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94)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94화(94/466)
올림피아드 12일 차.
영역 쟁탈전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자. 시작부터 재미있는 양상이 펼쳐졌는데요. 레이먼 씨. 해설 부탁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12일 차의 캐스터를 맡은 아나운서가 자연스럽게 레이먼에게 의견을 물었다.
“탈레스 양의 말대로 경기 초반부터 꽤나 흥미진진한 상황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레이먼의 표정이 한껏 상기되어 있었다.
해설자로서, 이런 경기를 해설할 수 있게 됐다는 건 행운이라는 표정이다.
“먼저 영국 측부터 보시죠.”
레이먼의 말과 함께 메인 카메라가 영국팀 주위의 진영을 촬영했다.
“영국은 현재 태국, 스위스, 이탈리아와 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영국과 위치가 가까운 세 나라가 손을 잡고 영국을 압박하는 중이죠. 그리고 전세는…… 탈레스 양. 어떤 것 같나요?”
“음.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일반인인 제가 봐도 영국이 압도하고 있는 것 같아요!”
“네. 맞습니다. 보는 눈이 있으시네요. 1:3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투는 영국이 압도하고 있습니다.”
인원수로 따지면 3:9임에도 불구하고 압박하고 있는 건 영국 측이었다.
“역시 영국이네요. 듣던 대로 강해요!”
캐스터가 과장된 리액션으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영국팀이 강한 건 사실입니다만, 지금 영국팀이 압도하고 있는 건 비단 그런 이유만이 아닙니다.”
레이먼이 재미있다는 듯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1회차, 2회차와 다르게 이번 3회차는 결승. 즉, 하나의 팀을 가리는 경기입니다. 즉, 영원한 아군은 없다는 말이죠. 그 때문인지 동맹 사이의 연계가 좋지 않습니다.”
“아! 듣고 보니 그렇네요. 뭔가 따로 놀고 있는 것 같아요.”
영국을 상대하는 세 나라는 현재 신뢰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당연하다. 결국 적이 될 자인데, 신뢰할 수 있겠는가.
“추가로 영역을 지키기 위해 신경을 쓰느라 9명 다 전력을 다하고 있지도 못 하고 있어요.”
“오오. 확실히 한 명씩 어정쩡하게 자신들의 영지 쪽에 발을 걸치고 있네요!”
탈레스 캐스터의 신명나는 리액션에 레이먼 해설의 기분이 한층 더 업 됐다.
“이 상태면 영국이 이기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저 세 팀이 영국을 쓰러트리기 위해 다른 팀과 공조를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맞습니다! 쓰러트릴 방법이 없으면 지원군을 불러야죠! 단, 부를 수 있는 지원군이 있다면요!”
레이먼의 시선이 반대쪽으로 돌아갔다.
캐스터의 시선도 그쪽으로 돌아갔다.
“아! 스페인과 이집트는 미국과 한국 사이에 끼어서 이도저도 못 하는 상황이었군요!”
“맞습니다! 이 두 나라는 현재 미국과 한국의 영역 사이에 완전히 껴 버렸습니다. 누군가와 동맹을 맺을 상황이 아니란 거죠!”
이집트와 스페인은 현재 내 팔자가 상팔자라는 속담이 가장 잘 어울리는 상황에 놓였다.
영국과 1:3으로 싸우고 있는 동맹을 지원한다? 헛소리. 반대로 저쪽에서 지원을 해 줬으면 좋겠을 지경이다.
“아마 이집트와 스페인은 곧 완전 탈락 처리가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스페인, 이탈리아, 태국도 탈락. 모두가 예상하는 그 그림, 삼파전의 구도가 열리겠죠!”
삼파전.
그 말에 객석의 환호성이 더더욱 커졌다.
“와! 그렇군요! 역시 대단한 안목이세요!”
탈레스가 활짝 웃으며 박수를 쳤다. 참으로 호응이 좋은 아나운서였다.
“근데, 저 궁금한 게 있어요.”
“뭔가요?”
“지금 같은 상황이면 한국이나 미국이 손을 잡고 영국을 먼저 처리해도 되는 상황 아닌가요?”
1:1보다 1:1:1의 변수가 더 큰 건 자명한 이치다.
현재 상황을 생각하면 미국과 한국이 손을 잡고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영국을 먼저 쓰러트린 뒤에 1:1로 자웅을 겨루는 게 낫지 않을까.
“좋은 의견입니다만,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한국이라면 모를까, 미국이 그 제안을 받아들일 리가 없으니까요.”
“왜죠?”
“간단해요. 한국이 제일 강하거든요. 정확히는 신하율이 제일 강하기 때문이라고 해야겠네요.”
레이먼의 말과 함께 메인 모니터에 신하율의 얼굴이 송출되었다.
“신하율은 현재 6서클 유저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런 상대와 1:1을 하고 싶을 리가 없죠.”
“한국과 1:1을 하는 것보다, 삼파전을 하는 게 더 낫다. 이거네요!”
“조금 다릅니다.”
레이먼의 미소가 짙어졌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현재 전력은 누가 봐도 한국이 제일 높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삼파전이 펼쳐지면 어떻게 될까요?”
“그야……. 아.”
탈레스의 눈이 조금 확장되었다.
“눈치 채셨군요. 맞습니다. 영국과 미국이 손을 잡고 한국을 압박할 겁니다.”
삼파전이 펼쳐질 경우, 가장 강한 팀이 집중 공격을 받는 건 당연한 이치다.
미국이나 영국 입장에서 한국과 1:1을 하는 것보단, 서로 1:1을 하는 게 훨씬 승률이 높을 테니까.
“아마 이건 한국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한국은 삼파전의 양상이 펼쳐지기 전에 미국과 영국 두 나라 중 하나를 어떻게든 배제하려고 하겠죠.”
아직 다른 팀이 생존해 있는 지금, 영국이나 미국 둘 중 하나를 제거하는 것.
이게 한국의 필수적인 승리 조건이다.
“그리고 아마 한국은 미국을 노릴 겁니다. 영국은 현재 고립되어 있으니 놔둬도 되는 상황이니 말이죠.”
“미국과 자웅을 겨루기 딱 좋은 상황이라는 거네요!”
“네. 스페인과 이집트가 탈락하는 것을 기점으로 두 나라가 붙게 될 테죠.”
레이먼의 입꼬리가 한층 치켜 올라가며, 동시에 심판의 휘슬이 울렸다.
“그리고…….”
총 두 번 울린 휘슬.
두 팀의 탈락을 알리는 소리였다.
[스페인 팀 완전 탈락!] [이집트 팀 완전 탈락!]두 팀의 탈락 사실이 메인 카메라에 공지되는 것과 동시에 한국과 미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 말하기 무섭게 시작됐습니다! 한국과 미국, 아니…….”
화르르르륵-!
푸른 화염의 꽃이 피었다.
“달리아 살렌티아와.”
츠츠츠츠츠츳-!
전격의 창이 하늘을 수놓았다.
“신하율!”
화염과 전격이 격돌하며 격렬한 폭음이 일었다.
“두 에이스가 붙습니다!”
마법의 폭음 사이로 관객들의 환호성이 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펼쳐진 난전.
두 천재가 발하는 마법이 초 단위로 격돌하였다.
학생들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선 고차원의 공방의 연속.
“압도하는 건 달리아 살렌티아! 적색 마탑이 자랑하는 초열지옥이 신하율의 마법을 모조리 집어삼킵니다!”
그 공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건 예상 외로 신하율이 아니라 달리아였다.
“초열지옥의 위력은 서클의 벽마저 초월한다는 걸까요! 아니면, 신하율은 진짜 6서클 유저가 아니었던 걸까요! 아! 말씀드리는 순간, 달리아 살렌티아!”
레이먼이 목이 찢어져라 소리쳤다.
“신하율의 신체 균형이 무너진 틈을 노려, 초열지옥을 일점에 집중시키고……!”
화르르르륵! 화륵!
“쏩니다!”
달리아의 전력을 담은 마법이 신하율을 노리고 날아든다.
완벽한 타이밍을 노린 일격.
“아! 신하율! 이건 못 피―”
모두가 신하율의 패배를 직감한 바로 그때.
“―합니…… 어?”
휘이이잉-!
바람이 불었다.
녹색의 바람.
잔잔하지만 강력한 돌풍.
그러한 돌풍이 신하율의 신체를 감쌌다.
그 바람은 이내 하늘 높이 용오름 쳐, 달리아가 쏜 화염을 하늘로 유도하기에 이른다.
“저……건…….”
레이먼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옆에서 보고 있던 탈레스도 마찬가지였다.
“말도 안 돼…….”
“저 마법은…….”
관객들의 반응도 저 둘과 그다지 다를 바 없었다.
모두가 눈을 부릅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쾅-!
VVIP룸에서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던 민가연이 지면을 거세게 박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도 안 돼!”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싶은 표정이었다.
“풍신(風神)! 어떻게 신하율이 풍신을 쓰는 거야!”
녹색 마탑의 증명.
풍신(風神).
신하율은 민가연과 카일 밖에 사용할 수 없는 일인전승의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 * *
쇼타임.
그 세 음절 단어가 이보다 잘 어울리는 상황이 있을까.
“신하율! 네가 어떻게 풍신을 쓰는 거야!”
초열지옥의 중심.
한껏 조급해진 표정으로 달리아가 소리쳤다.
“아까 경기 시작 전에 말했는데. 기억 안 나? 카일의 마법을 직접, 그것도 지근거리에서 관찰할 기회를 얻기 위해 구태여 전투 시간을 늘렸다고.”
“그게 무……큭!”
내 주위를 감싸고도는 돌풍.
나는 그 돌풍을 하체에 집중시킴과 동시에 대지를 박찼다.
엄청난 속도로 변해가는 풍경.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내가 다 적응하기 힘들 정도였다.
“……뒤!”
완벽하지 않았던 제어 때문인지.
아니면 카일과 연이어 싸우며 적응한 것인지.
달리아가 내 속도에 바로 반응해, 푸른 화염을 배후로 움직였다.
내 공격로를 완전히 차단한 것이다.
‘원래라면 여기서 추가로 공격을 해 봐야 손해겠지만…….’
지금 이 상황.
그것도 내가 풍신을 사용하고 있는 지금이라면 얘기가 좀 다르다.
풍신검 제 1격.
풍격.
이를 모방한 나만의 오리지널 마법 박투.
‘바이테너식 개(改).’
‘풍권(風拳).’
내 오른손에 바람이 집중되었다.
작은 태풍이 내 손에 자리 잡은 듯한 기분이다.
“그건……. 큭!”
위기감을 느낀 듯, 달리아가 추가로 마나를 움직였다.
푸른 화염의 밀도가 한층 더 진해진다.
아마 약 1초가량이 더 흐르면, 내가 무슨 수를 써도 뚫을 수 없는 화염의 방벽이 탄생하리라.
‘하지만 지금은 내가 더 빨랐다.’
화염의 방패가 완성되기 1초 전. 나는 모든 힘을 다해 오른손을 휘둘렀다.
‘공기의 마찰마저 베어버리는 풍신의 일격.’
화륵, 화륵, 화르르르르륵!
내 주먹과 부딪친 초열지옥이 요동쳤다. 마치 심장이 박동하는 듯이, 수축을 반복한다.
그런 화염 사이로, 바람이 소용돌이쳤다. 불꽃 따위 모두 날려버리겠다는 기세로 요동친다.
힘겨루기는 내 승리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까득!
화염 너머 어금니를 짓씹는 소리가 유독 요란하게 들렸다.
그리고 동시에 초열지옥이 팽창했다.
‘폭발의 전조!’
나는 그 즉시 대지를 박찼다.
그렇게 약 1미터 가량 뒤로 물러난 순간.
콰아아아아앙-!
달리아를 중심으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막을 수 없음을 알고, 초열지옥의 마나를 폭발 형태로 치환시켜 버린 것이다.
검게 드리운 폭연.
그 사이로 보이는 인영을 바라보며 넌지시 입을 열었다.
“적색 마탑의 정통 계승자는 화염에 대하여 무적에 가까운 내성을 지닌다던데. 폭발까진 완벽하게 막을 수 없나 봐?”
내 손짓과 함께 바람이 불며, 폭연이 빠르게 날아갔다.
폭연이 소멸하며 달리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신에 빼곡한 화상.
심하지는 않지만, 가볍지도 않다.
“……아까 카일을 관찰하는 게 어쩌구 했지.”
달리아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아까 전에 내가 했던 말을 꺼냈다.
“그 말은 설마, 어제 경기에서 카일의 풍신을 관찰해서, 오늘 그렇게 사용하고 있다는 거야?”
“정답이야.”
뭐, 이 정도로 힌트를 줬는데 못 맞추면 섭섭하지.
“내 마안은 상대의 마법식을 볼 수 있는 힘이 있어. 이 힘으로 카일의 마법식을 완전히 분석, 파악했고…….”
내 신체 주위로 돌풍이 다시금 휘몰아쳤다.
“지금 이렇게 쓸 수 있게 됐다. 이 말이지.”
“…….”
달리아의 동공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마구 떨렸다.
내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
아니, 이해는 했지만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라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이리라.
“그런 마안이…….”
“못 믿겠어?”
“…….”
달리아는 침묵으로 긍정을 표했다. 마법식을 100% 분석, 포착할 수 있는 마안의 존재 따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사실이야.”
나는 반대쪽 손에 새로운 마법을 시전했다.
회색으로 빛나는 광탄.
빛과 어둠의 조화가 신비로운 마법.
“신비위가의 마법까지…….”
월(月) 속성 마법.
월광탄.
“이게 내 마법이야.”
그것이 풍신이 불러일으킨 돌풍의 주위를 거세게 회전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