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화(1/320)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
세 사내가 무저갱과도 같은 지하 감옥을 향해 끝없이 내려간다.
쿨럭!
양옆의 두 무장 기사에게 연행되던 유진이 피가 잔뜩 섞인 기침을 토해냈다.
하지만 기사들은 그를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저, 수갑을 찬 채 비틀거리는 유진의 팔을 더욱 세게 잡아당길 뿐이었다.
“…….”
“…….”
그러면서도 기사들의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엄숙했다.
분명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대역죄인을 감옥에 집어넣고 오는 임무를 수행 중이건만, 마냥 유진을 천대하지는 않았다.
다만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릴 따름이었다.
“엊그제만 해도 흑지 궤멸에 선봉으로 있던 분이었는데.”
“상상도 못 했어. 교황님을 암살하려 했다니.”
태양신교.
교지와 흑지로 양분된 대륙, 그중 교지의 완전한 통제권을 지녔으며-
수억에 달하는 교민들을 다스리고, 대륙 최강의 기사단을 통솔하는 교단이 바로 태양신교였다.
그리고 교황의 바로 옆에서 그 거대한 집단의 행정 관리와 전투 전략을 총지휘하던 전략가가 바로 유진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그는 지금 1급 대역죄인만 수감되는 감옥, 무간옥(無間獄)으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큭큭…….”
유진 로베르.
그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어제까지는 그랬지. 태양신교 총지휘관, 꽤 멋들어진 직책이었어.’
하지만.
교황은 유진에게 누명을 씌웠다.
“사냥개는 버려지기 마련이라네.”
“도대체 왜……?”
“명석한 녀석은 양날의 검과 같거든.”
태양신교에서 누구보다 빛나는 자리에 있던 유진 로베르는 하루아침에 사형수가 되었다.
‘누구보다 믿었던 사람 덕분에 말이지.’
죽기 직전에 사람은 주마등을 마주한다고 하던가?
유진은 지금, 아등바등했던 지난 생의 모든 것들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교지 남부를 대표하는 부유한 상인 가문의 외동아들.
외가로는 북부 검술명가의 피를 이은, 그야말로 금수저.
모두의 기대 속에서 태어났으나-
현실은 속 빈 강정과 다름없던 자신의 모습.
어릴 적부터 그는 허약하기 그지없었기에 검술은 기초훈련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고.
마력 감응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으면서 둔재 취급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곳곳에서 쏟아지던 차별과 멸시는 유진을 열등감에 휩싸인 사람으로 만들었으니.
그 때문에 유진은 어떻게든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려 발버둥 쳤다.
스무 살이 되던 해.
태양신교의 전략 지원실에 입교했던 것이다.
무술에 대한 재능은 없었지만, 다른 누구보다 뛰어난 재주가 한 가지 있었기 때문이었다.
완전기억.
사진을 찍듯 장면과 정보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능력.
유진은 이를 이용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병법서와 전술서를 미친 듯이 탐닉한 결과, 그의 머릿속은 살아있는 전략실이 되었다.
덕분에 태양신교에서 그의 위치는 무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제약을 뚫고 교황의 바로 아랫자리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
유진을 대표하는데 이보다 적절한 표현은 없었다.
‘물론 그런 것들도 다 과거가 되었지만, 큭큭…….’
토사구팽이란 사자성어가 자신에게 해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유진은 자조 섞인 웃음을 흘렸다.
계단의 끝이 보인다.
탓.
끝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깊디깊던 지하 층계의 밑바닥을 밟았다.
유진이 그나마 멀쩡한 한쪽 눈을 애써 떠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길게 이어진 복도, 그 양옆.
견고하고 두꺼운 철창 속, 유진의 손으로 직접 집어넣었던 죄인들이 그 속에서 반송장이 된 채 누워있었다.
대부분은 이미 미쳤는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지만, 몇몇은 혈기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러다가 유진을 향해 눈동자가 돌아간 자들이 몸을 하나둘씩 일으켰다.
“너…… 너! 그 자식 맞지……? 응?”
“맞다, 맞아……! 뒤쪽에 쥐새끼마냥 숨어있던 그 새끼 맞아!”
쾅! 쾅!
그들이 철창을 거세게 치면서 괴성을 내었다.
이들은 모두 흑지의 선봉에 서서 태양신교에 대항하던 기사 혹은 마법사들.
하지만 전쟁에서 유진의 계략에 패배하여 모두 이 무간옥에 수감되어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였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바뀌어 유진도 이들과 같은 꼴이 되어버렸으니.
“심문할 게 더 남아 있나 보지? 어? 들어와 봐! 어디 한번 해보라고!”
유진은 악을 지르며 저주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시키는 대로 했고, 잘 하고 있는 줄 알았건만…… 결국 모두의 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됐네.’
교황의 뜻에 따라 움직인 10년간의 세월이 준 선물은, 타인의 원한뿐이었다.
아니, 한 가지가 더 있다면-
죽음이었다.
쿨럭!
유진이 다시 한번 진한 피를 토했다.
피의 색깔은, 자줏빛.
‘방금 먹은 사약이 슬슬 효과가 나타나는군. 남은 시간은…… 1시간 정도인가?’
무간옥에 들어오기 직전, 교황이 유진의 입에 억지로 사약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약효가 발휘되면서 유진의 몸은 빠르게 굳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유진을 연행하던 두 기사의 발걸음이 서서히 멎었다.
무간옥의 맨 안쪽 자리, 1급 감옥에 도착한 것이다.
이때, 유진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들어가십시오.”
두 기사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물론 그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두꺼운 철창 너머, 칠흑같이 어두운 그림자 안쪽에서 흰 이를 드러내며 웃는 한 남자 덕분이었다.
“여기서 또 만나는군.”
분명 대면한 일은 처음이건만 반갑다는 인사를 던지는 남자.
그 목소리는 섬뜩하리만치 기이했다.
그것에는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묻어났지만, 동시에 살인자의 냉혹함도 존재했으며.
인간의 온정이 느껴졌지만, 동시에 수천의 머리를 씹어 삼킨 괴물의 흉포함도 공존했다.
유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또 만난다니? 직접 만난 건 처음인데?’
의문이 들었지만,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에 유진은 그저 그를 응시할 뿐이었다.
남자가 스산한 미소를 흘리는 사이.
철컹!
두 무장기사는 오소소 돋는 소름을 애써 외면하며 재빨리 유진을 감옥에 밀쳐놓고 철장을 잠갔다.
유진은 좁고 냄새나는 감옥 입구 앞에 구부정하게 섰다.
당연하게도 그는 저 괴물 같은 인간을 익히 알고 있었다.
광마(狂魔), 메피스토.
흑지 반란군의 수장이자, 홀로 태양신교의 최고의 정예군인 ‘백염’ 101인을 상대해 그중 절반인 50인을 살해한 남자였다.
“앉지 그러나.”
광마의 목소리가 텁텁한 공기를 타고 유진의 귀에 닿았다.
유진의 입가에 쓴 미소가 지어졌다.
자신이 잡아넣은 이와 같은 감옥에 감금되니 참으로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그러나 딱히 겁이 나지는 않았다.
1시간 뒤면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으니까.
그런데 광마가 뜬금없이 물어왔다.
“어때? 즐거운가?”
유진이 벽에 등을 천천히 기대며 반문했다.
“무엇이?”
“대륙의 통일을 결국 이뤘잖나. 자네의 머리가 한몫했고 말이야.”
광마 역시 유진에 대한 정보를 이미 익히 알고 있는 듯했다.
유진은 부질없단 듯 한숨을 쉬었다.
“통일은 좋은데, 정작 나는 통일을 누리지 못하게 되었으니…… 무슨 소용인가 싶군.”
푸흐흐.
유진이 헛바람을 뱉는 사이, 광마가 툭 말했다.
“쓰일 대로 다 쓰이고 버려진 게지?”
고수들은 척 봐도 알아낼 수 있는 걸까.
유진이 체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광마가 클클 웃었다.
“네가 백염을 지휘했나?”
“백염이든 흑염이든, 다 내가 지휘한다…….”
“멍청하군.”
유진은 피식 웃었다.
“그래, 멍청했지…… 이럴 줄 알았으면 가족들이나 더 챙길 걸 그랬-”
“아니, 그 말이 아니잖나.”
유진의 고개가 살짝 돌아갔다.
“그러면 뭐가 멍청하다는 거야?”
“네놈이 모시던 그 교황, 너를 죽이라고 시킨 그 교황이 멍청하다는 뜻이지.”
“무슨 말이냐?”
하하하!
광마가 돌연 광소를 터뜨리다가 입을 열었다.
“내 보아하니 네 목숨은 길어 봐야 한 시간이 남지 않은 것 같으니,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광마가 손가락으로 천장 위를 가리켰다.
“어젯밤, 내가 전장에서 네 부하들에게 붙잡혀 이리로 끌려올 때 무슨 생각을 가장 많이 했던 줄 아는가?”
“……원망인가.”
“아니.”
천장을 가리키던 손가락이 움직여 유진에게로 향했다.
“네놈과 같은 전략가가 있었다면, 이 전쟁에서 흑지가 승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 녀석을 내친다니, 네 교황은 멍청이가 분명해.”
유진은 그 손가락 끝을 보다가, 작은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 내가 밉지도 않나 보군. 이렇게 가지고 놀다가 물어뜯어 죽일 셈인가?”
“미움? 당연히 밉지! 네놈이 없었다면 이 꼴이 됐을 리가 없잖나! 그리고 난 인육에 딱히 취미가 없어.”
유진이 물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마지막 전투에서 우리가 펼친 언월진은 어떻게 파악한 것이냐? 어떻게 한 건지 궁금하단 말이지. 미쳐버릴 만큼.”
언월진(偃月陣).
적을 향해 반달 모양의 진을 치는 진형이자, 수세에 몰렸을 때 사용하는 진법의 일종이었다.
그리고 흑지 반란군은 이 언월진을 개량하여 자살폭탄으로 방향을 돌렸다.
광마는 이 전략을 사용함으로써 적어도 태양신교가 복구되는 시간을 100년은 늦출 것이라고 확신했었다.
하지만, 그 확신은 유진의 파훼법에 의해 산산이 조각났다.
자살폭탄 요원들이 태양신교의 군대에게로 달려들기도 전에 위치가 전부 발각된 것이다.
유진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이미 대륙의 대부분이 태양신교의 땅이 된 상태에서 너희가 할 수 있는 전략이 몇 개가 있겠어? 많아 봐야 두어 개지. 거기서 우리에게 가장 치명적인 공격을 방어해야만 했고.”
“……그리고?”
“너희 흑지의 끝자락 쪽 지형, 흑지가 최근에 가장 많이 수입한 물품, 그리고 수세에 몰린 인간들이 가질 법한 사고들…… 그런 걸 고려했지.”
“……그렇다면 우리의 위치는 어떻게 알아낸 게냐?”
유진이 힘겹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지형이 그렇게 가파른 환경에서 인간이 숨어봐야 한계가 있지 않겠어? 척 보면 척이지…….”
“크하하하하!”
광마는 유진의 귀가 찢어지라는 듯이 크게 웃었다.
유진의 뛰어난 지능과 판단력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과연 전략가답구나! 역시, 네가 흑지에 있었다면 전쟁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어! 이 광마가 잡혔을 정도이니 말이야.”
유진도 긴 한숨을 내뱉으며 화답했다.
“그래…… 나도 너 때문에 골치 많이 아팠다. 차라리 나도 흑지로 갈 걸 그랬어.”
“네가 흑지의 총지휘관으로 있었다면 태양신교를 무너뜨리고 교황을 처리할 수 있었을까? 크흐흐…….”
광마는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이 유진을 응시했다. 그의 뛰어난 전략가적 기질을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유진이 설핏 웃었다.
“나도 당신만큼의 무력이 있었다면…… 태양신교를 집어삼킬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눈을 서서히 감았다.
이제 독기가 온몸에 퍼져 몸이 매우 뻣뻣해진 뒤였다.
혀를 움직이는 데에도 진력이 다 소모될 지경이었다.
유진이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너무 원망은 마라…… 나도…… 내 일을 했을…… 뿐이야…….”
광마가 유진을 응시했다.
“나도 여기에 있다가 곧 끌려가 죽게 될 운명인데, 원망을 해서 뭣하겠나? 다 소용없는 짓이지.”
“고맙군…….”
유진이 완전히 눈을 감았다.
마지막으로.
정말 마지막으로 그간의 인생을 돌아보았다.
유능했던 게 문제일까?
간신들처럼 교황에게 조금 더 아첨했다면?
아니면 차라리 조용히 살았더라면?
무수한 생각이 꼬리를 물지만 결국 한 가지로 귀결된다.
‘……욕심이 부족했어.’
로베르 가문에서 배운 게 무엇이던가?
“아들아, 꼭 기억해라. 당장의 순간에 안주하는 순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도태되는 것이다.”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을 내뱉었다.
“교황마저 뛰어넘었다면…… 2인 자가 아니라 1인자가 되었다면…… 죽지 않았을 텐데…….”
그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새로운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가?”
갑작스런 광마의 말에 유진은 대답하지 못한 채 호흡만을 골랐다.
광마가 자리에서 일어나 유진의 한쪽 손을 잡았다.
“지금 이걸 잘 기억해야 할 거야. 뭐, 기억력이 좋다고 했으니 믿어도 되겠지.”
“……?”
이어 ‘연공법’이 어쩌느니 하는 설명을 마친 광마의 손에서 돌연 알 수 없는 기운이 유진의 손을 타고 흘러 들어갔다.
움직이려야 움직일 수가 없었던 유진은 그 기운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고-
미지의 기운이 반의 몸속에 전부 흡수되었을 무렵.
광마가 나직이 읊조렸다.
“너라면 할 수 있을 것 같군.”
유진의 몸이 작은 입자가 되어 흩어졌다.
* * *
“응애?”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