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7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71화(71/466)
‘일단, 지금 확답을 드릴 수 있는 사항은 아니네요.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김강인은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했다.
적극적으로 검토.
사람의 성격에 따라, 완곡한 거절이라고도 생각할 법할 저 말은, 김강인에 한해선 완곡한 거절이 아니라 99% 부탁을 들어 주겠다는 의미다.
다소 의아한 게 남아있으니, 그에 대해 개인적으로 조사를 해 보고 남은 1%의 의문을 모두 푼 후에 제안을 승낙하겠다.
대충 이런 의미다.
만약 1%의 의문을 풀지 못 하면, 거절을 할 가능성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번 일에 한해서 그럴 일은 없다.
흑색 마탑이 개입한 건 팩트인데, 의심스러울 일이 있겠는가. 김강인이 따로 조사를 하면 할수록 내 말의 신빙성만 늘어 날 테지.
빠르면 내일 중에도 긍정적인 반응이 올 거라고 확신한다.
‘아무튼 이걸로 올림피아드 경기 당시의 안전은 어느 정도 확보됐다.’
김강인 생명 보험에 가입하는 데 성공한 이상, 내 위험은 대폭 줄어들었다.
물론 대폭 줄어들었다는 것이지, 위험이 아예 배제됐다는 건 아니다.
‘신지한이 이렇게까지 과격하게 움직이고, 또, 흑색 마탑이 이렇게까지 대대적으로 움직이는 이상. 김강인 하나만으론 부족해.’
김강인이 제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상대는 그 흑색 마탑이다.
놈들의 신출귀몰한 수법을 생각하면 김강인 한 명만으론 솔직히 조금 불안하다.
‘최소한 김강인 급의 보험을 하나 더 들어 둘 필요가 있어.’
그리고 내 주위에 김강인 급의 보험이라고 하면, 한 명밖에 없다.
나는 폰을 들어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지?
“아버지.”
내 아버지.
신인혁. 김강인과 쌍벽을 이루는 한국의 최고 전력.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중요한 말인가?
“예.”
나는 아버지에게도 김강인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전할 생각이다.
‘이전, 렝 스미스 사건 당시의 나는 아직 신뢰가 부족하여,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상황도 상황이고, 지금의 아버지라면 내 말을 마냥 헛소리라고 치부하시진 않으실 테지.
“마도신가의 명운을 가를 수도 있는 아주 중요한 말입니다. 부디 시간을 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명운이라…….
수화기 너머로, 아버지의 날카로운 감탄사가 흘렀다.
―지금 바로 집으로 와라.
“예. 알겠습니다.”
나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 * *
저택에 도착해, 아버지의 서재로 향하는 길.
정원에서 뜻밖의 인물과 조우했다.
“하율아.”
“……형님.”
신지한.
그가 싱긋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요즘 얼굴보기 참 힘들다?”
“제 얼굴을 보기 힘든 게 아니라, 형님 얼굴이 보기 힘든 게 아닐까요. 원체 바쁘시니…….”
“하하. 생각해 보니 그렇긴 하네.”
신지한이 사람 좋은 미소로 화답했다.
“신지한 님. 다음 스케줄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금방 끝날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신지한이 비서를 향해 걱정 말라는 듯이 다시금 웃었다.
“간간이 연락도 좀 하고 그래.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 형제 좋은 게 뭐겠어.”
신지한이 내 어깨를 두어 번 두들겼다.
꽤나 자상해 보이는 동작이지만, 그 손끝에 담긴 힘이 그의 심사를 정확히 내비치고 있다.
지금 당장 저 손으로 나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으리라.
“예. 다음에 한번 형님이 맡고 계신 계열사에 찾아가겠습니다.”
“그래. 올 때 꼭 연락하고. 갑자기 오면 혹시 내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
“꼭 연락하겠습니다.”
신지한과 내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백령도 얘기는 들었어. 내가 먼저 연락을 했어야 하는데. 미안해.”
“아닙니다. 한창 바쁘실 때니까요. 이해합니다.”
그 후로, 시답잖은 잡담이 이어졌다.
우리는 서로의 속내를 완전히 감추고 사이좋은 형제를 연기했다.
“허허. 두 형제분께서 이리도 우애가 좋으니, 마도신가의 미래는 참으로 창창하군요.”
“그럼요. 아마 신지한 님이 이끄는 마도신가는 세계로 뻗어 나갈 겁니다.”
신지한이 이끄는 마도신가.
그 말에 신지한의 미간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한창 차기 가주 건 때문에 고민이 많은 신지한에겐, 여러모로 불편한 말이었을 테지.
“하하. 꼭 제가 이끌라는 법이 있나요. 요즘 한창 뜨거운 감자인 우리 하율이가 다음 대 마도신가를 이을 수도 있죠.”
진심이 0.001%도 담겨있지 않은 말이었다.
내게 마도신가 차기 가주 자리를 빼앗길까 봐 흑색 마탑에 의뢰까지 한 쓰레기가, 뭐? 내가 마도신가를 이을 수도 있어?
퍽이나 그렇게 생각하겠네.
“에이. 제가 어떻게 형님이 있는데, 다음 대 가주 자리에 앉을 수 있겠습니까.”
나는 그런 생각을 속으로 삼키며 형을 생각하는 상냥한 동생의 표정을 연기했다.
“요즘 가문 내에서, 제가 차기 가주를 맡아야 한다는 말들이 간혹 들려온다곤 하던데.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형님.”
동시에 은근히 멕이는 말을 선물해 줬다. 주위 다른 사람들에겐 배려하는 말로 들리겠지만, 현재의 신지한에겐 비꼬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을 테지.
“…….”
아니나 다를까, 신지한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미소가 짙어졌다기보단, 살기가 짙어졌다고 해야 할까.
신지한의 실체를 알고 있는 나이기에 느낄 수 있는 무형의 살기였다.
“하하. 신경은 무슨. 오히려 기쁘지. 내 뒤를 든든하게 받쳐 줄 동생이 생겼는데.”
“그럼요. 제가 한층 더 커서, 형님의 뒤를 든든하게 지지해 드리겠습니다.”
훈훈한 분위기 속, 나와 신지한은 서로의 속내를 숨기고 웃었다. 다만, 신지한의 미소는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짙었다.
‘신지한은 분노나 짜증 같은 부의 감정을 감추고 표정 연기를 할 때, 미소가 짙어지는 특징이 있다.’
지금 신지한의 분노는 임계치에 접어들었다.
아주 마음에 든다.
나도 속으로 웃었다.
물론 신지한처럼 표정에 티를 내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래. 듣자하니, 이번에 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라고?”
“예. 기왕 출전하는 거, 전력으로 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혹여 제가 금메달을 따면, 마도신가에도 큰 힘이 될 테고요.”
마도신가에 힘이 되는 것 이상으로, 나에게 힘이 될 테지만 말이다.
“그래. 유능한 너니까, 분명 딸 수 있을 거야. 기대할게.”
“예. 형님이 응원해 주신 덕분에, 진짜로 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흐음. 그래?”
내 말에서 무엇을 느낀 것일까.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신지한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뭔가 나쁜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아,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아쉽지만 난 이만 가 볼게. 다음에 또 보자.”
신지한이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아쉽다는 듯이 웃었다.
하나도 안 아쉬우면서, 정말 표정 연기만큼은 일품이다.
“아쉽네요.”
뭐, 나도 연기라면 둘째가라면 서럽지만.
나도 세상 아쉽다는 표정으로 쓰게 웃었다.
“다음에 꼭 좋은 데서 뵀으면 좋겠네요.”
예를 들면 감옥 같은 데서 말이죠. 나는 속으로 마지막 말을 삼키며 한층 더 아쉽다는 듯이 웃었다.
“……그래. 분명히 좋은 데서 보게 될 거야.”
신지한이 웃었다.
평소의 웃음과는 묘하게 다른.
뭔가 기괴한 느낌이 드는 미소였다.
이내 몸을 돌려 멀어져가는 신지한을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다시금 확신했다.
‘역시 신지한은 올림피아드 개최 시기를 노려서 무슨 짓을 할 생각이야.’
그런 확신을 말이다.
* * *
그 후로 3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나는 아버지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
렝 스미스에 대한 얘기부터, 백사혁에 대한 얘기. 마지막으로 백령도에 대한 얘기까지.
김강인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답습하듯이, 아버지에게도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다.
말하지 않은 건, 이번 일의 배후가 ‘신지한’이라는 것과 내가 지닌 마법이 ‘바이테너식’이라는 것 정도뿐이다.
그 외에는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걸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 결과, 나는 긍정적인 답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지금부터 올림피아드가 끝날 때까지 석현이를 포함한 그림자의 정예 대원들을 너에게 붙여주겠다.’
내 말을 믿어준다거나, 그런 말을 직접 하시진 않았다.
하지만, 김석현을 내게 붙여주겠다고 한 것 자체가 내 말에 대한 신뢰의 증거였다.
아버지는 내 말을 믿고, 내 신변 보호를 강화해 주기로 하셨다.
‘이걸로 올림피아드가 끝날 때까지, 내 신변에 위험이 생길 확률은 한없이 0%에 수렴하게 됐다.’
김강인에 이어 아버지도 내 신변을 책임져 주기로 했다.
한국 최고의 마법사 둘이 내 보호를 맡아주다니.
이보다 든든할 수가 있을까.
만약 이 둘의 호위를 뚫고 내게 해를 끼칠 수 있다면, 끼쳐 보라지.
‘이걸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보험은 들만큼 들었다.
이제 남은 건 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따 내는 것뿐이다.
‘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쟁취하고. 본격적으로 가문 내 세력을 만들어서 신지한을 압박 후, 추락시킨다.’
이게 당장의 마스터 플랜이다.
‘가능하면 신지한이 흑색 마탑과 내통하고 있다는 증거가 나오면 더 좋고.’
신지한이 이번 올림피아드에서 실수를 해 주는 게 제일 좋긴 하다. 증거만 생기면 확실하게 신지한을 제거할 수 있다.
물론 이럴 확률은 아주 적을 거다. 하지만 내가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조바심에 무리하게 일을 진행하다가 증거를 남길 수도 있다.
‘뭐가 됐던 올림피아드에서 우승하는 게 중요해.’
내 세력을 만들기 위해서든, 신지한이 조바심을 내게 만들기 위해서든.
올림피아드에서 우승하는 게 필수 조건이다.
‘마침 내일부터 훈련이 다시 재개되기도 하고. 오늘 가서 훈련 일정이랑 작전을 다시 짜 봐야겠네.’
남은 시간은 보름.
그 사이에 얼마나 실력을 끌어 올릴 수 있을까.
* * *
순식간에 일주일이 흘러갔다.
“그럼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제 올림피아드까지 8일 밖에 안 남았으니,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컨디션 조절을 위한 쿨다운으로 넘어가겠습니다.”
D-8.
올림피아드 개최까지 고작 8일밖에 안 남았다.
“뭔가 시원섭섭하네.”
“그러게.”
“나. 하율이의 훈련 스타일에 조교되어 버린 걸지도?”
“……저리 가. 이 변태놈아.”
선배들의 농담에 주위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제 훈련 스타일이 마음에 드셨으면, 올림피아드 이후로도 저와 함께 훈련하시겠습니까?”
“……미안. 살려주라.”
“아하하!!”
선배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분위기가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아. 설렌다. 우리가 세계에서 얼마나 통하려나.”
“진짜 금메달 따는 거 아닌가 몰라.”
진희윤과 마진석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진석 형님. 믿으십쇼. 하율이가 된다고 했으면 되는 겁니다.”
순찬이가 그런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거기에 저라는 비밀병기도 있잖슴까! 음하하!”
순찬이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4서클이 되고 나서 자주 저런다. 아주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비밀병기는 네가 아니라 우리 지수겠지. 그치, 지수야~?”
“어, 언니……. 땀. 땀이…….”
진희윤이 아델라를 껴안았다.
아델라가 괴로워했다.
훈련 직후라, 서로 땀에 흠뻑 젖어서 아주 찝찝할 거다.
그런 아델라에 아랑곳하지 않고 진희윤이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아델라를 껴안았다.
누가 보면 진짜 죽고 못 사는 친자매라고 생각할 것 같다.
“수고했다.”
강신우가 내게 스포츠 드링크를 던지며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가볍게 페트병을 받아내며 답했다.
“꽤나 훌륭한 팀이 됐군.”
강신우가 8명이서 뭉쳐 농담 따먹기를 하는 광경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되겠어.”
“예.”
백령도 영핵 폭발 사건 때문에 훈련 일정이 1주일이 날아가서, 걱정을 좀 했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다들 순식간에 호흡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백령도 영핵 폭발 사건이라는 목숨이 위험한 사건을 통해 다들 유대감이 쌓였기 때문일까.
진짜 한 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호흡이 아주 찰떡이다.
“아, 맞다. 신 리더! 내일 비행기 몇 시야? 뭐 문제가 생겨서 조율 중이라면서?”
진희윤이 여전히 아델라를 껴안은 채로 내게 물었다.
아델라가 답답해 죽을 것 같다는 표정으로 낑낑댔다.
“아. 문제가 생긴 건 아니고요. 더 좋은 비행기를 협찬 받게 돼서요. 그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어요.”
“더 좋은 비행기?”
“네.”
나는 폰을 조작해서, 2시간 전에 갓 도착한 메일을 홀로그램 화면으로 투영해, 모두에게 보여줬다.
“청색 마탑의 전용기. 저희는 이걸 타고 내일 아침 10시에 미국으로 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