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73)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73화(73/466)
“흑색 마탑의 움직임이 이상합니다.”
“움직임이 이상하다고요?”
“예.”
김강인이 양손을 지지대로 삼아 턱을 괸 채로 눈을 빛냈다.
뭔가 생각이 많아 보인다.
“흑색 마탑의 움직임이 어떤 식으로 이상한 건가요?”
흑색 마탑에 대해선 거의 밝혀진 것이 없다.
흑색 마탑의 본거지가 어디인지, 소속되어 있는 흑마법사들은 대충 몇 명인지. 7서클 이상 대마법사들은 몇 명인지. 간부는 몇 명인지.
대다수의 것들이 불명이다.
움직임도 관찰할 주체에 대한 정보가 확실히 있어야 관찰할 수 있는 것.
이렇게 모든 게 의문인 집단의 움직임을 어떻게 파악한 것일까.
“일단. 이걸 봐 주시죠.”
김강인이 내게 서류 뭉치를 건넸다. 손에 쥐자마자 느껴지는 종이의 묵직한 마나.
마법으로 보안되어 있는 극비서류였다.
“저번에 하율 군에게 흑색 마탑이 올림피아드에 간섭해 올 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고 난 뒤. 저는 마탑의 정보망을 이용해서 흑색 마탑을 조사했습니다. 이 서류는 그 조사 결과입니다.”
“이렇게까지 자세히…….”
대충 100장은 돼 보이는 서류 뭉치들.
이 서류에는 올해 흑색 마탑이 일으킨 사건들의 정보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올해 흑색 마탑이 벌인 것으로 보이는 사건은 총 67개입니다.”
“67건…….”
총 43개의 국가에서 5달 동안 67개의 사건을 일으켰다.
흑색 마탑이 얼마나 거대한 범죄 조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직 놀라시긴 이릅니다.”
김강인이 좌석마다 비치되어 있는 최신식 태블릿PC를 가동하여, 어떠한 자료를 PPT로 띄웠다.
“이건 최근 10년 간, 1~5월 사이에 흑색 마탑이 일으킨 사건의 숫자를 그래프로 나열한 겁니다.”
“이건…….”
올해 1~5월까지 총 11개의 기록을 그래프로 나열한 자료.
“올해를 제외하면, 연평균 131.7회…….”
최근 10년간, 흑색 마탑이 일으키거나, 일으킨 것으로 보이는 사건은 평균 130개가 넘는다.
반면 올해는 고작 67개.
무려 반이나 줄었다.
“이 변화폭은 확실히 이상하네요.”
최대 190회에서 최저 110회.
전체적인 통계로 보았을 때, 67회는 아무리 그래도 너무 이상하다.
“그리고 이건, 11년 전. 흑색 마탑이 벌인 대서양 웜홀 사건이 발생한 해의 1월~5월 사이의 사건 발생 횟수입니다.”
대서양 웜홀 사건.
세계 10대 재앙 중 하나로, 흑색 마탑이 일으킨 인조 재해다.
김강인이 자료를 다음으로 넘겼다.
“……61회?”
그 해의 사건 발생 횟수는 61회. 연평균 수치보다 2배 낮으며, 올해 사건 발생 수치와 굉장히 유사한 수치였다.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아시겠죠?”
김강인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올해 사건이 적은 건, 흑색 마탑이 현재 무언가 대대적인 테러를 준비하느라 다른 사건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이런 거군요.”
만약 11년 전의 통계치가 없었다면 그저 올해 사건이 좀 없었구나 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1년 전 하필 사건 발생 횟수가 연평균 절반 이하로 줄어든 타이밍에 대서양 웜홀 사건이 발생했고, 올해 때마침 사건 발생 횟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면 얘기는 좀 다르다.
단순히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걸리는 게 너무 많다.
이건 올해도 무언가 대대적인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 이건 올해 1~5월 사이에 발생한 사건 발생지와 최근 10년의 사건 발생지를 나열한 지도입니다.”
그래프가 사라지고 세계 지도가 떠올랐다. 김강인의 말처럼 사건 발생지에 표시가 되어 있다.
“올해는 유독 미국 쪽에 사건이 많네요.”
“바로 눈치 채셨군요. 맞습니다.”
올해 사건 발생 횟수가 절반 이하인데 반해, 미국에서 발생한 사건은 1.5배가량 많다.
흑색 마탑의 행동반경이 미국에 집중됐다고 봐도 될 정도로, 미국 쪽에 사건이 몰려 있다.
“확실히 이건 흑색 마탑이 올해 미국에서 뭔가를 하려는 것 같다고 봐도 될 지표네요.”
“예.”
미국에 유독 사건이 많이 발생한 이유는, 미국에서 거사를 치르기 전 사전 준비를 하며 이리저리 많이 움직였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여기에 하율 군이 저한테 했던 말을 더하면 이런 결론이 나옵니다.”
내가 김강인에게 했던 말.
‘흑색 마탑이 올림피아드에 개입할 확률이 높다.’
지금 김강인이 조사한 지표에 내가 한 말을 더하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흑색 마탑은 올해 미국에서 올림피아드 시기를 노려, 무언가를 하려고 하고 있다.”
김강인의 목소리가 무겁게 울려 퍼졌다.
* * *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선 안에서, 나는 홀로 상념에 잠겨 있었다.
‘흑색 마탑이 올림피아드에서 뭔가를 하려고 한다……라.’
다른 사람들은 모두 피곤한지 잠들어 있다.
김강인도 마찬가지다.
현재 이 비행기 안에 깨어있는 승객은 나뿐이다.
‘흑색 마탑이 나 하나를 제거하기 위해 그렇게 대대적으로 움직일 리는 없고.’
흑색 마탑이 고작 나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서 올해 사건을 절반으로 줄일 만큼의 손해를 감수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애초에 흑색 마탑의 움직임이 이상해진 건 올해 1월부터. 날 노리고 움직였을 시기가 아니야.’
내가 이드레드의 서를 얻은 건 4월. 1월의 나는 신지한이 노릴 이유도 없는 낙오자였다.
흑색 마탑이 날 노릴 이유가 없다.
‘그럼 뭐지?’
흑색 마탑의 목적은 뭐지?
대체 미국에서 뭘 하려고 하는 걸까.
정말 올림피아드를 노리는 건가?
올림피아드가 아니라 백악관이라거나, 미국의 레펠 코퍼레이션 같은 공룡 기업을 노리는 게 아닐까?
내 뇌가 다시금 회전했다.
아까 전 김강인에게 제공받은 정보를 다시금 떠올리며 새로운 방향으로 생각을 뻗어 나간다.
‘답이 없네.’
물론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흑색 마탑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는 건, 그저 통계상으로 파악한 것일 뿐.
실제로 흑색 마탑이 움직일 거라곤 단정할 수 없다.
애초에 흑색 마탑이 미국을 노리고 있다고 해서, 올림피아드를 노릴 거란 보장도 없다.
모든 것이 불확정 수.
미지수다.
‘일단, 김강인이 미국의 적색 마탑을 포함해서, 미국의 테러 대응 본부 같은 데와 얻은 자료를 공유, 협력해서 대비할 거라곤 했으니까. 걱정은 안 해도 될 거 같긴 한데…….’
따지고 보면 이번 일은 나한텐 이득이다.
흑색 마탑의 행동 지표가 이상한 이상 미국은 경각심을 가질 테고.
그럴수록 흑색 마탑은 움직이기 힘들어질 터.
당연히 신지한의 의뢰를 수행하는 그 정체불명의 간부도 나를 노리기 훨씬 더 힘들어질 것이다.
이번에 김강인이 이런 의심스러운 지표를 발견한 건, 불안해 하기보단 기뻐해야 할 일이다.
‘근데…….’
하지만.
뭔가가 걸린다.
마치 목에 작은 가시가 걸려 있는 것 같은 찝찝함.
‘뭔가가 걸려. 뭔가가…….’
그 이질감을 계속해서 곱씹으며, 나는 생각을 거듭했다.
* * *
그렇게 총 6시간이 흘러.
우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크으. 여기가 미국이구나.”
6시간 동안 푹 숙면을 취해 세상 개운한 얼굴이 된 순찬이가 기지개를 켜며 공기를 한가득 들이마셨다.
“이게 미국 냄새구만! 짜릿하네!”
“응. 그거 공항 공기 청정석 냄새야.”
마찬가지로 6시간 숙면 끝에 반질반질한 얼굴이 된 진희윤이 순찬이에게 태클을 걸었다.
“누님. 공기 청정석이라고 해도, 미국산이랑 한국산은 다른 법 아니겠습니까.”
“퍽이나 다르겠다. 공기 청정석은 전부 레펠 코퍼레이션사 제품인 거 모르냐?”
진희윤이 가당찮다는 듯이 코웃음 쳤다.
마진석이 순찬이의 머리를 한손으로 붙잡고 마구 돌리며 놀렸다.
“인마. 넌 기분을 낼 거면, 공항을 나선 뒤에 해야지. 쪽팔리게 공항에서 뭐하는 거야.”
“아. 진석 형님. 이런 건 또 도착과 동시에 기분 내 주는 게 제맛 아니겠습니까.”
순찬이가 음하하! 하면서 대소했다. 진짜 텐션이 대기권을 뚫고 우주 밖으로 솟구치고 있다.
청색 마탑 전용기에 탑재되어 있는 컨디션 조절용 숙면 좌석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모양이다.
너무 건강해졌는데.
“됐으니까, 조용히 좀 해. 주위에서 이상한 놈 보듯이 보잖아.”
마진석이 순찬이의 입을 막고 그대로 밖으로 끌고 나갔다.
순찬이가 읍읍 소리를 내며 끌려 나갔다.
“어유. 저 화상.”
진희윤이 고개를 저으며 그 둘을 뒤따랐다.
“저희도 갑시다.”
이미 입국 수속은 끝마쳤다.
애초에 청색 마탑의 전용기로 온 거다 보니, 입국 심사도 하이패스라서 뭐 할 것도 없었다만.
“안내하겠습니다.”
정수아가 앞장서서 숙소까지 가는 리무진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청색 마탑주님은 같이 안 가시나요?”
뒤에서 조용히 따라가던 아델라가 정수아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물었다.
“예. 마탑주님께서는 적색 마탑주님과 선약이 있으십니다. 아마 적색 마탑에 갔다가, 일을 다 처리하신 후에 숙소로 오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하.”
청색 마탑주 김강인과 적색 마탑주 제임스 필러가 사이좋은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아델라가 그 사실을 떠올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이내 아쉬워하는 표정이 되었다.
“적색 마탑……. 저도 한번 가 보고 싶네요.”
마법적인 무언가에 대한 탐욕은 아델라도 나 못지않다.
적색 마탑의 특수 시설은 세계에서도 알아 주니만큼, 꼭 가 보고 싶었으리라.
“그러게. 나도 가 보고 싶긴 하네.”
나도 꼭 한번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다.
“음. 그러시다면, 일정을 잡아 볼까요? 적색 마탑주님께서도 신하율 님과 아델라 스테어트 님을 뵙고 싶어 하시는 듯했고. 아마 무난히 일정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정수아가 폰을 꺼내 캘린더를 확인했다. 앞으로의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리라.
“실례가 안 된다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도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나와 아델라가 동시에 정수아에게 달려들었다.
적색 마탑의 견학.
이건 놓칠 수 없다.
“예. 그럼 일정을 조율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적색 마탑 견학이 정해졌다.
아주 만족스럽다.
“그럼, 잠시 대기해 주시겠습니까? 넘버와 일정만 바로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목적지인 리무진 버스 전용 주차장에 도착한 직후.
정수아는 버스와 기사의 확인을 위해 자리를 비웠다.
그냥 같이 가면 될 걸, 굳이 혼자 가는 게 참으로 정수아 답다.
“진짜 철두철미하시네.”
순찬이가 정수아의 일처리를 보고 감탄 반, 경악 반의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대단하긴 한데,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표정이다.
“원래 저런 분이셔. 그러니까 더 믿을 만한 분이고.”
유도리가 없는 부분이 간혹 있지만, 그만큼 일처리는 확실하다. 정수아가 맡은 일에 한해선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정수아가 괜히 저 젊은 나이에 청색 마탑주의 비서를 전담하고 있는 게 아니다.
“하긴. 몇 번 뵌 적도 없는데, 벌써 신뢰가 가긴 한다.”
순찬이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순찬이 너랑 아델라…….”
그렇게 두 명에게 말을 걸려고 할 때였다.
후웅-!
돌연 바람이 불었다.
자연스러운 바람과는 전혀 다른 인공적인 날카로움을 품고 있는 마나로 만들어진 바람.
그것이 나를 향해 정확히 날아들고 있다.
“하율아!”
“……!”
나보단 조금 늦었지만, 습격을 눈치 챈 순찬이와 아델라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순찬이가 곧바로 배리어를 사용해서 바람의 칼날을 막았다.
동시에 아델라가 반격을 위해 월광탄을 띄웠다.
가히 완벽한 대응이었다.
“멋지네. 호흡이 완벽해.”
저 멀리서 금발의 남성이 터벅터벅 걸어왔다.
아주 익숙한 얼굴이다.
“안녕. 한국 대표. 좋은 밤이야.”
그가 어눌한 한국어로 내게 인사를 건넸다.
“영국에선 인사를 이런 식으로 하나보네요. 처음 알았습니다.”
“그럴 리가. 영국은 신사의 나라인 걸. 이런 게 인사일 리가 없잖아.”
남성이 호전적으로 웃었다.
“이건 인사가 아니라 선전포고. 도발이야.”
“……솔직하시네요.”
“물론이지. 솔직함은 기사의 미덕이거든.”
이번 올림피아드의 유력한 MVP후보이자, 19세에 5서클을 엮은 영국의 유망주.
돌풍의 기사.
카일 벤티아.
“그니까. 솔직하게 말할게.”
그가 활짝 웃으며 검 끝으로 날 가리켰다.
“한판 붙자. 네 실력이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