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85)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85화(85/466)
적색 마탑이 자랑하는 비전 마법.
초열지옥(焦熱地獄).
평범한 화염보다 한층 높은 온도의 화염을 다루는 마법.
저 마법을 익힌 자는 1500℃로 추정되는 푸른색 불꽃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된다.
“언제까지 간만 볼 거야?”
달리아가 내게 푸른색의 화염구를 던지며 물었다.
주위의 공기까지 불태우며 날아드는 초고온의 파이어볼.
적색 마탑의 신비주의 덕분에 아직 제대로 된 이름조차 밝혀진 게 없는 푸른 구체.
나는 그것의 피격 범위에서 10미터 가량 벗어난 위치로 몸을 날렸다.
화르르르르르르륵-!
내가 서 있던 지점에 정확히 격돌해, 불타오르는 푸른 구체.
피격과 동시에 주위 10미터가 화염의 지옥으로 화한다.
가히 엄청난 위력이었다.
‘……이게 아직 전력을 다한 게 아니란 말이지?’
문제는 이게 달리아 살렌티아의 전력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이 여인이 전력을 다하면 작은 구체 하나가 날아오는 수준이 아니라, 등 뒤에 일렁이고 있는 푸른 화염 전체가 나를 덮쳐올 테지.
“간 보는 건 두 번이면 족하잖아? 다음부턴 진심으로 갈 거야.”
달리아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푸른 화염이 다시금 맥동했다.
달리아의 심장소리에 맞춰 뛰는 듯했다.
“좀 살살해 줬으면 좋겠는데.”
“엄살이 심하네.”
푸른 구체는 지금까지 총 두 번 날아왔다.
즉, 내게는 달리아의 비전 마법, 초열지옥을 두 번이나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달리아의 마법식을 관찰하지 못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마법식을 관찰하기 위한 조건은 ‘4미터 이내에서 마법식의 중심지를 직접 내 눈으로 보는 것’이다.
이 행위로 해당 마법식의 단편적인 마법식을 확인할 수 있고.
그 행위가 중첩되어, 모든 마법식의 구조가 해명되면 내가 해당 마법을 사용하거나, 간섭을 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초열지옥의 피격 범위가 가뿐히 10미터를 넘는다는 데 있다.
저런 작은 구체조차도 반경 10미터를 불태워버렸는데. 어떻게 저 마법을 4미터 이내에서 눈으로 직접 관찰하겠는가.
자살 희망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짓이다.
‘카일이랑은 다른 의미로 까다로워.’
마법식의 관찰과 마찬가지로 간섭도 어느 정도 접근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
저런 광범위 고위력 마법을 상대론 간섭을 하는 것도 힘들다.
‘가장 좋은 건, 역시 실드를 통해 마법을 직접 막아내고, 실드 너머로 달리아의 마법식을 관찰하는 건데…….’
아쉽게도 저 마법은 실드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의 마법이 아니다.
위력이라는 면에선 원래부터 탑이었던 화 속성 마법이 한층 더 진화한 마법이니만큼, 내 실드는 순식간에 녹아내릴 테지.
“진짜 도망만 다닐 거야? 그건 너무 서운한데.”
달리아가 내게 연달아 푸른 구체를 날렸다.
총 세 개.
그것이 나를 포위하듯이 날아들었다.
‘도주로는 하늘뿐인가.’
나는 재빨리 하반신에 마나를 둘러, 하늘 높이 뛰어 올랐다.
동시에 달리아에게 템페스트 커터를 날렸다.
5서클에 조금 못 미치는 마나를 품은 바람의 칼날.
그것이 엄청난 속도로 달리아에게 날아갔다.
“흐음.”
달리아가 눈을 빛내며 비음을 흘렸다.
동시에 달리아의 주위에 일렁이던 푸른 불꽃이 전면부에 집중되었다.
화염의 방벽.
얼핏 봐도 내 템페스트 커터가 뚫을 수 없을 밀도와 출력의 방벽이었다.
그렇다면 뚫지 않으면 될 뿐.
‘굴절.’
템페스트 커터의 궤도를 꺾었다.
바이테너식이 자랑하는 자유로운 마법의 운용.
내 의지를 품은 바람은 직각으로 두 번 꺾여 화염의 방패를 피해, 달리아의 옆구리로 날아들었다.
“안 통해.”
내 템페스트 커터가 궤도를 바꿀 거라고 예상한 것일까.
달리아가 화염의 방벽을 움직였다.
화르르륵, 화륵!
화염의 방벽과 격돌한 바람의 칼날.
바람의 칼날은 화염을 뚫지 못하고 기류로 변해 소멸했다.
“내게 그 변칙 마법은 안 통해.”
“알아. 그냥 시험해 본 것뿐이야.”
달리아 살렌티아의 초열지옥은 미리 만들어 둔 푸른 화염을 그 후에 자기 입맛대로 움직이는 마법이다.
즉, 달리아는 푸른 화염에 한해선 나와 비슷한 수준의 마법 운용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래도 이 정도 궤도 변화 속도라면 뚫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이렇게 쉽게 막히네.
“근데 진짜 이렇게 섭섭하게 나올 거야?”
달리아가 인상을 팍 찡그리고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이탈리아 팀을 상대로 사용했던 마법들이나, 그 마법을 뛰어넘는 6서클 마법은 언제 보여주려고?”
“필요하면 쓰겠지.”
“……흐응. 지금의 나를 상대론 굳이 안 써도 이긴다?”
“지금이라면?”
“그거, 너무 자존심 상하는데?”
달리아의 표정이 굳었다.
대수롭지 않은 도발이었는데, 이게 통할 줄이야.
역시 지닌 바 마법처럼, 그 성정도 불꽃같은 모양이다.
“그럼 쓸 수밖에 없게 만들어 줄게.”
달리아의 배후에 일렁이는 푸른 화염이 그 세를 늘려갔다.
규모가 거의 배는 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화염들은 일제히 내게 날아들 테지.
‘어쩔 수 없지.’
가능하면, 공진 없이 싸워서 이기고 싶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지금은 다소 정보를 노출하는 한이 있더라도, 공진을 사용해 전력으로 임해야 할 때다.
‘공진(共振).’
나는 점점 형태를 갖춰가는 달리아의 푸른 화염을 보며, 서클을 가속시켰다.
몽글, 몽글.
내 주위에 물방울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 * *
달리아 살렌티아는 현재 실시간으로 희열하고 있었다.
“아하하!”
달리아의 웃음소리가 사방에 넘실거리는 수증기를 뚫고 크게 울렸다.
“화염엔 물이라곤 하지만, 이 정도로 완벽하게 내게 대응해 오는 사람은 처음이야!”
신하율이 사용한 수 속성 마법과 달리아가 사용한 화 속성 마법의 연이은 격돌.
그로 인해 발생한 방대한 수증기는 이제 필드 전역을 덮을 정도가 되었다.
“게다가…… 너는 아직 여력을 남겨 두고 있는 거지?”
달리아의 눈이 이글거렸다.
전의로 불타는 눈빛.
그 눈빛에 반응하듯 달리아의 푸른 화염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수증기로 인한 시야 봉쇄 따윈 자신에게 안 통한다는 듯이, 필드 전체를 태워버리겠다는 기세로 뻗어나간다.
푸시시시시시-!
한 방향에서 또 다시 물이 증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곳에 신하율이 있는 것이리라.
“거기구나!”
달리아가 곧바로 소리가 들려 온 방향을 향해 마법을 쏘았다.
엄청난 고온으로 수증기를 지우며 날아가는 화염.
그것이 저 수증기 안개 끝에 서 있을 신하율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없어?”
수증기 안개 너머엔 아무도 없었다.
분명 저 방향에서 소리가 났는데.
파지지지지지직-!
그 순간, 뒤에서 요란한 벼락 소리가 들렸다.
뇌 속성 마법 특유의 사운드.
‘뒤였구나!’
달리아가 곧바로 화염을 뒤로 움직였다.
그 어떤 속성의 마법이던, 달리아의 푸른 화염을 뚫을 수는 없다.
그렇게 모든 화염이 뒤에 집중되었을 때였다.
“그거, 맞아?”
“……!”
신하율이 달리아의 눈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언제 여기까지……!’
3cm너머.
금빛의 눈동자가 달리아의 눈동자를 꿰뚫는다.
마치 자신의 심연을 들여다보이는 것 같은 불쾌한 감각.
그 불쾌감을 곱씹을 새도 없이, 머리에서 경종이 울렸다.
신하율이 그대로 달리아의 얼굴을 노리고 주먹을 휘둘렀다.
“읏!”
아주 간결하고 빠릿한 휘두름.
달리아 또한 체술에 소홀히 하지 않았기에, 그대로 클린 히트를 맞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완전히 피한 것도 아니었다.
신하율의 주먹은 달리아의 볼을 스치고, 그대로 귓불을 때렸다.
“여성의 얼굴에 주먹이라니…… 매너가 없……네!”
볼과 귓가에 찌릿한 통증을 느끼며, 달리아가 주위의 화염을 폭발시켰다.
신하율이 그대로 뒤로 물러나, 다시 수증기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고요한 필드.
짙은 수증기로 인해 시야가 봉쇄된 것으로 인해 달리아의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재밌어.’
이런 긴장감. 싫진 않다.
오히려 계속해서 느끼고 싶다.
좀 더, 좀 더, 좀 더.
달리아의 입꼬리가 서서히 치켜 올라갔다.
신하율의 주먹에 스친 볼이 찌릿하다.
그 감각마저 싫지 않았다.
‘……어?’
그러던 중, 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뭔가가 결여된 듯한 느낌.
달리아는 그 위화감의 정체를 곧바로 파악했다.
달리아가 자신의 오른쪽 귀를 어루만졌다.
‘인이어가 없어.’
공성전용으로 배급된 무전기 일체형 인이어.
조금 전 귓불을 스칠 때, 박살이 난 것일까. 눈치채고 보니 귀에서 인이어가 사라져 있다.
순간 당황했으나, 이내 인이어가 사라져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차피 이번 경기는 1:1로 승부가 나뉜다. 인이어는 없어도 돼.’
만에 하나의 사태가 벌어진다고 해도, 본대 쪽에서 잘 처리할 것이다. 달리아의 신뢰는 굳건했다.
‘그보다, 지금은 이쪽이야.’
신하율.
그 얄미운 카일 벤티아를 뛰어넘는 천재.
지금은 그를 쓰러트리는 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달리아는 잡생각을 모두 지우고 모든 신경을 전투에 집중했다.
1분.
2분.
시간이 흘렀다.
마법과 마법이 격돌하고, 사람과 사람이 격돌하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강해.’
밀리는 건 누가 봐도 달리아였다.
‘마법의 출력은 그렇게까지 크게 차이가 나진 않는데. 마법의 활용력이나 전략에서 완전히 밀리고 있어.’
신하율은 과거 이탈리아 팀을 혼자서 분쇄한 수준의 마법만을 사용하고 있다.
5서클을 상회하는 출력이긴 하나, 6서클 보단 못한 출력.
정확히 달리아의 초열지옥과 비슷한 수준의 출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아는 제대로 된 반격 한번 못 해보고 있다. 활용력과 전략, 전투 기술 전반에서 압도당하고 있다.
‘즐거워.’
그 압도적인 열세 속에서도 달리아는 웃고 있었다.
이 전투가 즐겁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다.
‘역시 신하율은 6서클이 아니었어.’
계속 의문이었던 신하율의 성취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게 된 것에 의한 기쁨이 더 컸다.
‘만약 신하율이 진짜 6서클이었으면, 지금까지 6서클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을 리가 없어.’
전략상의 이유로 끝까지 6서클에 대한 걸 감추고 있을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그럴 확률은 적을 테지.
‘신하율이 진짜 6서클이었다면, 굳이 이런 귀찮은 짓 안 해도,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누르기만 하면 됐을 테니까.’
고로, 신하율은 6서클이 아니거나. 6서클이라고 해도 6서클의 힘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혹은 6서클 마법을 사용하는 데 뭔가 제약이 있다.’
이런 결론이 나온다.
혹여 이번 전투에서 패배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정보를 알아 낸 이상 손해는 아니다.
이게 현재 달리아가 기뻐하고 있는 이유다.
“혹시…….”
그때, 신하율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6서클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
달리아의 환희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차가운 목소리였다.
“이런 상황에도 6서클 마법을 사용하지 않다니. 신하율은 역시 6서클이 아니구나. 대충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 같은데.”
“…….”
수증기 사이에서 신하율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거,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어.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은 굳이 6서클 마법까지 쓸 필요가 없어서 안 쓰고 있는 것뿐이야.”
신하율이 여유롭게 웃었다.
“내 목적은 네 정보, 초열지옥의 정보를 수집하는 거거든. 오래 싸울수록 정보는 늘어날 텐데. 뭐하러 6서클 마법을 써서 속전속결로 전투를 끝내겠어.”
“……헛소리. 네가 진짜 6서클이라면 굳이 내 마법에 대한 정보를 모을 필요가 없어.”
말했듯이, 그냥 힘으로 찍어 누르면 된다.
그걸 안 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하율은 6서클이 아니라는 증거다.
“이게 개인전이었다면 필요없었겠지.”
신하율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근데 이건 팀전이잖아? 우리 팀이 나 없이 너와 붙을 때를 생각해서 미리미리 정보를 모아 둬야지.”
달리아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그러니까, 한국팀이 너 없이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정보만 있다면?”
“……헛소리도 그 정도로 가면 예술의 경지네.”
달리아가 코웃음을 쳤다.
신하율의 말은 모두 궤변이다.
말했듯, 신하율이 진짜 6서클이라면 굳이 그런 귀찮은 짓을 할 이유가 없다.
“정 그렇게 네가 6서클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으면. 지금 당장 6서클 마법을 써 봐.”
“굳이 그러고 싶진 않은데.”
신하율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럴 필요도 없고. 내 입장에선 너희가 그렇게 고민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득이라서.”
“…….”
달리아의 미간이 한껏 찌푸려졌다.
초열지옥의 정보 수집을 위해 구태여 시간을 끌었다.
궤변에 가깝긴 하지만, 아예 억지스러운 말도 아니다.
달리아의 머릿속이 단숨에 복잡해 졌다.
“너, 성격 나쁘다는 소리 자주 듣지?”
“아니. 천사 같다는 소리만 듣는데?”
“……진짜 끝까지 헛소리.”
달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신하율 때문에 또 다시 머리가 복잡해 졌다.
복잡한 표정의 달리아를 바라보며 신하율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좋아.’
달리아의 머릿속에 의심암귀를 심어둔다는 신하율의 목적은 무사히 달성되었다.
이제 남은 건 달리아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의심암귀가 싹이 피어 날 수 있도록, 마무리를 하는 것뿐.
“뭐, 더 싸워보면 알겠…….”
그렇게 달리아가 다시 마법을 사용하려 할 때였다.
―삐, 삐, 삐이이이!
돌연 휘슬이 울렸다.
“……시합 종료 휘슬?”
달리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합 종료! 승자, 한국 오벨리스크 아카데미팀! 공성전의 패자는 한국팀이 차지합니다!
시합 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공지.
“패배? 우리가? 어째서…….”
갑작스런 패배 선언에 당황하는 달리아를 바라보며, 신하율이 자신의 오른쪽 귀를 검지로 두드렸다.
“충고 하나 할게. 이런 단체전에서, 인이어는 자신의 목숨처럼 소중히 여겨.”
신하율이 싱긋 웃었다.
“너와 나 같은 거대 전력은 연락 두절 자체가 곧 패배로 이어지기도 하거든.”
“너, 설마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내 인이어를…….”
달리아가 당황한 표정으로 아직까지 후끈거리는 뺨과 귓불을 어루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