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10)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10화(110/320)
동기들이 감스탄의 얼굴을 보고 흠칫 떨었다.
“부단장님, 왜 그렇게 웃으세요…….”
“저희도 그동안 많이 훈련했으니까 좀 살살해주셔도 좋습니다……!”
“그래? 흐음.”
감스탄이 히죽 웃었다.
“싫은데?”
유진의 동기들이 오들오들 떠는 동안, 감스탄은 유진에게 모래시계의 사용법을 숙지 받았다.
“좋아, 이 정도면 됐다. 유진, 너는 이제 갈 때가 됐지? 휴가 말이다.”
“네, 가볼게요. 라울러 형! 가자.”
라울러는 유진의 뒤에 숨어 감스탄을 훔쳐보았다.
“부단장님 표정, 난 다 봤어. 인간이 아니었다고. 사탄이었어.”
“형은 그래도 휴가 다녀오잖아.”
“빨리 가자.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어.”
유진과 라울러가 인사를 꾸벅 올리고 남관을 나섰다.
그러자 그 차분하던 엘도라도 혼란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뭐야? 쟤네 어디 가? 휴가라니? 우리는?”
“엘도라.”
감스탄의 부름에 엘도라가 두려움에 물든 얼굴로 그를 돌아보았다.
“다시 시작해 봐야지? 저 녀석들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사항인 게냐?”
“그, 그건 아니지만.”
“제대로 해보자꾸나. 죽어서도 잊지 못할 시간을 선사해주마.”
인스 형제는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악마가 가나 싶었더니, 사탄이 왔어…….”
그 시각, 짐을 챙기러 기숙사로 가던 유진과 라울러는 귓구멍을 후볐다.
“누가 우리 욕하나?”
* * *
유진과 라울러가 이동 관문을 통해 먼저 들른 곳은 에이츠가 아닌 로베르 가문이었다.
라울러는 유진 덕분에 휴가를 얻은 것이기에 군소리 않고 그를 따랐으나, 의문이었다.
‘유진도 부모님을 빨리 만나 뵙고 싶었던 건가?’
뭐, 아무렴 어떤가.
지긋지긋한 지옥 훈련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데다가.
걱정이 되는 본가에도 잠시 들를 수 있게 해줬으니 유진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근데 왜 나만 휴가인 거야? 다른 애들도 같이 휴가 보내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런 게 있어. 곧 알게 될 거야.”
탓.
이동 관문에서 내려 로베르의 영지에 발을 디딘 라울러는 입을 떡 벌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커다란 건물.
깨끗한 거리.
연일 커가는 로베르 가문의 위상을 대변하듯 발달한 도시의 모습이 그의 눈앞을 가득 메웠다.
수도에만 있다는 제과점이나 음식점들이 로베르에서도 성황리에 장사 중이었고.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행복한 듯 해맑게 웃고 있었다.
처음에는 라울러도 밝고 활기찬 분위기에 취해 입꼬리를 올렸으나, 이내 슬픈 눈빛이 되었다.
‘이런 게 진짜 영지겠지.’
누군가의 요구나 협박에 휘둘리지 않고, 자주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삶.
‘우리 가문도 이렇게 밝은 분위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라울러는 자신의 기억 속 옛날의 에이츠 가문을 떠올렸다.
로베르만큼 부유하진 않았어도 행복하게 웃던 영지민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의 누이와 여동생은 말할 것도 없이 행복했었는데.
지금은 이리저리 휘청이는 갈대와 같은 가문이 되어버린 상태였다.
‘반드시 그때로 되돌리겠어.’
라울러가 의지를 단단히 다졌다.
* * *
영주성으로 가는 길.
유진이 예전 추억이 생각나 히죽 웃었다.
“지금 내 행색은 어때? 신경 좀 쓸 걸 그랬나?”
“응? 무슨 소리야?”
“부모님 뵈러 가는데 좀 멀끔하게 차려입고 가야 했던 거 아니냐고.”
유진과 라울러가 이동 관문에서 처음 만났을 때.
라울러는 허세에 가득 차 유진을 변방 영지에서 온 뜨내기로 보곤 복장을 지적했었다.
유진은 그때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에이, 야! 뭔, 또 그런 얘기를 꺼내냐. 창피하게.”
“요즘 유행하는 패션을 적극 반영한 최첨단 기능성 활동복으로 입은 것뿐이니까 너무 지적하지는 말아줘.”
“아악! 쪽팔린다고! 그만, 그만!”
유진은 킬킬 웃으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 호위 기사는 어떻게 됐어? 너한테 되게 충성하는 것 같던데.”
“영지에 가 있지. 봉급도 몇 달 치 밀렸는데…… 아직도 일하고 있어. 곧 상황이 좋아지겠죠, 하면서. 고마운 분이야.”
“생각해보니까 그분은 나한테 초콜릿 폭탄도 선물로 주셨었지? 아마?”
“내가 미안하다. 내 흑역사가 될 줄은 몰랐어…….”
유진이 라울러의 기분을 고려하여 농담을 치는 동안, 가문의 본지를 지나 영주의 집무실에 도착했다.
“유진!”
“라울러구나, 네가!”
리처드와 릴리안이 유진과 라울러를 맞이했다.
릴리안은 펜첼에 간혹 들렀기에 라울러와 안면이 있지만 리처드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리처드는 마치 라울러를 제 아들처럼 친근하게 대했다.
“이야, 인물이 훤하구나! 밥은 먹었느냐? 배고프지?”
“아! 네네. 아직 참을 만하긴 한데, 조금 고파요.”
“고생 많았다. 요 훈련에 정신 팔린 녀석이랑 같이 사는 게 만만치 않겠구나.”
“하하…… 조금요……?”
“크하하! 조금이 아닌 것 같은데?”
유진은 라울러를 살갑게 대하는 제 아빠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라울러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일부러 저렇게 하시는 거겠지. 아버지도 참, 속이 깊은 사람이야.’
릴리안도 밝게 웃으며 유진과 라울러의 어깨를 두드렸다.
“난 또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말도 없이 독립해서 나간 줄 알았잖니. 집에 한 번을 안 오더니, 이제야 오네. 으이구.”
“바빠서 어쩔 수가 없었어요. 눈 밑에 다크서클 보이세요? 샤인 머스캣 한 송이만 주세요.”
“어머, 정말이네. 그래, 일단 밥부터 먹고 먹으렴.”
대화를 듣던 라울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샤인 머스캣을 먹으면 다크서클이 없어져? 그런 효능이 있던가?”
“나중에 알게 될 거야. 일단 들어가자.”
“뭐…… 그래.”
라울러는 화목한 유진의 가족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도 살아계셨다면 유진을 이렇게 반갑게 맞이해 주셨겠지?’
왠지 모르게 슬픈 기분이었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털고 작게 웃었다.
* * *
식당에 도착한 유진 일행은 의자에 앉았다.
통오리 구이, 통삼겹살, 전복회, 돌돔회, 꽃등심 등.
온갖 육해공이 다 뭉친 진수성찬을 먹고 나서 유진과 라울러가 배를 통통 두드렸다.
“나 너무 배불러. 진짜 너무 잘 먹었다.”
리처드는 그런 라울러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맛있게 먹어주니 기쁘구나. 자, 여기 식혜도 있다. 아주 달달하니, 맛있어.”
“아, 저 배불러서, 괜찮아요.”
“에이, 입가심은 해야지!”
“그……럴까요?”
리처드는 시골에 온 손자들에게 어떻게든 맛있는 걸 많이 먹이고픈 할머니에 빙의한 것 같았다.
유진이 입가를 닦으며 본론을 꺼냈다.
“형. 사실 형네 에이츠 가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거는 알고 있어.”
“어……? 어떻게? 설마, 그래서 나한테 휴가를 보내 달라고 요청한 거야?”
“뭐, 그런 셈이지.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냐면, 우리 가문은 이제부터 에이츠 가문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할 거야.”
“공격적으로 투자를 한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좀 많은 돈을 들일 거란 이야기랑 비슷해.”
라울러는 처음 듣는 이야기에 어리둥절해 보였다.
“최근 대륙 동세는 형도 알겠지만, 서부에서 일방적으로 북부는 물론 다른 지역에까지 특정 물품에 관한 수입, 수출을 금지하고 있어.”
“응, 맞아…… 그래서 우리 가문도…….”
“그 해결법이 바로 이거야.”
어느새 릴리안이 샤인 머스캣 한 송이를 들고 와 식탁 위에 올렸다.
“샤인 머스캣?”
유진은 이 개량 샤인 머스캣의 효능과 상품 가치를 설명했고, 어떻게 서부에 대응할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더불어 에이츠 가문을 어떻게 이용할지에 대한 계획도 덧붙였다.
“우리가 에이츠 가문의 영지를 매입하고, 금력을 들이기만 한다면 아마 돈을 노리는 승냥이들이 또 들끓을 거야.”
“어, 어…….”
“그래서 예전에 내 스승들이 좀 있는데, 그분들한테 연락을 넣어놨으니까 아마 못해도 웬만한 중형 기사단 규모는 소집이 될 거야.”
“그분들이 모두……?”
“응. 형네 영지를 지킬 거야.”
모든 이야기를 들은 라울러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하…… 유진. 내가 이걸 다 그냥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그냥 받는 거 아니야. 나도 다 형 도움을 받아왔고, 앞으로도 많이 부탁할 거니까 부담가지지 마.”
“진짜, 정말로 내가 은혜 꼭 갚을게. 하늘에 계신 부모님 앞에 부끄럽지 않게.”
유진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라울러의 어깨를 두드렸다.
* * *
깊은 밤.
라울러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영지의 정원을 거닐었다.
‘유진의 도움은 정말 고맙지만, 정말로 내가 이 정도로 가치 있는 인물일까? 정말 다 갚을 수 있는 은혜인가?’
여러 가지 고민과 더불어 부채감이 들었기에 쉽사리 두 발 뻗고 잘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때, 리처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라울러. 아직 안 잤느냐?”
“아저씨.”
리처드와 라울러는 그사이에 친해져서 서로 호칭도 편하게 하기로 했다.
“잠이 잘 안 오는 게냐?”
“아무래도…… 네.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도움인지 모르겠어서요. 전 아무것도 아닌데.”
“감당이라…….”
리처드는 작게 웃으며 라울러와 함께 보름달을 올려다보았다.
“라울러.”
“예, 아저씨.”
“보름달이 참 환하구나. 그렇지?”
“음…… 네.”
라울러는 갑자기 보름달을 이야기하는 리처드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단다.”
“어떤걸요?”
“저 환한 달도 몇 시간이 지나면 곧 사라지게 되지.”
“맞아요.”
“그렇게 모습을 감춘 달은 영영 다시는 보이지 않을까?”
“……아니요. 다가오는 밤에 다시 보일 거예요.”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단다.”
라울러가 리처드가 하는 말의 본뜻을 눈치챘다.
“어떨 때는 외부에서 물리쳐낼 수 없는 공격이 들어오기도 하고, 감당하기 힘든 도움을 받기도 해. 마치 저 달이 햇빛에 속절없이 가려지는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리처드가 작게 미소지었다.
“너처럼 환한 달은 잠시 가려지더라도 다시 떠오를 줄 알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거란다.”
“아…….”
“누군가는 너무 환한 태양보다도 은은하게 빛나는 달에 더 많은 위안을 얻기도 하잖아? 꼭 태양이 더 위대하거나, 가치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
라울러가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훔쳤다.
“어린 나이에 가문을 위해 펜첼에 투신하는 선택이 쉽지 않았을 텐데 기특하구나.”
“감사…… 합니다.”
“꼭 감당하지 않아도 된단다. 너는 너 자체로도 가치가 있는 달이어도 돼. 그걸로 충분해.”
말을 하던 리처드가 돌연 장난스레 웃었다.
“물론, 로베르는 자선단체가 아니다. 이 모든 일은 우리에게도 이득이 되기에 하는 일이니, 동정심만으로 도와주는 게 아니라 걸 알아주면 좋겠구나.”
“정말이에요……?”
“당연하지. 그 이득을 꼭 너에게서, 혹은 에이츠 가문에게서 얻지 않아도 될 뿐이야.”
리처드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라울러의 등을 토닥였다.
“유진과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다. 어릴 때부터 영특하기는 했지만 로베르에서는 마땅한 친구가 한 명도 없었는데, 네가 유진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구나.”
“오히려 제가 고맙죠, 정말로.”
“언제든 힘들면 로베르로 찾아오거라.”
리처드가 돌아가고, 라울러는 환히 빛나는 보름달을 눈물 고인 눈에 가득 담았다.
오늘의 저 푸른 달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