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88)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88화(88/466)
“나 왔어.”
대기실로 들어서자, 9쌍의 시선이 동시에 내게 쏠렸다.
“어떻게 됐어?”
“갑자기 왜 운영 위원이 나선 거야? 뭐 문제 생겼어?”
선배들이 곧바로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다들 걱정스럽다는 표정이다.
32강이 끝나자마자 돌연 운영 위원회에서 날 소환했으니, 걱정하는 게 당연하다.
“별 문제없습니다. 그냥 마법 구체의 궤도를 꺾은 마법 검증을 좀 받았을 뿐이에요.”
“마법 검증?”
순찬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마법 검증을 왜 받았냐는 표정이었다.
“부정적인 방법으로 마법 구체의 궤도를 꺾은 게 아닌가 의심스러웠나 봐.”
“?”
순찬이의 고개가 더더욱 기울어 졌다. 대충 ‘마법 구체를 비트는 정도의 일이 부정 의심을 받을 정도의 일이야?’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타이 브레이크의 마법 구체는 스포츠이니만큼 공평을 기하기 위한 마법식이 새겨져 있어요.”
그런 순찬이의 의문을 풀어주기 위해 아델라가 나섰다.
“그 때문에 마법 구체에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한정되어 있어요. 담은 마나를 통해 속도를 올리거나, 위력을 올리거나. 보통 이 둘 중 하나 밖에 못 해요.”
“궤도를 꺾는 건?”
아델라가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해요. 타이 브레이크 50년 역사를 통틀어서, 마법식을 통해 마법 구체의 궤도를 꺾었다는 기록은 존재하지 않아요.”
“……헐.”
순찬이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런 대단한 걸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쓴 거였어?’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런 터무니없는 짓을 하셨으니, 운영 위원회에서 소환하는 건 당연해요. 마법 구체에 무슨 짓을 한 게 아닐까. 대충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아델라가 내게 시선을 돌려, 눈으로 ‘맞나요?’라고 물었다.
“맞아. 바로 내가 사용한 마법 구체를 점검하더라. 그 후에 그 앞에서 다시 시연해 보이도록 했고.”
그 외에도 4가지 정도 마법 검증을 끝마쳤다.
“결과는요?”
“당연히 통과했지. 부정 같은 거 저지른 적이 없는데, 뭐 걸릴 게 있겠어?”
눈앞에서 대놓고 시연해 보였음에도 믿지 못하던 운영 위원회 관계자들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당연히 통과했다는 것치곤, 너무 오래 걸린 거 아닌가요?”
“마법 검증 자체는 빨리 끝났는데, 그 후에 국제 타이 브레이크 경기 운영 위원회 사람들에게 붙잡혀서 이런 저런 제안을 받다보니까 시간이 좀 걸렸어.”
“아. 그렇겠네요. 그런 마법을 눈앞에서 봤으니…….”
아델라가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뭔데? 국제 위원회 사람들이 무슨 제안을 해?”
17살에 처음으로 마법에 입문한 순찬이인만큼, 이런 방향으론 눈치가 없었다.
“마법 구체의 궤도를 꺾는 마법식. 팔아달라더라. 그것만 있으면 좀 더 다채로운 경기 운용이 가능할 거라고.”
“아하.”
타이 브레이크라는 마법 경기는 역사와 전통을 지닌 경기긴 하지만, 인기가 그리 좋진 않다.
제 아무리 역사와 전통이 있고 알면 알수록 깊은 스포츠면 뭐하겠는가.
보는 사람 입장에선 빵빵 터지는 맛도 없고, 액션도 부족해서 보는 맛이 부족한데.
바둑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할 거다.
뭔가 서로 수 싸움은 하고 있는데, 일반인이 보기엔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밋밋하기 만해서 딱히 챙겨보진 않게 되는 그런 경기.
그게 딱 타이 브레이크다.
“확실히 타이 브레이크에 궤도 수정이라는 변수가 추가되면, 훨씬 더 볼 맛이 나겠네.”
“오. 그럼 나도 좀 챙겨 볼 지도?”
마진석과 진희윤이 각자 한 마디씩 했다.
타이 브레이크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둘도 이렇게 말할 정도다.
운영 위원들이 안달 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근데 굳이 마법식을 사야 돼? 궤도를 꺾고 싶으면 그냥 마법 구체의 마법식을 바꾸면 되잖아.”
순찬이의 말에 희윤 선배가 코웃음을 쳤다.
“너는 마법사란 놈이 마법식을 개량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도 모르냐? 그게 가능하면 벌써 했겠지.”
“고작 마법 구체의 궤도를 트는 것뿐인데. 그 정도 개량도 힘들어요?”
“그냥 궤도를 꺾는 것뿐이면 쉽지. 근데 타이 브레이크용 마법 구체와 마법 방패엔 이미 10개의 마법식이 새겨져 있는 상태란 말이지?”
타이 브레이크의 규칙에 맞는 온갖 마법식이 새겨져 있다.
그 술식을 유지하고, 추가로 구체의 궤도를 꺾는 마법식을 더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하. 힘들겠네요.”
“힘든 수준이 아니야. 불가능해.”
진희윤의 의견에 아델라가 덧붙였다.
“타이 브레이크가 생겨나고 50년. 그 사이에 경기 변경을 위한 시도는 많았어요. 그리고 모두 실패로 끝났죠.”
이미 존재하는 마법식을 유지하고, 그 위에 뭔가를 더한다는 건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하율이가 똭! 마법 구체의 궤도를 13번이나 꺾는 요망한 짓거리를 한 거고?”
“그렇죠.”
“이야. 운영 위원들이 안달 낼 만하네.”
순찬이가 이제야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뭐라고 답했어? 공유하겠다고 했어?”
“아니. 당연히 안 한다고 했지. 궤도 변경 마법식을 공유하려면 내 비전 마법식을 모두 공개해야 하는데 공유를 왜 해.”
“아하.”
마법 구체의 궤도를 튼 건, 바이테너식의 힘을 이용한 거다.
공유하는 건 당연히 무리고, 만약 공유한다고 해도 나와 같은 체질을 지닌 자가 아니면 쓸 수 없다.
“아무튼 일은 잘 해결 됐다는 거지? 타이 브레이크의 우승은 사실상 확정이라고 봐도 되는 거고?”
진희윤이 넌지시 물었다.
“그렇죠.”
“그럼 됐지 뭐.”
마법 구체의 궤도 수정을 이용한 다중 동시 보호석 브레이크.
이걸 막을 수 있는 자는 없다.
이번 경기의 우승은 무조건 나다.
“그나저나 아쉽네. 미국이나 영국이 달리아랑 카일을 내보냈어야 되는데.”
출전자 명단은 경기 시작 전날에 제출하게 되어 있다.
당연히 상대팀의 출전자는 당일까지 알 수 없다.
“그러게요. 개인적으로 둘 중 한 명은 나오길 바랐는데.”
만약 카일이나 달리아가 이번 경기에 참여했다면, 미국과 영국의 최중요 카드를 한 장 허투루 소비하게 만들 수 있었는데.
아쉽다.
개인적으로 1인 경기이니만큼, 둘 다 출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빗나갔다.
“뭐,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이겼으니까 됐죠 뭐.”
이걸로 4개의 경기 중 2개의 우승을 차지했다.
아쉬워할 결과는 절대 아니다.
‘거기다 오늘 일로 달리아랑 카일의 머리가 한층 더 복잡해 졌을 테고.’
내가 6서클 마법사인가, 아닌가로 안 그래도 복잡한 상태일 두 팀의 머리는 오늘 일로 인해 한층 더 복잡해 졌을 터.
이는 전략적으로도 이쪽이 한 걸음 앞섰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상황이 너무 좋다.
‘이렇게 됐으면 다음 경기에서 쐐기를 박아도 되겠는데.’
나는 내일 모레부터 시작될 다섯 번째 경기를 떠올리며 속으로 웃었다.
* * *
그날 밤.
미국팀이 머물고 있는 숙소의 대강당에서 달리아를 비롯한 미국팀 전원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들 알겠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
단상 앞에 서 있는 여인.
미국팀의 두뇌인 ‘사라 실론’이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PPT를 펼쳤다.
지난 7일 간의 올림피아드 결과 및 이후의 향방을 분석해 둔 자료였다.
“아직 타이 브레이크의 결과는 안 나왔지만, 십중팔구 한국팀이 우승할 거야. 우리 미국은 16강에서 한국팀을 만나 패배할 거고.”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시합에서 패배할 거라 단정지었음에도 그 누구도 불만을 품는 자는 없었다.
타이 브레이크라는 종목에서 한국팀을 이길 수 없음을 모르는 자는 이 중에 없다.
“그리고 영국은 대진표가 좋아서 결승까진 가겠지. 마찬가지로 한국은 이길 수 없겠지만.”
미국이 운이 없던 반면, 영국은 꽤나 운이 좋다.
영국이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결승까진 무사히 올라 설 테지.
“그렇게 되면 종합 전적은 이렇게 돼.”
[1위 한국] [2위 영국] [3위 미국]1등이었던 미국이 단숨에 3위로 떨어진다.
2위의 영국과는 근소한 점수 차이라 상관없지만, 1위인 한국과는 꽤나 큰 차이가 벌어지게 된다.
“4위 이하는 여기서 굳이 언급하지 않을 게. 사실상 우리 상대가 아니니까.”
사라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4위의 독일이 꽤나 순방하곤 있지만, 크게 의미는 없다.
카일, 달리아, 신하율이라는 최고급 전력을 지니지 못한 독일은 이 위로 올라올 수 없다.
“이 세 국가 최고 전력의 출전 카드는 서로 4장씩 남았어.”
사라의 조작에 PPT화면이 변하며, 각 팀 멤버 별 출전 횟수가 떠올랐다.
신하율, 달리아, 카일의 2회씩 출장 외에 주목할 점은 아델라 스테어트가 벌써 3회나 출전했다는 것 정도일까.
“그리고 남은 경기는 6개.”
다음으로 남은 경기의 목록이 적혀 있는 페이지로 넘어갔다.
“이 여섯 경기의 출전자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이게 승패를 크게 좌우할 거야.”
정확히는 카일, 달리아, 신하율의 출전 여부에 따라 승패는 크게 변한다.
“제일 좋은 건, 신하율과 최대한 출전이 겹치지 않는 거야.”
신하율 같은 미지의 전력과는 되도록이면 싸우지 않는 게 좋다.
신하율은 6개의 경기 중 두 경기에 참여하지 못 하니, 그 경기를 노려야 한다.
“겹치지 않는다고 해도, 신하율이 어떤 경기에 출전할지 모르잖아.”
한 남성이 당연한 의문을 제시했다.
“다행히 어느 정도는 예상은 돼.”
달리아가 컴퓨터를 조작하자, 여섯 개의 경기 중 세 경기의 이름이 검게 물들었다.
[배틀 서바이벌] [오픈 레이드] [1:1 대인전]“여기 이 세 경기는 배점이 다른 경기보다 높아. 그런 만큼 모든 팀에서 이 세 경기에 만큼은 최고 전력을 출전시킬 거야. 당연히 한국도 신하율을 출전시키겠지.”
배점이 높은 이 세 경기에 신하율은 반드시 출전할 것이다.
“그럼 이 남은 세 개의 경기 중에서 두 개의 경기엔 출전하지 않는다는 말이야.”
[미궁 탐사] [마법 퀴즈 배틀] [영역 쟁탈전]앞선 세 경기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지는 세 경기.
이 세 경기에서 잘 고르면, 신하율과 만나지 않고 2승을 차지할 수 있다.
“그리고 아마 신하율은 마법 퀴즈 배틀에 출전하지 않을까 싶어.”
“왜?”
“신하율은 머리가 좋거든. 일단 이 경기에 출전하면 승리는 따 논 당상이야.”
1승이 확정된 경기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사라 너도 상대가 안 돼?”
“어. 인정하기 싫지만, 내가 질 거야.”
달리아는 동년배 중에서 사라만큼 똑똑한 사람을 본적이 없다.
그런 사라가 저렇게까지 말할 정도라니. 신하율이 똑똑한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저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런 고로 달리아가 미궁 탐사와 영역 쟁탈전에 참여해서 일단 2승을 차지하는 게 어떨까 싶어.”
“제일 배점이 큰 세 경기 중 하나를 포기하고?”
“어. 배점이 크다고 해도, 그리 크게 차이나는 건 아니니까. 안정성을 생각하면 일단 이 경기 중 두 개의 경기를 확실히 따 내는 게 옳다고 생각해.”
“음…….”
일리 있는 의견이었다.
“만약 신하율이 우리 생각을 예상하고, 마법 퀴즈 배틀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수를 쓰면?”
“그땐 내가 마법 퀴즈 배틀에서 우승을 따 낼게.”
퀴즈라는 항목에서 만큼은 사라도 어디서 꿀리지 않는다.
신하율이라는 규격 외 괴물만 아니라면, 누구든 이길 자신이 있다.
“영국팀의 동향은?”
“인정하기 싫지만, 마이아는 나와 비슷한 성향이니까…… 아마 우리랑 비슷한 결론을 냈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카일은 성격이 그러니까, 그 의견을 받아들이진 않겠지.”
“승부를 피하는 짓을 카일이 할 리가 없긴 하지.”
그 전투광이 신하율과 싸울 수 있는 기회를 자신의 의지로 피할 리가 없다.
“맞아. 고로, 영국은 배틀 서바이벌, 오픈 레이드, 1:1 대인전. 세 경기에 모두 카일을 내보내고, 남은 세 경기 중 한 경기에만 카일을 내보내는 베이직한 전략을 사용할 거야. 그리고 카일의 성향을 생각하면 아마 이 경기에 출전하겠지.”
사라가 [영역 쟁탈전]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카일이라면 분명 이 경기에 출전할 것이다.
“이 경기에서 카일을 누르고 1등을 차지한 뒤. 빈집일 확률이 높은 미궁 탐사에서도 1등을 차지한다면, 일단 영국은 무조건 앞설 수 있게 돼. 최소한 은메달은 확정이란 말이지.”
이렇게 되면 미국은 3개 경기 우승. 영국은 1개 경기 우승.
사실상 은메달은 확정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남은 두 경기에서 한국을 재치고 우승을 차지하게 될 경우, 우리는 우승 5개. 한국은 우승 4개가 돼서…….”
“금메달.”
“그렇지.”
달리아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응. 좋은 거 같아.”
우승을 노리면서 안전책까지 확실히 생각한 최선책.
아주 흡족스러운 작전이었다.
“그렇게 하자.”
“믿어 줘서 고마워.”
사라가 활짝 웃었다.
자신을 믿고 최고 배점 경기를 포기한다는 선택을 한 달리아가 참 고마웠다.
“그럼 모레 있을 [영역 쟁탈전]이 관건이네.”
올림피아드 대망의 다섯 번째 경기, 영역 쟁탈전.
이 경기에서 영국을 이기는 게 제일 중요하다.
여기서 지면 죽도 밥도 안 된다.
“부탁할게. 카일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 줘.”
“물론이야.”
달리아가 살벌하게 웃었다.
안 그래도 오늘 카일 때문에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는데.
제대로 본때를 보여 줘야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은 예상이고, 생각은 생각이었을 뿐.
올림피아드 9일 차.
[영역 쟁탈전] [출전자 목록] [미국] [달리아] [사라] [메일리] [한국] [신하율] [마진석] [강신우] [영국] [카일] [마이아] [네이프]한국은 미국의 생각을 비웃듯이, [영역 쟁탈전] 출전자 명단에 신하율의 이름을 박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