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6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69화(69/466)
그날 점심.
나는 순찬이를 포함한 네 명이 입원하고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목적은 당연히 병문안이다.
“어서 오세요. 오늘도 친구분들 병문안 오신 건가요?”
“예. 다들 쉬고 있나요?”
병원 로비에 들어서자, 익숙한 간호사님께서 나를 반겨줬다.
“잠시만요. 오늘 오전에 정밀 검사가 있었어서요. 끝났는지 확인만 좀 해 볼게요.”
“네. 부탁드립니다.”
사건 직후, 나는 매일 같이 이 병원을 방문하고 있다.
다들 내가 무리를 시킨 거나 마찬가지인 만큼,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올림피아드 한국 팀 리더로서, 팀원들의 상태를 관리해야 하는 의무도 있고.
“다들 쉬고 있다고 하네요. 올라가시면 될 것 같아요.”
“네. 감사합니다.”
나는 간호사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7층을 눌렀다.
[7층. 마법사 전담 병실]띵-
도착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나는 곧바로 713호로 향했다.
“이 지겨운 병원밥 좀 그만 먹었으면 좋겠다 진짜.”
살짝 열려있는 문틈으로 마진석의 툴툴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감이다.”
강신우의 목소리도 들렸다.
무덤덤함과 딱딱함이 베이스인 강신우의 목소리에 웬일로 진심 어린 짜증이 깃들어 있다.
하기야. 4일이나 병원에 갇혀 있었으니만큼, 짜증이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을 거다.
“그래도 선배님들은 내일이면 퇴원하실 수 있잖아요. 저는 3일은 더 입원해 있어야 한다고요…….”
그 뒤로 순찬이의 목소리도 들렸다.
얘는 짜증 수준이 아니라, 그냥 절망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지겨웠는데, 앞으로 3일이나 더 입원하고 있어야 한다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일 테지. 심심한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
“아델라. 넌 좋겠다. 2시간 뒤에 퇴원이잖아.”
“…….”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아델라도 이 병실에 있는 모양이다.
넷 다 이 병실에 모여 있구나.
나는 바로 문을 열고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좋은 점심입니다.”
네 명.
총 여덟 개의 눈동자가 내게 집중되었다.
“또 왔냐.”
“어서 와.”
순찬이가 툴툴대며 나를 반겼고, 마진석이 호쾌하게 웃으며 나를 반겼다.
강신우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무덤덤하게 나를 바라봤고.
아델라는 바나나우유에 꽂은 빨대를 입에 문 채, 꾸벅 고개만 숙였다.
저래서 순찬이 질문에 대답을 안 한 거였구나.
“바쁠 텐데 굳이 왜 왔어.”
마진석이 내게 다가와, 그대로 어깨동무를 했다.
마진석이 친근감을 표시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아무리 바빠도, 병문안을 올 시간이 없겠습니까.”
그리 멀지도 않고.
잠깐잠깐 들리는 건 아무런 부담도 안 된다.
“크으. 역시 의리파라니까.”
내 목을 두른 마진석의 팔에 힘이 강해졌다. 근육이 부풀어, 병원복이 한껏 팽창되었다.
저러다가 찢어지는 거 아닌가 몰라.
“몸은 좀 어떠십니까?”
“괜찮아. 당장 오늘 퇴원해도 될 정도로.”
마진석이 어깨동무를 풀고, 자신의 알통을 자랑하는 포즈를 취했다. 안 그래도 우락부락한 근육이 한층 더 팽창한다.
마진석 딴에는 자신의 건재함을 보여주려 한 동작 같지만, 솔직히 병원복이 튼튼하다는 것밖에 안 보인다.
저게 안 찢어지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신안’을 활성화했다.
신안이 활성화되며, 마진석의 체내 마나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좋아 보이네요.”
“그치?”
마진석의 마나 서클엔 아무런 이상도 없다. 이미 완치되었다.
아니, 완치된 수준을 넘어 서클이 이전보다 튼튼해졌다.
‘위험하긴 했지만, 마나의 축복을 섭취한 뒤에 영맥에서 직접 마나를 흡수하며, 마나 순환을 했으니…….’
튼튼해지는 건 당연하다.
나는 그대로 시선을 돌려 아델라와 강신우를 바라봤다.“
“아델라는 오늘 퇴원이라고 했으니까 완전히 회복됐을 테고…….”
“네.”
아델라의 마나 서클은 완치됐단 수준을 넘어, 오히려 이전보다 더 강화되었다.
‘마나의 축복’을 가장 잘 이용하여 마나 순환을 실시한 만큼, 성취가 있었던 모양이다.
“강신우 선배님도 괜찮으시죠?”
“물론이다.”
강신우도 마찬가지다.
아델라 보단 못 하지만, 서클이 확실히 강화되었다.
‘진짜 전화위복이네.’
백령도 영핵 폭발 사건이라는 최악의 위기는, 모두에게 새로운 성취라는 기회가 되었다.
나도 이 사건으로 여러모로 이득을 많이 봤고.
대만족이다.
‘그럼 순찬이는 좀 어떠려나.’
그렇게 마지막으로 침대에 걸터 앉아 있는 순찬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을 때였다.
“……!”
내 동공이 경악으로 확장됐다.
“왜? 뭘 보고 그렇게 놀라?”
순찬이가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만졌다. 자신의 얼굴에 뭐가 묻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너……. 입원한 뒤로, 오늘까지 마나 순환 한번도 안 했지?”
“안 한 게 아니라 못 했지. 마나 서클 깁스로, 서클의 흐름을 강제로 막아 뒀는데, 마나 순환을 어떻게 해.”
마나 서클 깁스.
마나 서클에 이상이 생긴 환자에게 처방하는 마나 서클 동결 시술이다.
순찬이는 마나 역류의 위험 때문에, 이 마나 서클 깁스 시술을 받았다.
“오늘 아침에 깁스 푼 뒤에도 안 했어?”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라니까 그러네. 깁스 푼 지 2시간도 안 됐어 짜샤.”
깁스를 풀고 난 후에도 약 12시간 정도는 마나 순환을 해선 안 된다. 동결되어 있던 마나 서클이 다시 예열될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그러니까, 사건 후로 마나 순환을 한 적은 없다는 거네?”
“어. 없지.”
“……그럼 모를 만도 하네.”
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뭔데? 나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좀 해 봐. 외계어로 얘기하냐?”
“아니. 그…… 이게 이렇게 되네.”
나는 다시 순찬이의 가슴팍, 마나 서클이 내뿜는 빛을 확인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4서클 됐는데?”
“……뭐라고?”
순찬이를 포함한 네 명이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 * *
병문안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끼야아아아아아아앗! 호우우우우우우! 지려부러쓰 베이베~!’
“큭큭.”
문득 순찬이의 환호성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왜 웃으세요?”
옆에서 보폭을 맞춰 걷고 있던 아델라가 물었다.
“아니. 아까 전에 순찬이 반응이 떠올라서.”
“아.”
아델라가 바로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델라의 입가에도 미소가 감돈다. 아델라도 아까 전 순찬이의 반응을 떠올린 것이리라.
“푸흡. 아임 포 서클 퍼킹 스트롱 베이비…….”
아델라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입을 가리고 키득키득 웃었다. 나도 큭큭 웃었다.
진짜 다시 생각해도 웃기네.
걔는 자기가 뭐라고 말했는지 다 기억하고 있을까.
“4서클이 돼서, 기쁘신 건 알겠지만……. 감탄사가 참…….”
아델라가 고개를 돌렸다.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걱정 많이 했는데 진짜 다행이네. 후유증이 생기기는커녕 4서클이 되다니.”
“예.”
아델라가 이제 다 웃은 듯, 다시 내게 시선을 돌렸다.
얼마나 웃은 건지, 눈가가 촉촉하다.
“순찬이만이 아니라 너나 강신우 선배, 마진석 선배님도 각자 성취가 있었고. 진짜 말 그대로 전화위복이네.”
“예.”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의 전력 상승으로, 팀 전체의 전력이 대폭 상승했다. 금메달을 따는 게 한층 수월해졌다.
“작전도 좀 다시 짜야겠다.”
4서클이 된 방어 특화 마법사 지순찬의 효용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순찬이의 효율을 최대한 뽑아내려면, 작전을 어느 정도 수정해야 한다.
“도와드릴까요?”
“아니. 일단은 나 혼자 구상해 볼게. 방금 막 퇴원한 사람한테 도와달라고 하긴 좀 그렇기도 하고.”
“신경 안 쓰셔도 되는데.”
“진짜 괜찮아. 그리 오래 걸릴 일도 아니고.”
작전을 다시 짜는 것도 아니고, 수정하는 것뿐이라.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그래도…….”
“그래도고 자시고고, 갓 퇴원한 환자는 집에 가서, 재활 훈련이나 열심히 하세요. 아시겠습니까?”
“……넹.”
아델라가 소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기서 갈라지자. 난 이쪽으로 가야 돼서.”
내가 가리킨 방향을 보고, 아델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기숙사로 가시는 게 아닌가 보네요?”
“어. 청색 마탑에 좀 들렀다 가려고.”
“아하.”
오늘은 마지막 아티팩트에 고유 마나 각인을 실시하는 날이다.
* * *
“어서 오세요. 늦을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빨리 오셨네요.”
청색 마탑에 도착하자, 평소와 마찬가지로 정수아가 날 반겼다.
“예. 일정이 조금 빨리 끝났습니다.”
원래는 병문안을 갔다가, 집에 들른 후에 청색 마탑에 올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순찬이가 4서클이 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병문안이 길어졌다.
덕분에 집에 들른다는 일정은 캔슬. 시간이 어정쩡하게 남았다.
“그렇군요. 그럼 잠시 대기해 주시겠습니까? 검사실의 준비가 다 끝났는지만 확인하겠습니다.”
“예.”
정수아가 카운터로 돌아가, 누군가와 짧게 전화를 마친 뒤, 곧바로 돌아왔다.
“이미 준비는 다 끝난 상태라고 합니다. 바로 올라가셔도 될 거 같습니다. 따라오시죠.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네.”
나는 정수아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고유 마나 검사를 실시할 검사실로 들어섰다.
두 번째 오는 거라 그런가, 뭔가 익숙하다.
하기야. 여기서 4시간 동안 그 노가다를 했는데. 익숙하지 않을 리가 없겠구나.
“이 옷으로 갈아입고 검사실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예.”
정수아가 다시 고개를 살짝 숙이고, 방을 나섰다.
나는 빠르게 검사복으로 갈아입은 후, 곧바로 검사실로 들어갔다.
“두 번째 뵙네요. 반갑습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혹시 모르니 짤막하게 검사 방법을 설명하겠습니다.”
이후는 이전과 똑같았다.
검사관들에게 검사 방법에 대한 안내를 듣고. 검사실에 혼자 남아서, 검사관들이 지시하는 대로 마나를 움직인다.
이 단순한 행위가 이번에도 무려 4시간이나 이어졌다.
“수고하셨습니다. 역시 완벽하네요. 바로 나오시면 됩니다.”
“예.”
그렇게 지루한 검사가 모두 끝나고. 나는 곧바로 대기실로 향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대기실엔 김강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멋들어진 정장을 쫙 빼 입고 있다.
아까 검사가 시작하기 전에 모습을 안 보이기도 했고.
어디 중요한 자리에 갔다가 방금 막 돌아 온 모양이다.
“저번보다 훨씬 더 피곤해 보이시네요. 그렇게 지루했나요?”
“예…….”
두 번째인 만큼 훨씬 더 지루했다. 저번과 다른 거라곤, 마나를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 정도가 다였다. 진짜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
“이게 마지막 맞죠?”
“예. 마지막입니다. 원래는 세 번에 걸쳐 고유 마나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었습니다만, 하율 군의 첫 번째 검사 결과가 너무 완벽해서 말이죠. 굳이 세 번이나 할 필요는 없겠더군요.”
“다행이네요.”
이걸 세 번이나 하는 건 아무리 그래도 좀 그렇다.
할 수야 있겠지만, 가능하다면 안 하고 싶다. 지루한 건 딱 질색이라서.
“아, 그래. 검사관들이 검사 샘플을 얻기 위해서 하율 군에게 종종 검사를 부탁하고 싶다고 하던데…….”
김강인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물었다.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
이 노가다를 아무 이유도 없이 하는 건 사양하고 싶다.
김강인이 큭큭 웃었다.
“예. 전달해 두겠습니다.”
김강인이 손목에 찬 시계를 보며 곤란하다는 듯이 웃었다.
“그나저나 어쩔까요. 식당 예약 시간까지 40분 정도 남았는데…….”
오늘 검사가 끝난 후엔, 김강인과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에 맞춰서 식당을 예약을 해 뒀는데, 내가 예정보다 일찍 검사를 받았다보니 그만큼 시간이 붕 떠 버렸다.
“전화를 하면 미리 가 있을 수야 있겠습니다만, 아직 이른 저녁이라 배도 안 고프실 테고. 흐음.”
현재 시간은 오후 5시 21분.
저녁을 먹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다.
김강인이 잠깐 고민하다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기성을 터트렸다.
“아! 시간이 남은 김에 하율 군의 아티팩트나 구경하러 가시겠습니까?”
“어? 그래도 되나요?”
“그럼요. 의뢰자가 자기 아티팩트를 보고 싶다는 데, 못 볼 게 있겠습니까. 제작 도중이면 모를까, 완성 직전인데요.”
김강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죠. 저희 청색 마탑의 공방도 안내해 드릴 겸…….”
김강인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뭔가 능글맞기도 하고.
“하율 군의 아티팩트. ‘사계(四界)를’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