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22)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22화(122/320)
유진은 감스탄의 주도하에 1시간 동안 추가로 이어진 지옥 훈련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스탄 부단장님께 배울 게 하나 더 늘었어.’
–호오? 네놈도 겸손이라는 덕목이 머릿속에 탑재된 녀석이었더냐?
‘겸손이라기보다는, 본 것 그대로 베낄 생각인데.’
-역시 양아치가 맞았군. 근데 뭘 배우겠다는 말이냐?
‘훈련 루틴.’
유진이 봤을 때, 감스탄은 유진보다 더 악랄하게 기사들을 굴리고 있었다.
유진이 발바닥에 땀 나게 훈련을 시킨다면, 감스탄은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굴린달까.
“허억, 허억…… 이제 그만…….”
“좋다. 잠깐 다들 모여보게! 유진, 자네도!”
감스탄이 헐떡대는 주작 기사단 전원을 불러모으고 앞으로의 주작 기사단 일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12월이 지나고 새해에는 기사단 서열식이 열리는 거, 며칠 전에 말했으니 다들 알고 있겠지.”
서열식이라는 단어 한 마디에 주작 단원들의 눈빛이 서슬 퍼렇게 빛났다.
다만, 일주일간 휴가를 갔다 온 라울러만이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유진, 서열식이 뭐야? 난 들은 게 없어서.”
“그때 공지도 전해줬잖아, 카인 선배가.”
기억이 나지 않는 듯 어깨를 으쓱이는 라울러에게 유진이 간단히 설명했다.
펜첼의 전통인 서열식은 말 그대로 사방신을 뜻하는 청룡, 현무, 백호, 주작이 모여 그 우위를 다투는 행사였다.
승부에서 낮은 순위를 차지하면 가문 내에서 지원이나 대우에서 불이익을 받고, 반대로 높아질수록 지원은 좋아졌다.
지원이 좋아진다는 건 곧 기사들의 명예와 지위의 향상, 그리고 그들의 미래가 걸린 일이었다.
그러니 이들은 서열식에서 이를 악물고 싸울 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서열은 백호, 현무, 청룡, 주작 순이었다.
감스탄도 이를 짚었다.
“우리 기사단은 아주 영광스럽게도 꼴찌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
“……예.”
“그 불명예를 몇 년 내내 안고 가고 있는데, 이번에야말로 순위를 역전할 수 있는 기회란 말이다.”
주작 단원들은 다 죽어가는 동태 눈깔을 한 채 땀을 뻘뻘 흘리던 방금과는 다르게 다시 결의에 찬 눈빛을 흘렸다.
왜냐하면 순위를 탈환할 가능성이 보였으니까.
‘유진이 저 모래시계를 들고 와 훈련을 주도한 덕분에 엄청난 성장을 이뤘어.’
‘지금 오러 수준은 평생 맛보지 못한 정도다. 이걸 만들어 낸 저 녀석은 정말…….’
그들은 굳이 직접 입 밖으로 유진에게 고맙단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마음속으로는 유진의 뜻을 헤아릴 수 있었다.
라울러가 그들의 형형한 눈빛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우리 기사단이 꼴찌 할 정도는 전혀 아닌 것 같은데, 왜 순위가 낮을까? 청룡보다 못할 게 뭐가 있길래.”
그 물음은 유진도 충분히 이해하는 바였다.
겉으로 봤을 때 주작보다 더 조용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청룡이었으니까.
자고로 겉으로만 보이는 모습이라 하여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청룡에는 그들의 무력을 보완하고, 기발한 전략을 수립하여 작전을 지시하는 사령관이 따로 있었으니.
“청룡은 뮬 삼촌이 전략가로 있잖아. 잡음이 날 일이 없지.”
뮬은 유진을 만나 허약한 몸을 치료한 뒤로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고, 그가 가졌던 가능성을 십분 활용하여 크게 발전한 뒤였다.
요양을 하며 무수히 많은 서적과 전략서, 오러 연공서 등을 몰입하여 읽었던 만큼, 그 지식을 그대로 청룡에게 전수했을 터.
아무리 단장 자리가 오랫동안 비어있었다고 하지만, 청룡은 뒤늦게라도 훌륭한 사령관을 믿고 따라간 결과 적어도 꼴찌 자리는 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나, 주작은?
물론 릴리안이 있던 시절, 주작은 펜첼의 기사단 중 2위라는 자리까지 차지했었다.
그러나.
‘어머니가 주작의 정신적 지주로서 매우 큰 역할을 했었던 만큼,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의 공백이 너무 컸던 거지.’
강력한 구심점이 사라지자 주작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주작이 백호의 턱 끝까지 쫓아갔지만, 릴리안이 리처드와 결혼하면서 모든 게 바뀐 것이다.
‘이번에는 어머니를 대신해서 주작을 1등으로 만들어야겠어. 슬슬 주작 기사단의 잠재능력을 끌어올려서 군대를 형성해야 하니까.’
이뿐만이 아니었다.
“가주님께서 이번 서열식에서 1위를 차지한 기사단에게는 특별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 하셨다. 그게 무엇인지는 말씀하시지 않았지만, 기대해볼 만하겠지?”
제이드 펜첼이 내리는 보상은 분명 실망스럽지 않을 터.
‘특별한 보상이라…… 이때쯤 서열식이 있었다는 것만 알지. 보상은 들어 본 적이 없으니 예상하긴 어렵네. 비전이나 영약, 무기 같은 건가?’
유진이 추측하던 와중 감스탄이 덧붙였다.
“참고로 우리가 싸울 상대는 정해졌다. 예상되겠지만, 청룡기사단이다. 정확히 2주 뒤에 치러진다.”
“후우!”
주작 단원들은 싸울 생각에 흥분이 되는지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다.
불이 붙은 주작 단원들에게 감스탄이 기름을 부었다.
“그리고 청룡을 이긴다면 백호와 현무 중 승리한 기사단과 대결하게 된다. 그때도 우리가 이겨낸다면.”
“1위……!”
“그래. 1위 기사단으로서 모든 지원과 혜택, 그리고 특별한 보상을 받는 거지.”
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라울러를 보았다.
‘이번에 그라시안의 모래시계로 라울러가 특히 성장을 많이 했어. 그리고 청룡에는 카인이 있지.’
유진은 라울러에게 거는 기대가 있었다.
전생에서는 자신과 맞지도 않는 무기로 수련하다가 창으로 바꾼 뒤에 8성급의 경지에 다다랐던 인물이 바로 라울러였다.
만약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라울러를 또 한 번 크게 성장시킨다면, 그는 유진에게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 지원군이 될 터였다.
물론.
라울러 또한 에이츠에서 에솔을 꺾으면서 얻은 자신감 때문인지 눈동자에 이채를 띠고 있었다.
* * *
서열식을 앞둔 펜첼 영지에 기사들의 절도있는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임무에 나섰던 펜첼의 4대 기사단이 차례차례 복귀한 자리.
서열식을 치르기에 앞서 각 기사단은 저들끼리 훈련을 하면서 합을 맞추고 전략을 짜기 위함이었다.
제이드의 등장을 기다리는 사이, 네 기사단이 펜첼의 본관 앞에 네 줄로 섰다.
이전에는 편하게 지내던 청룡과 현무 기사단원들조차도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특히나 사이가 안 좋던 기사단은 작은 오해로도 기 싸움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그도 그럴 게, 서열식이란 행사 자체가 펜첼에서 가지는 의미가 워낙 깊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가장 마찰이 심한 기사단은 바로 백호와 주작이었다.
주작의 옆쪽에 일렬로 선 백호 단원들이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그냥 기권하고 내년을 노리지 그러나? 두들겨 맞고 꼴찌를 하나, 기권하고 꼴찌를 하나 매한가지일 것 같은데.”
노골적으로 주작을 무시하는 이도 있었고.
“주작은 근성도 대단해? 펜첼에 기생충처럼 착 달라붙어서 안 떨어지는 솜씨가, 아주 그냥, 수준급이야.”
비꼬면서 자존심을 살살 건드리는 이도 있었으며.
“하, 씨X, 우리는 흑지에서 개고생하면서 구르다가 왔는데, 이 새끼들은 어디, 저, 뭐, 휴양이나 갔다 온 얼굴이네. 혈색 좋은 거 봐라.”
비아냥대면서 주작에 대한 혐오감을 표출하는 이도 있었다.
그만큼 주작은 지난 수년간 늘 꼴찌의 자리에 있었고, 펜첼의 수치라 여겨지며 해체의 위기를 맞아온 기사단이었다.
옛날의 주작이었다면 쿨한 척 넘어간 후 뒤에서 단장의 부재에 대한 서러움을 토로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계속 그렇게 씹어봐, 서열식에도 그렇게 지껄일 수 있나.”
주작 단원들은 그 조롱들을 대번에 비웃으며 정면만 꼿꼿이 바라보았다.
예전과는 다르게 확신에 찬 반응을 보이자 백호 단원들도 의아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허, 이 새끼들 봐라. 뭐,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모양이네.”
“유진, 그 자식이 뭐, 특훈이라도 해줬나 보지?”
녀석들의 시선이 줄의 맨 뒤에 서 있는 유진에게 슬쩍 돌아갔다.
넘겨짚은 바였지만, 백호 단원들의 말이 맞았다.
주작 단원들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
‘그 지옥 같은 훈련을 버텨냈다. 기간은 고작 1주였지만, 저 백호 새끼들 보다 열 배는 더 힘든 훈련을 버텨냈어.’
‘그라시안의 모래시계가 도대체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고생을 했음에도 컨디션은 최고야. 아니, 오히려 힘이 넘친다.’
백호 단원들의 말대로 주작 단원들은 휴양이라도 다녀온 듯 혈색이 아주 좋은 상태였다.
신경전은 주작과 백호의 두 부단장 사이에서도 일고 있었다.
“감스탄 경은 이제 물러날 때도 다 된 것 같은데, 기력이 여전하신가 봅니다. 걱정스럽군요.”
백호 기사단의 부단장이 도발 섞인 말을 내뱉었으나, 감스탄은 빙긋 웃으며 응수했다.
“네놈 목 하나 비틀어 꺾을 힘은 남아 있다는 게 다행이지.”
“하, 서열식에서도 그런 교양 없는 말을 할 수 있나 봅시다.”
“하긴, 교양 챙길 필요 없나? 어차피 갈 놈에게.”
“……그 사이 꽤나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군요.”
감스탄은 태연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감스탄의 태도를 네 기사단의 단장들도 눈여겨보고 있었다.
‘호오, 주작은 전과 다르게 기세가 좋군. 자유분방하기만 한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눈빛이 살아있어.’
클라크가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흘렸고.
‘유진이 들어간 이후로 주작은 완전히 달라졌다. 방심했다가는 유진에게 된통 당할 수도 있다.’
뮬은 유진을 기특한 눈빛으로 보다가 이내 경계심을 띠었으며.
‘양아치놈들이 거드름만 피우고 있군. 그래 봤자 백호의 발판이나 할 자식들이.’
가장 날카로운 눈동자를 뜨고 있는 인물은 다름 아닌 시리우스였다.
그 역시도 유진의 성취와 더불어 주작 기사단의 기세가 오르고 있다는 점은 충분히 전해 들었다.
하지만 기사단과의 서열 정리는 또 다른 문제였다.
그는 주작이 최전방인 흑지에서 수도 없이 거친 싸움을 해대며 수련해 온 백호를 이길 방도는 절대 없으리라 단정했다.
그가 맨 뒤쪽에 있는 유진을 잠시 살의가 담긴 눈으로 보다, 이내 표정을 감추었다.
그때, 제이드가 본관의 중앙문에서 걸어 나왔다.
척!
그러자 모든 기사단이 일제히 자세를 꼿꼿이 세우며 경례를 올렸다.
“충!”
“충!”
제이드가 손을 휘젓자 모두 경례를 내렸다.
모두가 쥐죽은 듯이 조용한 분위기가 되고, 제이드가 무어라 말을 하기만 기다리는 중.
그가 주변을 한 번 훑으며 입을 열었다.
“이번 서열식의 의미는 간단하다. 펜첼의 전력을 확인하고, 그 위상을 전 대륙에 알린다.”
“…….”
“만약 형편없는 실력을 보였다가는…….”
뒷말은 이어지지 않았지만, 공기를 타고 흐르는 제이드의 무거운 목소리는 전 기사단원들이 마른 침을 삼키게 하기에 충분했다.
제이드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서열식 1위가 차지할 보상에 대해 말하겠다.”
제이드가 안주머니에서 돌돌 말린 낡은 양피지 하나를 꺼냈다.
“이것이 보상이다.”
웬 보물지도, 혹은 마법 스크롤처럼 보이는 종이를 꺼내 보이자 기사단원들이 술렁였다.
“저게 뭐지? 자네는 뭔 줄 아나?”
“모르겠는데…… 지도 같기도 한데, 오래된 지도.”
“다 찢어져 가는 지도라, 흐음.”
모두 저 지도의 정체에 대해서 모르는 눈치였다.
하지만.
유진만은 이를 알고 있었다.
‘그라시안의 보물 지도다. 저게 제이드의 손에 있었다니.’
그는 제이드의 손에 쥐어져 있는 말린 종이 하나를 보며 그 어느 때보다도 상기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외양, 느껴지는 기운, 특유의 양피지 냄새까지, 확실하다. 전생에서 백염을 훈련시키기 위해 저 지도를 얼마나 찾았는데!’
해당 지도는 그라시안이 모래시계에 이어 직접 제작한 것이었다.
저 지도를 따라가 도착한 지점에는 다수의 기사들의 전투력과 더불어 오러를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는 아티팩트가 있다고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군대를 만들어 태양신교를 무너뜨릴 목표를 지닌 유진으로서는 저 지도를 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라시안의 아티팩트는 총 3개로, 각각 정신력, 오러, 신체를 단련시킬 수 있다고 고문서에 나와 있었다.
그렇다면 저건 정신력이나 신체를 단련시킬 수 있는 아티팩트란 말인데…….
아직 저 지도의 목적지에 있는 그라시안의 발명품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경우는 두 가지였다.
‘정신력을 단련시킨다면 그건 명경지수를 깨닫게 해주거나, 저주 면역을 부여해주는 마법 스크롤이 있을 것이고.’
‘신체를 단련시킨다면, 만독불침이나 금강불괴의 효과를 부여해주는 환단이 있을 거야.’
물론 그 지점으로 가는 길이 결코 쉽지 않을뿐더러, 아티팩트를 소화해내는 것 자체도 뼈를 깎는 과정을 겪어야 할 게 자명했지만.
보물 지도를 통해 아티팩트의 위치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지도의 가치는 충분했으니.
무엇이 됐든 주작 기사단의 전력을 증가시킬 것은 자명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