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7)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7화(7/466)
4월 21일.
지루한 실내 수업으로 가득 차 있던 화요일의 수업이 모두 끝나고.
방으로 돌아 온 나는 다시금 [레이 벨 바이테너]를 정독하며 복습을 하고 있었다.
이미 몇 번이고 봤지만, 혹시 빼 먹은 게 있나 확인도 좀 하고.
내가 뭐 실수한 게 있나 재확인도 할 겸 해서 다시 보고 있는 것이다.
혹시 내가 고대어의 해석을 실수한 게 있지 않나 싶어서 그쪽도 다시 한번 자세히 확인했다.
“음. 특이한 건 없네.”
다행히 뭐 실수하거나 놓친 건 없는 것 같다.
나는 [레이 벨 바이테너]를 덮어 책상 한편에 놓아두었다.
그러자 근처에 놓아 둔 달력이 눈에 들어왔다.
달력에 빼곡한 스케쥴 사이로, 4월 마지막 스케쥴이 보였다.
[4월 30일] [★ 중간 종합 평가]“얼마 안 남았구나.”
이번 중간 종합 평가부터 기준 미달을 받은 학생은 퇴학 처분이라는 새로운 규칙이 생겼다.
날 저격한 것이 분명한 그 새 규칙을 발안하신 분은 다름 아닌 우리 아버지다.
이제 강압적으로라도 널 돌아오게 하겠다.
이런 강고한 의지가 엿보이는 행동이었다.
“만약 스승님의 책과 만나지 못했으면, 역시 퇴학당했겠지?”
나는 분명 중간 종합 평가에서 퇴학 처리를 받았을 것이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내 마법 발동 속도는 기준치에 도달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뭐, 이제와선 다 상관없는 일이긴 하다.
지금의 내가 ‘기준 미달’을 받을 가능성은 0%다.
‘기준 미달은커녕 오히려 상위 랭킹에 랭크될 거야.’
어제 피갈퀴 늑대를 비롯한 온갖 훈련을 하면서 확신을 얻었다.
최상위권인 탑3까지는 무리더라도, 최소 탑10까지는 들 수 있을 거다.
“마침 타이밍도 좋고.”
중간 종합 평가는 한국은 물론 세계적인 마도 기업의 눈이 몰리는 날이다.
스카우트를 비롯한 유망주들의 선점 때문에 직접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고.
나라는 몰락한 천재가 다시 비상했다고 알리는 자리로서는 그만한 자리가 없을 테지.
“탑10. 무조건 든다.”
그 날.
나는 잃어버린 모든 것들을 되찾을 것이다.
내 꿈도, 지위도, 명예까지 전부.
* * *
다음날 아침.
“신하율 학생.”
등교하는 중, 복도에서 우연찮게 고창수 교관님과 만났다.
“안녕하십니까.”
나는 각 잡고 인사를 건넸다.
교관이 작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받아줬다.
“마침 찾고 있었는데, 잘 됐군.”
“절… 말입니까?”
“그래.”
고창수 교관이 따라오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네게 손님이 와 계시다.”
“손님…….”
날 찾아 올 손님이라고 하면 그리 많지 않다.
거기에 고창수 교관님께서 수업 시작 직전인 이 타이밍에, 직접 날 찾아 올 정도로 대단한 손님이라고 하면…….
“혹, 아버지께서 방문하신 겁니까?”
마도신가의 가주 신인혁.
내 아버지밖에 없다.
“그래. 신인혁 가주님께서 널 찾아 오셨다.”
“……역시 그렇군요.”
이번 중간 종합 평가부터 적용될 신제도 발안 건으로 보아, 슬슬 찾아오시지 않을까 싶긴 했는데.
“어디로 가면 됩니까?”
마침 내 쪽에서도 할 말이 있었고, 잘 됐다 싶었다.
“접견실로 가면 된다.”
“네. 감사합니다.”
접견실로 향하는 내 발걸음에는 그 어떠한 불안도 찾아 볼 수 없었다.
* * *
마도신가의 가주 신인혁.
63세의 나이에 신가를 한국 최고의 가문으로 한층 더 성장시킨 사업가임과 동시에 8서클 유저이기도 한 고위 마법사다.
이미 한국 최고가 된 그의 현재 목표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명문이 되는 것으로 바뀌어 있는 상태다.
실제로 나름 잘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문들과 교류를 하며 좋은 관계를 쌓고 있기도 하고, 실제로 가문의 주가도 나날이 오르고 있다.
이렇듯 근심걱정 없어 보이는 신인혁에게도 딱 하나 걱정이 있었다.
그의 막내아들.
마도신가의 금지옥엽.
명석한 두뇌와 빠른 습득력을 지닌 영재.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희대의 천재.
그 재능에 감복한 청색 마탑주가 그에게 ‘초신성’이라는 호칭까지 내려줬을 정도의 일재.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버지.”
……‘였던’ 아들.
허나 지금은 아픈 손가락이 되어 버린 아들, 신하율.
“쯧. 이 애비가 직접 찾아오니 직성이 좀 풀리느냐.”
“죄송합니다.”
신인혁은 맞은편에 앉아 있는 신하율을 뚫어져라 노려봤다.
“제법 살 만한가 보구나. 1년 전에 봤을 때보다 혈색이 좋아졌어.”
“네. 요즘 자그마한 성취를 이루어서…….”
성취를 이뤘다.
마법사 아들을 둔 마법사 아버지로서, 가슴이 벅차오를 말이었으나, 신인혁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성취, 성취라. 아직도 헛된 꿈을 버리지 못했구나.”
신하율에게 마법의 성취가 있었다는 것은 아직 마법사라는 꿈을 버리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하율이 마법사의 꿈을 접길 바라는 신인혁에게 ‘성취가 있었다.’라는 말은 썩 듣기 좋은 말이 아니었다.
“네. 저는 시대를 풍미할 대마법사가 될 겁니다.”
신인혁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신하율을 바라보는 눈동자에 오만가지 감정이 느껴진다.
불쌍함, 안타까움, 미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1년 정도 방황했으면 충분히 정신을 차릴 법도 하거늘.”
다시 한번 긴 한숨을 내쉰다.
“그 영민한 머리와 눈으로도 여전히 자신을 객관화해서 보지는 못하는 모양이로구나.”
예부터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만큼 어려운 건 없다고 했다.
그건 천재인 신하율에게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아뇨. 저는 저 자신을 아주 냉정하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한 결과가 시대를 풍미할 대마법사가 되겠다는 헛된 망상이란 말이냐.”
“예.”
신인혁이 답답하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렸다.
“하율아. 내 아들아.”
그리곤 날카로운 표정으로 신하율을 노려봤다.
“다시 한번 말하겠다. 너는 제대로 된 마법사가 될 수 없다.”
1년 전, 신하율이 부적합자라는 것을 알았을 때 했던 말을 그대로 다시 털어 놓는다.
“네가 현재 어떤 성취를 얻었던, 미래에 어떤 성취를 얻던, 너는 절대 다른 마법사들과 경쟁할 수 없다. 네게 제일 중요한 것이 결여되어 있는 이상은 절대로.”
제아무리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컴퓨터의 처리 속도는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네 머리를 살릴 분야가 없는 건 아니다. 인공지능 마도학. 이 학문이라면 네 영민한 두뇌를 120% 살릴 수 있다. 네가 대마법사가 된다는 헛된 망상을 버리기만 한다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거란 말이다.”
신인혁에게 신하율은 아픈 손가락이다.
아프다고 잘라낼 수도 없고, 불치병에 걸려 치유할 수도 없는 그런 손가락.
“아버지.”
신하율은 담담하게 신인혁을 불렀다.
“그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인공지능 마도학이라는 학문에 뛰어들 생각이 없습니다.”
신인혁의 미간이 날카로워 졌다.
여기까지 말했는데도 정신을 못 차리는 아들에게 분노마저 일었다.
“아버지가 준비해 둔 레일을 따라갈 뿐인, 가문의 일개 구성품이 되는 것은 사양한다는 의미입니다.”
신하율의 눈이 싸늘하게 빛났다.
“제가 원하는 것은 오직 가주의 자리뿐입니다. 누군가의 명령을 받으며 일희일비하는 가문의 부품이 아니라요.”
두 부자의 눈동자 사이로 번개가 튀었다.
“……포부만큼은 어엿한 차기 가주로구나.”
“그렇게 배우면서 커 왔으니까요.”
신하율은 딱히 아버지를 원망하고 있지는 않다.
1년 전에 신하율이 부적합자라는 걸 알게 된 날 막말을 한 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도 인간인 이상, 감정이 폭발할 수도 있는 일이다.
반 년 전에 서클을 폐하는 물약을 보낸 거?
이해한다.
아들이 마법사라는 헛된 희망을 버리고 서클 같은 게 필요 없는 인공지능 마도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몰두하길 바라는 아버지 나름의 극약처방이었던 거겠지.
이번 퇴학 건도 그렇다.
기준 미달 시 퇴학.
이 또한 아들을 정신 차리게 하려는 극약처방의 일종이었으리라.
기준 미달 마법사가 어딜 대마법사라는 헛된 망상을 하느냐고 꾸짖는 것이었겠지.
애초에 굳이 신하율이 아니었더라도, 기준 미달이라는 건 충분히 퇴학을 줄 만한 점수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신인혁에게 서운함은 느낄지언정, 미워하거나 증오하지는 않는다.
“허나 대마법사도, 마도신가의 가주도 포부만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버지.”
그저 신하율은 보여주고 싶었다.
“제 꿈이 헛된 망상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자신은 아직 죽지 않았다고.
마법사 신하율은 아직 건재하다고.
아버지가 그토록 총애하던 천재 신하율은 아직 성장하고 있다고.
그걸 증명하고 싶었다.
“증명한다? 어떤 식으로? 설마 이번 중간 종합 평가에서 기준 미달을 받지 않는 게, 퇴학을 당하지 않는 것 따위가 증명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아니겠지?”
신인혁의 시선이 날카롭게 빛났다.
“고작 기준 미달을 피한 정도로 네 망상이 현실적인 꿈이라 주장할 생각이라면…….”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신하율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 중간 종합 평가에서 실기 점수만으로 상위 10명 안에 들겠습니다.”
“……10명? 지금 2학년 전체를 통틀어서 10명이라고 한 게 맞느냐.”
“네.”
“학년 10위 이내에 드는 게 지금의 네게 가능하다고?”
“네.”
신인혁은 신하율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만약 실패한다면, 저는 아버지의 말을 따라, 아카데미를 자퇴한 뒤에 인공지능 마도학에 전념하겠습니다.”
“…….”
“하지만 성공한다면 그땐 제게 마법사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금전적인 지원을 포함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해 주십시오.”
오랜만에 보는 아들의 총명한 눈동자였다.
5년 전, 유소년 마법 대회에서 우승했을 당시에 봤던 자신감이 뿜어져 나오는 눈동자.
대체 어디서 저런 자신이 나오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아까 성취가 있었다고 했었지.”
“네. 자그마한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성취가 네 자신감의 근원이겠군.”
신인혁의 눈동자가 미심쩍은 빛을 내뿜었다.
제아무리 대단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도, 부적합자는 부적합자다. 절대 현대 마법에 범접할 수 없다.
“혹시 몰라 묻겠다만, 불법 개조 인공지능 같은 걸 이식한 건 아니겠지.”
인간의 안전을 등한시하는 불법 개조 인공지능이라면 부적합자인 신하율도 어찌어찌 인공지능을 얻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당연히 아닙니다.”
신하율이 자신의 목덜미를 내 보였다. 의심된다면 인공지능의 넘버를 체크해 보라는 무언의 제스처였다.
“……아니라면 됐다.”
저렇게까지 당당하다면 불법 개조 인공지능을 이식받은 건 아닐 테지.
애초에 명석한 자신의 아들이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할 리가 없었다.
똑같은 이유로 허세일 확률도 없었다.
고작 8일이면 들킬 거짓말을 할 만큼 멍청하지 않다.
그렇다는 건, 진짜 뭔가 대단한 성취를 얻었다는 건데.
“그 성취가 뭔지 물어도 되겠느냐.”
신하율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지금 제가 말로 표현해 봐야, 믿지 못하실 겁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바이테너식 마법을 선보여도 되겠지만, 그건 하책이다.
가진 패도 언제 공개하느냐에 따라서 그 효과가 천차만별인 법이다.
“4월 30일 당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라?”
그리고 신하율의 패, 바이테너식 마법을 공개할 자리로 중간 종합 평가만큼 좋은 자리는 없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였습니다.”
신하율의 눈동자가 자신감으로 가득 찼다.
“그날. 모든 걸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지금의 신하율에게는 그럴 자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