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03)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03화(103/320)
“보상은 궁금하지 않으시오? 본래 기사들은 보상에 따라 움직이는 법이거늘.”
교황은 보상을 듣지도 않는 유진이 의아한 눈치였다.
“태양신교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보상이며, 내거신 조건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보상이야 섭섭하지 않게 주실 걸 압니다.”
교황은 유진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그간 펜첼이라 함은 다소 어려운 상대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구려. 좋소.”
유진의 패기가 썩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약속하리다.”
“감사합니다.”
‘어차피 보상 따위는 바라지 않는다. 기록의 탑을 찾더라도 태양신교에는 절대 알려줄 생각이 없으니, 찾는 동안 이용만 충분히 해 먹어야겠어.’
교황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드릭에게 말했다.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졌군. 고드릭, 이제 유진 기사를 안내해주게. 이 연회를 충분히 즐겨야지.”
“알겠습니다.”
유진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체첸이 의아하단 듯 물었다.
-너라면 붉은 전갈에 관한 이야기를 꺼낼 줄 알았는데? 왜 너를 노렸었는지 궁금한 것 아니었느냐?
‘궁금했지. 하지만 그건 이미 끝난 일이야. 굳이 맥락에 안 맞는 말을 꺼내서 의심을 살 필요는 없어.’
-하긴, 그것도 그런가.
‘태양신교에서 명문육가와 아티팩트를 얻은 것도 좋았지만, 이곳에 와서 가장 좋은 수확은 태양신교를 이용할 지위가 생겼다는 거야.’
태양신교라는 거대한 적을, 이제는 오히려 뒷배로 삼을 수 있게 된 유진은 머릿속에 여러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 * *
초신성들을 주인공으로 한 초신성의 파티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유진은 자신의 가문을 제외한 명문 오가의 주목을 확실히 받았으며, 태양신교의 관계자들에게도 눈도장을 찍었다.
덕분에 유진은 지금껏 적대적이기만 했던 태양신교와 펜첼 사이의 관계를 조금 풀어놓았고.
유진은 그 덕에 자신의 목표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 * *
그리고, 교황의 거처.
그곳에는 큰 거울이 하나 있었다.
교황은 그 거울 앞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었다.
그런데.
거울에 비친 교황은 실제 교황과 똑같은 얼굴이었지만, 차림새는 전혀 달랐다.
거울 속 교황의 옷차림은 마치 흑지에나 있는 흑마법사 같았다.
그는 거울에 대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검룡은 여느 기사들과는 격이 다른 녀석이다. 아무리 대화를 하면서 속내를 캐보려 해도 듣질 않더군.”
그러자 거울 속 교황이 입을 열었다.
“변수가 너무 큰 녀석이야. 죽이는 게 맞지 않나. 그때 죽였어야 했는데 말이지.”
“본래라면 모두 죽이는 게 맞지만, 그 녀석은 달라. 아직까지 생존한 것을 보면 그 녀석이 우리의 꿈을 이뤄 줄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거울 속의 교황은 탐탁치 않은 표정이었다.
“나는 이미 두 번이나 실패했다. 그러니 너에게 맡기는 게 맞겠지.”
* * *
유진을 앞에 두고 태양신교를 나서는 클라크의 표정은 뿌듯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뒤를 따르는 현무 기사단 단원들 또한 유진을 보는 시선에 기특함과 존경심이 담겨있었다.
“그 명문가 녀석들이 꼼짝도 못 하고 유진 얼굴만 보는 거 봤나? 하하!”
“녀석들도 꽤 괜찮은 수준이었는데, 유진 기사가 압도적이더군요.”
“이런 게 가문의 위용을 높이는 발판이 되는 셈이지!”
예전 글람푸스탄 사건 때 같이 있었던 단원들은 유진의 성장을 보며 더욱 격세지감을 느꼈다.
‘그때는 그저 견습생이었는데, 지금은 격이 달라. 도대체…….’
‘유진을 현무에 꼭 데려왔어야 했는데…….’
유진도 클라크의 칭찬에 그저 조용히 미소짓고 있었다.
그 역시도 기분이 좋았기 때문.
‘명문 육가 중 아군으로 삼을 녀석들을 파악했고, 그라시안의 모래시계와 용의 알을 얻었다. 거기다가 교황의 호감을 산 덕에 결정적인 기회도 얻게 됐어.’
결정적인 기회란 기록의 탑을 탐사하는 임무를 맡게 된 것을 의미했다.
다만, 의문이 들었다.
‘왜 굳이 초신성에게 그 임무를 맡기려 하는 거지.’
따지고 보면 태양신교의 고위급 사제들이나 백염과 같은 정예 기사단은 유진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무위를 지녔다.
그렇다면 그들을 보내 탐사를 시키면 될 일인데.
굳이 교황은 초신성들끼리의 우위를 가려 가장 강한 초신성에게 임무를 보내려 하는 상황이었다.
‘이것도 교황의 능구렁이 같은 성격 때문인가. 자신의 교인들을 굳이 잃지 않되, 대성할 수도 있는 인물을 조기에 처리하기 위함일 수도 있지.’
그에 체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위험한 임무란 거겠지. 그 정정한 노인네가 무슨 꿍꿍이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지금 당장 가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래야겠어.’
걸음을 옮기던 유진은 이동 관문 바로 앞에서 스피어 가문 사람들을 보았다.
특히 스피어 기사단은 오와 열을 갖추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퍼져있는 모습이 마치 주작 기사단을 연상시켰다.
“저치들은 꼭 너희 기사단 사람들 같구나. 보통 기사단은 가문의 명예를 생각한답시고 질서를 중요시하는데.”
클라크도 똑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유진이 웃었다.
“그러게요. 같이 있으면 누가 주작 기사단인지 스피어 기사단인지 모르겠어요.”
–저 녀석들, 제대로 된 녀석들 맞냐? 네가 그렇게 주목하는 가문 사람이지 않느냐.
물론 유진은 스피어 기사단의 진면목을 알고 있었다.
‘자세히 봐. 무질서해 보이지만 그 속에 질서가 있어.’
자세히 보니 스피어 기사단은 나름의 진형을 갖추고 있었다.
레나가 위험에 빠질 시 언제든지 레나 대신 공격을 맞아줄 인물.
후속 공격을 방어할 인물.
역습을 감행할 인물까지.
모든 진형이 다소 어지럽지만 숨어져 있긴 했다.
물론 피곤에 절은 표정은 숨기지 못했지만 말이다.
‘명문육가 중 창왕의 기사단이다. 무시할 수 없어.’
초신성의 파티에서 유진이 배운 점은 또 하나 있었다.
태양신교의 저력.
품을 받은 사제들은 일당백의 위력을 발휘하며 언제든 공격을 위해 존재하는 무력단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백염.’
백염은 전생에 훈련시켜 봤기에 더욱 잘 알았다.
‘내 수련법이 태양신교에 전수되지 않은 시기이니 아직 진가를 드러내지 못했지만, 결국 광마를 잡아낸 건 101인의 백염이었다.’
아직도 부족했다.
유진은 뒤를 맡길 수 있되 백염보다도 더욱 강성한 기사단이 필요했다.
‘나 혼자 강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펜첼의 전력을 올리는 것도 중요해. 그러니 이제 본격적으로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 시작은 동기들부터.
그리고 주작 기사단, 이어 오늘 눈여겨 봐둔 초신성들을 포섭한 뒤, 펜첼 가문 전체로 확대할 생각이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은 유진이 레나에게 전음을 보냈다.
‘레나, 너희 가주님의 과업은 잘 돼가고 있어? 마그노 지역 탐사 건 말이야.’
창을 매만지며 걷고 있던 레나가 흠칫하며 유진을 돌아봤다.
그가 어떻게 안 건지 당황한 표정. 그에 유진이 설명을 덧붙였다.
‘로베르 가문에서도 마그노 던전에 대해 탐색하고 있어서. 소식이 들려오길래 물어본 거야.’
이는 유진의 거짓말이었다.
그는 전생의 기억을 통해 마그노를 알고 있으며 정보를 알긴 알았지만, 조각난 지식의 형태였다.
잠시 고민하던 레나가 전음으로 답했다.
‘혹시. 임무를 맡긴다고 했던 게……?’
‘그래. 마그노 던전에 있는 보물에 관한 지도를 얻었다면서. 그래서 가주님이 바쁘실 거 아니야.’
‘그야 그런데, 동행할 생각인 거에요?’
‘맞아.’
유진이 사뭇 덤덤한 표정으로 제안했다.
‘모든 이동료와 기사단의 유지, 보수, 부대비용과 더불어 보상까지 우리 가문이 지원할게. 그러니 내가 동행하게 도와줄래?’
레나가 창왕의 얼굴을 떠올렸다.
기사단의 운용에는 굉장히 많은 돈이 들어간다.
그 때문에 창왕은 명성에 걸맞지 않은 자잘한 임무에도 힘을 쓰는 바람에 명예도 조금 실추된 상태였다.
스피어 기사단의 기사들이 저렇게 피곤해 전 얼굴을 하는 이유도 제대로 된 보상과 음식이 제공되지 않아서였다.
그런 스피어 가문에게 로베르의 지원은 천금과도 같았다.
계산을 하고 있는 레나에게 유진이 덧붙였다.
‘내가 굳이 전음으로 말을 거는 이유가 있겠지? 티 내지 말고 나중에 답해줘. 충분히 생각해보고.’
‘……알겠어요.’
레나는 유진의 말대로 아무런 제스쳐도 없이 이동 관문에 올라탔다.
체첸이 킬킬거리며 웃었다.
–또 클라크가 놀릴까 봐 그랬구나.
‘여간 극성맞은 게 아니니까. 삼촌이 언제부터 저렇게 됐지…….’
유진이 굳이 레나에게 이토록 적극적인 제안을 하는 건 별도의 이유가 또 있었다.
마그노라는 던전이 가진 특성 때문이었다.
‘용의 알을 부화시켜야 해.’
우연한 계기로 얻은 용의 알이었지만, 이는 유진에게 좋은 일이었다. 무려 용을 얻을 기회였으니까.
또한.
‘용의 알은 태양신교 내부에 있었고, 교황은 나중에 창왕을 습격해서 죽였다. 아마 이 용의 알과 창왕, 그리고 마그노가 연관되어 있을 거야.’
유진은 용의 알에서 흘러나오던 목소리를 기억했다.
-나는 지크, 화룡 지크다.
화룡 지크를 깨우기 위해서는 용암지대인 마그노에 그 열쇠가 있을 터.
전생의 기억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며 조합해 보았을 때, 확신할 수 있었다.
‘결국 태양신교가 창왕을 처리한 것도 용의 알을 깨우기 위함이 분명해.’
유진은 이동 관문으로 이동하기 전 태양신교의 본단이 있는 곳으로 잠시 시선을 돌렸다.
‘저 높은 건물 꼭대기에 교황이 있겠지. 그때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보자.’
아주, 많이 다른 모습으로.
* * *
유진이 펜첼에 복귀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그 사이에 유진은 그를 환영하는 많은 이들과 많은 대화를 해야 했다.
금검과 궁귀, 투귀부터 아이칸, 주작 기사단의 선배들, 동기들, 그리고 유진의 있지도 않은 연애사를 궁금해하는 클라크까지.
그들이 퍼붓는 질문 세례에 답해주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초신성의 파티에는 괜찮은 녀석이 있었는지.
그런데 그 녀석들을 정말로 네가 다 때려눕힌 게 맞는지.
놈들의 필살기는 파악이 되던지.
그 위력은 어느 정도였는지. 등등…….
그렇게 일주일간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유진이 퀭한 눈으로 제 방에서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집중해서 관찰하던 와중이었다.
똑똑-
에막스가 그에게 찾아와 편지 하나를 건넸다.
“유진, 가주님의 서신이다.”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에막스는 유진에게 무언가를 말할까 말까 고민이 되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
“하실 말씀이라도 있나요?”
“흠흠, 그, 저기 말이다.”
“……어떤?”
“……네가 자랑스럽구나.”
유진이 잠시 멍하니 에막스를 바라보았다.
“험험…… 음, 네가 사자의 시험을 치고 들어와 내가 모질게 훈련을 시키던 게 엊그제 같은데, 크흠, 벌써 초신성의 파티에 부름을 받고 가는 실력이 됐다니…… 자랑스럽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에막스는 펜첼의 1인자이자 북벽 제이드의 최측근인 인물이다.
그런 만큼 입이 무겁고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었으나, 그런 그도 유진의 활약에 뿌듯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제야 유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다 훌륭한 스승님과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크흠.”
에막스는 헛기침을 하다 돌아서서 나갔다.
유진은 그 찰나에 에막스가 짓던 은은한 미소를 보았다.
그 역시도 뿌듯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투둑.
제이드의 편지를 뜯어보니, 역시 예상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태양신교의 임무에 참여하는 걸 허락한다.
짧디짧은 문장.
유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허가도 맡았으니 이제 움직이기만 하면 돼. 물론 군대를 제대로 만든 다음에 임무에 나서겠지만.’
아마 제이드와 에막스는 한 가지 고민을 하고 있을 터였다.
‘독자적인 임무 수행권을 만들 필요성을 느끼겠지. 기사단원이 홀로 임무에 나서는 일은 흔치 않으니까.’
유진이 피곤한 듯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목적지는 주작기사단의 훈련장인 남관.
“다들 도착했어?”
엘도라를 비롯한 모든 동기들이 남관에 이미 도착한 상태였다.
“어, 다 너 기다렸다. 며칠 내내 방에서 안 나오더니, 무슨 일…… 아니, 너 얼굴이 왜 그래?”
“유진, 네 눈이 썩은 동태눈인 건 처음 본다. 잠을 못 잤나?”
일주일간 피곤에 절어가며 연구한 것은 바로 ‘그라시안의 모래시계’.
유진의 피곤한 얼굴에 그 어떤 악귀보다도 사악한 미소가 걸렸다.
“다 모여.”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