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70)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70화(70/466)
“여기가 저희 청색 마탑이 자랑하는 아티팩트 공방입니다.”
“……와.”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아티팩트 제작 공방.
그 명성에 걸맞게 공방 내부의 시설은 가히 어마 무시했다.
“이거, 아직 출시도 안 된 레펠 코퍼레이션의 세공 장비 아닌가요?”
“하하. 바로 아시네요. 맞습니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 쯤에 출시할 예정인 도구입니다. 장인들이 직접 사용해 보고 감상 좀 달라고 보내 주더군요.”
“……레펠 코퍼레이션에서 그냥 무상으로 시험 제품을 보내 줬다고요?”
“무상일 리가요.”
김강인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묘하게 자부심이 느껴지는 그런 미소였다.
“돈을 오히려 받았죠.”
“예?”
“뭘 놀라십니까. 샘플을 받고, 감상을 준다. 이 행위를 무상으로 해 줄 리가 없잖습니까.”
“……그렇기야 합니다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김강인의 말이 맞긴 하다.
하지만 상대가 무려 레펠 코퍼레이션. 아티팩트 제작 & 세공만이 아니라, 마법 도구 일체를 제작하는 공룡 기업이다.
그런 기업의 신규 제품을 먼저 사용해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리만큼 이득인데, 거기에 돈까지 추가로 받다니.
‘이게 청색 마탑인가.’
레펠 코퍼레이션이 청색 마탑을 얼마나 중요한 사업 파트너로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장인 분들은 한 분도 안 계시네요?”
“예. 보통 5시에서 7시 사이엔 아무도 없습니다.”
저녁 식사 겸, 휴식 시간인 모양이다.
“아쉽네요. 장인분들이 세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흐음. 세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건 오히려 우리 쪽 장인들일 겁니다.”
“네?”
내가 세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고?
“다들 하율 군이 엘리멘트 마나라이트를 정제하는 걸 촬영한 영상을 봤거든요. 다들 그 장면을 동영상 같은 게 아니라 직접 봤어야 한다고 얼마나 한탄하던지…….”
“아…….”
엘리멘트 마나라이트.
적색 마탑부터 청색 마탑까지 이어져 온 난공불락의 마석.
그 마석을 정제하지 못 했던 건 비단 김강인만이 아니다.
청색 마탑에 소속되어 있는 장인들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몇 년을 연구해도 해결하지 못 했던 걸, 내가 해결한 거니까. 보고 싶을 만하지.’
납득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번 놀러 와서 하율 군이 마석을 세공하는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 다들 좋아할 겁니다.”
“제 부족한 실력을 보고 실망만하지 않으실까요.”
미리 말하지만, 내 마석 세공 실력은 형편없다.
엘리멘트 마나라이트는 세공 실력이 아니라 4속성을 완전히 컨트롤할 수 있는 마나 통제 능력이 필요한 특수 마석이라 수월하게 성공했을 뿐이다.
다른 마석을 세공은 솔직히 자신 없다.
“하율 군이 일반적인 세공술을 배우지 않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마나라이트의 경우가 특이 케이스였다는 것도 알고 있고요.”
이 사실에 대한 건 당연히 김강인도 알고 있다. 엘리멘트 마나라이트를 정제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여주기도 했고, 엘리멘트 마나라이트를 정제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으니까.
모르는 게 이상하다.
“딱히 일반적인 마석의 세공을 시연해 달라 부탁드리는 건 아닙니다. 제가 부탁드릴 건, 엘리멘트 마나라이트와 비슷한 성질을 지닌 특수 마석들……. 예를 들면 광암석(光暗石) 같은 복합 속성 마석의 세공입니다.”
“아하.”
광암석.
빛의 마나와 어둠의 마나가 혼재되어 있는 혼돈의 마석.
엘리멘트 마나라이트의 4중 속성 혼재보단 못 하지만, 이 또한 세공하는 게 극히 까다로운 마석이다.
“진지하게 부탁드려도 될까요? 우리 장인들에게 좋은 계기가 될 거 같아서요.”
“제 세공에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그런 거라면 언제든지 상관없습니다.”
김강인에겐 도움 받은 게 제법 많다. 이 정도 부탁은 언제든지 들어줄 수 있다.
그런 걸 세공해 보는 건, 내게도 도움이 되기도 하고.
“감사합니다. 그럼 요즘은 한창 바쁘실 테니, 올림피아드가 끝난 후에 한번 일정을 맞춰 보죠.”
“예.”
김강인이 활짝 웃었다.
“그럼 지금부터 가볍게 공방의 안내를 해 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김강인에게 공방에 대한 안내를 받으며 길을 나아가다보니, 어느덧 공방의 최심부에 도착했다.
“자. 그리고 여기가 바로, 하율 군의 아티팩트. 사계(四界)를 제작 중인 공방입니다.”
뭐가 뭔지 알 수도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는 마도 장치들로 가득 차 있는 10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이거야 말로 난생 처음 보는 설비들이네요.”
“그럴 겁니다. 이 설비에 대한 정보는 아직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았으니까요.”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다.
공개‘되지’ 않았다가 아니라 공개‘하지’ 않았다.
그 말은 즉.
“이거…… 설마 청색 마탑에서 개발한 마도 설비인가요?”
“예. 맞습니다.”
김강인이 활짝 웃었다.
“하율 군의 엘리멘트 마나라이트 세공 덕분에 비로소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놈이죠.”
김강인이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설비를 바라보며, 이리저리 만졌다. 진짜 사랑에 빠졌다고 해도 믿을 거 같은데.
“어떤 기능을 지닌 장치인가요?”
“마석 압축 기능입니다.”
“압축이요?”
압축 정도는 흔하지 않나?
“당연히 평범한 압축이 아닙니다. 이 기기는 10만회 이상의 압축을 가능케 합니다.”
“……10만회요?”
“네.”
김강인이 장치를 이리저리 조작해, 장치를 열었다.
기계틱한 소리를 내며 장치가 서서히 열린다.
“회당 0.01% 이하의 변형만을 가하여 마석을 아주 미세하게 압축. 이를 10만회 가량 반복하는 것으로 마석을 종이처럼 얇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장치 안에 무언가가 보인다.
적(赤), 청(靑), 녹(綠), 황(黃).
네 가지 색깔로 빛나는 직경 1.3cm 정도 크기의 얇은 유리.
그것이 무언가 네모난 큐브에 담겨 있다.
“하율 군이 그랬죠. 몸에 거추장스럽지 않은 아티팩트가 좋다고.”
“예.”
“거추장스럽지만 않으면 형태는 상관없다고 하셨고요.”
“……예.”
김강인이 그 정체불명의 유리를 큐브 채로 꺼냈다.
“이건 설마…….”
“예.”
마치 돔처럼 살짝 굽은 형태.
직경 1.3cm의 아주 얇은 유리.
“콘텍트 렌즈…… 인가요?”
“맞습니다.”
네 가지 빛깔로 빛나는 렌즈.
“엘리멘트 마나라이트의 속성 융화 능력 덕분에 만들 수 있었던 청색 마탑의 최고 걸작.”
김강인이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세계 최초 4중 속성 복합 아티팩트이자, 세계 최초 안구 밀착형 아티팩트. 사계(四界).”
네 개의 세계, 사계(四界).
“이 아티팩트는 하율 군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 줄 거라, 확신합니다.”
마석의 콘텍트 렌즈화.
그게 바로 청색 마탑이 준비하고 있던 프로젝트였던 모양이다.
* * *
그 후, 나는 사계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을 들었다.
성능이 어떻고, 착용감이 어떻고, 어떻게 완벽하고, 동공이라는 최고의 약점을 지켜주고, 마안 보유자에겐 또 이게 어떻게 작용하고. 정말 온갖 정보를 다 전해 들었다.
평소라면 또 김강인이 TMI 토크를 하네. 하고 적당히 반응했을 테지만, 이번엔 그런 김강인의 TMI가 고마웠다.
이런 TMI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오늘부터 3일 동안 잠자긴 글렀네요.”
사계는 3일 뒤에 완성된다고 한다. 덕분에 지금 실시간으로 설레고 있다.
“그럼 안 되죠. 올림피아드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잠을 못 자야 쓰겠습니까.”
김강인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만약 이번 일 때문에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서 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못 따오시기라도 해 보십시오. 그 대가로 사계를 압수해 버릴 겁니다.”
“아, 그건 안 되죠. 어떻게든 푹 자야겠네요.”
나도 장난스럽게 웃었다.
우리 둘 사이에 훈훈한 분위기가 만연했다.
“실례하겠습니다.”
그 사이에 요리가 도착했다.
여성이 익숙한 동작으로 에피타이저를 세팅했다.
“즐거운 시간되시길.”
그리고 작게 고개를 숙인 뒤에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다음 요리를 준비하러 간 것이겠지.
“자, 요리도 나왔겠다. 다른 얘기는 일단 먹고 난 뒤에 합시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코스인데, 입에 맞으시면 좋겠네요.”
“잘 먹겠습니다.”
그 후, 우리는 짧은 대화만을 반복하며 코스 요리를 즐겼다.
과연 김강인이 제일 좋아하는 코스라고 할 만한 퀄리티였다.
나도 나름 어려서부터 고급 음식들을 많이 먹어 왔다고 자부하는데, 여긴 그 중에서도 최상위권이었다.
다음에 기억해 놨다가, 기회가 되면 또 와야겠다.
“입에 좀 맞으셨나요?”
김강인이 싱긋 웃으며 물었다.
“예. 너무 맛있었습니다. 덕분에 좋은 가게를 알게 됐네요.”
“하하. 그럼 다행입니다.”
김강인이 식후 와인을 홀짝였다. 와인이 꽤나 마음에 드는 듯, 표정이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자. 그럼 배도 채웠겠다. 어디, 제게 하고 싶은 말이라는 게 뭔지 들어 볼까요.”
김강인이 와인 잔을 적당히 돌리며 눈을 빛냈다.
“이번엔 또 어떤 재미있는 얘기를 준비하셨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김강인은 내가 이번에도 범상치 않은 얘기를 꺼낼 것이라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지금까지 내가 평범한 얘기를 꺼낸 적이 없으니만큼, 당연한 확신이었다.
“음.”
나는 슬쩍 주위를 살폈다.
여기, 보안은 괜찮은 건가?
“보안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식당은 김강인이 자주 이용하는 식당이었지.
그런 만큼 보안은 철저할 터.
“그래도 혹시 걱정되신다면…….”
김강인이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 순간, 주위에 반투명한 막이 형성되었다.
이전에 백령도에서 민장현이 사용한 적 있는 소리 차단 결계다.
“자. 이제 얘기해 보시죠.”
김강인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필요 이상으로 보안을 걱정하는 모습을 통해, 내 말이 범상치 않다고 또 다시 확신했기 때문이리라.
나는 그런 김강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올림피아드에 흑색 마탑이 개입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김강인의 동공이 확장됐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말에 순간 넋이 나간 듯하다.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김강인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흑색 마탑을 혐오하는 것에 있어선 둘째가라면 서러운 남자인 만큼, 당연한 표정 변화였다.
“일단. 김강인 님도 제 마안에 대한 건, 들어서 알고 계시죠?”
“예. 알고 있습니다. 제 홍옥의 눈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탐지 계열 마안을 보유하고 계시다고요. 그게 어쨌다는 거죠?”
내 마안이 흑색 마탑의 올림피아드 개입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거냐. 그렇게 묻는 눈빛이었다.
“언론에는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제 마안은 대상이 품고 있는 마나량을 볼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제 홍옥의 눈처럼 상대방의 경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요?”
“예.”
김강인이 다소 놀란 듯이 되물었다.
“거기에 더해 상대의 마나를 ‘색’으로 구별해 볼 수 있는 힘도 있습니다.”
“마나를 색으로……. 설마 속성 별로 색을 분류해 볼 수 있다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저는 이 눈을 통해, 상대의 마법이 발동하기 전에 속성을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야 말로 김강인의 눈이 크게 확장됐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이전, 렝 스미스가 흑색 마탑의 스파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마나를 색으로 보는 힘 때문입니다.”
“……렝 스미스의 신체를 흐르는 흑색 마탑의 마나를 봤다. 이건가요?”
“예.”
김강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뭔가 생각이 많아진 모양새다.
“……과연. 그렇다고 치면, 하율 군의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정보력에 대한 것도 이해가 가네요. 그래서요?”
내 마안이 대단한 건 알겠다.
그래서, 그거랑 올림피아드에 흑색 마탑이 개입한다는 거랑 무슨 연관이냐.
그렇게 묻는 표정이었다.
“저는 이번에 백령도에서 이 눈으로 흑색 마탑 특유의 검은 마나를 확인했습니다.”
“……확실한 겁니까?”
“예. 확실히 백령도 중앙 연구소에서 직접 조우했습니다.”
“연구소에서 조우했다…….”
김강인의 표정이 혐오감으로 일그러졌다.
“그 말은, 백령도 영핵 폭주 사건을 일으킨 게 흑색 마탑이라는 말입니까?”
“예. 저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 자료입니다.”
나는 미리 준비해 온 자료를 김강인에게 건넸다.
흑색 마탑의 간부가 연구소장으로 변하고 있었던 것이나.
그런 연구소장이 영핵 폭주 전날에 섬을 비운 것.
그 외에 기타 등등.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정보들까지 모조리 전달했다.
“…….”
자료를 읽어 갈수록, 김강인의 표정이 점점 더 싸늘하게 식어갔다.
“요컨대, 이겁니까? 마도신가 내에 하율 군을 제거하려 하는 자가 있다. 그리고 그 자는 감히 겁도 없이 흑색 마탑과 내통하고 있다.”
“예.”
스파이가 신지한이라는 건 아직 말하지 않았다.
말해 봐야, 증거가 없는 이상 아무 의미도 없다.
이쪽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고, 김강인의 움직임을 통해 신지한이 내 움직임에 대해 눈치 챌 수도 있다.
신지한에 대한 얘기를 하는 건 아직까진 독일뿐이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영핵을 폭주시켜 터트리는 것으로 저를 제거하겠다는 생각까지 품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놈이 제가 올림피아드를 치르기 위해 한국을 떠난 타이밍을 노리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백령도 채로 날 지우겠다는 생각까지 품었던 놈들이, 내가 한국을 떠났는데 가만히 놔 둘 리가 없다.
십중팔구 올림피아드에서 무슨 짓을 할 거다.
“그럼 하율 군이 제게 부탁하고 싶다는 건…….”
“예.”
나는 김강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올림피아드 경기를 치를 동안, 저를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