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1)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1화(11/320)
그 말과 동시에 바닥에 착 깔려 있던 기운이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후우우……!”
아이들이 간신히 호흡을 내뱉었다.
유진과 엘도라도 소리 없이 숨을 내쉬며 제이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옅은 주름이 눈가에 몇몇 자리 잡고 있지만, 70대의 나이라고는 전혀 믿기지 않는 외모와 눈빛.
분위기 자체만 놓고 본다면 금검보다도 젊다고 봐도 좋았다. 물론 금검이 들으면 노할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 사이 제이드가 일등 집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간단히 끝내지.”
“예.”
일등 집사는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아이들을 한 명씩 가리키며 혈통과 성별, 나이, 오러의 성급 등을 제이드에게 보고했다.
“레오드는…….”
“가르반느는…….”
“주플로는…….”
이들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 제이드는 미동도 없는 표정이었다. 별 감흥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인스 형제의 차례가 되었을 때.
유진이 시리우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자신의 팔짱을 끼고 자신의 두 아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마 조금 전 제이드가 유진과 엘도라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는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었다.
두 녀석이 유진과의 싸움에서 지지 말았어야 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인스 형제도 시리우스의 시선을 느꼈는지 조금 초조해하는 기색이었다.
유진은 그 둘의 모습을 보며 가볍게 혀를 찼다.
‘그렇게 초조해하면 네 아버지가 더 싫어할 텐데.’
시리우스가 얼마나 냉혹하고 자신의 명예를 중요시하는 인물인지 알고 있는 유진은 인스 형제가 조금 안타깝기도 했다.
그동안 시리우스가 얼마나 인스 형제를 때리고 다그쳤을까. 저 근육은 정말로 인스 형제 스스로 만든 것일까.
물론 그거야 저들의 일이니,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엘도라는…….”
이어 엘도라의 차례가 되었다.
유진은 엘도라의 아버지이자 셋째 삼촌인 클라크를 잠깐 응시했다.
그는 그저 담담한 표정이었다.
아마 자신의 딸이 이미 최고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클라크 삼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네. 한결같아.’
유진은 클라크를 전생에서도 잘 따랐었다.
공과 사가 명확하고, 겉으로는 얼음장처럼 차가워도 속은 따듯한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음…….”
엘도라에 대한 설명을 들은 제이드는 엘도라를 잠시 응시했다.
12살의 나이에 벌써 3성에 이르렀다는 천재성을 인정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이어 일등 집사가 유진에 대해 설명했다.
“유진 로베르의 이름은 12살이며, 오러의 성취는 2성이며…….”
그때였다.
“잠깐.”
제이드가 말을 끊더니 유진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의 눈이 일순 옅은 금빛을 띠었다. 유진에게서 뭔가 이상한 점을 느낀 모양이었다.
‘내가 묵광을 익힌 걸 알아챌 수도 있다.’
제이드의 수준쯤 되면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진이 긴장감을 머금은 채 제이드의 시선을 받아냈다.
“오러의 성취가, 2성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
제이드는 더 묻지 않고 유진을 말없이 응시했다.
그러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일등 집사에게 설명을 이으라는 제스쳐를 보였다.
‘저 양반은 진짜, 속이 하나도 안 보이네, 후.’
묵광을 알아챈 건지, 아니면 그냥 의심하는 수준에서 넘어간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모든 아이들의 소개가 끝나고, 일등 집사가 사자의 시험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려던 참이었다.
“펜첼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제이드가 아이들을 향해 한 질문이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이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눈치를 살피다가, 인스형제가 먼저 대답했다.
“북방 제일의 가문입니다! 대륙에서 가장 험준하다는 북부에서 지금까지 명예를 지키고 있으니까요.”
“저희는 이곳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습니다.”
제이드가 표정 없는 얼굴로 물었다.
“명예? 우리가 어떻게 명예를 지키고 있지?”
사뭇 건조한 목소리에 아인스가 흠칫했지만, 제인스가 재빠르게 대답했다.
“펜첼은 여전히 북부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입지를 갖고 있습니다. 명예를 지킨 방법에는 대표적으로 몬스터 스트림 사태가 발발했을 때 흑룡을 처치한 점이 있습니다.”
아인스가 거들었다.
“그 활약 덕분에 크렘린, 유크 가문 등이 감사 편지와 함께 선물을 보내오기도 했었죠.”
아인스와 제인스의 대답은 정석적이었다.
유진이 두 형제를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의외로 나쁘지 않네. 무작정 아부성 발언이 아닌, 의견의 근거를 가져왔으니.’
시리우스도 그 대답이 무난했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드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마음에 들지도, 안 들지도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지금 시간은 일종의 간단한 시험이었다.
한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전 북부 외곽 가문에 소속한 소수민족과의 충돌이 있었습니다.”
엘도라였다.
“더 말해 보거라.”
“그때 문제의 원흉은 펜첼가에 소속된 행정처리 직원과의 마찰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이에 미루어 보아 타 가문이나 타 지역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점이 단점입니다.”
시리우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엘도라.”
“물론 이는 가문의 발전을 위해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한마디 하려는 시리우스였지만, 정작 제이드의 표정은 달랐다.
“좋은 지적이구나.”
“감사합니다.”
시리우스가 애써 입을 다물고, 제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꽤 괜찮은 답변임이 틀림없었다.
‘펜첼가가 개선해야 할 점을 짚으면서도 후에는 말의 의도를 정확히 밝혔다. 주관을 드러낼 줄 안다는 거지.’
유진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엘도라는 역시 될 싹수다.
제이드는 더 말할 사람이 없냐는 듯 주위를 둘러보다가, 일등 집사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럼 하려던 이야기마저 하지.”
“예. 가주님.”
그때였다.
“우물 안 개구리입니다.”
“……?”
“……?”
그곳에 있던 아이들은 물론 시리우스, 클라크, 일등 집사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유진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시리우스가 일그러진 표정을 한 채 물었다.
“뭐라고?”
“북방의 대부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펜첼가를 높이 사기에 충분한 근거입니다.”
“그런데 뭐? 우물 안 개구-”
“하지만 펜첼은 지금 제자리걸음 중입니다. 더욱 큰 세력을 가질 수 있었음에도 말입니다.”
시리우스가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
“유진, 그 입을 잘못 놀리다간 엄한 벌을 받게 될 것이다.”
“아인스가 말한 명예, 좋습니다. 엘도라가 말한 소통, 좋습니다. 그러나.”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펜첼은 이 정도 명예에서 만족해서는 안 되고, 소통 따위는 필요치 않습니다. 어째서 펜첼이 소통을 해야 합니까? 펜첼은 현재에 안주하고 있습니다.”
“유진 로베르! 입 다물지 못해!”
시리우스가 약간의 오러를 담아버럭 소리쳤다. 공기가 강하게 떨렸다.
하나, 제이드가 시리우스를 막았다.
“더 들어보지. 재밌군.”
“하지만……!”
“시리우스.”
시리우스가 입을 꾹 다물자 유진이 말을 이었다.
“흑룡은 잡아 죽여 압도했는데, 어찌 북부 외곽의 소수민족과 ‘소통’씩이나 해야 합니까?”
“그렇다면?”
“찍어 눌러야 합니다. 패도의 길을 걷고 있다면,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합니다. 그들은 누구 덕분에 북부에서 자리 잡고 살고 있는지 모르는 양아치들일 뿐인데, 소통이 어찌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옆에서 말을 듣고 있던 엘도라가 날카로운 눈으로 유진을 째려봤다.
자신의 의견이 정면으로 반박당했으니 불쾌한 모양이었다.
하나, 유진은 개의치 않았다.
“말을 안 듣는다고 해서 달래면 안 됩니다. 매를 때리고 벌을 줘야 합니다. 그걸 할 수 있는 게 펜첼입니다.”
“음.”
늘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제대로 된 의견을 내놓는 이가 거의 없었는데, 12살짜리 꼬마에게 그런 말을 들을 줄이야.
오죽하면 노기를 띠던 시리우스조차도 방금 유진의 말에 고심에 잠기는 지경이었으니.
그 공간에 있던 모든 이들이 입을 다물고 제이드의 눈치를 보았다.
제이드는 판결을 내리는 판사처럼 고민하다가 돌연 유진에게 질문했다.
“아비가 리처드 로베르이더냐?”
“예. 그렇습니다.”
“리처드가 아들을 잘 키웠군.”
시리우스가 입술을 깨물고, 클라크는 속을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이었으며, 아이들의 눈은 커졌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제이드의 입에서 그런 칭찬이 나오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유진이 공손한 자세로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아이들 소개는 끝난 것 같군. 나는 나가볼 테니, 사자의 시험에 관해 설명해주거라.”
“예, 가주님.”
유진의 머릿속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쁘지 않은 결과인 것 같은데.’
그에 반해 시리우스의 표정은 바싹 굳어 있었고.
‘내 아들이 아니라, 그 보잘것없는 상인 놈의 아들이 주목받다니…….’
클라크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재밌는 녀석이 들어왔군. 과연 실력은 어떨까.’
그렇게 제이드와 시리우스, 클라크가 문밖을 나서던 참이었다.
“지켜보마.”
제이드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한 마디를 내뱉고 나갔다.
유진이 옅게 웃었다.
* * *
사자의 시험이 열리는 날.
펜첼가의 지하 깊은 곳, 얼음 호수에 유진을 포함한 12명의 참가자와 제이드, 그리고 안내는 맡은 일등 집사가 모였다.
“며칠 전 말했다시피, 시험은 얼음 호수 안으로 들어가 물속에 있는 얼음동굴을 지나서 반대편에 있는 호수 밖으로 나오면 되는 형식입니다.”
“후우…….”
몇몇 아이들이 긴장감을 애써 숨기며 호흡을 내뱉었다.
얼음 호수에서 풍기는 한기는 생각보다 더욱 강했고, 저 끝도 안 보이는 깊이의 차가운 호수에 빠져들어 수영을 해야 한다는 건 더욱 커다란 공포였다.
하지만 유진은 전혀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하, 막상 이렇게 보니 기분이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네.’
전생에서 이 차가운 호수에 몸을 던져 그토록 발악을 하고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니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
물론.
‘그 경험 덕분에 이번 생은 훨씬 수월하게 살아나갈 수 있지.’
그런데 옆에서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엘도라가 유진을 독기어린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깜짝아.”
“너, 각오해.”
뭘 각오하란 건지 모르겠지만, 저러는 이유는 알 것 같았다.
‘그때 자기 의견에 반박한 게 자존심이 상했나 보군. 역시 아직 어리긴 어려.’
유진이 빙긋 웃어 보이자 엘도라가 미간을 팍 찌푸리며 고개를 휙 돌렸다.
“물속에는 온갖 마도 함정이 도사리고 있으니 주의하지 않으면…….”
뒷말을 삼키며 일등 집사가 빙긋 웃는다.
아마 죽는다는 의미겠지.
이번 시험에서는 얼음장 같은 물에서 제 몸을 움직일 체력과 함정을 발견할 수 있는 관찰력, 그리고 그걸 피해낼 순발력이 중요했다.
“선착순으로 점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고, 도착만 하면 시험에는 합격이니 어떻게든 해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제 의상을 탈의하시길 바랍니다.”
수영을 하기 위해선 옷을 벗어야 했다.
유진이 상의를 먼저 벗자 이곳저곳에서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와…….”
“허…….”
온갖 흉터로 가득한 근육질의 몸이 드러났으니 그럴 법도 했다.
라울러는 이미 한 번 유진의 몸을 봤기에 그나마 덤덤했지만, 딱 두 명은 절대 덤덤하지 않았다.
“와…….”
“말도 안 돼…….”
인스 형제였다.
그들은 평소 같았으면 자신의 몸을 뽐내느라 가슴을 활짝 펴는 등의 짓을 했겠지만, 지금은 유진의 몸을 보느라 바빴다.
이미 수련장에서 봤는데도 그들은 처음 본 것처럼 놀라고 있다.
결국 아인스가 참지 못하고 탈의를 하고 있는 유진에게 살짝 다가갔다.
“흠흠…… 그, 너 말이야.”
“왜?”
“……좋은 걸 많이 먹나? 그게 뭔지 공유 좀 할 수 있나 해서.”
“그런 거 없어.”
“…….”
아인스는 자존심이 묘하게 상해하면서도 유진의 몸을 계속 흘깃거렸다.
“미안한데 자꾸 그렇게 변태처럼 보면 불쾌해.”
“그, 그래.”
아인스는 결국 입맛을 다시며 자리로 돌아갔다.
비록 유진과의 싸움에 대패했다는 게 기억에 선한데도 근육에 대한 욕심은 감출 수가 없어 보였다.
속옷을 제외한 모든 의상을 탈의한 뒤, 그들이 연못 바로 앞의 출발 선상에 섰다.
“출발!”
일등 집사의 지시에 따라 모든 아이들이 물속으로 몸을 던졌다.
풍덩!
그런데…….
오직 유진만은 뛰어들지 않았다.
다만 왼쪽 벽 쪽으로 걸음을 옮길 따름이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