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91)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91화(91/466)
영역 쟁탈전 2회차 1경기가 시작되기 5분 전.
달리아는 직접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VIP 관중석에서 경기가 시작되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
“운이 좋았네. 영국이랑 한국이 2회차에서 저렇게 붙다니.”
영국과 한국이 같은 팀으로 묶인 데 반해, 미국은 2회차 3경기에 따로 경기를 치르게 됐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이득이다.
“응. 꽤나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달리아와 함께 경기를 직접 관람하러 온 사라가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앞으로 펼쳐질 경기의 양상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강인한 눈빛이었다.
“한국과 영국 둘 중 하나가 떨어지면 좋겠는데……. 그럴 일은 없겠지?”
“2회차의 통과자는 2팀이니까. 높은 확률로 영국과 한국이 통과하게 될 거야.”
사라가 당연하다는 듯이 두 나라가 통과할 거라고 답했다.
“그래도 다른 여섯 팀이 공조하면 혹시 모르지 않을까? 이번엔 합격 팀이 둘 뿐이니까. 1회차 때처럼 신하율의 말장난에 놀아나지도 않을 테고.”
2회차 1경기의 합격자는 누가 생각해도 한국과 영국이다.
즉, 2회차 1경기에 출전한 다른 6팀이 뭉칠 수밖에 없는 상태라는 말이다.
그 6팀이 제대로 공조를 해서, 한국이나 영국 둘 중 하나를 탈락시켜 준다면…….
“아니. 그럴 일은 없어.”
사라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6팀이 제대로 동맹을 맺는다고 해도, 한국과 영국이 떨어질 확률은 한없이 0%에 수렴해.”
“왜?”
“6팀이 동맹을 맺게 되면 한국과 영국의 승률만 더 올라갈 거야.”
달리아의 고개가 갸우뚱 기울었다. 상대가 동맹을 맺는데 어째서 승률이 올라간다는 거지?
“강대한 적을 앞에 두고 힘을 합치는 건 비단 약자 측만이 아니라는 말이야.”
“아.”
달리아가 이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한 듯, 눈을 크게 뜨고 탄성을 내뱉었다.
“영국이랑 한국도 손을 잡을 거다?”
“아마도.”
만약 사라가 영국이나, 한국 입장이었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우리를 견제하는 데도 동맹을 맺는 것만큼 좋은 게 없고.”
“우리에게 정보를 조금이라도 덜 줄 수 있으니까?”
“그치.”
영국과 한국이 제대로 붙게 되면, 당연히 정보는 어느 정도 노출될 수밖에 없다.
카일의 숨겨둔 실력은 물론이고, 신하율의 베일에 싸인 정보도 어느 정도 공개될 수밖에 없을 테지.
양 측의 정보 누설은 미국에게만 득이 될 뿐이다.
“그럼 이번 경기에서 쓸 만한 정보를 얻긴 힘들겠네?”
“그렇진 않아. 영국과 한국이 손을 잡는다고 해도, 상대는 무려 6팀의 대연합이니까. 어느 정도의 정보는 얻을 수 있을 거야.”
이번에야 말로 신하율의 진심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사라는 그런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근데 사라. 나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데. 신하율은 왜 굳이 영역 쟁탈전에 엔트리한 걸까?”
“……글쎄. 추측되는 게 몇 가지 있긴 한데. 아직까진 잘 모르겠어.”
사라는 신하율이 [마법 퀴즈 배틀] [오픈 레이드] [배틀 서바이벌] [1:1 대인전]에 참가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만약 사라라면 한국팀의 상황에서 그렇게 했을 것이다.
“신하율 입장에선 영역 쟁탈전에 참여한다는 도박을 안 해도 됐을 텐데…….”
거기에 신하율은 계속해서 정보를 감추는 식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공성전에선 이탈리아전을 제외하면 자신을 미끼로 사용하는 식의 전략만을 사용했고.
그 후의 경기엔 아예 참여도 하지 않았으며.
타이 브레이크라는 룰이 있는 경기에만 참여했다.
누가 봐도 자신의 힘을 감추고 싶어 하는 건 명확했다.
그렇기에 사라는 이번 영역 쟁탈전에도 신하율이 출전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전략적인 일관성을 위해서.
자신의 실력을 계속해서 미지수로 남기기 위해서 말이다.
“근데 우리 입장에선 좋은 일이잖아?”
“그치. 정보도 얻을 수 있고. 퀴즈에서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게 됐으니까.”
신하율이 영역 쟁탈전에 참여했다는 건, 이후에 있을 퀴즈 배틀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신하율이 나서지 않는 이상, 사라를 능가할 자는 없다.
영국의 마이아가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사라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마이아에게 두뇌로 밀려 본적이 없다.
“그래서 걸려.”
사라의 눈빛이 한층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 신하율이 굳이 우리에게 득이 될 짓을 할 리가 없거든.”
사라 실론.
8살에 17세 이하만 참여 가능한 주니어 학술 콩쿨에서 몇 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천재.
허나 그녀가 우승을 따 낸 건, 신하율이 출전하지 않은 대회에서 뿐.
신하율과 경쟁하는 대회에서 사라는 단 한번도 우승을 따 낸 적이 없다.
사라에게 벽을 느끼게 했던 남자. 그게 바로 신하율이다.
그런 신하율이 굳이 미국에 득이 되는 짓을 할까?
그럴 리가 없다.
“너무 깊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신하율도 사람인 이상…….”
“신하율을 평범한 사람으로 취급하면 안 돼. 분명 무언가 의도가 있어.”
상대가 그 신하율인 이상, 분명 무언가 다른 생각이 있다.
분명 확실한 이유가 있어서 영역 쟁탈전에 출전한다는 묘수를 사용한 것이다.
사라는 내심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음. 잘은 모르겠지만. 사라 네가 그렇게 말하면, 그런 거겠지.”
달리아가 조금 놀란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존심 강한 사라 실론이 저렇게까지 말할 정도라니.
대체 사라는 과거에 신하율에게 무엇을 보고, 느낀 것일까.
조금. 아니, 많이 신경 쓰인다.
“뭐, 그래도 이번 경기를 보면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겠어?”
“그러면 좋겠는데…….”
경기장을 바라보는 사라의 눈이 한층 더 가늘어 졌다.
* * *
경기 시작 3분 전.
나는 마지막으로 팀원들과 의견 조율을 끝마쳤다.
“그럼 작전대로 잘 부탁드립니다.”
“오냐.”
“맡겨 둬라.”
마진석이 웃으면서 답하고, 강신우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후우. 긴장되는구만.”
마진석이 깊게 심호흡을 했다.
제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이런 큰 경기에서 긴장하지 않는 자는 드물었다.
“진정해라.”
“그냥 마음 편히 하세요.”
물론 한국팀에선 긴장을 하는 편이 이상한 측에 속했다.
“……너넨 진짜 긴장감을 못 느끼냐?”
“무의 길에 접어선 뒤로 잊었다.”
긴장감이란 연이 먼 게 분명한 무표정의 화신 강신우.
“느끼긴 하죠. 이번 경기에선 아니지만.”
나야 뭐 말할 것도 없고.
긴장감 따윈 잊어버린 듯한 당당함의 화신 진희윤.
긴장은커녕 고민이나 걱정도 없어 보이는 묘하게 맹하면서 날카로운 천재 아델라.
아델라, 신하율이라는 천재와 함께 다니면서 간과 심장도 커진 것인지, 왠지 모르게 항상 태연한 지순찬.
한국팀은 긴장감과는 연이 없는 면면들뿐이다.
“에휴. 이래서 천재들은.”
마진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천재들이 어떠한 감정에 둔감하다고 어떠한 서적에서 본적이 있다. 아마 그런 류가 아닐까.
“그나저나 하율아. 영국팀. 진짜 믿어도 되는 거야? 동맹이라고 해 놓고, 뒤에서 뒤통수 오지게 후리는 거 아니겠지?”
“그럴 일은 없을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오늘 아침, 우리 팀의 대기실로 찾아 온 카일은 다짜고짜 동맹을 맺자는 제안을 건넸다.
‘동맹을 맺자.’
환하게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카일과 똑바로 눈을 맞추며, 나는 이렇게 답했다.
‘그래.’
그 후에 우리는 서로 가볍게 악수를 했다.
대화 및 교섭은 이게 끝이었다.
“고작 그 두 마디로 이런 중요한 경기의 동맹을 결정하다니…….”
마진석이 불신의 눈빛을 하고 있는 이유가 이것이다.
뭔가 서로의 의중을 좀 떠 보고, 서로 간도 좀 보고, 확실히 이해관계를 일치시킨 뒤에 동맹을 맺어도 모자랄 판에.
그냥 ‘동맹을 맺자.’ ‘그래.’ 하고 끝났으니, 얼마나 어이가 없겠는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미국팀이면 조금 걱정스러웠을 텐데. 영국팀인 이상 상대가 먼저 배신할 일은 없어요.”
“카일의 성격 때문에?”
“그 이유도 있고요.”
영국팀은 철저하게 카일 벤티아 위주로 굴러가는 팀이다.
두뇌인 마이아 네론티아는 의견을 제시할 뿐. 결정하는 건 카일 벤티아다.
그렇기에 영국은 배신하지 않는다. 돌풍의 기사라는 이명 외에 ‘신뢰의 기사’라고 불리는 카일인 만큼. 배신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애초에 배신할 이유가 없어요. 상대가 6팀 연합인 이상, 괜히 잘못 배신했다간 서로 제 살 파먹기 밖에 안 되니까요.”
배신도 잘 해야 한다.
어정쩡하게 했다간, 역풍을 맞아서 영국과 한국 나란히 손을 잡고 탈락할 수도 있다.
“그밖에 미국의 눈도 신경 써야 하고. 서로 괜한 짓은 안 할 겁니다.”
영국도 우리도, 배신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그렇기에 배신에 대한 가능성은 거의 배제해 뒀다.
“천성이 부정적이라서 그런가……. 아직 배신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뭐, 네 생각이 맞겠지.”
“그냥 잠자코 따라라. 우리가 지휘권을 신하율에게 넘긴 순간부터, 이러한 문답은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는 거다.”
강신우가 팔짱을 낀 채 마진석을 노려봤다.
이전에도 계속해서 ‘의견은 의견이고 오더는 오더다. 자신의 의견을 죽이고 오더를 따라라. 그게 팀이다.’라는 말을 반복했던 강신우인만큼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알아. 그냥 시간도 남겠다 궁금해서 물어 본 거지, 안 따르겠다는 말은 아니었어.”
마진석이 픽 웃으며 강신우의 팔뚝에 주먹을 댔다.
강신우가 픽 웃었다.
이 둘의 관계는 알다가도 모르겠단 말이지.
―그럼 지금부터 30초 후에 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각 팀은 지정된 위치로 이동해 주십시오.
경기 시작 30초 전.
“그럼 난 내 영역으로 갈게.”
“나중에 보지.”
마진석과 강신우가 자신의 초기 영역으로 이동하고.
나도 내 영역의 제단으로 이동했다.
경기 시작 10초 전, 영역 점령을 완료하며 총 3개의 영역이 붉게 물들었다.
주위를 살피자 다른 팀들의 퍼스널 컬러가 보인다.
우리와 정 반대 구간에 영국팀의 퍼스널 컬러인 푸른색이 보였다.
내 시선을 느낀 듯 카일이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상당한 거리인데도 내가 제대로 보이는 듯하다.
역시 배틀 메이지답게 시력도 좋구나.
―카운트 시작하겠습니다! 5, 4, 3!
심판의 카운트와 함께 경기장의 분위기가 단숨에 무거워졌다.
각 팀의 염원과 결의, 그리고 의지로 가득 찬 경기장의 묵직한 공기.
그 공기가 꽤나 맛있었다.
―2, 1, Start!
시작과 동시에 우리와 영국팀을 제외한 6팀이 동시에 움직였다.
1회차의 경기를 봤기 때문일까.
이번엔 실수하지 않겠다는 듯이 실더도 두지 않고 3명 전원이 공격을 위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분명 위협적이어야 하는 그 광경에 우리 팀이 위기감을 느끼는 일은 없었다.
“……음.”
딱히 저들이 약하기 때문이라거나, 어차피 우리가 이기기 때문이라거나,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정말 말 그대로 우리가 위기감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하율아 이건…….
인이어에서 마진석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네. 이거 참, 예상치도 못한 작전을 준비해 왔네요.”
우리 팀과 영국팀을 제외한 6팀 18명. 그 중에 한 명을 제외한 17명이 모두 영국팀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즉, 우리 한국팀은 꿰어 놓은 보릿자루가 됐다는 말이다.
―어쩔 거지?
―이거, 어쩌냐? 일단 사전에 준비해 둔 작전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건 확실한 거 같은데.
연합이 우리 팀을 아예 무시한다는 건 내 예상에 없었다.
고로, 작전은 모두 백지로 돌아갔다.
그럼 어떻게 할까.
“……잠시만요. 일단 대기해 주세요.”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려던 중.
내게 다가오는 한 여성의 모습에 나는 일단 상념에서 깨어났다.
“러시아 대표님께서 여긴 무슨 일이시죠?”
러시아팀의 대표였다.
“……러시아어가 엄청 유창하네.”
나는 러시아인에게 러시아어로 묻고, 러시아인은 내게 한국어로 답했다.
그 묘한 광경 속, 여성은 내 영역 안으로 성큼성큼 발을 내딛었다.
그리곤 나와 10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서서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한국 대표. 너에게 제안할 게 있어.”
“제안이요?”
“그래. 제안. 너희 한국 입장에서도 분명 큰 득이 될 거야.”
러시아팀 대표가 시선을 슬쩍 돌려, 영국팀과 17명의 격전이 펼쳐지고 있는 곳을 바라봤다.
“동맹을 맺자. 우리가 제시하는 조건은 한국팀의 무조건적인 통과와 네가 눈엣가시로 여기는 영국팀의 탈락이야.”
내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