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7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79화(79/466)
올림피아드 개막식의 최고 볼거리인 퍼포먼스는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었다.
연이어 펑펑 터지는 화려한 마법의 향연.
마치 마법으로 공예를 하는 듯한 광경의 연속에 관객들이 환호했다.
“미쳤다! 미쳤어!”
온갖 속성의 마법들이 마치 불꽃놀이처럼 연달아 터지는 광경은 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황홀했다.
“4서클이 이 정도면 대체 5서클, 6서클 마법사들은 얼마나 대단한 거야?”
몇몇 관객들 사이에서 이런 진심 어린 의문이 튀어나왔다.
4서클 마법으로 이런 대규모 마법을 연달아 펼칠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위력은 배제하고 이펙트에 모든 걸 투자한 마법이라 그래. 원래 4서클 마법사는 이런 대규모 마법 못 써.”
지금 펼쳐지는 마법들은 모두 속 빈 강정이다.
오로지 퍼포먼스용으로 화려하게 보이도록 개조된 마법식.
마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위력을 배제했기에, 저 정도 규모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팀의 엔지니어가 베네치아 코퍼레이션이라고 했던가. 마법식을 만지는 능력이 상당하군. 기억해 둬야겠어.”
“미팅을 잡아볼까요?”
“일단 조율만 해 보도록.”
감탄하는 관객들 사이사이, 업계 관계자들의 냉철한 모습도 보였다.
그들은 각국의 대표들이 펼치는 화려한 마법에 감탄하기보단, 저런 마법식을 구상하고 알고리즘화시켜, 인공지능에 이식까지 완료한 배후의 엔지니어를 생각하고 있었다.
“마나량은?”
“4서클을 상회했네요. 아티팩트 제작 능력도 탁월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 정도의 기술력이라면 거래를 터도 되리라.
저 팀의 엔지니어는 형편없군.
그런 생각과 함께 추후 함께 갈 수 있을 만한 파트너를 선별하는 중이다.
“올해도 기대해 봐도 되겠군.”
“네.”
이게 바로 올림피아드 개막식 퍼포먼스의 존재 의의다.
관객은 각국이 선보이는 화려한 마법에 매료되어, 고양되고.
각국의 엔지니어 팀들은 다른 나라의 관계자들에게 자신들의 능력을 어필할 수 있으며.
각국의 관계자들은 괜찮은 파트너를 선별할 수 있다.
바야흐로 일석삼조.
아니, 각 나라의 국위선양이란 의미를 생각하면 일석사조라고 할 수 있겠다.
“오. 다음 미국팀이다.”
그렇게 십여 팀의 차례가 지나, 미국팀이 준비해 온 퍼포먼스를 보일 차례가 되었다.
미국팀에 대한 기대만큼, 관객들의 고양감이 더욱 커졌다.
“이건 볼 만하겠군.”
이번에 한해선 관계자들도 관객들과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이 언제 다른 팀들을 평가했냐는 듯이, 콘서트를 보러 온 관객 같은 눈빛이 되었다.
“적색 마탑이 올해 뭘 준비해 왔을지…….”
당연한 일이었다.
이번에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엔지니어는 무려 적색 마탑.
업계 관계자들이 감히 평가할 수 있는 단체가 아니다.
그들에게 허락된 건 감탄하는 것뿐이다.
화르르르르륵-!
그 순간 하늘에 화염이 피어올랐다.
수십 만 명을 수용하는 대형 경기장의 천장을 모조리 덮을 크기의 불꽃.
“와아아아아!”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른 크기의 화염에 관객들의 소리가 더더욱 커졌다.
그 화염 아래로 달리아 살렌티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장발을 한껏 흩날리며, 자신감 있는 발걸음으로 경기장의 중심에 선다.
그리고 그 순간.
화염이 요동쳤다.
푸른색 따윈 잊어버린 하늘.
노을보다 더욱 붉게 물든 하늘이 요동치며 모습을 바꿨다.
“……장미?”
마치 이 축제를 축복하듯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던 화염은 수백 개의 장미꽃이 되어, 하늘을 가득 채웠다.
“이쁘다…….”
“와아.”
그 아름다운 광경에 관객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 몽환적인 풍경의 중심.
환하게 웃으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달리아 살렌티아가 한쪽 손을 높이 뻗어 올렸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미쳤어! 이건 미쳤다고!”
“오 마이 갓!”
그녀의 손에 이끌려 마치 춤을 추듯 움직이는 화염.
마치 이 경기장 전체가 그녀의 손아귀에서 노는 것 같은 풍경.
때로는 가련하게.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웅장하게.
달리아 살렌티아라는 지휘자가 연주하는 화염의 세레나데는 무려 5분 동안 이어졌고.
“와아아아아아아!!”
“달리아! 달리아! 달리아!”
“역대급이다, 이건 역대급이야!”
그녀가 선보인 퍼포먼스는 107회의 올림피아드를 통틀어, 역대 최고라고 평가받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 평가는 20분 후.
“카일! 카일! 카일!”
“와아아아아!”
영국팀 소속 대표 카일 벤티아가 나온 시점에 또 다시 반복되었다.
“올해 진짜 미쳤다!”
“영국팀도 미국팀도 돌았네! 돌았어!”
그렇게 개막식의 분위기는 최고조를 넘어, 임계치를 초월해가기 시작했다.
* * *
“……미친.”
한국팀 대기실의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거의 무슨 줄초상이라도 난 것 같은 침울함.
다들 헛웃음과 감탄사만을 연달아 터트리고 있다.
“달리아에 이어서 카일까지…….”
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각국이 선보이는 퍼포먼스의 수준이 너무 높다.
특히나 영국과 미국.
각각 녹색 마탑과 적색 마탑의 지원을 받고 있는 두 팀의 수준이 하늘은 물론 대기권까지 뚫어 버렸다.
“퍼포먼스에 대체 얼마나 공을 들인 거야…….”
대표가 5서클이기에 보일 수 있는 퍼포먼스의 격이 다를 거란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마치 12세 이하의 주니어 대회에, 프로 선수가 난입한 것 같은 느낌.
카일과 달리아의 퍼포먼스는 다른 정말 격이 달랐다.
“……인터넷에서 벌써부터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네요.”
지순찬이 헛웃음을 터트리며 인터넷의 반응을 살폈다.
다들 찬양 일색이다.
SNS 활동을 하는 대마법사들도 광분한 듯, 온갖 찬사를 늘어놓고 있다.
이번에 두 팀이 보인 퍼포먼스가 얼마나 대단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미치겠네. 이거 우리 괜찮은 거야?”
물론 미국과 영국이 찬사를 받는다고 이렇게 침울해진 건 아니다.
“아뇨. 안 괜찮은 거 같은데요. 인터넷에 벌써부터 한국팀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한국팀이 침울해진 건, 관객들의 기대치가 너무나도 올라갔기 때문이다.
[영국팀이랑 미국팀이 이 정도면, 한국팀도 이 정도는 된다는 거겠지?] [당연하지. 역대 최연소 5서클 유저에, 무려 청색 마탑이 엔지니어로 붙었는데.] [기대해도 될 듯.] [나, 그때까지 숨 참는다. 흡!]현재 한국팀의 상황은 놀랍도록 미국팀, 영국팀과 비슷하다.
셋 다 대표를 5서클 유저로 두고 있고, ‘색(色)’의 마탑을 엔지니어로 두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과 영국이 상상을 초월하는 무대를 선보였으니, 한국팀에 대한 기대치가 치솟는 건 자명한 이치였다.
“……진짜 미치겠네. 우리 퍼포먼스는 따로 준비도 안 했잖아.”
“……그쵸.”
이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부담이고, 충분히 문제인데.
한국팀은 퍼포먼스에 대한 준비를 한 적이 없다.
이게 제일 큰 문제다.
“너네 신 리더한테 따로 들은 거 없어?”
진희윤이 아델라와 지순찬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저는 딱히…….”
“신경 쓰지 말고 맡겨두라고 만하던데요.”
“……아오.”
진희윤이 답답함과 조급함에 머리를 벅벅 긁었다.
“진짜 미쳐버리겠네. 대체 피아노로 뭘 하겠다는 거야?”
“그러게요. 갑자기 다짜고짜 피아노를 준비해 달라만 하고 끊었으니…….”
신하율이 당일이 되어서야 피아노를 준비해 달라고 한 것도 이들의 불안감을 촉진시키는 큰 이유 중 하나다.
“당일에 갑자기 준비해 달라는 건, 그냥 오늘 갓 떠올린 걸 하겠다는 거 아니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렇죠.”
갑작스런 준비는 곧 애드립을 의미한다. 즉, 신하율의 퍼포먼스는 애드립이라는 것이다.
“아니, 그보다 얘 대체 언제 도착한대? 15분 뒤면 우리 차롄데.”
“모르겠어요. 일단, 우리 차례가 되면 피아노만 경기장 중앙에 설치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아, 답답해.”
진희윤이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벅벅 두드렸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퍼포먼스 망한다고 뭐, 경기에서 지는 것도 아닌데.”
마진석이 진희윤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뭐, 우리 신 리더가 어련히 잘 하겠지. 항상 잘 했잖아.”
“그치. 그렇게 잘 하던 리더가 당일에 갑자기 모습을 감췄지.”
“그건…… 음.”
마진석이 할 말이 없어진 듯, 뺨을 긁적였다.
“으. 모르겠다. 일단 슬슬 피아노 설치하러 이동하자.”
이렇듯 복합적인 이유로 한국팀 내의 분위기는 굉장히 침체되어 있었다.
* * *
올림피아드 특별 VIP 관중석.
그 중에서도 관계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VVIP 관중석에서 두 남녀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좀 하는군.”
한 명은 적색 마탑주 제임스 필러였고.
“제임스. 너도 좀 하네.”
다른 한 명은 녹색 마탑주 민가연이었다.
“이번에야 말로 네 콧대를 눌러 줄 생각이었는데……. 아쉽게 됐어.”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이번에야 말로 격의 차이를 보여 줄 생각이었는데. 참 아쉬워.”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토종 한국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여인이지만, 이 여인의 국적은 엄연히 영국이다.
“내키진 않지만, 이번엔 무승부로 해야겠네.”
“그래. 정말 본의가 아니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이번엔 비긴 것 같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이 둘은 사이가 나쁘다.
거의 뭐, 물과 기름이다.
사이에 마땅한 중화제가 없으면 절대 섞이지 않는다.
“강인이 얘는 왜 이렇게 안 와?”
이 둘을 중재할 수 있는 중화제가 바로 김강인이다.
원래라면 이 사이에 김강인이 껴서 둘 사이를 중재했을 테지만, 오늘은 정작 그 김강인이 자리를 비운 상태다.
“한국 대표한테 문제가 생겨서 좀 늦는다고 하던데.”
“문제가 생겨?”
민가연이 고개를 갸웃했다.
문제가 생길 일이 있나?
“나도 자세히는 못 들어서 몰라.”
“그래?”
민가연이 다시 시선을 경기장으로 돌렸다.
이제 곧 브라질 팀의 퍼포먼스가 끝난다.
그럼 이제 남는 팀은 한국팀 뿐.
“아직까지 안 온 거 보면…… 늦는 거 아니야?”
그렇게 민가연이 중얼거렸을 때였다.
“다행히 늦진 않았네요. 하하.”
뒤에서 김강인이 평소와 마찬가지로 싱긋 웃으며 걸어왔다.
“뭐야. 왜 이렇게 늦었어.”
“일이 좀 있었습니다. 지금은 무사히 해결됐고요.”
“그래? 그건 다행이네.”
민가연이 픽 웃었다.
“오랜만이야.”
“오랜만입니다. 가연 누님.”
호칭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녹색 마탑주와 청색 마탑주의 사이는 아주 좋다.
청색 마탑을 설립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이 녹색 마탑주이기도 하다.
“빨리도 온다.”
“그러게. 2분 정도 여유가 있었는데. 너무 빨리 왔네.”
제임스가 내민 주먹에, 김강인이 조용히 주먹을 맞댔다.
두 명만의 인사였다.
“퍼포먼스는 봤어?”
“아뇨. 못 봤습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요.”
김강인이 쓰게 웃었다.
“그래? 좋은 구경 놓쳤네.”
“너. 오늘 못 본 거 평생 두고두고 후회할 거야.”
민가연과 제임스가 동시에 능글맞게 웃었다.
김강인이라는 중화제가 사이에 끼어든 것으로 두 명 사이로 흐르던 험악했던 분위기가 다소나마 완화되었다.
“소식은 들었습니다. 역대 최고였다고요.”
“그래. 나중에 꼭 확인해 봐. 너도 놀랄 테니까.”
“네. 꼭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 순간, 브라질 팀의 퍼포먼스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한국팀 뿐.
세 명의 눈동자가 경기장에 피아노를 나르는 지순찬에게로 집중되었다.
“피아노? 피아노로 뭘 하려고?”
민가연이 넌지시 물었다.
“음. 글쎄요.”
김강인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대꾸했다.
“뭐야. 말해주기 싫다 이거야? 치사하게.”
“아뇨. 말해주기 싫은 게 아니라, 대답할 수가 없는 겁니다. 저도 모르거든요.”
“……모른다고?”
“네.”
경기장에 신하율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련된 정장으로 멋을 낸 신하율. 지순찬이 그와 스쳐 지나가며 등을 탁 두드린다.
격려의 의미일 테지.
“하율 군이 선보일 퍼포먼스에 저희 청색 마탑은 일절 간섭하지 않았거든요.”
“……진짜로?”
“정말이야?”
두 마탑주가 눈을 크게 떴다.
퍼포먼스에 엔지니어가 개입하지 않다니. 두 명의 상식으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예. 애초에 하율 군은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마법사가 아니니까요. 저희가 준비를 해 봐야 의미가 없습니다.”
“아. 맞네.”
듣고 보니 그랬다.
퍼포먼스에 엔지니어의 영향이 큰 것은, 인공지능에 마법식을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없는 신하율은 이 법칙에서 예외다.
“그럼 뭐, 끝이네.”
“에잉. 김 새네.”
두 마탑주가 단박에 흥미를 잃었다. 청색 마탑의 기술력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청색 마탑이 개입하지 않았다니. 이건 뭐 볼 필요도 없다.
“글쎄요.”
피아노 앞에 앉은 신하율을 바라보는 김강인의 시선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
“그렇게 단언하긴 아직 이르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게 무…….”
김강인의 의미심장한 말에 두 마탑주가 그게 무슨 의미냐고 물으려던 찰나.
딩-!
피아노 소리가 울렸다.
신하율이 건반을 하나 눌렀을 뿐인 평범한 행위에서 비롯된 평범한 멜로디.
“이건…….”
대수롭지 않은 소리일 터인 그 짧은 멜로디에 진심 어린 전율이 일었다.
“소리가 마나를 타고……? 마나를 이용하고 있어?”
“이건 또 무슨…….”
두 마탑주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고, 김강인의 입꼬리가 한층 더 높게 치솟았다.
“강인아 이건…….”
그렇게 녹색 마탑주가 이 이상 현상에 대해 질문하려고 하는 순간.
신하율의 연주가 시작됐다.
비발디.
사계.
그 노래가 피아노에서 흘러나옴과 동시에.
“……봄?”
봄이 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