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8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84화(84/466)
다음날 아침 10시.
[4강 1경기] [미국팀 VS 프랑스팀]우리는 대기실에서 다른 팀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프랑스도 나쁘지 않긴 한데, 미국이 너무 강한데?”
“그러게. 너무 압도적이다.”
전세는 미국이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고 있다.
천지가 뒤집히거나, 태양이 서쪽에서 떠오르지 않는 이상 프랑스팀이 역전하는 건 불가능하다.
사실상 미국의 승리는 결정된 거나 다름없다.
―4강 1경기 종료!
때마침 사회자가 경기 종료를 선언하며, 모니터 속 화면이 변했다.
[4강 1경기] [미국팀 (승) VS 프랑스팀 (패)]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승자는 미국이 되었다.
이 이상 없을 만큼 압도적인 경기였다.
“비전 마법도 사용하지 않고 이렇게 쉽게…….”
순찬이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달리아 살렌티아는 적색 마탑이 자랑하는 비전 마법, 초열지옥(焦熱地獄)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즉, 달리아는 전력의 50%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프랑스를 압도했다.
순찬이가 긴장하는 건 당연했다.
“역시 하율이 네 말대로 달리아의 데이터도 없다고 생각하는 게 맞겠다.”
“그러게.”
내 예상대로 달리아의 실력 또한 일취월장했다.
카일과 마찬가지로 3달 사이에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모양이다.
달리아의 정보 분석값도 모두 폐기하고, 처음부터 직접 조사해 보는 게 옳을 테지.
“아무튼 결승에서 싸울 상대는 미국이네.”
순찬이의 말에 선배들이 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크으. 뭔가 감회가 새롭네. 결승이라니.”
“작년에는 미국이랑 붙는다고 하면 거의 초상집이었는데.”
진희윤 선배와 마진석 선배가 차례대로 말했다.
작년에 올림피아드에 참여한 적 있는 만큼 감회가 새로울 테지.
“저기요 선배님들. 저희 아직 결승 확정은 아닌데요?”
순찬이가 슬쩍 손을 들고 말했다.
우리는 10분 뒤에 4강 2경기를 치러야 한다.
거기서 이긴 후에야, 비로소 결승에 올라서 미국팀과 붙게 된다.
“뭐, 4강이야 이미 이긴 거 아니야?”
“영국팀도 이겼는데 뭐가 문제겠어.”
선배들이 농담 반, 진담 반의 뉘앙스로 장난스럽게 말했다.
너무 승리를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표정을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닌 듯했다.
‘분위기 완화를 위한 장난.’
조금 전 미국팀의 경기를 관전하며 한껏 가라앉은 분위기를 최대한 원래대로 만들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해야 할까.
진희윤 선배가 이런 면에선 참 눈치가 빠르다.
“그럼요. 4강은 손쉽죠.”
나도 진희윤 선배의 장단에 맞춰 분위기 업을 위한 멘트를 던졌다.
“오. 신 리더~ 멋있는데~”
진희윤이 휘유휘유 소리를 내며 한층 분위기를 업 시켰다.
“이게 리더지.”
“왜 이게 진짜 믿음직스럽지?”
“왜 섹시하지?”
“나…… 무언가에 눈 떠 버린 걸 수도…….”
그렇게 팀의 분위기는 빠르게 원래대로 회복되어갔다.
나는 왁자지껄한 모두를 한 번씩 바라보며, 크게 박수를 쳤다.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내게 모였다.
“그럼 지금부터 경기장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우리는 4강 2경기를 치르기 위해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 * *
[4강 2경기] [한국팀 (승) VS 캐나다팀 (패)]오전에 예정되어있던 4강이 경기가 모두 끝이 났다.
한국 사람들 대다수가 신하율과 그 동료들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결과에 환호하고 들떠 있는 중.
쿵-!
“……빌어먹을.”
신지한은 홀로 분노하고 있었다.
신하율에게 경쟁심과 열등감을 동시에 품고 있는 만큼, 당연한 분노였다.
‘어느 정도 좋은 성적을 낼 거라곤 예상했는데, 설마 이 정도로 좋은 성적을 낼 줄이야…….’
좋은 성적을 낸 것뿐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화를 내진 않았을 것이다.
‘하율이가 6서클이라니…….’
현재 신지한이 분노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다름 아닌 신하율의 성취 때문이다.
무려 18세에 6서클.
10살이나 어린 신하율이 자신의 경지를 따라잡았다.
이 사실이 현재 신지한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었다.
‘벌써부터 가문 내부에서 신하율을 차기 가주로 밀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부적합자?
1년의 부조?
그딴 거 18세에 6서클을 엮었다는 위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역사상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대업을 달성했는데, 그깟게 무슨 흠이 되겠는가.
‘이 상황에서 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 아니, 은메달이라도 따는 날에는…….’
그땐 정말 신하율이 차기 가주 자리를 완전히 꿰차게 될 것이다.
형식적인 명예와 수치를 그 무엇보다 좋아하는 가문의 노괴들이 신하율을 지지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렇게 되면 제 아무리 신지한의 파벌이라고 해도 버틸 수 없을 테지.
설탕으로 만든 모조 성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이다.
‘그건 안 돼. 절대로.’
신지한의 검지가 테이블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빨라졌다.
신지한의 불안이 커져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행동이었다.
‘트키쉬. 이 거지 같은 새끼는 연락도 안 받고…….’
흑색 마탑의 간부 트키쉬는 백령도 사건 이후로 완전히 자취를 감춘 상태다.
신하율은 알아서 처리해 줄 테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곤 했지만, 이렇게까지 소식이 없으니 괜히 불안하다.
이미 앞선 두 번의 실패도 있고. 이번에도 실패하는 게 아닐까.
탁, 탁.
검지가 테이블을 치는 소리만 요란하게 울렸다.
우우우우웅-!
테이블 위에 올려 둔 폰이 진동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
발신 제한 전화.
신지한이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정말 성미가 급하시네요. 저한테 다 맡겨 두면 된다고 했던 거 같은데요.
수화기 너머로 트키쉬의 목소리가 들렸다.
짜증 가득 섞인 목소리.
신지한의 잦은 연락에 짜증이 머리끝까지 오른 듯한 음성이었다.
“일의 진행 상황은 보고해야 할 것 아닌가.”
신지한이 최대한 불안과 초조를 감추고, 냉정함을 가장한 채 말했다.
현재 자신이 소인배처럼 초조함에 사로잡혀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
―불안하신 건 알겠습니다만, 좀 진정하시죠.
물론 그런 신지한의 연기에 속을 트키쉬가 아니었다.
목소리 연기는 완벽했을지언정, 신지한이 계속해서 연락을 했다는 기록은 남아 있다.
마침 신하율이 퍼포먼스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부터 연락이 잦아지기도 했고.
신지한이 초조해 하고 있는 것은 명백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내가 왜 초조해 한다는 거지?”
―쯧.
트키쉬가 세상 귀찮다는 듯이 혀를 찼다. 이번 임무가 끝나면 신지한 쪽과 거래는 다른 간부나 부하에게 일임하리라.
그렇게 다짐했다.
―아니라면 됐습니다. 일의 경과를 물으셨죠.
트키쉬가 화제를 돌렸다.
“그래.”
―일은 이 이상 없을 만큼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신지한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처리할 건지는 말해 줄 수 없는 건가?”
―네. 말해드릴 수 없습니다. 이번 일에 대한 건 신지한 고객님만이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습니다.
트키쉬가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말을 해도 절대 말해주지 않을 거란 의지가 돋보이는 굵은 목소리였다.
―하나 귀띔해 드리자면, 이번 일을 처리하기 위해 나설 간부는 저 하나만이 아닙니다.
“……뭐?”
흑색 마탑의 간부는 모두 7서클 이상이다.
그런 고급 인력이 둘 이상 나섰다고?
―그러니 신하율에 대한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신하율 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거해 드릴 테니까요.
트키쉬의 목소리가 칼날 같은 날카로움을 품었다.
사사건건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신하율이 트키쉬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 * *
미국 시간으로 오후 1시 50분.
5:5 공성전 결승전이 시작되기 10분 전.
VVIP관객석에는 두 명의 거물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신인혁 가주님께서 직접 경기를 보러 오시다니. 하율 군이 알면 아주 좋아하겠네요.”
한 명은 청색 마탑주 김강인이었고.
“글쎄. 신경도 안 쓸 거 같은데 말이지.”
다른 한 명은 마도신가의 가주 신인혁이었다.
“일은 좀 잘 끝나셨습니까?”
“그래. 국제 테러 대응 본부는 우리 쪽 의견을 100% 수용하기로 했다.”
“오. 그 머리 딱딱한 놈들이 말입니까? 고생 좀 하셨겠군요.”
“……쯧.”
신인혁이 혀를 찼다.
다시 생각해도 짜증난다는 표정이다.
“그쪽은 어떻지?”
“이쪽도 잘 해결됐습니다. 저 외에 제임스나, 가연 누님 쪽도 문제없다고 하셨고요.”
흑색 마탑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한 은밀한 준비는 지금도 척척 진행 중이다.
아예 이번 기회에 흑색 마탑의 씨를 말려 버리기 위해 함정까지 설치 중이다.
“비밀을 확실히 엄수할 사람들에게만 말을 전하고 있는 거겠지?”
“예. 마법 서약서를 쓰기도 했고, 인선에도 신경 썼습니다. 비밀 엄수에 대한 건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흠. 자네가 걱정 없다면 없는 거겠지.”
“믿어 주셔서 영광입니다.”
신인혁이 김강인을 싫어하긴 하나, 신뢰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김강인의 청렴한 성격과 깔끔한 일처리를 보면 누구든 신뢰를 품을 수밖에 없을 거다.
너무 올곧아서 짜증나는 면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녹색 마탑주와 적색 마탑주는 오늘은 안 오는 모양이군.”
“예. 둘 다 도저히 뺄 수 없는 급한 용무가 생겼다고 하더군요.”
적색 마탑주와 녹색 마탑주.
둘 다 마탑주로서의 일 때문에 오늘은 경기를 직관할 수 없게 됐다.
‘이런 빅 경기를 직접 못 보다니!’ 라고 소리치던 적색 마탑주가 통탄하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명하다.
“흠. 아쉽군. 녹색 마탑주와도 간만에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신인혁이 아쉽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었다.
이럴 때 마탑주들과 친분을 좀 다져놔야 하는 데. 참으로 아쉽다.
“뭐, 간만에 둘이서 오붓하게 하율 군을 응원하는 것도 좋지 않겠습니까.”
“……말에 어폐가 있군.”
신인혁이 김강인을 강하게 노려봤다.
오붓하게라는 말이 주는 어감이 아주 좋지 않다.
“하하.”
김강인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 굳이 응원할 필요가 있나 싶은데.”
모니터 너머.
경기장에 입장하는 신하율을 바라보는 신인혁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과연.”
그 치솟은 입꼬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김강인이 아니었다.
“마도신가의 귀신, 신인혁도 제 새끼는 귀엽다는 거군요.”
신인혁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굳이 대답할 필요도 없었다.
“시작하는군.”
그 둘의 침묵에 화답하듯이, 모니터의 시계바늘은 2시 정각을 가리켰다.
―올림피아드 첫 경기! 5:5 공성전! 대망의 결승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경기 시작 선언과 함께, 관중석의 환호성이 VVIP룸의 방음벽을 뚫고 전해졌다.
* * *
결승전 시작 직후.
나는 곧바로 단독 행동에 들어섰다.
목적은 달리아를 유인하는 것.
‘달리아 살렌티아의 특기는 고화력 화염 마법 및 광역 섬멸 마법. 괜히 팀 대 팀으로 싸워봐야 이쪽의 손해일 뿐.’
이쪽의 입장에선 이전 영국팀과 붙었을 때처럼 1:1 & 4:4 구도를 만드는 게 최선이다.
그걸 위해선 달리아를 따로 빼 내야 한다.
‘내 단독 행동에 대해 미국 측이 보일 수 있는 행동은 크게 두 가지.’
첫 번째.
내가 의도한 대로 달리아를 내게 보내는 것으로 1:1 & 4:4 구도를 만든다.
그리고 두 번째.
굳이 내게 달리아를 보내지 않고 그대로 다섯 명이서 우리 진지에 총공을 가한다.
‘만약 첫 번째 방법대로 달리아를 내게 보내면, 이전 카일과 마찬가지로 사전에 설치해 둔 고정 마법을 이용해 상대팀의 본대를 찍어 누르면 되고. 두 번째 방법인 총공을 택한다면, 그 즉시 나도 적진으로 달려가면 된다.’
첫 번째 구도야 말할 것도 없이 우리 쪽이 유리하고.
만약 두 번째 구도가 돼서, 진지 쟁탈전의 양상으로 넘어가도 우리 팀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달리아가 막고 있지 않는 이상, 내가 상대팀의 진지를 뚫는 게 더 빠르다.
그 외에도 잡다한 방법이 있긴 하지만, 모든 결과가 이쪽의 승리로 수렴한다.
‘딱 하나. 저쪽에게도 승기가 있는 방법이 있긴 한데…….’
만약 내가 달리아의 입장이라면 썼을 법한 전략. 미국팀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과연 상대팀이 그 방법을 깨달았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1분 정도를 기다렸다.
“안녕.”
정확히 1분 10초가 흐른 시점에 달리아 살렌티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날씨 좋네. 오늘 같은 날은 이런 전투가 아니라, 경치 좋은 공원에서 산책이라도 해야 하는데.”
달리아는 혼자 내게 다가왔다.
이것만 봐선 영국팀과 같은 선택을 내린 것 같지만, 똑같은 건 대표가 나를 막기 위해 왔다는 것뿐.
달리아를 제외한 다른 네 팀의 행동이 다르다.
“다른 네 명은 여전히 진지에 남아있나 봐?”
“응. 굳이 움직였다가 네가 설치한 함정에 걸리면 곤란하잖아.”
내가 설치한 함정.
분석을 통해 내 원거리 지원이 사전 설치형이라는 걸 눈치챈 모양이다.
“우리 팀의 전략은 나를 제외한 4인 전원 방어야.”
달리아 주위에 화염이 넘실거린다.
붉은 화염이 아닌 푸른색 화염.
적색 마탑의 일인직계 비전 마법.
그 마법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참고로, 우리 미국팀은 너네 팀 네 명이 우리 쪽으로 합류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이상 진지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생각이야.”
달리아 살렌티아라는 광역 섬멸의 스페셜리스트가 존재하는 미국팀을 상대로 5:5 단체전을 할 이유가 없다.
고로, 우리 팀이 내 쪽에 합류할 이유는 없다.
우리 팀이 움직이지 않으니, 저쪽 팀도 이쪽에 합류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우리 팀 본대 네 명이 미국 진영에 습격을 하기에도 부담스럽고.’
4:4 전투의 승률은 잘 쳐 줘야 6할이다.
지금 당장에 한해선 4:4 전투는 지양하는 게 좋다.
이 말은 즉.
“너와 내 승부가 이 단체전의 명운을 가르게 됐어.”
말이 5:5 단체전이지, 1:1 개인전 같은 양상이 됐다는 것이다.
“……잘 생각했네.”
만약 내가 달리아의 입장이었다면 썼을 거라 생각하는 작전.
달리아 측에 유일하게 승기가 있는 책략.
‘만약 달리아가 패배하더라도, 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확실한 1:1 승부.
미국은 최선책을 선택했다.
“네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겠어. 신하율.”
달리아의 푸른 화염이 한층 더 거세게 요동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