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Mythical Archmage RAW novel - Chapter (99)
신화 속 대마법사의 재림-99화(99/466)
“그,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말해 주실 수 있습니까?”
순간 내가 환청을 들었나 싶어서 다시 물었다.
그런 내 반응이 재미있는 듯, 아버지의 입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갔다.
“너를 정식으로 차기 가주 자리에 앉힌다는 공문을 보낸다고 했다.”
“…….”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나를 차기 가주 자리에 앉힌다.
아버지는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이유는 뭔가요?”
이번 건으로 가문 내에서 나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건 사실이다.
실제로 나를 차기 가주 자리에 앉혀야 한다는 의견도 숱하게 나오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아직 신지한, 신세아를 지지하는 세력층이 훨씬 많다.
그런 상황에서 나를 차기 가주 자리에 앉힌다는 공문을 보낸다?
무조건 문제가 생긴다.
이걸 모르실 아버지가 아닐 테고.
대체 무슨 의도로 나를 차기 가주 자리에 앉힌다는 공문을 보낸다는 것일까.
“이유. 흐음. 이유라.”
아버지의 입꼬리가 스윽 치켜 올라갔다.
“S급 1티어 보석안에 필적하는 마안 소유자. 18세 6서클 유저. 이 정도면 차기 가주 자리에 앉히는 데 이 이상의 이유가 필요한가?”
아버지가 나를 치켜세우는 말을 했다.
그러나 진심으로 하신 말이 아니라는 건 바로 알 수 있었다.
재미있다는 듯이 살짝 치켜 올라가 있는 입꼬리가 그 증거다.
“그게 이유라면 지금이 아니라 올림피아드가 끝난 뒤. 한국에 돌아간 뒤에 공문을 내리셨겠죠.”
애초에 아버지가 내 스펙을 보고 내게 차기 가주 자리를 넘길 결정을 내리신 거라면, 또 하나의 스펙인 올림피아드 한국 최초 금메달리스트 & 최연소 MVP를 딴 후에 공문을 내리신다고 말하셨을 것이다.
지금 이 어중간한 시기에 저런 말을 하실 리가 없다.
“아버지가 이런 단기적인 성적과 스펙만을 보고 후계자를 정하실 분도 아니시고요.”
한 3년 정도 이런 평가를 유지하고 있는 거면 모를까, 이런 순간의 반짝 화제로 중대사를 정하실 분이 아니다.
“다른 이유가 있는 거 아닙니까?”
“생각보다 냉정하군. 조금 더 들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버지의 입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갔다. 내 냉정한 반응이 자못 마음에 든다는 표정.
“그래. 네 말대로 다른 이유가 있다.”
아버지의 표정이 일변했다.
희미하게나마 엿보였던 미소마저 사라지고, 완전한 가주의 얼굴이 됐다.
“요컨대 이번 공문은 미끼다.”
“미끼…….”
나는 아버지의 말을 곱씹었다.
미끼라는 말은 무언가를 낚기 위한 함정이라는 것.
그럼 공문으로 누굴 낚으려는 것일까.
답은 금방 나왔다.
“가문 내에 숨어있는 흑색 마탑의 내통자를 끌어내기 위한 미끼라는 의미인가요?”
“그래.”
아버지의 눈이 차가운 분노를 품었다.
“네 말과 지금까지의 사건. 그리고 여태까지 놈들이 보인 행동으로 봤을 때, 내통자의 목적은 네가 차기 가주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는 건 명명백백하다.”
렝 스미스 사건과 백령도 사건의 진상은 아버지께 모두 전했다.
내통자의 목적이 나라는 것까지 모조리 다.
아버지께 말하지 않은 건 내통자로 의심되는 게 신지한이라는 것뿐이다.
“네가 세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지금 이 상황에, 추가로 차기 가주로 삼는다는 공문까지 보게 되면 놈도 움직일 수밖에 없을 터.”
아버지의 분노가 더욱 차갑게 가라앉았다. 흑색 마탑과 거래를 한 내통자를 향한 원색적인 분노였다.
“그때를 노려서 놈을 붙잡는다. 이건 그걸 위한 공문이다.”
* * *
한국 신지한의 저택.
신지한과 신세아는 방금 막 내려온 공문을 읽고 있었다.
공문을 읽을수록 두 명의 표정이 점점 더 일그러져 갔다.
[이상의 이유로 마도신가의 차기 가주 자리에는 신하율을 앉히기로 정했다.] [마도신가 가주, 신인혁]“……어쩌지? 어쩌면 좋아?”
먼저 공문을 다 읽은 신세아가 세상 불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불안과 초조로 점철되어 떨리는 눈과 입술.
그 상태로 손톱만 잘근잘근 씹고 있다.
“하율이를 차기 가주에 앉힌다니……. 안 돼, 이럴 순 없어.”
분노와 초조. 불안감과 절망. 온갖 부의 감정들이 신세아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대로면 또…… 또 1년 전처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손톱을 얼마나 쥐어뜯었는지. 손톱 밑살이 그대로 드러나, 피가 나오고 있었다.
아플 게 분명한데, 아픔 따위 느끼지도 못 할 만큼 정신적으로 몰려있는 듯, 피가 나는 손톱 밑살을 계속해서 깨물고 있다.
“그, 그래. 죽이면 돼. 하율이를 죽이는 거야. 그러면 다 해결될 거야.”
마치 정신병에 걸린 사람 같았다. 아니, 실제로 정신병에 걸린 사람이 맞았다.
신하율에 대한 열등감에서 비롯된 정신적 트라우마는 이미 정신병의 범주에 들어선지 오래였다.
“세아야. 진정해.”
연신 조용하던 신지한이 신세아의 손을 붙잡고 입에서 떼어냈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줄줄 흐르는 피를 그대로 닦아낸다.
“오빠. 하율, 하율이가. 가문에서 하율이를 차기 가주로……. 여기 문자에…….”
극도의 불안증세.
신세아는 제대로 말도 못 할 만큼 멘탈이 붕괴된 상태였다.
“하율이를 죽이면 돼. 그럼 될 거야. 내가 죽일게. 응? 오빠. 내가 죽이면 되지?”
초점도 제대로 맞지 않는 눈으로 신지한을 바라보며 신하율을 죽인다는 말만 반복한다.
제대로 트라우마가 발병했다.
신하율에게 가려져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고 무관심 속에서 살아 온 지난 세월이 칼날이 되어 그녀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일단 진정하자. 너무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니까.”
신지한은 그런 신세아를 상냥하게 껴안고 등을 토닥였다.
“오빠…….”
혼자였던 신세아에게 유일하게 관심을 줬던 가족.
신지한의 위로와 온기에 신세아의 정신이 빠르게 안정되어 갔다.
“오빠는 괜찮아?”
약 3분이 흘러, 어느 정도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있게 된 신세아가 신지한의 안부를 물었다.
신하율에게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건 비단 신세아만이 아니다.
신지한 또한 신하율에게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지금 이 상황은 신지한의 정신에도 큰 충격을 줬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신지한의 충격이 더 클 것이다.
“그럼. 괜찮지.”
그러나 신세아의 예상과는 다르게 신지한은 아주 태연해 보였다.
화가 난 것 같아 보이지도 않고, 초조해 보이지도 않았다.
신지한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왜 괜찮아?”
그 태연함을 신세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
차기 가주 자리에 누구보다도 가까운 위치에 있던 신지한이다.
그런 사람이 차기 가주 자리를 빼앗겼는데. 그것도 그가 제일 싫어하는 신하율에게 빼앗겼는데 어찌 저렇게 태연할 수 있을까.
“왜 괜찮긴.”
신지한이 웃었다.
신하율이 봤으면 필히 ‘썩어 문드러진 미소’라고 불렀을 비틀린 미소였다.
“하율이가 차기 가주가 될 일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 불안해할 이유가 어딨겠어.”
“하율이가… 차기 가주가 될 일이 없어?”
신세아가 그게 무슨 뜻이냐는 눈으로 되물었다.
“어. 절대로.”
신지한의 입꼬리가 한층 더 비틀렸다.
“내가 그 전에 죽일 거거든.”
“아!”
죽은 자는 차기 가주가 될 수 없다. 아주 당연한 사실이었다.
“하, 하지만 죽인다고 해도 방법이…….”
아까 전 패닉을 일으켰을 때, 신세아도 신하율을 죽인다고 말하긴 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패닉에 빠졌기에 한 말이었을 뿐.
냉정해진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당장 신하율을 제거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방법은 걱정 안 해도 돼. 다 수가 있으니까.”
신지한이 주머니에서 비밀 회선용 폰을 꺼내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문자를 확인했다.
[신하율은 어차피 5일 뒤에 죽을 겁니다. 그러니까 괜히 귀찮게 전화하지 마십시오. 한번만 더 전화를 걸 경우, 임무를 취소하겠습니다.]사형 선고는 이미 내려졌다.
신하율은 5일 뒤에 죽는다.
“이미 준비도 다 끝내 놨고.”
“아!”
신세아가 존경의 눈빛으로 신지한을 우러러봤다.
“미리 선수를 쳐 뒀구나! 역시 오빠야!”
신지한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 정도는 당연하다는 듯이.
“내가 뭐 도와 줄 일은 없어?”
신세아가 자기도 뭔가 한 팔 거들고 싶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도와 줄 일? 음.”
신지한이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도와 줄 일이라.
원래대로라면 생각할 것도 없다.
흑색 마탑에게 모든 걸 맡긴 이상 신세아고 신지한이고 뭘 더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하지만 흑색 마탑에게 의뢰한 것과 별도로 뭔가를 한다면 얘기는 다르다.
‘이미 두 번이나 실패한 놈들이다. 세 번 실패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놈들이 실패했을 시를 대비해서, 이쪽도 새로운 작전을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직접 움직인다는 건 페널티가 크긴 하지만…….’
만에 하나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그땐 신세아를 버림 말로 쓰면 될 뿐이다.
지난 두 달 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준비도 다 끝내 뒀다.
“딱히 없으면…….”
“아니야. 안 그래도 세아 너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었어.”
“정말?”
신세아가 기쁜 표정으로 답했다.
“어. 오직 너만 할 수 있는 일이야.”
신지한이 웃었다.
괴물 같은 미소였다.
* * *
올림피아드 13일 차.
마법 퀴즈 배틀 예선이 끝났다.
총 8시간 동안 진행된 예선 경기를 통해 내일 메인 경기를 진행할 8팀이 추려졌고.
그 8팀에는 당연하게도 한국, 미국, 영국이 포함되었다.
세부 순위는 한국, 영국, 미국의 공동 1위.
미국의 사라 실론과 영국의 마이아 네론티아, 그리고 나까지 셋 다 예선전에서 만점을 받으며 한국, 영국, 미국이 나란히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 결과를 보고 솔직히 좀 놀랐다.
설마 나 외에도 두 명이나 만점을 받을 줄이야.
예선전이라서 출제 문제의 난이도가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마지막 두 문제는 학생이 풀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는데.
사라 실론과 마이아 네론티아.
천재라는 호칭은 허투루 생긴 게 아닌 모양이다.
‘뭐, 그래 봐야 내일 본선에선 내가 이기겠지만.’
그 둘이 예상한 것보다 더 뛰어나단 건 인정하지만, 나한텐 안 된다. 지식과 계산력이라는 부분에선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래도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기는 해야겠지.’
괜히 사소한 계산식 실수라도 하나 했다간 그대로 패배할 수도 있다. 방심은 금물이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 오늘밤은 내일 퀴즈에 나올 만한 것들을 추려서 다시 한번 공부하는 것도 좋으리라.
‘오늘 예선전의 문제를 통해서 올해 출제자가 어떤 스타일인지는 대충 알았으니까. 그에 따라 준비를 좀 하면…….’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똑똑.
누군가가 내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열려있습니다.”
굳이 누구냐고 물어 볼 필요도 없었다. 지금 노크를 한 사람은 김석현이다. 이 시간에 올 거라고 미리 연락을 받았으니 확실하다.
곧장 문이 열리고 김석현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늦은 밤에 실례하겠습니다.”
문을 닫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 후 곧바로 내 맞은편에 앉았다.
나는 곧바로 리모컨을 통해 방의 보안 설정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이것으로 어지간하면 여기서 하는 얘기가 밖으로 새어 나갈 일은 없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거기에 김석현이 추가로 결계를 사용했다.
‘7서클 급 다중 복합 보안 결계.’
김석현이 사용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보안용 결계였다.
이걸로 보안은 완벽하다.
“그럼 시간이 없으니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김석현이 심각한 표정으로 분위기를 잡았다.
“1시간 전. 올림피아드 경비 2팀과 3팀이 흑색 마탑 소속 흑마법사들에게 습격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