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8)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8화(8/466)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나는 늦게나마 등교를 끝마쳤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고창수 교관님께 얘기는 들었다. 아버지께서 오셨었다고.”
순간적으로 웅성거림이 커졌다.
마도신가와 내 관계는 오벨리스크 아카데미 전체의 관심사이니만큼, 당연한 웅성거림이었다.
“네.”
“피치못할 사정이 있는 학생에게 뭐라고 할 만큼 본 교관은 성격이 파탄나지 않았다. 앉아라.”
교관님의 농담에 교실에 작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럼 다시 수업을 시작하겠다. 마법을 알고리즘화 시켜서 인공지능에 등록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중이었던가.”
“네. 데이터화 후, 인공지능 칩에 각인하는 것까지 설명하셨습니다.”
“흠. 그럼 바로 ‘라이브러리’에 등록된 오픈 소스 마법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도 되겠군.”
나는 자리에 앉아, 교관님의 수업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생각에 잠겼다.
‘좋아.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웠어.’
아버지는 흔쾌히 내 제안을 받아 들이셨다.
‘물론 날 믿어서가 아니라, 뭐가 됐던 손해는 없다고 판단해서 제안을 받아들이신 거겠지만.’
애초에 그걸 노린 제안이었기도 하고.
‘아무튼 이걸로 첫 문턱은 넘어섰네.’
이제 남은 건 중간 종합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뿐이다.
‘10위 이내. 마냥 쉽진 않겠지만 마냥 어려운 일도 아니야.’
바이테너식 마법을 전수받기 전의 나였다면 모를까, 지금의 내게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자, 보자. 그럼 8일 동안 준비해야 할 게…….’
제법 보람 찬 8일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 *
순식간에 이틀이라는 시간이 흘러, 오늘은 4월 24일 금요일.
모든 수업이 끝났음에도 교실을 나서려는 학생은 보이지 않았다.
“후우. 떨린다. 무슨 시험일까.”
“작년이 몬스터 섬멸전이었으니까. 올해는 대인전 아닐까?”
오늘이 중간 종합 평가의 시험 방식을 공개하는 날이라 다들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대 괴수전 쪽이 좋은데.”
“나는 단연 대인전. 멀티태스킹이나 범위 마법에는 재능이 없어서.”
다들 자기가 특기인 시험이 걸리도록 간절히 기도하고 있을 때였다.
“다들 자리에 앉도록.”
때마침 고창수 교관님이 시험 방식에 대한 공지를 하기 위해 교실에 들어왔다.
학생들은 순식간에 자신의 자리에 착석을 마쳤다.
“거두절미하고, 바로 이번 중간 종합 평가의 시험 방식에 대해 공지하겠다.”
고창수 교관님의 말과 함께 교실 전체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다들 제발 자신이 바라는 시험이 걸리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이번 중간 종합 평가의 시험 방식은 대인전. 그 중에서도 1:1 토너먼트다.”
그 말과 함께, 두 가지 반응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오 예! 대인전!”
“그것도 1:1이면 내 특기잖아!”
절반은 환호했고.
“아, 하필 대인전이냐.”
“자신 없는데.”
“그것도 1:1이면…….”
나머지 절반은 절망했다.
나는 어느 쪽인가 하면, 환호하는 축이었다.
나도 개인적으로 대인전을 더 선호한다.
“시험은 4월 30일부터 5월 2일 토요일까지 3일간 치뤄질 예정이다.”
토너먼트라는 시험의 특성상, 하루만에 모든 시합을 끝낼 수는 없는 노릇.
당연히 시험 기간은 3일이 늘어났다.
“16강이 치러질 토요일은 외부 기업이나 마탑의 관계자들까지 관객으로서 참석할 예정이니, 분투하도록.”
기업과 마탑의 관계자라는 말에 소란이 더욱 커졌다.
“16강 안에만 들면 눈도장 제대로 찍겠네.”
“8강은 힘들어도 16강 정도면…….”
“청색 마탑에 들어가는 게 내 꿈인데.”
다들 의지가 충만해진 듯했다.
운 좋게 눈도장만 찍으면 ‘색(色)’의 마탑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리라.
“그럼 가장 중요한 대진표를 공개하겠다.”
교관이 작은 기계 단말을 이리저리 만졌다.
동시에 교실이 어두워지고, 홀로그램 스크린에 불이 들어왔다.
스크린에 서서히 대진표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성적에 따라 공평하게 16개의 조로 나눈 뒤, 그 안에서 랜덤으로 대진표를 짰다.”
요컨대 상위 성적의 학생들이 한 조에 몰릴 일이 없도록 분배했다는 말이다.
“토너먼트 순위 외적으로 시합 내용에 따른 개인 점수 평가도 존재하니, 상대가 좋지 않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운 나쁘게 처음부터 최상위권 학생과 만나게 되더라도, 좋은 모습만 보인다면 충분한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뭐 이런 말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너무 볼품없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학생은 ‘기준 미달’ 판정과 함께 퇴학 처리 될 예정이니 주의하도록.”
그 말과 함께 나에게 시선이 몰렸다. 역대 오벨리스크 아카데미에 재적 중인 학생들 중에 ‘기준 미달’을 받은 학생은 한 손에 꼽는다.
그 희귀한 학생 중 한 명이 바로 나고.
‘나 포함 4명이었던가.’
실제로 이번 2학년생 중에서 기준 미달을 받았던 학생은 나밖에 없다.
즉, 퇴학의 위기에 놓여 있는 건 나뿐이라는 말이다.
‘뭐, 지금은 상관없는 얘기지만서도.’
나는 내게 쏠리는 시선들을 적당히 흘려 넘겼다.
‘그나저나 대진표가…….’
그보다 중요한 건 대진표다.
“헐. 대박.”
“야, 저기 H조 두 번째 시합 봐.”
마침 몇몇 학생들도 대진표에서 나와 똑같은 걸 발견한 듯 호들갑을 떨었다.
동시에 나에 대한 시선이 더욱 짙어졌다.
“헐. 저 둘이 붙어?”
[H조 2시합.] [백사혁 VS 신하율]백사혁.
2학년 중에도 22명밖에 없는 3서클 유저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한 최상위권 학생들 중 한 명.
그리고.
“백사혁 걔, 신하율 진짜 엄청 싫어하잖아.”
“맨날 기회만 있으면 반쯤 죽여 버리겠다고 노래를 부르던데.”
“이걸 마지막에 기회를 잡네.”
5년 전 유소년 마법대회에서 나한테 참패한 이후로 나에게 원망을 품고, 틈만 나면 나한테 시비를 걸어오는 양아치 같은 놈.
“신하율 운 진짜 나쁘다. 마지막 갈 때까지 저러냐.”
“이 정도면 그냥 하늘한테 버림받은 거 아니야?”
모두가 내게 동정하는 시선을 보냈다. 다들 내 불행을 안타까워하는 듯하다.
‘백사혁이라.’
그러나 내 생각은 좀 달랐다.
불행이라고?
그럴 리가.
‘이게 이렇게 기회가 생기네.’
백사혁만큼 내 첫 대전 상대로 알맞은 놈은 없다.
실력적으로나, 인성적으로나, 화제성으로나.
* * *
나와 백사혁의 대전에 관한 건은 뜨거운 감자로서 금세 2학년 전체로 뻗어 나갔다.
“들었어? 백사혁이 신하율 그냥 죽여 버린다고 했대.”
“패자전도 못 치를 정도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린다고 했다던데?”
애초에 나에 대한 소문은 크던 작던 상관없이 금세 뻗어 나가긴 하는데. 이번엔 소문이 전파되는 속도나 화력의 격이 달랐다.
“5년 전 유소년 마법 대회에서 백사혁한테 찌질이라는 별명을 붙게 만든 장본인이 신하율이라면서?”
“그 덕에 가문의 후계자 경쟁에서 문제가 생겼다던데.”
“그거 때문에, 백사혁이 신하율 얘기만 나오면 치를 떨잖아.”
나와 백사혁의 악연은 꽤나 깊다.
애초에 마도신가와 백가부터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는데, 5년 전 사건이 결정타가 됐다.
그런 두 명이 붙는다는 데, 흥미를 가지지 말라는 게 무리한 부탁이다.
“근데 솔직히 신하율이 한 건 없지 않냐? 그냥 백사혁을 이겼을 뿐이잖아.”
“그치. 백사혁이 지고 나서 질질 짜서 그렇게 된 거라 자업자득이지.”
“백가의 언론 장악력으로도 못 막았으면, 대체 얼마나 추태를 보인 거야?”
딱 저런 관계다.
나는 그냥 정정당당하게 시합에서 이겼을 뿐인데, 백사혁은 그 일에 앙심을 품고 나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다.
“솔직히 신하율도 백사혁 죽이고 싶을 걸? 1학년 때 백사혁이 한 짓을 생각해 보면…….”
“보는 내가 다 불쌍하더라.”
그런 백사혁에게 있어, 부적합자가 된 나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덕분에 1학년 내내 나를 귀찮게 했다.
이름 그대로 백사(白蛇) 같은 놈이라, 뱀처럼 음습하게 나를 옭아매는데, 얼마나 짜증났는지 모른다.
‘제일 거지같았던 건, 내 고서들을 모조리 불태워 버렸던 사건이었지.’
다른 건 그냥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고 생각하고 무시했는데, 그 사건만큼은 무시를 못 하겠더라.
‘내가 그걸 어떻게 모았는데.’
그 사건을 생각하자, 다시 머리에 열이 오르는 기분이다.
“야, 쉿! 저기 백사혁 온다.”
양반은 못 되는 듯, 저 멀리서 백사혁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지옥에서 갓 올라온 악귀나찰 같은 험악한 표정.
험악한 표정과 잘 어울리는 근육질 몸매에 큰 키.
누가 봐도 나 한 성깔 합니다, 라고 주장하는 듯한 스크래치로 치장된 짧은 머리.
“오랜만이다? 불량품?”
백사혁.
그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나를 깔아내려 본다.
주위 학생들의 웅성거림이 한층 커졌다. 다들 흥미로운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우리 불량품. 운도 없지. 기껏 날 피하려고 방에서 두문분출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딱 나랑 대련을 붙네?”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비웃음을 흘린다.
눈동자에 저열한 질투심과 원색적인 증오가 번들거린다.
“이번 시험이 마지막이라면서? 가문한테도 버림받았다던가. 크흐흐!”
아버지가 새로 발안하신 제도인 ‘기준 미달 시 퇴학’ 건을 말하고 있는 거다.
“우리 불쌍한 불량품. 어떡해? 퇴학당하는 것도 슬플 텐데. 마지막에 나한테 존나게 처맞고 가겠네~?”
마치 뱀이 웃는 것 같은 음습한 웃음이었다.
“글쎄. 누가 처맞을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지?”
나는 백사혁의 손을 쳐내고 비웃음을 돌려줬다.
“큭큭.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불량품. 자존심은 여전하네.”
백사혁이 껄껄 웃었다.
그리곤 상체를 숙여 앉아 있는 나와 눈을 똑바로 마주한 채, 눈을 부라렸다.
“정신차려 병신아. 언제까지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서 그렇게 주제 파악도 못하고 나댈 건데?”
흡사 백사가 혀를 날름거리는 듯한 추잡한 살의가 느껴진다.
“지금의 넌 아무것도 없는 병신이야. 병신이면 병신답게 바닥에 기면서 강자한테 손이나 비비면서 살아야지. 응?”
오벨리스크 아카데미에 입학한 뒤로, 매일매일 봐 왔던 추잡한 눈동자가 날 똑바로 응시한다.
나는 그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하며 웃었다.
“진짜 넌… 여전하구나.”
“……뭐?”
“주둥이로만 나불대는 꼬라지도 그렇고. 5년 전과 똑같아. 성장한 게 없어.”
백사혁의 인상이 확 일그러졌다.
“……너. 이 새끼.”
과연 백사혁의 인내심은 손가락보다 짧아서, 금세 분노가 폭발했다.
“나랑 비교당하는 게 그렇게 싫었어? 둔재 백사혁?”
“이 새끼가……!”
나도 백사혁에게 분노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지난 1년 간, 내 분노는 차곡차곡 쌓여 왔고, 바이테너식 마법이라는 자신감을 얻은 지금은 폭발시킬 타이밍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서 분노하는 건 하수. 진정한 분노는 차갑게 벼려 씹어 삼킨 후에야 드러낼 수 있는 것.
나는 분노에 이성을 잃는 멍청이가 아니다.
“그게 그렇게 한이면, 지금이라도 내가 불러 줄까? 천재 백사혁, 하고?”
나는 이성적으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굳이 ‘천재’라는 키워드를 입 밖에 내고 있는 건, 비단 백사혁을 화나게 하기 위해서 만이 아니다.
필요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고 있을 뿐.
“몰락한 불량품 새끼가…….”
“몰락해 본적도 없는 둔재한테 듣고 싶은 말은 아닌데.”
목적은 백사혁의 머릿속에는 ‘천재’라는 단어를 각인시키는 것.
무의식중에도 지금 이 대화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거 알아? 한번 천재는 영원한 천재라는 말.”
부디 이 대화가 끝나고, 내 말을 떠올릴 때 이 마지막 말을 기억하기를 바라며.
“그런 말이 왜 탄생한 건지. 4월 30일에 보여 줄게.”
부디 내 의도대로 움직여주기를 바라며, 나는 필사적으로 입꼬리를 비틀었다.
“기대해. 둔재.”
* * *
“으아아아아!”
방으로 돌아온 백사혁이 제 분을 못 억누르고 난동을 부렸다.
“그 불량품 새끼가!”
분노하는 기색도 없이 또박또박 말대꾸를 해 대는 신하율의 얼굴을 떠올리자,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그 여유로운 표정!’
5년 전, 유소년 마법대회 결승이 떠오르는 그 표정을 찢어 버리고 싶었다.
그 표정이 절망으로 일그러지는 표정을 탐닉하고 싶었다.
세상 모든 것에 절망하고 시체나 다름없는 모습이 된 신하율이 보고 싶었다.
그걸 위해서 지난 1년 동안 신하율을 연신 괴롭혀 왔으나, 신하율의 여유로운 표정은 여전했다.
“불량품 따위가…….”
부적합자라는 치명적인 페널티를 끌어안았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그 모습이 거슬렸다.
유소년 마법 대회에서 패배한 것으로 절망해, 정체한 자신과 비교되어서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불량품은 불량품답게 창고에 처박히면 될 것을…….”
무엇보다 불량품에 불과한 신하율이 여태껏 자신의 기분을 불쾌하게 하고 있다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적당히 망신만 주고 쫓아내는 걸로 만족하려고 했는데…….”
백사혁의 눈이 백사처럼 빛났다.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접니다. 기사 좀 풀어 주시죠.”
백가는 연예계와 여러모로 연이 많다. 당연히 이러한 언론 플레이에 능하다.
언론 장악 능력에 한해서는 마도신가보다 위라고 평가된다.
“기사 내용은…….”
백사혁의 머릿속에 신하율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그거 알아? 한번 천재는 영원한 천재라는 말.’
‘기대해. 둔재.’
천재, 천재 연호하던 신하율의 얼굴은 짜증 그 자체였다.
‘그런 말이 왜 있는지, 4월 30일에 보여준다고?’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는 불량품 따위가 기어오르기는.
‘그렇게 천재라는 호칭이 좋으면, 그래. 마음껏 들어 봐.’
백사혁이 비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신하율. 4월 30일에 천재의 화려한 귀환을 보여줄 것. 세계에 기대하라 선언.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요.”
백사혁의 머릿속은 신하율에게 망신을 준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4월 30일. 너도 5년 전의 나처럼, 국민 전체가 보는 앞에서 망신을 당하게 될 거야.’
백사혁의 웃음소리가 비열하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