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9화(9/466)
4월 26일 일요일.
갑작스레 올라 온 뉴스 기사들로 인해 아카데미 전역이 들썩였다.
[한국의 초신성 신하율! 이번 4월 30일의 중간 종합 평가에서 자신이 왜 초신성이라 불렸는지 보여줄 것.] [천재의 화려한 부활을 모두 지켜봐 달라.]아주 뜬금없는 기사였다.
“이거 진짜야?”
“천재의 부활?”
심지어 첫 기사를 시작으로 분 단위로 새로운 기사가 갱신되고 있다.
굉장히 뜬금없는 기사였음에도 이 기사가 가짜일 가능성은 누구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대박. 이래서 신하율이 백사혁한테 그렇게 당당하게 개겼구나.”
“어쩐지. 자신감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당당하게 나갔지.”
“아. 그러고 보면 요즘 신하율 안색 겁나 좋긴 하더라.”
그 근거는 최근 신하율의 모습이었다.
백사혁에게 필요 이상으로 강하게 나선 모습도 그렇고, 요즘 한창 밝아진 신하율의 얼굴은 저 기사들과 부합되는 면이 많았다.
“진짜 자신감 쩐다. 4월 30일에 실력으로 보여줄 테니, 꼭 보러 오라니.”
“부적합자라는 페널티는 자신을 한층 성장하게 한 원동력이었대. 와…….”
“그냥 근자감 아니냐?”
“그거야 모르지.”
“그보다 이 기사. 진짜 찌라시는 아니겠지?”
이들이 이 기사를 진짜라 믿는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그럼 진짜지. 신하율의 가문이 어딘데.”
“아. 마도신가.”
바로 신하율의 가문이 다름 아닌 마도신가라는 것이다.
만약 이 기사가 가짜였다면 한참 전에 반박 기사를 냈으리라.
“하긴. 4시간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반박기사가 하나도 안 올라온 거 보면, 진짜겠다.”
“이 정도 전파 속도면 마도신가에서 직접 기사를 푼 게 아닌가 싶은데.”
이런 식으로 신하율의 인터뷰에 대한 기사는 기정사실화 되어가고 있었다.
물론 이건 사실이 아니다.
신하율은 이런 인터뷰를 한 적도 없고, 마도신가는 이런 기사를 푼 적도 없다.
그렇다면 어째서 마도신가는 이런 반박 기사를 내지 않고 있는 것인가 하면.
―반박기사는 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신하율이 마도신가의 가주 신인혁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반박기사를 내려는 마도신가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라 답할 수 있겠다.
“반박기사는 필요 없다라…….”
신하율의 만류 전화.
기사를 낸 것으로 보이는 곳은 백가.
그리고 신하율이 신인혁에게 제시한 4월 30일의 제안.
이 모든 일로 말미암아 생각해 봤을 때.
“그렇군. 이번 기사. 네가 백사혁을 유도해서 낸 기사인가.”
―네.
신하율이 백사혁의 신경을 긁어 이런 기사를 내도록 유도했다.
이런 결론이 나온다.
“주목도를 올리는 게 목적인가?”
―네. 제 부활을 최대한으로 이용하려면, 최대한 주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신하율의 부활이라는 화려한 사건의 스포트라이트는 최대한 화려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네 실추된 명예를 되찾겠다?”
―네. 제 명예만이 아니라, 마도신가의 실추된 권위도 모두 되찾을 겁니다.
“흠. 그 말대로만 되면 더할 나위 없겠다만…….”
신인혁이 차갑게 답했다.
“믿기 힘들군.”
신인혁이 생각했을 때, 신하율이 지금 기사가 나타내는 대로 ‘부활’이라는 걸 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확실히 말해 두지. 나는 널 믿어서 4월 30일까지 기다려달라는 네 제안을 받아들인 게 아니야.”
4월 30일, 중간 종합 평가에서 10위 이내에 들겠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기다리기로 한 건, 신하율을 믿어서가 아니다.
“그냥. 손해가 없어서 네 제안을 받아들인 것뿐. 나는 네가 부적합자라는 페널티를 진짜로 극복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
신인혁이 생각했을 때, 신하율의 말은 근거없는 자신감일 뿐이다.
부적합자는 마법사가 될 수 없다.
그 사실은 8서클 마법사인 신인혁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추태를 보일 게 확실한데. 반박기사를 내지 말아달라는 네 말을 들어줄 필요가 있나?”
만약 신하율이 4월 30일에 또 다시 추태를 보인다면, 그땐 마도신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올 것이다.
또 다시 세계의 조롱거리가 될 테지.
손해를 생각하면 반박기사를 내는 게 맞다.
“더 할 말 없으면 이만 끊겠다.”
그렇게 신인혁이 전화를 마무리하려고 했을 때였다.
―제가 추태를 보인다고 해도, 마도신가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텐데요.
신하율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간에서 저는 이미 파문을 당한 것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그런 제가 이상한 짓을 한다고 해서, 마도신가에 피해가 갈 거라곤 생각되지 않습니다.
정론이었다.
“피해가 크지는 않겠지. 하지만 피해가 없는 건 아니다.”
신하율이 뭔가를 하면, 마도신가의 이름도 당연히 언급된다.
신하율의 태생이 마도신가인 이상, 신하율의 행위는 크던 적던 마도신가에 영향을 준다.
“나는 손해 볼 게 뻔한 일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만큼 성격이 좋지 못해.”
신인혁은 계산적이다.
모든 일에 득과 실을 생각해, 득이 더 크다고 생각했을 때만 움직인다.
그리고 지금 신하율의 제안은 신인혁에게 있어 실 그 자체였다.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인정합니다.
신하율은 그런 아버지의 성격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설득할 방법도 준비해 왔다.
―하지만, 그 대가로 얻을 이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텐데요.
“득. 득이라. 아까 얘기했던 네 명예 회복과 마도신가의 브랜드 평판 상승에 대한 얘기라면…….”
―아뇨. 그런 부수적인 이득을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부수적?”
―네.
신인혁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그게 부수적인 이득이라……. 그럼 네가 말하는 이득이란 건 무엇이냐.”
신하율이 순간 뜸을 들이고 말했다.
―저입니다.
“……뭐라?”
신인혁이 순간 벙쪘다.
―마도신가는 저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아버지.
신하율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마도신가를 세계 최고로 올리고, 향후 100년 간 그 자리를 굳세게 지킬 수 있는 역대 최고의 가주가 될 저를 말입니다.
신하율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신인혁의 귓가를 울렸다.
“……정말 포부 하나만큼은 어엿한 차기 가주로구나.”
신인혁의 표정이 오묘하게 변했다.
* * *
‘좋아. 반박기사를 내는 건 그만두도록 하지.’
아버지는 결국 내 제안을 받아들이셨다.
‘대신, 이렇게까지 말해 놓고도 볼품없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땐 정말 각오해야 할 거다.’
자신과 마도신가를 농락한 대가를 철저히 치르게 해 주겠다.
마지막으로 그런 엄포와 함께 전화를 끊으셨다.
“……진이 쫙 빠지네.”
끝까지 완강하게 거절하시면, 내 힘을 아버지께만 미리 보여드릴 생각까지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잘 풀렸다.
나는 의자에 몸을 푹 기대고 늘어졌다.
‘아무튼 이걸로 모든 준비는 끝났어.’
백사혁은 지금도 내 기사를 퍼트리며 주목도를 올리고 있다.
아마 당일에는 방송국 취재진까지 몰려들 테지.
백사혁이 힘내서 그렇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나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망신을 주고 싶을 테니까.
‘이게 그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판다는 건가?’
아무튼 이 기세라면 무사히 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 * *
3일이란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기다리고 기다리던 4월 30일이 됐다.
현재 시간은 오전 11시 20분.
내 대련이 시작되기 10분 전이다.
“꽉꽉 차 있네.”
H조의 경기가 치러지는 제 3콜로세움의 관객석은 수많은 인파로 가득 차 있었다.
관객석 곳곳에 낯익은 얼굴들이 간간이 보인다.
각 길드의 스카우트들도 보이고, 어떤 길드는 길드장이 나온 곳도 있다.
마탑의 관계자들도 간간이 보이고, 마도기업의 간부도 두어 명 보인다.
백사혁이 얼마나 언론 플레이를 잘 했으면, 이렇게 대단한 면면들이 고작 1차전 하나 보겠다고 다 몰려오냐.
‘내 부활이라는 키워드의 화제성 때문도 있겠지만…….’
그만큼 백사혁이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증오는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더니.
대체 날 얼마나 원망하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걸까.
조금 감탄스럽다.
“이야. 역시 초신성. 인기가 대단해 아주.”
저 멀리서 우리 산타클로스 백사혁 선생님께서 다가오시는 것이 보였다.
“우리 부활할 천재님께서 그런 인터뷰를 다 해주셔서, 나까지 이런 관심을 다 받네. 고맙다고 해야 하나?”
무보수로 내게 이런 선물까지 해 주신 은인님이 세상 비열한 표정으로 내 앞에 섰다.
“큭큭. 기분이 어때?”
그리곤 특유의 백사 같은 미소를 지으며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하지도 않은 인터뷰로 이렇게 사람이 모였는데.”
끅끅 웃으며 날 흘겨본다.
“우리 불량품. 이제 어떡해? 다들 네 부활을 기대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본 눈동자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추잡한 눈동자였다.
“이런 상황에서 마법 한번 제대로 못 쓰고 농락당하면, 아주 재밌겠다. 그치?”
자못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적당히 나대고 알아서 기었어야지. 응? 불량품 새끼야. 마도신가한테도 버림받은 병신이 왜 기어올라?”
자신이 한 행동이 모두 내 의도라는 것도 모르고 좋아하는 꼴이란.
“사혁아.”
나는 픽 웃으며 말했다.
“혹시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이라는 말 알아?”
“……뭐?”
부처님 손바닥 위에서 모험하던 손오공이 슬슬 자신의 위치를 깨달을 시간이 됐다.
“넌 내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을 뿐이야.”
“……뭔 헛소리야.”
백사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못 알아듣겠어?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굳이 무보수로 기사화 시켜준 거. 고맙다고.”
“네가… 하고 싶었던 말?”
“네가 내 준 기사들 말이야.”
저 멀리 취재진이 보인다.
다급한 움직임으로 보아, 나와 백사혁을 찾는 듯하다.
이제 곧 우리를 발견하고 우리에게 다가 올 테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 의도대로 움직여줘서 정말 얼마나 편했는지 몰라.”
덕분에 아주 좋은 판이 마련됐다.
“이 새끼가 뚫린 주둥아리라고……!”
나는 한껏 인상을 쓰고 날 향해 소리치는 백사혁을 향해, 한번 싱긋 웃어주고는 뒤를 가리켰다.
“신하율 학생! 백사혁 학생! 시작 전에 짧은 인터뷰 좀 될까요?”
백사혁의 인상이 와락 일그러졌다. 지금 인터뷰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 왜 지랄이냐는 표정이다.
“좋은 말할 때 꺼져. 이 기레기 새…….”
“좋습니다.”
나는 인터뷰를 거절하려는 백사혁의 말을 끊고 승낙했다.
“아, 그럼…….”
“지랄하지 말고. 꺼지라고!”
백사혁이 취재진을 바라보며 살기등등한 눈을 빛냈다.
“일자리 잃고 싶지 않으면 꺼지라고! 이 기레기 새끼들아!”
조금 전, 내 부처님 손바닥 선언이 꽤나 충격적이었던 듯.
머리에 열이 한껏 올라 말이 험악하다.
“어, 네?”
“그…….”
취재진들이 당황했다.
방송사와 백가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지금 물러나는 게 맞는데. 지금 눈앞의 단독 인터뷰를 놓칠 수 없다는 표정이다.
“하하. 사혁이가 시합 시작 전엔 저혈압이라 그래요. 좋게 봐 주세요.”
나는 나서는 백사혁을 뒤로 한 채,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뭐, 근데 사혁이 마음도 이해가 가는 게. 인터뷰를 한다고 해도, 시간이 없어서 길게는 못하겠네요. 기껏해야 한 마디 정도일까요.”
“아, 네. 그 정도만 해주셔도 충분합니다!”
취재진들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이 새끼야! 무시하지 말고 내 말에 대답이나 해!”
백사혁이 내 어깨를 잡았다.
“비켜 봐. 지금 인터뷰하고 있잖아.”
나는 그런 백사혁을 옆으로 슬쩍 밀고 기자들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1서클.”
“1서클이요?”
“무슨 뜻인가요?”
나는 고개를 갸웃하는 기자들을 한번, 내 뒤에서 인상을 쓰고 있는 사혁이를 한번 바라본 뒤에 싱긋 웃었다.
“저는 1서클 마법만으로 백사혁에게 이기겠습니다.”
“이, 불량품 새끼가!”
내 마지막 도발에 백사혁이 드디어 폭발했다.
내 멱살을 부여잡고 두 눈을 부라린다.
머리에 한껏 열이 올라 주위의 카메라도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그런 백사혁을 바라보며 속으로 웃었다.
‘응. 딱 좋네.’
가지고 놀기 딱 좋은 상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