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14)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14화(114/320)
유진이 계획안의 내용을 알기 쉽게 요약했다.
“아힌 가문이 폐쇄적이면서 독점만을 위한 불공평한 계약을 내세웠다면, 이 안건은 반대로 개방적이고 다원화된 계약입니다.”
내용을 읽어내려가던 로렐리아 역시 유진의 말에 동감할 수 있었다.
로렐리아가 계획안에 담긴 부제목을 읽었다.
<브리튼 연합국의 태신석 공동소유화 계획>
로렐리아의 입이 벌어졌다.
내용을 요약하면, 서부의 가문들과 동부의 대표 가문인 로베르가가 태신석 지대를 공동으로 소유하자는 것이었다.
애초에 아힌 가문이 이토록 자신감을 갖게 된 이유는 바로 태신석의 발굴 덕분이었다.
하지만 유진은 태신석이 가공이 어렵다는 점을 짚으며 로베르가 숙련된 장인들을 제공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그 대신 로베르가와 더불어 브리튼 연합국의 가문들이 태신석 지대의 소유권을 분담하자는 내용을 계획안으로 제시했다.
그 장인들의 중심에는 아이칸이라는 최고의 장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억지스럽기도, 또 다르게 보면 합당하기도 한 내용이었으니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가지가 있었다.
서부의 태신석과 로베르의 기술을 교환하는 계약으로, 서로가 이득이 되는 계약이었다.
게다가.
“이거라면 다른 영주들도 움직이겠네요!”
아힌 가문이 태신석을 숨기고 독점하려던 비리가 밝혀지고 있는 와중에 이 같은 공동소유화 주장에는 힘이 실릴 수밖에 없었다.
아힌 가문이 태신석을 독점한다면 가공된 태신석은 한 톨도 만질 수 없겠지만, 이 계약이 성사되면 브리튼 연합국의 다른 영지들은 태신석을 조금이라도 소유할 수 있었다.
유진이 작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다 했어. 아힌의 반응이 궁금하네.’
* * *
아힌 가문의 가주전.
배니커는 분노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
“빌어먹을 것들이…… 감히 동의도 없이 아힌을 소식지에 들먹여……?”
아힌 가문의 비리를 폭로하는 소식지가 결국 서부 전역에 퍼져버린 상태였다.
아힌의 집사장이 난처한 얼굴로 배니커에게 보고했다.
“일단 그 불미스러운 소문은 최대한 축소하고 해명하는 데에 힘쓰고 있습니다. 다만, 공식적인 발표가 필요할 것 같…….”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있던 배니커가 들고 있던 유리잔을 집사장의 얼굴에 던져버렸다.
콰지직!
“네놈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놀고만 있다가 수습이나 하라고 그 자리에 앉혀놓은 건 줄 아느냐?!”
“크윽…… 아, 아닙니다. 송구합니다, 가주님.”
“어떤 잡놈들이 서부에서 이딴 개수작을 부렸어!”
“시, 실질적인 증거는 없지만, 정황상 에이츠에 돈을 지원한 것은 로베르가라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유진 로베르라는 인물이…….”
“검룡? 에솔에게 수치를 줬던 그 검룡 유진 로베르 말이냐?”
“예. 지금은 에이츠 가문의 영지를 아예 사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외에 지금은 태신석을 동부와 서부, 함께 공동 소유화하자는 안건으로 타 가문들의 서명을 받고 있…….”
화아악!
이야기를 듣던 배니커가 오러를 내뿜어 결국 집사장을 날려버렸다.
집사장은 그대로 벽에 처박혀 피를 한 움큼 토했다.
“그걸 지금에서야 알았단 말이지.”
“쿨럭! 죄, 죄송합니다…….”
갑자기 농밀한 오러가 가주전을 타고 흘러나오자 집무실 앞을 지키고 있던 아힌의 기사단장이 급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가주님! 무슨 일……!”
“기사단장.”
“예!”
“아힌 기사단의 병력 전부를 소집해라. 그리고 가문 내에 동원 가능한 모든 인원을 끌어모아라.”
기사단장이 당황한 표정을 숨기며 침착하게 물었다.
“명분은 무엇으로……?”
“아힌 가는 서부를 대표하는 가문으로서 자주권 보호를 위한 영토 수호와 더불어 동부의 침략 정책에 대한 합당한 대응으로서 전쟁을 선포하는 바이다.”
배니커가 이를 부서져라 씹으며 내뱉었다.
“그게 명분이다.”
* * *
유진의 휴가 6일째.
라울러의 동생, 아일러가 귀족으로서 알아야 할 소양 교육을 받고 있었다.
그 모습을 유진과 라울러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나는 소양 교육 받을 때 지루해서 미치는 줄 알았는데, 너는 안 그랬냐? 저게 다 쓸모가 있는 건지 모르겠어.”
“쓸모 있지. 귀족으로서의 예절교육은 앞으로 에이츠 영지에 올 수많은 귀족들과 왕족들 상대로도 유용할 거야.”
“그래도 역사 같은 건 배워 봤자 거기서 거기 아닌가…….”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과거를 타산지석 삼아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건 회귀자로서 유진 또한 여실히 느끼는 부분이었다.
교양 선생이 브리튼 연합국의 역사를 읊었다.
“브리튼 연합국은 불과 30년 전만 해도 영지전이 무척 많았습니다.”
전쟁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라울러도 귀를 쫑긋했다. 기사로서 흥미가 가지 않을 수 없는 주제였다.
“연합국이라는 특성상 단일화되지 못한 구조였기에, 각 가문들 사이에서는 분쟁도 빈번했고 통제할 수단도 마땅히 없었습니다.”
“음…….”
“그리고 그 상황을 마무리 지은 곳이 아힌 가문이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브리튼 연합국의 강자로서 군림하며 명문육가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졌죠.”
수업을 듣는 건 아일러였으나.
“그렇군. 그러면은 그전에는 누가 가장 강한 가문이었나요?”
유진을 말을 듣고 생각을 바꾼 라울러가 끼어들고 있었다.
“오빠! 이따가 질문해! 내 수업시간인데 오빠가 자꾸…….”
“왜. 나도 궁금하다고.”
“아 진짜 하지 말라고.”
유진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다시 한번 내용을 머릿속에 넣으며 미래를 예측했다.
‘어쩌면, 아힌 가문이 또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겠어. 자주권 보호를 위해서다…… 그런 명분을 내세울 수도 있고.’
혹시나 모르는 것이니, 준비를 해 놔야겠다.
라울러는 어깨를 으쓱이며 유진에게 말했다.
“영지전이 또 일어나거나 하진 않겠지? 요즘 시대가 어느 때인데.”
그때였다.
벌컥!
로렐리아가 문을 열고 들어와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진 경!”
“무슨 일이십니까?”
“아힌 가문이 영지전을 선포했습니다!”
* * *
대륙이 교지와 흑지로 명확히 구분되기 전의 시대에는 영지전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곤 했었다.
하지만 흑지라는 공공의 적이 생김으로써 내분이 사라진 격.
그에 따라 영지전 또한 시대에 발맞춰서 새로운 규칙이 생기거나 사라지곤 했다.
아주 먼 옛날에는 승리한 가문이 패배한 가문의 모든 재산을 획득했으며 패배한 가문 일족은 죽임을 당하거나 노예로 부려지곤 했다.
이후 이러한 관습은 너무 야만적이라는 의견이 커지며 영지전에서 패배하더라도 영지만 가질 뿐 작위는 인정해주며 다른 곳으로 이주를 시키거나, 패배한 영지를 자신의 휘하에 두어 관할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아힌 가문이 우리에게 영지전을 걸었다는 거지. 서부 전체가 우리 땅으로 오고 있다, 이 말이고.”
라울러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홀로 중얼거렸다.
방금까지 영지전은 옛말이라는 말을 했었는데, 그러자마자 일이 터지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근데…… 아힌 가문에서 영지전을 건 이유가 뭐야?”
라울러가 염려스럽다는 듯 로렐리아에게 물었다.
“이유는 에이츠 영지가 거짓 비방을 하고 있으며 정식 사절단으로 왔던 에솔 아힌이 합당하지 않은 전투에 휘말려 큰 부상을 당했다는 걸 들고 있어.”
“합당하지 않은……! 하! 어이가 없네!”
“그리고 그걸 선전포고로 받아들였다고 밝혔고.”
유진은 그 설명에 코웃음을 쳤다.
‘전쟁을 일으키는 쪽은 항상 그런 식이지. 보기 좋은 명분을 앞세우지만, 결국 그냥 맘에 안 드는 놈을 죽여 없애고픈 독재자가 제멋대로 휘두르는 곤봉일 뿐이야.’
라울러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 잠시만, 그러면 어쨌든 내가 원인이라는 거잖아.”
죄책감이 드는지 라울러는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아니, 맞는 것 같아…… 내가 애초에 그렇게 에솔을 몰아세우지만 않았어도…….”
“놈들은 형이 아니었다면 다른 것을 명분으로 내세워서라도 전쟁을 냈을 거야. 처음부터 화가 잔뜩 나 있었다는 거지.”
“그럴까……?”
“뭐, 물론 형이 너무 잘 싸운 덕도 있긴 하겠지. 칭찬이야.”
“하아……! 병 주고 약 주냐!”
라울러가 침통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에 반해 로렐리아는 결연한 표정이었다.
“당황만 해서는 해결 못 해. 라울러,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떻게 해결할지만 생각하자.”
“……응. 알겠어.”
로렐리아가 고민에 잠겼다.
그녀가 영지전을 취소시킬 방법은 없는지 골똘히 생각하던 와중이었다.
“뭐, 까짓거 싸우죠.”
유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내뱉었다.
“……네?”
“그냥 전쟁을 하자고? 그, 그건 너무…… 일단 최소한의 협정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유진은 관자놀이를 긁적이며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긴 했지만, 이미 준비한 게 있으니 별로 걱정할 건 없어. 아니, 오히려 최고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그게 무슨 말이야?”
유진이 미리 조치를 취해둔 것들을 나열했다.
펜첼에 이미 기사단을 준비시켜 언제든지 출격할 수 있도록 해 놓았고, 감스탄에게도 언질을 준 상태였다.
그리고 에이츠 영지에 들어온 유진의 옛 스승들에게도 그들의 동료와 더불어 소집할 수 있는 기사단에 연락을 취해둔 상태.
여차하면 오히려 유진이 서부에 쳐들어가 버릴 수도 있는 수준으로 만반의 준비를 해 놓은 것이다.
“허…….”
“너, 이거는 진짜 믿기질 않는데…… 거짓말하는 건 아니지?”
“내가 거짓말해서 뭐해. 그리고 애초에 아힌 쪽 가주가 직접 선포한 거라면서?”
“어, 맞아.”
“그러면 취소할 리가 없어. 배니커, 그 양반이 원래 자존심이 무지막지하게 세서 죽는 거 아니면 뜻을 바꾸진 않을 거야.”
로렐리아가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굳이 저들의 싸움에 응할 이유는 없는데…… 이건 너무 큰 소모전이에요. 얻는 건 없고 잃는 것만 있다고요.”
“그래서 생각이 하나 있는데.”
유진이 의견을 냈다.
“브리튼 연합국의 영지전 방식 중에서 ‘대장전’이라는 게 있습니다.”
“네, 맞아요. 어……? 설마.”
대장전이란 영지전 동안 발생하는 무의미한 살생과 무수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영주 혹은 영주가 뽑은 대리인이 목숨을 건 결투에 임하는 것을 말했다.
단순히 듣기만 해서는 고성급 기사가 있는 영지가 무조건 유리해 보였지만, 대장전은 서로의 약속으로 규칙을 변경할 수도 있었다.
“예를 들면 명문육가의 가주인 배니커 아힌의 공격을 한 번이라도 막아낸다면 에이츠의 승리 같은 조건으로 말이죠.”
상황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체첸이 순간 기겁했다.
-이 녀석아! 9성은 다르다. 아무리 네가 8성에 올랐더라도 9성의 기사가 진심을 다해 공격한다면 정말로 목숨이 10개는 필요하다고!
‘목숨은 하나로 족하다니까.’
-생명 경시 사상이 있는 게냐? 아니면 그냥 무식하도록 자신감이 넘치는 게냐?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흠, 내가 마법과 문신화까지 쓴다면? 그리고 위대한 체첸의 정신 마법까지 동원한다면?’
유진의 말에 체첸이 헛기침을 흘렸다.
-그렇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마지막이 가장 중요하군.
‘하여간…… 쯧.’
라울러가 혹시나 하여 물었다.
“대장전에 네가 나가겠다는 건 아니지? 에이, 설마. 아니지?”
“내가 나갈 건데? 성사만 되면 말이야.”
로렐리아와 라울러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배니커 영주는 9성이라고 들었어요……! 아무리, 검룡이라 불리시지만, 될 수 있으면 싸움은 피하는 게……!”
“말했잖아요. 누군가는 싸워야 한다니까요. 그게 서부와 동부가 될지, 배니커와 제가 될지는 몰라도.”
“그래, 네 말대로 대장전을 제안한다 해 보자. 그런데 배니커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때는 어떡할 생각이야?”
라울러가 10년은 늙은 듯한 얼굴로 물었다.
하지만 유진은 오히려 상기된 얼굴로 대답했다.
“누가 감히 내 제안을 거절해?”
“으응……?”
“말이 제안이지, 나는 답을 정해놓고 물어볼 건데. 거절하면 걔네가 오히려 손해가 되게끔.”
“도대체 어떻게?”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