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01)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01화(101/320)
그토록 마주하고 싶던 인물이 유진의 시야에 담겨 있었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가?
자그마치 15년을 저 남자만을 생각하며 보내왔다.
그랬기에 유진은 웃음이 흘러나올 것 같기도, 참을 수 없는 격노가 터져 나올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유진은 복수심으로 들끓는 눈동자를 단숨에 갈무리하고 고개를 조용히 숙였다.
‘아직, 아니다. 아직은 아니야.’
생각 같아선 지금 당장 교황에게로 치달아 목을 날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아직 먼 길을 가야 해.’
그랬다가는 유진은 물론 유진의 주변 사람들 모두가 태양신교에 의해 처단될 터였다.
‘그리고 단순히 교황을 없애는 걸로 내 복수는 끝나지 않아.’
유진이 화려한 연회장과 교황을 따르는 수많은 사제들, 기사들을 둘러봤다.
‘모조리 뺏어주마.’
복수의 칼날을 더 날카롭게 갈아야 했다.
교황은 은은한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이 자리는 대륙을 빛내고, 우리 죄 없는 교지의 사람들이 악에 물든 흑지의 적들을 몰아내는 데에 일조할 별들을 위해 준비한 자리오.”
한 마디 한 마디 말에 무게가 실린다.
딱히 특별한 의미나 목소리를 담은 건 아니지만, 교황의 음성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진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것처럼 침을 삼키는 것도 잊은 채 교황의 말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 자리는 오로지 초신성을 위해 만들어진 자리오. 이 빛나는 별들과 함께 앞으로 세상을 정화시키기 위해 묵묵하고 고독하게 걸어 나가겠소.”
그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황홀에 찬 표정을 지었다.
유진은 속으로 조소를 흘렸다.
‘정말 초신성을 위한다면 교황의 영역이 아닌 중간지역이나 초신성을 위해 따로 자리를 마련했겠지.‘
쉽게 말해.
’태양신교쯤 되니 우리들을 불러모았다는 걸 보여주려는 게 이 연회의 목적이야.’
결국 초신성의 모임 또한 태양신교의 위세를 보여주고, 더 많은 신도들을 모으기 위함이었다.
교황의 말이 이어졌다.
“이 영광스런 자리에 모인 모든 분들은 부디 이 시간에서만큼은 어떠한 불화도 없었으면 하오.”
명문육가가 모인 자리인 만큼, 마찰이나 기세 싸움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모든 분쟁은 태양신교를 나가서 처리해야 하고, 이와 관해 태양신교는 나서지 않는다는 걸 간접적으로 말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말에 명문 육가의 소가주들은 물론 초신성들이 슬쩍 고개를 돌려 유진을 보았다.
그의 발달된 감각에 가문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네놈은 펜첼과 척 질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마라. 척 봐도 느껴지는 기세가 있거늘, 어찌 무모한 짓을 저지른 게냐?”
“끄응…….”
몇몇 가문은 유진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저 녀석이 펜첼의 초신성이군. 감히…… 우리 가문을 존중하지 않고 무력을 행사했다는 말이지.”
몇몇 가문은 펜첼 자체에 적대감을 드러내며 이를 갈고 있었다.
유진은 피식 웃으며 녀석들의 면면을 훑어봤다.
‘발타르의 가문은 역시나 펜첼에 호의적이다. 그리고 에드뮬이나 에솔의 가문은 적대적이고, 루한의 가문은 딱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군.’
그리고 가장 궁금한 가문.
레나가 속한 스피어 가문의 대리인은…….
“레나, 이번 싸움에서 녀석에게 창에 관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네, 맞아요. 큰 도움이 됐어요.”
“호오.”
역시나 창에 미쳐서 오로지 창술에만 관심이 있었다.
레나와 대화하고 있는 남자는 창왕이 이끄는 기사단의 수장이었다.
물론 기사단이라고는 하나 용병단에 가까운 집단이었으며, 금검과도 인연이 있었다.
유진이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한 무력으로 보자면 루한과 발타르가 눈에 띄는데 가문의 수준도 그럴지 궁금하군. 체첸, 네 생각은 어때?’
-이 와중에 가문들을 어떻게 구워삶을지 생각하는 거냐? 으휴! 치밀한 것도 정도가 있는 거다. 연회에서는 연회는 즐기지 그러냐? 저기, 고기 탐스러운 것 좀 봐라.
‘음식은 맛있는데 내가 이깟 음식 먹으러 이 짓거리를 하고 있겠어? 하여튼.’
-그것도 그렇긴 하다만, 흥.
그때, 교황이 한 마디를 더했다.
“아, 이 연회의 주인공인 초신성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두었소.”
그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연회의 중앙으로 쏠렸다.
커다란 연회장의 가운데 자리에는 고급스러운 테이블이 여섯 개 있었다.
다만 구조가 조금 특이했다.
다섯 테이블은 적당한 크기에 적당히 화려했으나.
딱 한 테이블만큼은 그 다섯 테이블의 중앙을 차지하고 가장 큰 크기와 찬란한 장식들로 꾸며져 있는 것이었다.
마치, 이 어마어마한 규모의 연회의 주인은 딱 한 명으로 따로 있는 것 같은 뉘앙스였다.
교황이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한 마디를 더했다.
“초신성들은 자리에 편하게 앉으시면 되오.”
그 말과 동시에 모든 명문육가의 사람들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저 큰 테이블이 명문 육가 중에서도 가장 강한 초신성이 앉을 자리였으니까.
물론.
그 자리에 당당히 앉을 수 있는 적자는 따로 있었다.
저벅, 저벅.
유진이 인파를 뚫고 가운데에 있는 가장 큰 테이블에 보란 듯이 착석했다.
펜첼에 호의적인 가문들, 적대적인 가문들, 그를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
너나 할 것 없이 유진의 당당한 태도에 기함을 토했으나, 그뿐이었다.
유진에게는 초신성들 모두 때려눕힐 실력이 있었으며 그 뒤에는 펜첼이 있었다.
그러니 그 누구도 유진의 자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펜첼을 제외한 명문가들의 대리인들이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이렇게 성대하게 차려진 연회에서 유진이 저렇게 당당하게 행동하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 그 자체가 명문가들에게는 상당한 수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자리에서는 마찰이 있으면 안 된다는 교황의 말도 있었거니와.
애초에 이 자리 이전에 초신성들은 유진과의 싸움에서 대패한 전력이 있었으니 가만히 있을 수밖에.
“크으, 역시.”
한편에서 유진을 보고 있던 클라크가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유진을 응시했다.
그때, 한 인물이 유진에게 다가갔다.
“펜첼의 초신성을 만나 반갑네. 록타르라 하네.”
해머를 주무기로 이용하는 젤칸 가문의 소가주이자 발타르의 아버지, 록타르였다.
‘록타르는 제이드가 죽었을 때 가장 먼저 애도를 표하며 자리에 찾아온 자다. 발타르의 가문은 다들 제이드를 추종하는 자들 같군.’
물론 유진에게 있어 아군이 많다는 건 좋은 징조였다.
‘경지는 8성 후반, 곧 9성에 도달할 것 같아. 그때 가주가 되겠지.’
유진의 기억 속 록타르는 젤칸 가문의 가주가 된 이후 흑지와의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었다.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는 록타르의 태도에 유진도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반갑습니다. 유진 로베르입니다.”
그 옆에서는 발타르가 괜히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자식, 처음에 우리를 만날 때하고는 완전히 다르네. 왜 이렇게 예의가 바르지?’
그런 의문이 들었으나, 발타르는 이내 이해했다.
‘아버지가 유진에게 예의를 갖추니 유진도 똑같이 대하는 거겠지.’
발타르는 가끔 단어를 헷갈리는 등 멍청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눈치 하나만큼은 빠른 편이었다.
발타르를 힐긋 본 유진이 툭, 물었다.
“얼굴은 좀 괜찮아?”
얻어맞은 얼굴이 괜찮냐는 의미였다.
발타르는 순간 치욕스러움에 얼굴이 붉어졌으나,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덕분에 하루 내내 요양하긴 했다. 근데, 힘 조절을 한 것 같더군. 네 수준에 이 정도 부상인 걸 보면 말이야.”
“괜찮다니 다행이네. 힘 조절 한 점을 알아주니 기쁜걸.”
유진이 히죽 웃자 록타르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발타르. 기사 유진을 닮도록 해라. 초신성이라면 이 정도의 기개는 있어야지.”
“끙…….”
록타르는 발타르의 어깨를 팡팡 두드리고는 유진에게 잔을 줬다.
“유진 경,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술이나 한잔하시지요. 기쁜 자리 아닙니까.”
하나,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아직 미성년자라…… 제가 따라드리겠습니다. 저는 음료수로 충분합니다.”
“아하, 이런. 결례를 범했군.”
“괜찮습니다. 제가 나이가 차면 록타르 소가주님과 한잔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저야 영광이지요! 하하!”
록타르가 유진과 건배를 나누고 호쾌하게 웃으며 자리를 나서던 때였다.
척.
한 여자의 손이 갑자기 유진의 어깨를 치며 튀어나왔다.
“반갑다? 유진. 악수 한번 하자꾸나.”
“……?”
유진이 뒤를 돌아보자, 큰 키의 호리호리한 체형의 여자가 무뚝뚝한 얼굴로 유진을 응시하고 있었다.
“악수, 안 받니?”
유진은 그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물었다.
“누군지는 알아야 악수든 뭐든 하지 않겠습니까.”
“아, 그러시겠네. 나는 에드뮬의 고모다. 실린 가문의 대리인으로 왔다. 자, 이제 악수해.”
악수가 뭐라고 자꾸 집착하는지 모르겠지만, 유진은 무심한 표정으로 손을 맞잡았다.
‘율리아 실린. 가문에서 대외적인 활동을 주로 담당하는 여장부. 하지만 전생에서는 흑지와의 싸움에서 맥없이 죽어서 없어진 인물이었어.’
유진이 실소를 흘렸다.
‘당시 유리와의 싸움에서 허무하게 당했었다. 앞뒤 가리지 못하고 덤벼드는 건 똑같네.’
그러자 그녀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어른 앞에서 웃음은 조심하고 교양있게 지어라. 천박한 면모가 있다면 숨기려 노력하고 말이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뒷배경 믿고 함부로 그렇게 설치고 다니지는 말라는 이야기다. 알겠니?”
아마도 에드뮬이 유진에게 당했다는 걸 듣고는 이렇게 화가 난 것 같았다.
뒤쪽에서는 에드뮬이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제 고모와 유진을 번갈아 보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진은 그 밑도 끝도 없는 화를 받아줄 생각이 없었다.
“음, 제가 아는 실린 가문의 사람들은 이 정도로 생각이 없지는 않은데, 의외군요.”
“뭐……?”
“천박한 자가 천박함을 숨기라 조언하는 꼴이 웃기지 않습니까? 여러분?”
유진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들으란 듯 말했다.
“율리아 실린님. 맥락이란 걸 파악할 줄 안다면 제게 이러는 게 얼마나 멍청한 짓인 줄 아실 겁니다.”
“뭔, 지금 너, 뭐라고 떠드는.”
“펜첼의 대표로 온 저를 이딴 식으로 하대하시는 게 어떤 의미인 줄 아십니까? 이는 방금 저에게 존대를 해주셨던 록타르님 또한 무시하는 행동입니다.”
유진은 유진 본인만이 아니라, 펜첼의 입장과 더불어 발타르의 가문까지 끌어와 언급하며 율리아를 압박했다.
그러자.
“그런……! 그런 게 아니라.”
“하물며, 태양신교 내에서 불화를 일으키지 말라는 교황님의 당부도 잊으신 것 같군요. 이게 실린 가문이 태양신교를 대하는 공식적인 입장입니까?”
유진의 목소리가 연회장 내부를 울림에 따라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율리아에게 집중되었다.
가히 엄청난 압박감이 아닐 수 없었다.
“그, 그건…….”
유진이 이토록 적극적으로 대응할 줄은 몰랐는지 율리아는 금세 안색이 새하얘져서 주변의 눈치를 보았다.
유진이 율리아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일을 더 키우실 겁니까? 아니면 조용히 고개 숙이고 비킬 겁니까.’
그 누구도 들을 수 없을 만큼 작게 말했지만, 실린 가문의 대리인 입장으로 온 율리아로서는 유진의 목소리가 천둥보다도 크게 느껴졌다.
잠깐의 도발을 한 대가로 율리아는 가문 전체를 욕보이고 태양신교와 펜첼에 척을 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됐으니까.
이를 보고 다른 가문들의 대리인은 물론 초신성들도 흥미에 찬 시선을 보냈다.
과연, 실린 가문의 대리인은 유진의 대응에 어떻게 나올 것인가?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