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90)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90화(90/466)
영역 쟁탈전 1회차 마지막 8경기.
미국팀이 속해 있는 조인 만큼 상당히 아크로바틱한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 애들이지만, 참 완벽하단 말이지.”
VVIP룸.
방금 막, 일을 마치고 온 적색 마탑주 제임스 필러가 턱을 쓰다듬으며 크게 웃었다.
달리아도 달리아지만, 사라와 메일리도 적색 마탑에 속해 있는 마탑의 일원들이다.
그 세 명이 경기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으니, 마탑주 입장에서 기쁜 건 당연했다.
“흐음. 당연히 1:7 구도가 될 줄 알았는데. 사라가 미리 교섭을 좀 해 뒀나 봐?”
“당연하지.”
8팀이 동시에 전투에 참여하게 되는 영역 쟁탈전의 특성상, 보통은 가장 강한 팀이 집중적으로 공격받기 마련이다.
이 집중 공격을 어떻게 흘려내는가가 강팀의 필수적인 승리 조건이다.
“움직임만 봐도 알겠네. 사라가 다른 7팀을 제대로 흔들었어.”
김강인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사라 실론. 미국팀의 실질적 두뇌를 응시했다.
“대체 어떤 수를 썼길래 7팀이 저렇게까지 뿔뿔이 흩어진 걸까.”
똘똘 뭉쳐도 이길까 말까한 상황임에도 7팀 다 그 누구와도 공조하지 않고 있다.
그 덕에 현재 미국은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영역을 쟁탈해 나가고 있다.
이것으로 미국의 소유 영역은 54개. 225개의 영역 중 무려 1/4이 미국의 소유다.
“다른 팀들과 교섭하면서, 이간질을 한 거겠지. 의심을 품게 하고, 신뢰를 깨고, 배신을 종용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난전으로 유도한 거야.”
민가연이 ‘보인다 보여.’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가 됐든 끝났네. 더 볼 필요도 없겠어.”
민가연이 흥미를 잃은 눈으로 자리에 착석했다.
그대로 의자 등받이를 뒤로 제치고, 뒷목에 깍지를 낀 채 드러눕는다.
“글쎄요. 저는 아직 다른 팀에게도 기회는 있다고 보는데요. 슬슬 공조하려는 팀이 나오고 있고.”
김강인이 희망 찬 의견을 제시했다.
“하. 스포츠 해설자들이나 하는 말을 하고 있네.”
민가연이 픽 웃었다.
약자의 편에 서서 희망 찬 말을 늘어놓는 것이, 딱 스포츠 해설자 같았다.
“물론 다른 팀에게도 기회는 있겠지. 그 기회를 붙잡을 확률이 1%도 안 되지만서도.”
1%도 안 되는 희망.
이는 달리 표현하면 하면 기적이라는 말이 된다.
즉,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이상 미국이 패배할 일은 없다는 말이다.
“영역이 50개가 넘으면서, 영역을 하나로 집속시켰어. 저걸 뚫을 수 있는 팀은 없어.”
영역 쟁탈전의 영역은 225개나 된다. 이런 방대한 영역을 고작 24명이서 쟁취하고, 지키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영역 쟁탈전에는 ‘영역 집속’이라는 룰이 존재한다.
10개 단위로 영역을 합칠 수 있는 룰인데.
이렇게 함으로서 영역의 중심인 ‘제단’을 수호하기가 한층 더 수월해진다.
물론 집속시킨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10개의 영역을 하나로 만들었다는 건, 다른 팀에게 빼앗길 경우 10개의 영역을 한번에 빼앗기게 된다는 말이다.
오히려 한번에 뺏길 위험성을 생각하면 영역을 집속하는 건 페널티가 더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한방을 노리고 여러 팀이 대거 습격해 올 확률도 늘고 말이다.
물론 페널티만 있는 건 아니다.
이 페널티를 완화시키기 위해 영역 쟁탈전엔 ‘영역 버프’라는 또 다른 룰이 존재한다.
자신의 영역에서 싸울 경우 ‘버프’를 받을 수 있는 룰인데.
영역이 1개일 땐 3% 가량의 데미지 상승과 피해량 감소라는 사소한 버프일 뿐이지만.
영역 집속으로 10개의 영역을 합칠 경우, 버프의 효과가 대폭 상승하게 된다.
상대에게 주는 데미지는 15%가 늘고, 자신이 받는 데미지는 15%가 줄어든다.
이 15%가 예상 외로 밸런스가 맞아서, 10개의 영역을 집속시키는 페널티와 메리트가 얼추 균형을 이루게 된다.
그리고 이 영역 집속은 10개 단위가 아니라, 50개 단위로도 엮을 수 있다.
50개의 영역을 엮게 될 경우 얻게 되는 버프는 데미지 증가 40%에 데미지 감소 40%.
점령당할 시, 50개의 영역을 빼앗길 수도 있는 만큼, 엄청난 버프를 부여한다.
현재 미국의 상태가 딱 이 상황이다.
미국은 50개의 영역을 하나로 묶었다.
그 덕에 안 그래도 강했던 미국팀의 전투력이 대폭 상승했다.
“이제 와서 7팀이 다 뭉쳐 봐야, 달리아 한 명도 이길 수 없어.”
저런 막강한 버프를 두르고 있는 달리아를 막을 수 있는 팀은 없다.
“뭐, 우리 카일이랑 신하율이 손을 잡고 덤빈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리고 민가연의 예상대로 경기는 미국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 * *
올림피아드 9일차 일정인 영역 쟁탈전 1회차 8경기가 모두 끝났다.
“여기. 아티팩트 점검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청색 마탑 소속 엔지니어 분들이 대기 중인 공방으로 가서, 오늘 사용한 나와 마진석, 강신우의 아티팩트를 건넸다.
“흠. 꽤나 축이 비틀렸군.”
“예. 영역 쟁탈전의 ‘버프 시스템’ 때문에 여러모로…….”
“쯧. 경기의 박진감을 위해서라곤 하지만, 아티팩트를 너무 혹사시키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아.”
영역 쟁탈전의 영역 버프는 영역 전체에 깔려 있는 ‘결계’와 ‘경기용 아티팩트’로 구현화되는 시스템이다.
그런 만큼, 당연히 아티팩트에 손상이 갈 수밖에 없다.
“아무튼 내일 아침까진 완벽하게 조율해 두마.”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링 세 개를 맡기고 모두가 기다리는 버스로 돌아갔다.
“저 왔습니다.”
그 후에 모두에게 아티팩트 관련 소식을 가볍게 전한 뒤, 버스가 출발했다.
“신 리더. 오늘 아주 악마 같던데?”
내 앞자리에 앉아 있던 진희윤 선배가 몸을 180도 틀어,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나를 바라봤다.
“제가요? 저 오늘 5서클 마법도 한 번도 안 썼는데요?”
“아니. 마법 말고. 말로 사람을 흔드는 솜씨가 아주 악마 같았다고.”
희윤 선배가 악마를 따라하듯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꼼지락댔다.
악마가 아니라, 장난기 많은 소악마 느낌이다.
“우웩.”
내 옆에 앉아 있던 마진석 선배가 토를 하는 시늉을 했다.
“귀척 에반데.”
진희윤 선배의 연기를 귀여운 척이라고 받아들이신 모양이다.
“응. 오늘 조용히 업혀간 진석인 닥치고.”
“응. 오늘 8시간 동안 벤치에만 앉아 있던 희윤이도 닥치고.”
“뒤질래?”
“숨질래?”
둘의 눈동자 사이로 전류가 튀었다. 누가누가 험상궂은 표정을 지을 수 있나 내기라도 하는 건지, 얼굴이 엄청나다.
그 뒤로 두 선배의 평소와 다름없는 투닥거림이 시작됐다.
뭐, 항상 있는 일이라 이젠 신경 쓰이지도 않는다.
“오늘 좀 멋지긴 했어?”
희윤 선배 옆에 앉아 있던 순찬이가, 몸을 틀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뭐가?”
“다른 팀들을 말로 농락하는 게 예술이었다고. 크으. 독일이 1회차에서 이렇게 떨어질 줄 누가 알았겠냐.”
“뭐, 자업자득이지.”
현재 랭킹 4위 독일은 1회차에서 탈락한다는 고배를 마시게 됐다.
자존심 때문에 내 손을 잡지 않은 게 독일의 패인이다.
“아무튼 네 악마 같은 화법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상대의 공격을 가볍게 회피하며, 단박에 분위기를 제압하고 바로 군침 도는 제안을 똭!”
순찬이가 ‘크으’ 소리를 내며 감탄했다.
“솔직히 이번 1회차는 상대가 어설픈 게 컸어. 4명이나 합격할 수 있는 1회차에 7팀 전원을 묶으려 하니까 그렇게 되지.”
4명밖에 합격하지 못 하는 경기에서 7팀 전원이 동맹을 맺어 봐야, 신뢰가 생기겠는가.
“하긴. 나였으면 바로 한국에 붙었다. 4경기 때 이탈리아가 한 것처럼.”
1회차 4경기.
이탈리아팀은 영국팀과 공조를 해서, 아주 안락하게 2회차에 진출했다. 여러모로 영리했다.
“이 기세면 2회차도 날로 먹겠는데?”
“아니. 2회차는 오늘처럼 쉽지 않을 거야.”
2회차 경기의 승자는 조당 2팀.
무려 6팀이 떨어지는 치열한 경기이니만큼 1회차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질 것이다.
변수도 훨씬 많을 테고, 상대도 내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을 테지.
“짜샤. 뭘 날로 먹어.”
“아, 누님. 왜 때리십니까.”
말싸움을 끝낸 듯, 진희윤이 순찬이의 뒤통수를 찰싹 때렸다.
“내일 영국이나 미국이랑 같은 조에 편성되면 다 네 탓이니까 그런 줄 알아.”
“그게 또 왜 제 탓이에요?”
“네가 방금 플래그 세웠잖아. 패배 플래그.”
“아니, 플래그는 무슨…….”
이번엔 진희윤과 순찬이가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둘이 그만큼 친해졌다는 증거겠지만, 참…….
“쟤는 뭐 투견이냐? 누구랑 말만 붙었다 하면 싸우네.”
마진석의 말에 내 어깨가 흠칫 떨렸다. 순간 내 마음을 읽힌 줄 알았다.
“언니. 조금만 조용히 해 주시겠어요?”
그때, 옆 좌석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아델라가 한 마디를 꺼냈다.
“아, 우리 지수 책 읽고 있었구나. 미안. 볼륨 낮출게.”
진희윤은 자신이 언제 싸웠냐는 듯이 세상 상냥한 표정으로 웃었다.
“아델라 쟤는 맹수 조련사고.”
“뭐, 색갸?”
이번엔 제대로 들은 듯, 진희윤의 눈이 다시금 희번덕하게 빛났다.
“언니?”
“아, 미안.”
그러나 아델라의 한 마디에 금세 잠잠해 졌다.
마진석의 말마따나, 진짜 맹수와 맹수 조련사 같다.
“흠. 내일 2회차에 영국, 미국과 같은 조가 안 되길 기원해야겠군.”
옆에서 시종일관 조용히 무게를 잡고 있던 강신우가 한 마디를 내뱉었다.
“기왕이면 다른 조가 되는 게 좋긴 하죠.”
어차피 이길 상대긴 하지만, 굳이 2회차부터 싸울 필요는 없다.
2회차는 편하게 영국, 미국과 서로 다른 조에 편성되고 3회차인 결승에서 붙는 게 최고다.
“걱정 마. 만약 내일 영국, 미국이랑 같은 조가 되면 순찬이부터 죽여 줄 테니까.”
진희윤이 세상 환하게 웃었다.
* * *
그리고 다음날.
“누님! 누니이임! 저 죽습니다! 죽어요!”
“이 새끼야! 네가 어제 그런 말을 해서 이렇게 된 거 아냐!”
진희윤이 세상 험악한 표정으로 순찬이에게 헤드록을 걸고 있었다.
“아니이! 제가 어제 그런 말을 했다고 이렇게 됐다는 게 말이 됩니까?”
순찬이가 세상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너 같은 새끼덜 때문에 내 랭크가……!”
랭크? 무슨 말이지?
“희윤이가 하는 게임의 랭크 점수를 말하는 거야. 거기서 꼭 이기다가도, 팀원 중 누군가가 ‘이겼나?’라는 뉘앙스의 채팅을 하면 벼락 같이 지거든. 일종의 징크스지.”
“아하.”
그래서 어제 순찬이한테 플래그 세운다 뭐다 한 거구나.
“흠. 영국이라…….”
강신우가 오늘 갓 나온 경기 일정표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말을 흐렸다.
[영역 쟁탈전 2회차 1경기] [한국, 영국, 일본, 중국, 인도, 캐나다,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아쉽게도 우리는 2회차에 영국과 같은 조에 편성되고 말았다.
“아, 진짜. 너무하시네! 농담 한번 했다고 사람을 죄인처……으아아악! 아파요! 아픕니다!”
내 생각에 순찬이 잘못은 0.1%도 없긴 한데. 억울한 순찬이는 그냥 한동안 억울하라고 두도록 하자.
“흠. 그럼 어떻게 할까? 일단, 생각나는 작전은 3개 정도 있는데.”
마진석 선배가 생각이 많은 표정으로 나와 강신우 선배에게 다가왔다.
두 명의 시선이 내게 집중된다.
2회차 경기를 어떤 식으로 치를지 묻는 눈빛이다.
“음…… 제 생각엔…….”
그렇게 내 의견을 제시하려 할 때였다.
“Hi! korean bro!”
한국팀 대기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상쾌한 톤의 중저음이 들렸다.
“이렇게 직접 대화를 나누는 건 오랜만이지?”
적당히 기른 금발임에도 그게 매력인 영국 미남.
카일 벤티아.
그가 환하게 웃으며 내 앞에 섰다. 그리곤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제안을 하나 하러 왔는데. 혹시 지금 시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