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09)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09화(109/320)
주작 단원들과 감스탄, 그리고 유진과 동기들이 남관에 모였다.
탁.
유진이 연무장 중앙에 모래시계를 놓은 뒤 오러를 불어넣었다.
잠깐의 진동이 일더니, 주작 단원들에게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오오……! 진짜로 오러가 빠져나가잖아?”
“크하하! 이 정도쯤이야. 유진! 이게 최선이냐?”
이 중에서 경험이 가장 많다는 감스탄마저 그라시안의 모래시계는 처음 겪어봤기에 신기하다는 표정이었다.
이번 훈련의 목적은 감스탄과 선배들에게 그라시안의 모래시계를 보여주기 위함이었기에, 유진의 동기들은 밖에서 저들끼리 킬킬거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저게 끝이겠어? 유진이 그 정도로 끝낼 놈이겠냐고.”
“선배들이 울고불고 매달리는 모습이 코앞이다. 큭큭.”
체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녀석들은 꽤 할만해 보이는데? 네 동기들과는 수준이 달라서 그런가?
‘저 여유가 얼마나 가는지 한 번 봐.’
유진이 쿠란의 검을 빼 들고 감스탄을 불렀다.
“잘 작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오러가 빠져나가는 게 느껴지십니까?”
“그래, 신기한 물건이구나. 뭔가 빨대가 꼽힌 것 같아 불쾌하기도 하고 말이야.”
“제대로 됐네요. 근데 아직 하나가 더 남았습니다.”
“남았다고? 뭐가 남아?”
유진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쿠웅!
대기압이 돌연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컥……!”
“뭐, 뭐야? 갑자기 몸이, 너무 무거운데?”
사실 중력이 무거워지는 마법이 적용된 것이었지만, 기사들은 영문도 모른 채 무릎을 휘청여야 했다.
시작한 지 1분도 되지 않았는데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감스탄도 예외는 아니었다.
“흠……! 남았다는 게 이거였구만!”
감스탄은 오러만 보자면 8성 후반으로, 주작의 단원들 중에서 가장 곧은 자세로 잘 버텨내고 있었다.
‘하지만 육체의 한계를 벗어던지지 못했어.’
대륙에 이름을 떨치는 강자들은 하나같이 육체의 한계를 벗어던졌다.
그 이유는 9성에 오르게 되면 겪는다는 바디체인지를 이겨냈기 때문이다.
바디체인지, 혹은 환골탈태라 부르는 것은 일종의 각성으로, 오러홀의 확장과 더불어 체골이 완전히 뒤바뀌는 현상이었다.
바디체인지를 이겨내면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 보이며 항상 전성기의 육체로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감스탄은 바디체인지를 이겨내지 못했고, 결국 9성이라는 벽을 넘지 못했어.’
절대적인 오러의 양은 늘었지만 육체는 계속 노쇠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인 걸 따진다면 감스탄은 8성 중반.
유진은 8성 초반의 오러 수준이었다.
과연 맞붙는다면 누가 승리를 거둘까?
‘나에게 충분히 좋은 연습 상대가 될 것 같다.’
동기들을 훈련하는 데에 힘을 쏟긴 했지만, 유진 또한 이 그라시안의 모래시계를 이용하여 스스로를 단련할 요량이었다.
“부단장님, 선배들에게 본보기와 더불어 모범을 보여줄 겸, 저랑 대련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대련?”
감스탄은 순간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입꼬리를 올렸다.
이미 패기와 호승심 같은 단어는 잊고 살았다고 생각한 감스탄에게 유진의 도전이 좋은 자극제가 된 것 같았다.
“좋다. 그간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해보자.”
그라시안의 모래시계가 주는 제약은 감스탄이나 유진에게 똑같이 적용되고 있었다.
탓.
유진과 감스탄이 목검을 들고 마주섰다.
“정말로 부단장님과 유진이 대련을 한다고?”
“허어, 그래도 이건.”
주작 단원들이 고개를 저으며 유진을 보았다.
아무리 유진이 요즘 기세가 오르고 있다고 해도, 부단장과의 대련은 다소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물론 대련은 대련이기에, 생사를 다투는 싸움이 아니니 각자의 기술을 적당히 보여주고 대처법을 모색해보는 시간이겠지만 말이다.
다만 모래시계 덕분에 움직임이 대단히 힘들 터인데, 그 제약을 뚫고 제 실력을 보일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어느 누가 시작이라고 할 것도 없이, 감스탄이 몸을 움직였다.
탓!
유진의 앞에 어느새 감스탄이 드리웠다. 목검을 유진의 복부로 내질렀다.
유진이 목검을 쳐들어 막아냈으나, 감스탄은 유진을 추격했다. 한 번 더 찔러오는 목검에 유진이 다시 검을 들어 쳐올리던 때.
목검이 돌연 유진의 턱으로 확 올라왔다.
쉭!
유진은 황급히 고개를 비틀어 공격을 피했다. 만약 같은 방법으로 방어를 했다면 유진은 제 발을 제가 밟은 꼴이었을 것이다.
‘빠르다. 역시 감스탄은 다르네.’
동기들을 상대하던 때와는 명확하게 다른 속도와 힘이었다.
분명 모래시계의 효과를 받아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거울 텐데도 감스탄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오!”
“역시 부단장님이 압도하는군. 암만 유진이라지만 힘들지, 저건.”
감스탄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내뱉었다.
“이제 제대로 해보자꾸나.”
감스탄이 유진의 허벅지를 향해 가로로 목검을 크게 휘둘렀다.
거리가 가까웠기에 공격의 범위 안에 유진이 있었고, 유진은 피하기보다 막아야 할 수밖에 없었다.
휘둘러오는 검의 궤도를 보며 방어 자세를 취하던 찰나, 유진이 아차 했다.
‘중검이다.’
감스탄은 오러가 빠져나가든 말든 검에 오러를 한가득 실었고, 살상력이 더해진 검은 그대로 유진의 검과 맞부딪혔다.
쾅!
유진이 충격을 받아 튕겨 나가 공중에 떴다. 만약 방어하지 못했다면 유진은 허벅지가 부러졌을 것이었다.
대련이라는 틀 안에 있기에 설렁설렁한다고 하더라도, 감스탄의 공격 하나하나에는 지대한 위력이 실려 있었다.
하나.
유진이 낙법으로 착지를 하며 히죽 웃었다.
“좀 아프시지 않습니까?”
주작 단원들은 그 말의 의미를 눈치채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당사자인 감스탄은 손과 팔이 저릿하여 순간 소름이 돋았다.
‘역전검……!’
유진은 어느새 감스탄의 중검을 역전검으로 대응한 것이었다.
만에 하나 역전검을 실전처럼 제대로 사용했다면, 튕겨 나간 건 유진이 아니라 감스탄이 돼야 했었다.
“중검의 대항법을 이미 숙지했구나. 역전검이라니, 다른 검도 아닌 중검에 딱 알맞은 방어법이야.”
“이제 제 차례군요.”
감스탄의 지척까지 다다른 유진이 사각으로 빠지며 검을 대각선 위로 올려쳤다. 검의 궤도가 특이했기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공격이었다.
하나, 경험이 많은 감스탄은 이런 경우를 이미 많이 겪어보았다.
파훼법은?
콱!
최소한의 오러를 이용하여 방벽을 둘렀다가, 바로 해제하며 상대의 품속으로 돌진한다.
사각으로 빠지면서 중심이 무너지는 점을 노린, 정석적이지만 고난이도의 파훼법이었다.
그러나 유진은 이마저도 상정해둔 모양이었다. 오러 방벽에 가로막혀 튕겨 난 반발력을 이용, 목검을 반시계방향으로 180도 빙글 돌리더니.
“……!”
그의 곁으로 달려든 감스탄에게 유진은 목검의 손잡이 끝부분을 내리쳤다.
쾅!
감스탄이 오러 방벽을 둘러 간신히 안면이 박살 나는 걸 막았다. 주변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어어!”
“부단장님이……!”
유진은 조용히 물었다.
“방금 그 기술은 처음 봅니다.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시전했다가 거두어들이는 건지.”
“방벽 말하는 거냐? 연습만이 살길이지.”
그러나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유진이 감스탄을 밀어내고 거친 숨을 골랐다. 감스탄도 마찬가지로 어깨를 들썩이며 심호흡을 했다.
“하아, 이건 뭐, 무슨 물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구나. 꽤…… 힘들어.”
오러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미 많이 빠져나간 오러를 다시 채워 넣어 사용하려면 오러홀이 더욱 열심히 돌아가야 했다.
중력도 무거운 상태였기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싸움은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유진도 마찬가지로 너털웃음을 흘렸다.
“후우, 이 정도로 힘들 줄 알았으면 그냥 적당히 하고 빠져나올 걸 그랬나.”
“마음에도 없는 소리!”
감스탄과 유진이 마주 달려들었다.
이미 둘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그랬기에 마지막 필살기를 서로 선보이고 끝을 내야 했고, 그 마음은 서로가 같았다.
화아악!
두 남자의 등 뒤로 주작의 환영이 크게 떠올랐다.
동시에 ‘삼염참’을 시전한 것이다.
여기서 주작 단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크, 크기가 비슷해.”
“유진도 저 정도로 큰 환영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환영의 크기는 곧 삼염참의 위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였는데, 유진의 환영은 감스탄의 환영과 엇비슷한 크기였던 것이다.
쾅!
서로의 일멸이 부딪히자 매서운 화염이 바닥에 한가득 깔리고.
화르륵!
이멸이 시전되자 대기 중에 불꽃 아지랑이가 넘실거리며 공기를 뜨겁게 덥혔다.
그리고, 마지막.
삼멸이 충돌했다.
꽈아앙!
거대한 화염이 그라시안의 모래시계 범위 전체를 가득 메우며, 연무장 내부는 마치 지옥불을 머금은 화산의 분출구 속과 같이 변모했다.
“끄아악!”
“방벽……! 방벽 둘러!”
주작 단원들이 질겁하며 제 몸을 보호하기 위해 발버둥 쳤다.
물론 감스탄과 유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크윽!”
“후우……!”
어마어마한 열기에 헛숨을 들이키자 폐 속이 달궈지면서 몸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단순한 힘과 힘의 충돌이었지만, 그 파장은 커다랬다.
그렇게 5분 뒤.
“후우우…….”
“죽는 줄 알았군.”
모든 화염이 사그라들고, 열기가 가라앉았다.
서로 마주 보던 유진과 감스탄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유진은 감스탄에게서 배울 점을 찾아 기뻤고, 감스탄은 유진이 대견했기에 즐거웠던 것이다.
‘마지막, 삼멸에서 감스탄과 나의 차이가 확실하게 드러났다. 역시 아직도 나는 멀었어.’
그가 화염에 데여 뜨거워진 손과 팔을 내려다보았다.
만약 유진이 더 뛰어났다면, 이런 상처는 없었을 터.
물론, 감스탄도 마찬가지로 감회가 남달랐다.
‘유진, 네 녀석은 정말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인재구나. 어느샌가 늙어버린 나에게도 큰 자극제가 되는 데에다가…….’
감스탄의 시선이 주작 단원들에게 향했다.
고수 간의 대결은 보는 것만으로도 큰 성장의 단초가 된다.
그들은 유진을 가만히 응시하며 저마다 다른 감상을 느끼는 듯했다.
한참 어린 후배가 이 정도의 힘을 뽐낼 수 있다는 데에서 오는 자극이 상당해 보였다.
감스탄이 미래를 잠시 가늠해 보았다.
‘녀석이 나를 따라잡는 데 몇 년이 걸릴까? 아니, 내가 본 유진의 성장 속도라면 단 몇 개월만 지나도 나를 앞지를 것 같다.’
그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릴리안 단장님, 주작 기사단에 정말 큰 복을 내주셨군요…….”
짝!
유진이 손뼉을 치면서 한마디 했다.
“이어서 해볼까요?”
방금 장면을 통해 자극을 받을 대로 받은 주작 단원들의 투지가 솟아올랐다.
* * *
약속된 수련 시간인 1시간이 지난 상황.
“신입들이 왜 그렇게 다 죽어가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알겠다…….”
“악마야. 유진, 네놈은 악마라고!”
아직 회복의 시간을 겪지 못한 단원들은 차라리 시체에 더 가까운 상태가 되어 흐느적거렸다.
그러나 곧 그들의 표정은 거짓말처럼 풀렸다.
“이제 회복의 시간입니다. 다들 자리에 앉으세요.”
화아악!
방금까지 공기를 덥히던 열기는 가시고, 어느새 시원한 산들바람이 연무장 내부에 가득 불었다.
그들은 저들끼리 치고받으면서 상처는 물론 정신력도 갉아먹을 대로 갉아 먹혔다.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평온한 얼굴이 되었다.
“말도…… 안 돼. 이렇게 상쾌할 수 있다니…….”
“오러가 충만해진다. 정말이었어.”
“미쳐버릴 만큼 힘들긴 했지만 얻는 게 확실하군.”
감스탄은 제 단원들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옷은 넝마가 된 데다가, 피로 얼룩진 입으로 황홀을 외치는 광경이라니. 진귀한 장면이군.’
과거 ‘사탄 들린 주작’이라는 우스갯소리 별명으로 펜첼을 휘젓던 그는 잠시 추억을 떠올렸다.
‘유진도 악독하긴 하군. 젊을 때의 나라면 어떻게 더 악랄하게 굴었을까…….’
유진도 땀에 절어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으나, 마음은 편안했다.
‘이쯤이면 감스탄에게 맡기고 가도 되겠어.’
지금 감스탄의 표정에서 말로만 듣던 악마 교관의 단면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엘도라, 라울러, 인스 형들! 이제 들어와.”
그들은 방금 전 광경을 보면서 여전히 놀라움과 경악에 찬 얼굴이었다.
하지만 경악하기엔 아직 일렀다.
“감스탄 부단장님, 제가 모래시계의 사용법을 알려드릴 테니 제 동기들도 함께 맡겨도 되겠죠?”
감스탄의 입꼬리가 악귀처럼 주욱 찢어졌다.
“물론이지.”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