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0)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0화(10/320)
다음 날, 펜첼 가문의 식당.
유진과 금검, 그리고 라울러와 그의 호위기사가 모여 식사를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유진이 금검의 다리를 찰싹 때렸다.
“다리 좀 그만 떨어, 금검. 오늘따라 왜 이래?”
“아니……!”
금검이 숟가락을 탁 내려놓으며 유진만 들리게끔 작게 속삭였다.
“외가에 온 첫날부터 애들을 패버리면 어떡하오! 북부까지 왔다가 쫓겨날 일 있소이까? 밖에 날씨 봤잖소……!”
“자기는 호위기사랑 기 싸움할 땐 언제고 나 보고는 싸우지 말래?”
“그거랑 이 문제랑은 다르지 않소!”
금검은 유진으로부터 사자의 시험이 얼마나 중요한 절차인지 전해 들었기에 그동안 유진을 조용히 보좌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유진이 직계 손자 둘을 흠씬 패버렸으니 금검은 시종으로서의 제 역할을 못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다르긴 개뿔이 달라. 밥이나 먹어. 아무 일 없을 테니까.”
“어떻게 확신하오? 자고로 이런 대형 가문에 오면 정치를 해야 하는데, 정치는 중립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오. 그런데 이미 적을 만들어버렸으니…….”
라울러가 옆에서 거들었다.
“나도 좀 걱정이야, 분명히 걔네가 먼저 시비를 건 건 맞지만, 그놈들이 뭐라고 떠들고 다닐지는 모르는 거니까.”
유진이 가볍게 혀를 찼다.
“걔네가 뭐라고 떠들고 다니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야.”
“그럼 뭐가 중요해? 어쩌면 징벌회가 열릴 수도 있어.”
“징벌회든, 뭐든…… 아니다, 밥 먹어.”
유진이 됐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굳이 말로 설명을 해 봐야 소용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펜첼은 철저한 강자존이다. 내가 인스 형제를 쥐어팬 게 문제가 될 리가 없어.’
유진은 펜첼가가 어떠한 분위기의 집안인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물론 변수가 있었다.
인스 형제의 아버지, 유진에게는 둘째 삼촌이 되는 시리우스가 이를 순순히 넘어갈 리가 없었다.
하지만.
‘설령 그런다 해도 외할아버지 선에서 끝날 거야.’
유진은 수련장에서 제이드의 시선을 느꼈었다. 그 시선은 창문 틈으로도 알 수 있었고, 왠지 모를 기묘한 느낌이 있었다.
유진이 말한 ‘목격자’는 제이드였고, 제이드가 수련장에서의 싸움을 봤을 거라 확신했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뭘?”
“인스 형제가 데리고 온 시종한테 전해 들은 건데, 타박상이나 골절 같은 건 전혀 없었대. 그냥 아프기만 엄청 아파한다고.”
게다가 유진은 인스 형제를 신박한 방법으로 팼다.
마나 회로가 지나지 않는 혈맥만 골라 때린 것이다.
덕분에 굉장한 고통을 주되 외상이나 내상은 없게 할 수 있었다.
“그건 영업 비밀.”
“끄응…… 혹시 그래서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
“그런 것도 있지, 뭐.”
어디 다친 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걸 폭력이라고 치부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금검이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그, 가끔씩 하던 ‘아프게만 때리기’ 기술을 사용한 것이오?”
“그런 셈이지.”
“극악무도한……!”
금검은 유진에게 자주 그 기술을 당해봤기에 아픔을 알고 있었다.
라울러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여 보이는 유진을 잠시 응시했다.
‘분명 나보다 어린데도 훨씬 더 많은 경험이 있고 여유가 있다. 내가 뭘 가르칠 녀석이 아니야.’
열차 안에서 보여준 오러 조절 능력, 창과 검을 고루 쓸 줄 아는 점, 인스 형제를 한 번에 압도한 무력, 뒷일을 걱정하지 않는 여유까지.
동생이지만 동생 같지 않았다.
그러던 라울러가 들던 숟가락을 멈췄다.
유진이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형도 느꼈어?”
음식이 뭔가가 이상했다.
“……이거 맛이.”
“뭔가 이상하지? 어?”
“응. 뭔가 맛이 이상해. 토마토 달걀 볶음에서 왜 마요네즈 맛이 나는 거지?”
금검도 옆에서 거들었다.
“나도 그렇게 느꼈소. 이 음식에서 나서는 안 될 맛이 나는 것 같단 말이오.”
“마요네즈 하니까 궁귀랑 투귀가 생각나네. 집에 잘 있겠지?”
“그랬지요. 하지만 그러면 뭐합니까. 후후…… 이 금검만이 펜첼에 있으니.”
그러던 참.
“유진 공자님, 식사는 다 마치셨습니까?”
어느새 펜첼가의 일등 집사가 소리도 없이 다가와 있었다.
“헙, 깜짝아.”
쿨럭, 쿨럭!
라울러는 놀랐는지 기침을 하고, 금검은 경계 섞인 눈빛으로 일등 집사를 응시했다.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뭐, 대충이요. 이제 가면 됩니까?”
“이쪽으로 오시지요.”
세 사람은 일등 집사를 따라갔다.
유진은 그의 뒷모습을 유심히 보았다. 분명 평범하게 걷고 있지만, 발소리나 숨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고도로 단련된 무인이란 뜻이었다.
‘전생에도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사자의 시험을 안내하려고 왔었지만, 역시 여기 사람들은 수준이 다르군.’
과연 일등 집사의 위치에 있는 인물이라 그런지 가벼운 미소를 띠고 있음에도 그의 기세가 느껴질 정도였다.
지금의 금검도 이 일등 집사 앞에서는 한 수 접을 터.
금검을 살짝 쳐다보니 과연 그도 감탄한 표정이었다. 이런 수준 높은 무인들과의 만남은 그가 펜첼에 그렇게 오고 싶어 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끼이익.
본관 강당에 도착한 세 사람이 문을 열었다.
이어 12살보다 조금 더 많아 보이는 녀석들이 원탁 의자에 주욱 둘러앉아 있는 모습을 마주했다.
인원은 유진과 라울러를 포함하여 12명.
“빈자리에 앉으시면 됩니다.”
녀석들의 시선이 일제히 유진 일행에게 집중됐다.
아마 인스 형제를 두들겨 팬 당사자가 바로 유진이라는 사실을 전해 들었지 않았을까?
“누가 유진이고, 누가 라울러야?”
“쟤 같은데? 쟤가 더 키가 크잖아.”
“그러네.”
저들끼리 속닥거리며 안 들리겠거니 하고 있었지만, 유진은 한 글자도 빠짐없이 모두 들렸다.
이들은 헷갈리고 있었다. 라울러를 보면서 그가 유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마 라울러가 신장이 더 크기에 그가 인스 형제를 두들겨 팼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진이 빈자리로 천천히 걸어가 앉아 자리에 있는 녀석들의 면면을 훑었다.
‘레오드.’
‘가르반느.’
‘주플로.’
‘쟤는 당시에 이름도 기억 안 했던 것 같고.’
유진은 라울러를 유진인 줄 알고 째려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속으로 피식 웃었다. 라울러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다.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녀석들은 몇 없네.’
중요한 인물, 그나마 쓸만한 녀석들만 봐두면 되었다. 나중에 적으로 만나거나, 아군으로 만났을 때 그들에 대한 정보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사실 유진에게 있어서 중요한 인물은 몇 명 없었다.
우선 저쪽에서 유진을 힐긋거리고 있는 인스 형제.
저들은 비록 유진에게 흠씬 두들겨 맞긴 했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실력을 보였었다. 14살의 나이에 그 정도면 괜찮았다.
만약 사자의 시험에 통과한다면 저들은 분명 포함되어 있을 터였다.
그리고 라울러.
수련장에서 간단한 대련을 통해 라울러의 전력을 파악해 봤었다.
유진의 판단은 간단했다.
‘라울러는 두고 봐야 해.’
수련장에서 라울러의 실력을 가늠한 건 아주 잠깐이었기에 그의 제대로 된 진가를 알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진이 자신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는 여자애.
엘도라 펜첼을 돌아봤다.
흑발의 긴 머리를 하고, 또렷한 눈을 가진 외양이었다.
‘엘도라 펜첼, 셋째 삼촌의 딸이자 교지에서 12살에 3성급의 수준에 다다른 수재.’
그녀는 천재였다.
3살에 오러를 깨우치고, 7살에 1성이 되었으며, 9살에 2성을 이루어 12살에는 3성급의 기사가 되었다.
펜첼가 직계 후손답게, 검술로서는 동 나이대에서 비견할 만한 아이가 없었다.
3성 기사의 수준은 쉽게 말해 용병으로 활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1성 기사 10명이 2성 기사 한 명을 상대할 수 있고.
2성 기사 10명이 3성 기사 한 명을 상대할 수 있다는 통설로 보았을 때…….
‘내가 10명은 있어야 엘도라 펜첼, 이 녀석을 꺾을 수 있다는 이야기지.’
유진은 현재 2성 수준에 있었으니 말이다. 그 정도로 엘도라는 유진이 경계해야 하는 인물이었다.
물론 묵광과 더불어 수년간 말도 안 되는 수련량을 겪어온 유진이었기에 전력을 쉽게 단정할 순 없었다.
그가 생각을 잇던 참.
“……내 얼굴에 뭐 묻었니?”
엘도라가 눈살을 좁히며 유진을 쳐다보았다.
“아니, 그냥.”
“뭐야…….”
유진이 손을 내젓자 엘도라는 별꼴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여 보이곤 말았다.
‘전생에서는 엘도라와 엮일 일이 전혀 없었다. 애초에 나는 시험에서부터 떨어졌으니 그럴 수밖에.’
“가주님께서 들어오십니다.”
일등 집사의 목소리에 저들끼리 떠들던 아이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스으으…….
무거운 기운이 저쪽 문 너머에서부터 느껴진다. 유진도 그 기운을 감지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저 멀리에서부터 오고 있는데도 이 정도의 압박감이 밀려오다니.
척, 척, 척, 척.
복도에서부터 제이드와 가솔들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딱딱한 구두 굽이 나무 바닥을 밟으며 나는 소음이 묘하게 위압적이었다.
마치 누군가를 처단하기 위해 온 것 같은 느낌.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윽…….”
“큭…….”
몇몇 녀석들이 제이드의 기운에 압도되어 식은땀을 흘렸다. 본능적인 위협감이었다.
라울러도, 인스 형제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른 아이들보다야 훨씬 잘 버티긴 했으나, 숙여지는 고개와 일그러지는 표정은 감출 수가 없었다.
“지금 오고 있는 인물이 가주님이오?”
뒤에서 유진을 지키던 금검이 유진에게 살짝 물었다. 그도 기운을 느낀 모양이었다.
유진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금검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펜첼가는 달라도 뭔가 다르군…….”
척, 척, 척!
제이드가 문의 바로 앞까지 왔고.
끼이익!
문이 열리자 그 무겁던 기운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고개를 드는 일이 천근을 드는 것처럼 힘들었다.
제이드의 양옆에는 그의 둘째 아들, 시리우스.
그리고 셋째 아들, 클라크가 서 있었다.
제이드는 아이들을 한번 슥 훑어보았다.
모두가 제이드의 기운에 고개를 숙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멈칫.
그의 시선이 중간에 멈추었다.
그중 고개를 든 아이가 딱 두 명 있었다.
유진과 엘도라였다.
유진과 엘도라는 시선만 아래로 내리깐 채 고개는 분명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잠시 응시하던 제이드의 눈에 미약한 이채가 어렸다.
유진 역시 시야 안쪽에 들어와 있는 제이드를 의식했다.
다른 아이들과는 달라야 했다.
반신의 경지에 이른 10성 기사의 눈에 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남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깔아놓아야 했다.
어깨가 떨리고 목이 부러질 듯 아팠지만, 참아냈다.
‘첫 만남에 이 정도 모습이면 충분하다.’
바로 옆자리에 있는 엘도라 역시 고개를 든 채 약하게 떨고 있었다.
‘역시 엘도라는 좀 다르군.’
잠깐 유진과 엘도라를 응시하던 제이드가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제이드는 원탁의 오른쪽으로 느린 발걸음으로 돌아가 강당 가장 상석에 앉았다.
그때까지 유진과 엘도라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은 고개를 들지도, 말을 하지도 못했다.
녀석들이 진땀을 잔뜩 흘려 원탁에 땀방울이 떨어질 무렵.
“고개를 들어라.”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