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76)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76화(76/466)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달리아 살렌티아에게 똑같이 미국식 영어로 답했다.
“글쎄. 나는 김강인 님의 제자는 아니라서. 잘 모르겠네.”
내 앞에 마주선 달리아가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두 눈동자 속에 숨길 수 없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엿보인다.
“그래? 아쉽네. 청색 마탑주님이 제자를 아끼는 타입이면 확 한국으로 귀화해 버릴까 했는데.”
장난기 가득한 웃음.
누가 봐도 농담이었다.
“아. 그런 의도였어? 그럼 미리 말하지. 청색 마탑주님은 제자한테 아주 상냥하셔. 멀리서만 봐도 알겠더라.”
장난스런 말에 마찬가지로 장난스런 답을 했다.
달리아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이미 버스 지나갔어. 그니까 처음부터 생각 잘 했어야지.”
“아쉽네. 다음부턴 더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어.”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모두 장난이다.
달리아는 귀화할 생각이 1도 없다. 그냥 농담 삼아 저런 말을 하는 것 뿐. 나도 그 농담에 어울려 준 것이고.
“자.”
달리아 살렌티아가 웃으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하자는 의미이리라.
나도 가볍게 오른손을 내밀어 손을 적당한 세기로 부여잡았다.
“만나서 반가워. 내 이름은 굳이 말 안 해도 알지?”
달리아가 맞잡은 손을 적당히 흔들었다.
“반가워. 나도 딱히 자기소개 안 해도 되지? 나쁜 의미로든, 좋은 의미로든 유명하니까.”
“뭐야. 초면부터 블랙 조크야? 문면으로 보는 것과 달리 꽤나 유머러스하네?”
달리아가 꺄르르 웃었다.
별로 웃길 마음은 없었는데, 뭔가 개그 코드가 맞은 것 같다.
아니, 그보다.
“칭찬은 고마운데, 우리 초면 아니야. 10살에 한번 봤어.”
“아. 진짜?”
“어. 내 생일에 적색 마탑주님께서 너를 데리고 오셨거든. 자기 제자 자랑한다고.”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달리아가 살짝 고개를 갸웃하고 생각에 잠겼다.
10살 때 일이라, 전부 생각은 안 나는 모양이다.
“음.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달리아가 그런 사소한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방긋 웃었다.
“그럼 이건 오랜만에 본 친구랑 재회한 상황이란 거네?”
“뭐, 그렇게 되겠지?”
“그럼 인사를 바꿔서…….”
달리아가 더 활짝 웃으며 내게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그리고 그대로 날 껴안았다.
“오랜만이야, 친구.”
딱히 당황하지는 않았다.
이건 그냥 미국식 인사법이다.
나도 달리아가 무안해하지 않게 적당한 세기로 달리아를 껴안았다.
“그래. 오랜만이야.”
뭐, 8년 전에도 딱히 친구라 부를 만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런 사소한 건 그냥 넘어가도 되겠지.
그러는 중, 방금 달리아가 나온 문이 다시금 기계틱한 소리와 함께 열리며 적색 마탑주와 청색 마탑주가 동시에 나왔다.
“오, 뭐야. 내 제자 아니랄까 봐, 벌써 미인계 들어간 거야?”
적색 마탑주.
제임스 필러.
달리아 살렌티아와 마찬가지로 불같은 적발이 매력적인 미중년. 중년이라고 하기엔 나이가 올해로 70세를 넘었지만, 마나의 작용을 항시 받고 있는 마법사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외견상으론 40세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스승.”
달리아가 인상을 와락 찌푸리고 내게서 몸을 뗐다.
조금 전, 적색 마탑주에게 갈굼 받고 왔다더니. 반응을 보니 진짜인 모양이다.
“청색 마탑주. 이걸 어쩌나. 우리 달리아의 미인계에 당해서 손도 발도 못 쓰고 당하게 생겼는데. 음하하!”
제임스가 껄껄 웃으며 김강인의 등을 탕탕 두드렸다.
“미인계? 글쎄. 나는 반대로 미남계가 아닐까 싶은데.”
김강인의 입에서도 유창한 영어가 튀어나왔다.
발음도 그렇고, 거의 뭐 현지인 수준이다.
“오호. 미남계라. 흠. 달리아가 좋아할 법한 마스크긴 하네. 일리 있어.”
제임스가 턱을 쓰다듬으며 내 신체 곳곳, 그 중에서도 얼굴을 중점적으로 관찰했다.
“후우. 스승. 적당히 해. 그 이상은 손님한테 실례야.”
달리아가 세상 짜증난 표정으로 제임스의 행동을 막았다.
“뭐야. 벌써 챙기는 거야? 진짜 미남계에 당한 거였어?”
제임스가 경악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아, 좀. 스승, 제발…….”
달리아가 창피하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가렸다.
제임스의 주접이 부끄러운 듯하다.
“왜? 남자 따라서 한국으로 귀화한다고?”
“아, 진짜…….”
달리아가 그대로 몸을 돌렸다.
“몰라. 나 갈 거야.”
그리곤 그대로 적색 마탑 밖으로 걸어 나갔다.
적색 마탑주와는 더 이상 말하기 싫다. 이런 뉘앙스가 그대로 전해져 오는 행동이었다.
“그럼 난 갈게. 다음에 봐.”
로비를 나서기 전, 달리아가 마지막으로 내게 인사를 건넸다.
“저거 봐. 미남계에 당한 게 맞다니까.”
제임스 필러가 능글맞은 미소와 함께 마찬가지로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스승. 제발 닥쳐.”
달리아는 그 말을 끝으로 로비를 나섰다.
“오우.”
Shut up.
본토 식 닥쳐는 제법 맛깔났다.
“크크크크.”
제임스가 세상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대충 이 사제관계가 어떤지 알겠다.
8년 전에는 이렇지 않았던 거 같은데. 하기야, 8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제임스. 적당히 해. 저러다 비뚤어질라.”
“그래야 하는데, 이게 참……. 가면 갈수록 반응이 더 재밌어져서 그런가. 자제하는 게 쉽지 않단 말이지.”
제임스가 세상 행복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그 뒤로 김강인이 따랐다.
두 마탑주가 내 앞에 나란히 섰다.
“이걸로 두 번째 보는 건가? 반갑다.”
조금 전, 달리아에게 보인 능글맞은 표정과 가벼운 분위기 따윈 순식간에 사라져.
강렬한 분위기와 눈빛이 되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세상의 모든 걸 불태워 버릴 것만 같은 강렬한 눈빛으로 내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네 두 번째입니다.”
나는 그대로 적색 마탑주의 손을 잡았다.
사제와 연달아서 악수를 하게 되네.
꽈아아악!
제임스가 내 손을 강하게 쥐었다.
“아까 말은 그렇게 하긴 했다만, 설마 진짜로 달리아한테 사심을 품고 있는 건 아니겠지?”
“…….”
순간 제임스의 뒤에 아델라의 아버지, 위상철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역시 이 사제 관계는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의 관계인 듯하다.
“그런 거 아니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흠.”
제임스가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내 속내를 읽으려는 목적이겠지.
“좋아. 정말 아무 생각 없는 것 같군.”
내 눈에서 진실을 읽은 것일까.
제임스가 손아귀에 힘을 풀고, 그대로 악수를 풀었다.
그리곤 내게서 멀어져, 같이 온 팀 멤버들과도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그럼 바로 안으로 들어가지.”
그렇게 모두와 악수가 끝나고, 우리는 적색 마탑의 내부로 들어섰다.
* * *
적색 마탑에 들어선 후로 약 2시간이 흘렀다.
과연 최첨단 시설로 명성이 자자한 적색 마탑 다웠다.
볼게 얼마나 많은지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즐겁고 놀랍고 경악스러운게 너무 많아서 그런가.
체감상 10분도 채 안 지난 것 같았다.
“그럼 다음은 올해 갓 출시된 트레이닝 룸으로 가겠습니다.”
참고로 우리를 안내해 주고 있는 건, 적색 마탑 소속 문하생이다.
제임스 필러는 한국어를 구사할 수 없기에, 한국어를 할 수 있는 문하생을 안내원으로 붙여줬다.
두 마탑주님께서는 그럼 재밌게 구경하라는 말만 남기고 최상층으로 올라가셨다.
뭐, 협의할 게 남아있다고 하셨던가.
“아, 다음 장소로 넘어가기 전에. 신하율 님. 두 마탑주님의 전언이 있습니다.”
최신식 트레이닝 룸으로 안내를 해 주려던 중. 안내원이 내게 몸을 돌렸다.
“지금 당장 최상층으로 올라오라고 하시네요.”
“……지금요?”
“네.”
“아직 반도 안 돈 거 아닌가요?”
“네.”
“그런데 지금 올라가야 한다고요?”
“예.”
“……진짜요?”
그건 아니지. 진짜로.
“……하하.”
내 눈에서 타오르는 정열과 분노를 읽은 듯, 안내원이 쓰게 웃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두 분께서 부르신다는 데 어쩔 수 없죠. 최상층으론 어떻게 올라가면 되나요?”
“아, 잠시. 안내인을 붙여드리겠습니다. Hey! Mickey!”
근처에 대기 중이던 한 남성을 불러, 영어로 나를 최상층까지 데려가라고 부탁했다.
남성이 OK를 외치고 내게 다가와 영어로 따라오라고 했다.
나는 잠시라는 사인을 보내고, 동료들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럼 전 먼저 가 보겠습니다. 다들 재밌게 즐기시고, 나중에 봅시다.”
“어. 잘 갔다 와.”
“다녀오세요.”
순찬이와 아델라가 대표로 답했다.
“아, 그리고 아델라. 이후에 볼 것들에 대한 리포트, 조금 세세하게 만들어 줄 수 있어? 나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 좀 하게.”
아, 분하다.
이 보물단지들을 그냥 두고 떠나야 하다니.
“신 리더. 우리 지수가 봉이야? 우리 지수 힘들게 뭐 리포트를 만들라 말라야.”
진희윤이 버럭 소리치며 따지고 나섰다. 어떻게든 아델라에게 점수를 따려는 애처로운 움직임이 엿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헛다리짚었다.
“……진희윤 선배님. 전 원래 매일 그날 새로 배운 것에 대한 리포트를 만들어요.”
“……어?”
아니, 헛다리 수준이 아니라 지뢰를 밟았다.
“저번에도 말씀드린 거 같은데. 잊으셨나보네요. 흐음. 그렇군요.”
“아니, 그…… 지수야?”
굳이 내가 부탁을 안 해도, 아델라는 오늘 보고 겪은 일들에 대한 것들을 리포트로 작성해 보관했을 것이다.
나는 그 리포트를 조금 더 세세하게 만들어 달라 부탁한 것뿐이고.
“역시 선배님은 저에 대해선 관심도 없으셨네요.”
“아니이이. 지수야. 일단 내 말 좀 들어 봐.”
“말하세요.”
“……언니가 다 잘못했다! 용서해 주라!”
진희윤이 아델라를 껴안고 울며불며 사정했다.
아델라가 차가운 눈으로 진희윤을 흘겨봤다.
“……오늘이 아니라 내일까지 저 둘한텐 접근도 안 해야겠네.”
순찬이가 다시금 몸을 부르르 떨며 다짐했다.
나도 속으로 다짐했다.
저 둘은 그냥 놔둬야지. 괜히 불똥 튈라.
“아무튼 부탁 좀 할게.”
“네. 맡겨두세요.”
아델라가 활짝 웃으며 내게 답하고, 옆에서 진희윤이 울상으로 아델라에게 들러붙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진짜 한 달 전에 험악했던 관계가 거짓말 같네.
“그럼 갑시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안내인에게 몸을 돌렸다.
안내인이 그대로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향했다.
그대로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안내인의 신분증 카드로 보안을 해제, 두 마탑주님께서 기다리는 최상층으로 향했다.
띵-!
그렇게 최상층인 75층에 도착했다. 안내인이 쭉 직진하면 된다고 말을 남기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그대로 쭉 직진하자, 안내인의 말처럼 마탑주의 방으로 보이는 곳이 보였다.
적색 마탑의 상징인 ‘화염’에 걸맞게 온통 붉은 화염석으로 치장되어 있는 방.
그 중에서도 유독 붉은 문.
나는 그 문을 두어 차례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안에서 김강인 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곧바로 문을 열고 내부로 들어갔다.
그리고 내부의 전경을 확인하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확히는 방 안에 앉아 있는 면면을 보고 놀란 것이다.
“어서오세요.”
“Welcome.”
당연히 청색 마탑주와 적색 마탑주를 보고 놀란 건 아니다.
이 둘이 있을 거야 이미 알고 있었는데, 놀랄 이유가 없다.
내가 놀란 건 그 둘의 앞에 예상치 못한 인물이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
아버지가 평소와 마찬가지로 근엄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앉아 계셨다.
“언제 오신건가요?”
“4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다.”
“빨리 오셨네요. 일이 많으셔서 경기 시작 전날에 오신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나는 천천히 세 거물에게 다가갔다.
“그러려고 했다만…….”
아버지가 치뜬 눈으로 김강인을 노려봤다.
“안건이 안건이어야 말이지.”
“아.”
알겠다.
“흑색 마탑 때문이군요.”
“그래.”
아버지는 김강인 님이 보낸 흑색 마탑의 이상 행동에 대한 자료를 보신 거다.
그래서 5일 빨리 미국에 오신 것이다.
다른 업무는 캔슬을 냈거나, 김석현이 대신 처리하고 있을 테지.
“그럼 저를 부르신 건…….”
“그 후로, 또 새로운 추가 정보가 모여서 말이죠. 최초 제보자인 하율 군의 의견을 좀 듣고 싶어서 이렇게 부르게 됐습니다.”
“역시 그렇군요.”
예상대로였다.
이 멤버가 나를 부를 이유는 그것밖에 없다.
“일단 앉으세요.”
김강인이 맞은편, 아버지의 옆자리에 앉을 것을 종용했다.
나는 빠르게 그 자리에 앉았다.
“단도직입적으로,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세 명의 시선이 동시에 내게 꽂혔다.
처음 하는 얘기라면 시선이 김강인 님에게 집중될 터인데, 내게 집중되는 것으로 보아, 이 얘기는 내가 오기 전에 한번 한 얘기인 듯하다.
“오늘 아침. 올림피아드 관계자로 의태하고 있던 흑색 마탑의 흑마법사 한 명을 체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