 흑마법의 창시자는 레이가 아니야. 따로 있어.”
진심으로 놀랐다.
레이 벨 바이테너.
위대한 신화 속 대마법사 외에 또 다른 마법의 창시자가 있다니. 그런 얘기는 난생 처음 듣는다.
“그게 누군데?”
미미르의 얼굴이 한층 더 구겨졌다. 드러나 있는 양팔에 닭살이 오소소 솟아 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 것일까.
“존재하는 것만으로 마나를 타락시키고, 세상을 오염시키는 세계의 해악.”
미미르의 두 눈이 공포로 떨리고 있다. 지금부터 말할 이름을 지닌 자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흑마법의 시초, 구도(求道)의 파멸자, 베일 스톨.”
“베일…… 스톨?”
베일 스톨.
난생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 * *
쾅!
신지한이 테이블을 내려치는 소리가 방을 가득 채웠다.
신지한이 테이블에 손을 얹은 채, 맞은편에 앉아서 평소처럼 태연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트키쉬를 노려봤다.
테이블을 후려 친 주먹이 파르르 떨린다.
두 눈이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다.
“트키쉬. 네가 뭐라고 했었지?”
격한 행동에 비해, 말투는 자못 암전했다.
분노로 정신을 잃을 것 같지만, 이성의 끈까진 놓지 않겠다.
그런 의지가 강하게 엿보이는 모습이었다.
“이번 일이 실패할 일은 없다고……. 신하율은 백령도에서 무조건 죽을 거라고, 분명히 그랬던 거 같은데. 이건 어떻게 된 거지?”
검은 로브로 전신은 물론 얼굴까지 다 가리고 있어, 입 밖에 보이지 않는 남자.
흑색 마탑의 간부 트키쉬.
신지한은 그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뭐라고 변명이라도 해 보라고!”
“좀 작게 말해 주시겠습니까? 귀가 아픕니다.”
트키쉬가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
그 태연한 모습에 신지한의 분노가 더욱 커졌다.
이 남자가 간부만 아니라면, 7서클 유저만 아니었다면 지금 당장 이 세상에서 지워버렸을 텐데. 신지한의 눈이 한층 더 진한 살기로 빛났다.
“자자. 일단 진정하시죠.”
“진정?”
신지한이 코웃음을 쳤다.
“진정하라고? 이 꼬라지를 보고 어떻게 진정을 하라는 거지?”
신지한이 다시금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그 충격에 테이블이 떨리며, 위에 널브러져 있던 신문들도 덩달아 떨렸다.
트키쉬의 눈이 흐트러진 신문들의 메인 타이틀로 향했다.
[신하율, 완전 부활!] [마도신가, 다시 한번 도약하는가. 신하율을 필두로 한 다음 세대가 기대된다.] [한국, 신하율 호를 타고 다시금 세계로!]신하율을 극찬하는 기사들.
현재 신지한이 분노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기사들이었다.
“네가 뻘짓을 한 덕분에 하율이는 백령도를 구한 영웅이 됐다.”
신지한은 현재 미쳐버릴 것 같았다.
“가문 내에서도 하율이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본격적으로 형상화하기 시작했어.”
신하율을 처리하기 위해 한 행위가, 결과적으로 신하율에게 힘을 줬다.
이보다 더 짜증나는 일이 있을까.
“이 일을 대체 어떻게 책임 질 생각이지?”
콰앙!
신지한이 다시금 테이블을 내리쳤다. 테이블이 그대로 쩌저적, 소리를 내며 두 동강이 났다.
“대답해! 대체 어떻게 책임을 질 거냐고!”
이내 완전히 이성의 끈이 끊어진 듯, 신지한이 트키쉬의 멱살을 쥐어 들어올렸다.
“놓으시죠.”
신지한 때문에 로브가 올라가며 후드가 벗겨졌다. 트키쉬의 맨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한 번 말했습니다. 두 번은 없습니다. 놓으십시오.”
트키쉬가 신지한을 노려봤다. 지금 당장 손을 놓지 않으면 지금 이 자리에서 널 지워버리겠다.
그런 의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살벌한 눈동자였다.
그 살기가 얼마나 강렬한지, 신지한이 저도 모르게 손을 놓아버릴 정도였다.
자유의 몸이 된 트키쉬가 다시 로브를 썼다.
“후. 죄송합니다. 제가 맨얼굴을 드러내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요. 저도 모르게 조금 흥분했네요.”
“…….”
트키쉬의 목소리가 다시 평상시처럼 나긋나긋해졌다.
신지한의 눈이 당황으로 떨렸다.
“일단, 이번 일은 순전히 제 실수가 맞습니다. 제가 조금 더 일을 확실히 처리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죄송합니다.”
트키쉬가 나긋한 목소리로 사과했다. 진심 따윈 1%도 느껴지지 않는 형식적인 사과였다.
“임무는 실패. 당연히 의뢰비는 받지 않겠습니다.”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신지한이 코웃음을 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조금 전 트키쉬가 내뿜은 살벌한 분위기에 머리가 다소 식은 듯하다.
“또한, 이번 일에 대한 책임도 똑바로 지겠습니다.”
“책임을 진다고? 무슨 수로? 어떻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신하율의 이미지는 이미 천정부지 치솟았다. 어지간한 방법으론 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없다.
“간단합니다.”
트키쉬가 상쾌한 미소를 지었다.
“신하율의 이미지가 좋아지든, 가문 내에 인식이 좋아지든, 세력이 생기든, 신지한 고객님을 누르고 차기 가주로 추대 받든 간에…….”
트키쉬의 입꼬리가 서서히 치켜 올라갔다.
“결국 신하율이 차기 가주가 되기 전에 죽여 버리면, 다 해결될 일 아닙니까?”
분명 로브에 가려져, 입밖에 보이지 않는데. 평범할 터인 미소임인데. 보고 있자니 괜히 소름이 돋았다.
“그러니까 네가 책임지고 하율이를 죽여주겠다고?”
“예.”
“물론 내게 해가 되지 않도록 처리해 주는 거겠지?”
“물론입니다. 고객님껜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을 겁니다.”
“이번엔 믿어도 되는 건가?”
“예. 물론입니다. 흑색 마탑의 이름과 제 이름을 걸고, 확실히 처리해 드린다고 약속드리죠.”
흑색 마탑의 이름을 걸고.
그 맹세에 신지한의 입가에 처음으로 미소가 감돌았다.
“그래. 네가 흑색 마탑의 이름까지 걸었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살벌했던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다. 신지한의 분노가 식어가고 있기 때문이리라.
“언제 처리할 거지?”
“아무리 그래도 지금 당장은 힘듭니다. 대상이 한국에 있는 이상, 고객님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대상을 처리하는 건 불가합니다.”
지금 괜히 한국에서 신하율을 죽였다간, 십중팔구 문제가 생긴다. 마도신가의 영향력이 지대한 한국에선 괜히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
“그래서 대상이 한국을 떠났을 때를 노리려고 합니다.”
“한국을 떠났을 때면…….”
“예. 대상이 올림피아드를 치르기 위해 미국에 갔을 때. 그때를 노리려고 합니다.”
* * *
미미르와의 대화가 끝나고.
머리를 식힐 겸해서, 일단 미미르의 서 밖으로 나왔다.
‘이 외에 다른 정보는 아직 말할 수 없어. 지금의 내 권한으로 말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야.’
‘베일 스톨에 관련된 정보는 계승자가 5서클 마스터가 된 후에 해금 돼.’
‘지금 해 줄 수 있는 말은, 흑색 마탑이 네 적이라는 것 정도뿐이야. 미안해.’
그 말을 끝으로, 흑마법과 베일 스톨에 관한 얘기는 끝났다.
사람을 궁금해 미치게 만들어 놓고, 이 이상은 말할 수 없다고 말을 끊다니. 너무 악랄한 거 아닌가 싶다.
‘되게 신경 쓰이네.’
레이 벨 바이테너.
스승님이 만든 마법과는 궤를 달리하는 흑마법.
그런 흑마법을 만든 또 다른 마법의 창시자 베일 스톨.
두 명의 마법 창시자.
그 둘 사이에 악연이 있다는 건, 미미르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으…….”
신경 쓰인다.
미친 듯이 신경 쓰인다.
어서 이 의문을 풀고 싶다.
대체 스승님과 베일 스톨은 어떤 관계였을까.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미미르가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일까.
그리고 왜 미미르는 흑색 마탑이 내 적이라고 단언한 것일까.
하나하나 신경 쓰이지 않는 게 없다. 상상할 게 많은 만큼, 오히려 더 신경 쓰인다.
‘또 5서클 마스터라는 것도 걸리고.’
나는 옆에 놓아 둔, 스승님의 로브를 쥐어들었다.
아직 제대로 된 이름조차 알지 못 하는 가칭, ‘레이 벨 바이테너의 로브’.
‘이 로브의 진짜 이름과 힘을 알 수 있게 되는 것도 5서클 마스터.’
마찬가지로 아직 제대로 된 이름도 모르는 미미르 명명(命名), ‘진짜 마법’이란 것도 5서클 마스터부터 쓸 수 있게 된다고 했고.
여기에 베일 스톨과 흑마법에 대한 정보가 해금되는 것도 5서클 마스터라니.
‘확실히 5서클 마스터에 뭔가가 있긴 있는 거 같은데…….’
대체 뭘까.
나는 또 다시 공상과 망상의 경계를 헤엄치기 시작했다.
‘베일 스톨. 레이 벨 바이테너.’
두 명의 이름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