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8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81화(81/466)
올해 올림피아드의 첫 번째 경기는 5:5 공성전이다.
경기 방식은 토너먼트.
랜덤하게 배치된 토너먼트 표에 따라 계속해서 승리하여 결승까지 따내면 되는 아주 간단한 방식이다.
토너먼트식인 만큼 초반에 약팀과 붙을 확률이 크고, 후반에 강팀과 붙을 확률이 크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팀들은 초반에 힘을 아끼고, 후반에 모든 걸 쏟아 붓는 형식을 지향한다.
당연한 일이다.
굳이 힘을 빼고 싸워도 이기는 상대와 싸우는데 초장부터 전력을 다해 정보를 줄 이유가 없으니까.
물론 이는 초반에 약팀과 만났을 때에 한정된 얘기다.
초반부터 강팀과 만나면 힘을 빼고 싸운다거나 하는 수단은 채용할 수 없다.
초장부터 전력. 모든 걸 다 짜 내야 한다.
“……첫 상대가 한국팀이라니.”
“운이 너무 없어.”
“작년까지였다면 행운이었다고 생각했을 텐데.”
현재 이탈리아 대표팀이 놓인 상황이 그렇다.
첫 상대가 무려 올해 우승 후보팀 중 하나인 한국팀.
이런 팀을 상대로 힘을 빼고 싸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력을 다해야 한다.
“자. 일단 다들 진정해.”
“맞아. 5분 후면 경기 시작이야. 다들 진정해.”
“신하율 한 명을 제외하면 우리도 꿀리는 건 없어.”
이탈리아 팀도 강팀에 속해있는 팀이다. 출전 멤버 10인 모두가 4서클 유저이며, 비전 마법의 사용자도 무려 둘이나 존재한다.
5서클 유저가 없을 뿐, 3서클 유저가 넷이나 존재하는 한국팀보다 전체적인 팀 파워는 높다고 할 수 있겠다.
“다행히 공성전은 상대팀의 진지만 점령하면 이기는 거니까. 굳이 신하율을 이길 필요는 없어. 승기는 충분히 있어.”
“그럼 그 작전 쓰려고?”
“어. 뒤까지 힘을 아낄 때가 아니야.”
“오케이.”
이탈리아 팀이 필승책으로 준비해 온 작전. 그 작전을 이번 경기에 기용하기로 마음먹었다.
―10초 후에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공성전 시작을 알리는 안내자의 공지가 들렸다.
이탈리아 팀 선수들이 한껏 긴장한 표정으로 자세를 잡았다.
―공성전 시작!
공성전이 시작되었으나, 이탈리아 팀들은 그 누구도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자리를 벗어나긴커녕 주위 적당한 지형에 숨어들기 시작했다.
당연했다.
이탈리아 팀의 필승 전략이란 다름 아닌 올인 방어.
모두가 진지를 방어하며, 상대팀의 공격진을 기다리고, 그들이 오면 일제히 습격.
숫자로 밀어 누른다.
이런 전략이니만큼, 진지를 벗어날 리가 없었다.
‘제일 좋은 건 둘이 오는 건데. 셋이라도 일단 상관은 없다.’
원래라면 이러한 올인 방어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상대도 바보가 아니고, 올인 방어 전략을 택했을 가능성을 생각해 마나 탐지부터 실시한다.
보통은 이 마나 탐지에 걸려, 전략을 읽히게 된다.
하지만 이탈리아 팀은 마나 탐지를 무력화하는 비전 마법을 지니고 있다.
이탈리아 팀을 상대로 색적은 통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필승 전략.
상대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한 가지 수단을 택할 수밖에 없다.
“……리더. 왔어.”
바로 이렇게.
“몇 명이야?”
“잠시만. 조금 더 들어와야 알 수 있…….”
마나 탐지를 사용하던 팀원의 눈이 갑작스레 휘둥그레졌다.
경악한 표정.
지금 자기가 감지하고 있는 게 맞는 건가 싶은 표정이다.
“……한 명?”
“뭐?”
“한 명이라고?”
팀원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커졌다.
2~3명 정도가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무려 한 명이란다.
“그리고 이 마나……. 신하율이야.”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안녕?”
수풀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전략분석실의 VOD 너머로만 들었던 목소리.
이들이 누구보다도 경계하는 남자의 음성.
“신하율…….”
신하율.
그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여유롭게 걸어왔다.
“반가워. 이탈리아 친구들.”
일정 거리까지 다가온 신하율이 차례차례 시선을 돌렸다.
총 다섯 번의 시선 전환.
진지 곳곳에 숨어있는 다섯 명의 이탈리아 팀들의 위치를 정확히 한 번씩 노려본다.
“예상대로 다섯 명 다 있네.”
“……너.”
팀원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데다가 예상대로 다섯 명이 다 있다는 말까지.
신하율은 이탈리아 팀의 계획을 읽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탈리아 팀 멤버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만약 이 전략을 읽힌 게 맞다면, 곤란해지는 건 본인들이다.
‘설마 주위에 다른 네 명이 진을 치고 있는 건가?’
‘포위되었다면, 위험하다!’
올인이라는 건, 그만한 리스크를 짊어지는 행위.
진지 점령이 승리 조건인 이상, 5:5로 붙을 시에는 방어하는 진영이 무조건 불리하다.
이탈리아 팀 멤버들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너무 긴장하지 마.”
신하율이 여전히 여유로운 몸짓과 말투로 싱긋 웃었다.
“우리팀 다른 넷의 습격을 걱정하는 거라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여기 온 건 나뿐이니까.”
“……뭐?”
이탈리아 팀 리더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건…… 무슨 의미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면, 더 정확히 말해 줄까?”
신하율이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마나를 뿜어냈다.
“너희 다섯 명은 나 혼자서 상대할 거라는 말이야. Okay?”
“……이 새끼.”
남성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탈리아 팀을 무시하는 듯한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표정 좋네. 그 표정이 끝까지 유지되길 바라.”
신하율이 자세를 낮췄다.
신하율의 인피니티 서클들이 하나가 되어 요동쳤다.
‘공진(共振).’
신하율의 주위에 5서클 마법들이 연달아 두둥실 떠올랐다.
4서클 마스터가 되며 한층 더 강해진 위력의 마법들.
6서클은 아닌 것이, 5서클의 위력은 아득히 뛰어넘고 있는 묘한 마법.
5.5서클이라고 불러야 할 마법들의 온 퍼레이드.
“잘 막아 봐.”
그 사이에서 신하율은 그저 웃고 있었다.
* * *
그날 밤.
올림피아드 첫째 날 일정이 모두 끝나고.
“첫 단추를 완벽하게 끼운 것을 기념하며, 건배!”
“건배!”
순찬이의 건배사와 함께 모두가 건배를 외쳤다.
물론 술은 아니다.
내일도 경기가 있는데, 미쳤다고 술을 마시겠는가.
애초에 아직 미성년자라 술을 마실 수 없는 나이기도 하고.
다들 스포츠 드링크 가지고 기분 낸다고 저러고 있는 거다.
“크으. 개막식부터 경기 내용까지 완벽했다 진짜.”
진희윤 선배가 ‘크으’ 소리를 내며 감탄했다.
도저히 스포츠 드링크를 원샷한 사람의 반응이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저거 진짜 술은 아니겠지?
“너무 들뜨지 마라. 오늘 완벽했던 건 신하율 한 명뿐. 우리가 한 건 아무것도 없다.”
강신우가 평소와 마찬가지로 무게를 잡은 채 말했다.
“우리가 곧 신 리더고, 신 리더가 곧 우리잖아! 그니까 우리가 완벽했던 거지! 음하하!”
진희윤이 한 손에 스포츠 드링크를 쥐고, 반대 손으로 강신우의 등을 연달아 두드리며 껄껄 웃었다.
“마셔 마셔!”
그리곤 스포츠 드링크를 다시금 원샷. 저거 진짜 술 아니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하이텐션이었다.
“희윤이 쟤, 오늘 좀 기쁜 일이 있어서 그러니까 그러려니 해.”
마진석이 내게 다가왔다.
“기쁜 일이요?”
“어. 가정사라서, 내가 말해 주긴 뭐하고.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 정도만 알아 둬.”
“아. 네.”
진희윤을 바라보는 마진석의 눈빛이 꽤나 아련하다.
진희윤의 가정사도 꽤나 파란만장한 모양이다.
“암튼 고생했다. 몸은 이제 좀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공진의 후유증은 이제 다 해소되었다. 지금은 아주 멀쩡하다.
“벌써? 네가 전력을 다하면, 최소 12시간은 후유증이 있을 거라고 하지 않았어?”
공진에 대한 건 자세히 말하지 않고, 그냥 내가 전력을 다하면 이라는 식으로 얼버무려 뒀다.
마진석은 그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다.
“원래는 그랬는데……. 아침에 성취가 있었다고 했잖아요? 그 덕분에 페널티가 좀 완화됐나 봐요.”
“아하.”
마진석이 턱을 매만지며 ‘그런 거였구만.’ 하고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정말 괜찮은 거야?”
“몸이라면 진짜 괜찮…….”
“아니. 몸 말고. 첫 날부터 이렇게 전력을 드러내도 괜찮은 거냐고. 아무리 생각해도 손해 같은데.”
“아. 그 의미였군요.”
그러고 보니, 개막식 직후 정신이 없어서 바뀐 계획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았었지.
“미끼로서의 가치를 올린다고 했는데, 이미 그 가치는 개막식 때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하거든. 그 이상 뭘 더 할 필요가 있었어?”
딱히 따지거나 하는 눈빛은 아니다. 그냥 순수한 의문.
‘네가 하는 일이니까 어련히 알아서 하겠냐만, 그래도 궁금하니까 무슨 생각인지 좀 알려 주라.’ 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음. 일단, 이 얘기를 하기 전에 퍼포먼스에 대한 얘기부터 해야겠네요.”
퍼포먼스.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다들 내 퍼포먼스에 대해 흥미진진하단 표정이다.
그 중, 아델라의 표정이 가장 돋보였다.
내가 퍼포먼스에서 사용한 마법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아델라인만큼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지금부터 내가 할 말은 퍼포먼스에서 사용한 마법에 대한 게 아니라, 올림피아드 전략이란 측면에서의 접근인데.
“여기 계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퍼포먼스 때 제가 ‘사계(四界)’라는 특수 아티팩트를 착용하고 임했잖습니까?”
“어. 그 콘택트 렌즈형 사기급 아티팩트. 그게 왜?”
“제가 사계를 착용하고 퍼포먼스에 임했다는 건, 다른 팀은 모를 겁니다.”
내 고급 미끼화 작전은 퍼포먼스부터가 시작이었다.
* * *
영국팀이 묵고 있는 숙소.
작전분석실로 쓰고 있는 소강당에서 마이아 네론티아는 모두를 모아두고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여기, 마나 분석 카메라로 찍은 신하율의 모습을 보면 알겠지만. 신하율은 퍼포먼스 당시에 그 어떠한 아티팩트도 착용하지 않았어.”
아티팩트는 마나 전도체다.
그런 만큼 마나 분석 카메라로 촬영하면 아티팩트만 유독 진한 색으로 나오게 된다.
하지만 신하율의 신체에는 그 어떠한 아티팩트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동공 쪽에 마나가 유독 짙은 거 같은데. 저건 뭐야?”
카일이 넌지시 물었다.
“이건 신하율이 지닌 마안의 작용에 의한 것이라고 추측 돼.”
“아하. 마안.”
신하율의 마안은 유명하다.
무려 청색 마탑주 김강인의 홍옥의 눈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라는 평가다.
“음. 그럼 정말 아티팩트를 착용하지 않고, 그런 퍼포먼스를 선보였다는 말이네?”
“그렇지.”
당연한 결론이었다.
동공에 직접 착용하는 콘택트 렌즈형 아티팩트의 존재 같은 걸 이들이 알 리가 없었다.
그게 아니라도 안구 같은 곳은 마나 반응이 유독 짙은 포인트기도 하고.
“그리고 이건 신하율의 퍼포먼스를 분석한 자료야.”
신하율의 퍼포먼스를 모조리 촬영해, 영국의 전문가들에게 분석 요청한 자료.
10분 전에 갓 도착한 따끈따끈한 자료였다.
“뭐라고 써 있는 거야?”
“음. 마나의 질이나, 컨트롤과 관련한 응용력에 대한 보고랑, 출력에 대한 비교값 같은 게 27페이지에 걸쳐서 분석되어 있는 자료인데……. 뭐, 굳이 이런 세세한 것까지 다 알 필요는 없고.”
마이아가 PPT를 조작해서 마지막 페이지. 결론이 적혀 있는 자료를 띄웠다.
자료의 결론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상기 대상의 추정 경지는 6서클 유저인 것으로 판단됨]“……신하율이 6서클이라고?”
“그래.”
물론 이는 신하율이 맨몸으로 마법을 사용했을 시를 가정한 결과값이다.
영국 분석팀이 신하율의 ‘사계(四界)’에 대한 걸 알고 있었다면, 절대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테지.
“거기에 이 자료까지 더하면…….”
마이아가 다시금 PPT를 조작해 다음 자료를 띄웠다.
[신하율 VS 이탈리아 팀 전투 분석 결과]퍼포먼스 이후, 신하율이 선보인 전투를 마찬가지로 마나 분석 카메라로 촬영해, 정밀 분석한 자료였다.
“분석 결과는 이래.”
마이아는 이번엔 아예 결과값만을 띄웠다.
[상기 대상이 사용한 마법은 모두 5서클의 경지를 넘어선, 일종의 5.5서클 급이라고 추측 됨.] [이러한 마법들을 6개를 동시에 다룬 것으로 보아, 무리한 마법의 운용은 아닌 것으로 판단.] [상기 대상의 경지는 역시나 6서클인 것으로 추측됨.]“신하율은 6서클이야.”
마이아의 목소리가 소강당에 묵직하게 울렸다.
“요컨대 우리가 한국팀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해 왔던 모든 계획이 백지로 돌아갔다는 말이야.”
“…….”
“…….”
이렇게, 신하율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영국팀을 비롯한 온갖 팀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우리는 신하율을 막기 위한 새로운 대책을 강구해야 해.”
신하율의 고급 미끼화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