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24)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24화(124/320)
다음 날, 주작 기사단 훈련장.
서열식을 앞둔 만큼 주작 기사단은 남관에 속속들이 모여든 상태였다.
연무장 중앙에는 유진이 땀을 뻘뻘 흘리며 결계를 보수하고 있었다.
“또 뭘 하려고 저렇게 열심히 땀까지 흘리고 있는 거지……?”
“몰라…… 무서워…….”
발란트를 포함한 주작 단원들이 유진을 흘긋거리며 떨었다.
뒤늦게 도착한 유진의 동기들도 그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엘도라가 그 의문에 대신 대답했다.
“유진이 뭘 하고 있는 건지 감스탄 부단장님께 여쭤봤어.”
“어? 뭐라고 하셔?”
“답을 안 해 주셨어. 다만.”
“다만……?”
“그냥 헤실헤실 웃기만 하시던데.”
라울러와 인스 형제는 직감했다.
유진과 감스탄이 뭔가 미친 짓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 저번에도 유진이 뭔가 열심히 하고 나면 훈련이 더 힘들어지지 않았나?”
“그랬지.”
소름이 오소소 돋는 느낌에 라울러 일행은 무릎이 휘청이는 듯했다.
“상처가 난 흉터에 상처를 또 내고, 다시 살이 차면 또 상처를 내는 미친 짓거리로도 모자란다는 건가……?”
그때, 유진이 다 끝났는지 환한 미소로 감스탄에게 다가갔다.
무어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겉으로만 보면 아주 즐거운 잡담을 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엘도라의 발달한 기감에 몇 가지 단어가 귀에 걸려들었다.
-……죽을 수도……정신을 잃…….
-괜찮…… 어차피 내 일 아니…….
‘도대체 얼마나 잔혹한 훈련을 꾸미고 있는 거야……?’
엘도라는 잠시 엊그제 클라크와 유진이 함께 했던 저녁 식사 내용을 떠올렸다.
검진에 관한 이야기.
‘아마 검진과 관련된 걸 준비하지 않았을까?’
짝!
손뼉을 친 감스탄이 모두를 불러 모았다.
“지금까지 훈련에 잘 따라와 줘서 고맙네. 때로는 모질기도 했고, 때로는 잔혹하기도 했지만, 부상자나 이탈자 한 명도 없이 여기까지 잘 왔어.”
감스탄은 감회가 남다르다는 듯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 몇 주간의 고된 훈련으로 나와 더불어 주작 모두가 크게 성장했네.”
“맞습니다……!”
주작 단원들도 감스탄의 눈시울이 붉어지자 덩달아 눈물을 글썽였다.
그만큼 지금까지의 훈련은 고되었고, 피와 땀을 흘려야 했던 전쟁과 같았다…….
지금까지 훈련에 잘 따라와 줘서 고맙다. 이걸로 주작 기사단은 한층 더 성장했다…… 이런 말을 하던 와중.
감스탄이 갑자기 눈물을 뚝 그치고는 스산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청룡을 쓰러트릴 때네.”
“……아?
“그러니 더욱 고난도의 훈련을 해야겠지?”
주작 단원들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뭐, 고생했다고 축하파티라도 할 것처럼 하더니 그런 건 쥐뿔도 없었다.
“자, 유진. 나와서 설명해주거라.”
감스탄의 안내에 유진이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청룡은 누구보다도 은밀하고 신속한 검술이 주 무기입니다.”
유진이 이마에 흐르던 땀을 한 차례 닦아내더니 연무장 한쪽을 검지로 가리켰다.
“청룡기사단이란 이름도 청룡이 구름에 가려져 있다 와락 나타나 적을 갈기갈기 찢는다는 데에서 온 거고요. 저길 보십시오.”
팡!
돌연 어두운 청색의 구름이 공중에서 솟구쳐 올랐다.
“어어?”
“저게 뭐야?”
주작 단원들이 놀란 숨을 들이켜는 동안, 유진이 설명을 이었다.
“운무진이라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예상치 못한 운무진에 빠지게 되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적에게도 쉽사리 당할 수밖에 없죠.”
발란트가 물었다.
“그래서 네가 저걸 만들어 낸 거냐? 저게 운무진이야?”
“맞습니다. 원래 그라시안의 모래시계로 설치된 결계 안에서 운무진을 생성하면 바닥으로 전부 가라앉아 버리고 오러도 쓸 수 없었지만, 지금은 괜찮을 겁니다.”
유진이 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손본 건 바로 저 운무진이었던 것이다.
그는 이미 글람푸스탄의 줄리아를 만났던 그 지하 공간 안에서 결계의 형성을 다루어 보았고.
더불어 줄리아에게도 결계의 형성에 대한 마법을 수련했기에 지금과 같이 그라시안의 모래시계를 자유자재로 개조할 수 있었다.
물론, 유진이 마법을 다루었다는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았다.
운무진은 전생의 기억을 떠올려 모래시계에 추가 효과를 장착했고, 생각보다 쉽게 형성해낼 수 있었다. 이 또한 마법의 힘을 빌린 것이었다.
청룡검진을 상대할 수 있는 연습법이 바로 이 감감운무진인 것이었다.
그때, 운무을 보다가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챈 발란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근데, 혹시 저 운무진의 효과가, 감각을 무디게 한다거나, 그런 거냐? 뭔가, 네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는 것 같아. 흐릿해져 가고 말이야.”
“맞습니다, 발란트 선배님. 청룡은 저런 구름과 닮은 검진을 사용할 것이고, 그에 익숙해지도록 저 운무진을 활용할 겁니다.”
유진은 마치 자신이 성의를 다해 준비해 온 요리를 손님에게 맛보일 때처럼 상기된 표정으로 덧붙였다.
“시각, 촉각, 후각, 미각, 청각, 다섯 가지 감각부터 시작해서, 시간 감각, 공감각, 오러를 느끼는 감각까지. 저 운무진 속에 들어가면 거의 모든 감각이 무뎌질 겁니다.”
“뭐……? 그러면, 저 안에서는 도대체 뭘 느낄 수 있는 거야?”
유진의 입꼬리가 길게 찢어져 올라갔다.
“없습니다.”
딱!
유진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주작 단원들 사이에서 갑자기 안개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더니, 눈앞이 안 보일 정도로 짙어졌다.
사실 주작 단원들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 운무진은 청룡검진의 본래 효과보다 더 뛰어난 것이었다.
그래야만 더 빠른 성장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만큼 주작 단원들은 괴롭겠지만 말이다.
“자, 잠시만. 뭐 하는 거야? 유진?”
발란트가 당황하며 물었지만, 유진은 그저 진한 미소를 지으며 결계 바깥으로 슥 빠졌다.
“아, 안 보여! 앞이 안 보여!”
“발란트! 어디 있냐? 목소리가 작아! 더 크게 말해!”
“잠깐! 이게 도대체 무슨……!”
주작 단원들은 손을 휘젓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제 위치와 동료들의 위치를 알아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이는 모두 허사가 되었다.
“발악하면 할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게 감감운무진의 효과니까.”
어느새 결계에서 빠져나온 감스탄이 조용히 중얼거리는 유진을 힐긋 보았다.
‘유진, 네놈의 전생이 있었다면 아마 그건 악마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미친놈이었던가.’
결계 안에서 허우적거리며 버둥대는 주작 단원들은 이제 패닉에 빠져 눈물, 콧물, 침을 다 빼며 바닥을 뒹굴었다.
물론 라울러 일행도 예외는 아니었다.
“으아아아아! 살려줘!”
“누구야! 공격하지 말라고!”
“유진! 이 개새끼야! 당장 그만두라고!”
분명히 목숨이 붙어 있음에도 아무것도 느낄 수 없다는 감각은 웬만한 죽음의 위협보다도 더한 공포심이었다.
그래서인지 평소에 안 하던 욕지거리까지 내뱉는 모습이었다.
-어째 서열식을 준비하면서 네놈의 마법에 대한 이해가 더욱 높아진 것 같은데?
‘덕분에 감감운무진의 효과가 더 좋아졌네. 뭐, 오히려 좋은 거겠지.’
유진은 이 결계를 보수하면서 배니커 아힌의 월광계에서 영감을 얻었다.
심연.
그 어둠 속에서 극한으로 확장된 기감으로 심연의 구조를 파악한 데에 더해, 묵광 3성의 효과인 마법의 이해가 자연스레 발동된 덕분이었다.
감스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원래 이런 재주가 있었던 건지, 아니면 아이칸님이 알려주신 건지 모르겠지만, 무시무시하군. 저 꼴을 그냥 지켜보고 있다니.’
주작 단원 모두가 감감운무진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
아마 이전에 그라시안의 모래시계로 훈련을 받아 육체와 정신력을 강화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이들은 서로를 베고 찌르며 미친 살육극을 벌였을지도 모른다.
모든 감각이 차단된다는 건 그만큼 공포스러운 일이었으니까.
물론 지금도 손톱으로 서로를 할퀴고 긁으며 상처를 주고받고 있었다.
주작 단원 모두가 엉망진창이 된 몸이 되어 정신을 잃기 직전.
딱!
유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감감운무진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허억, 허억.”
“끄으으…….”
넝마가 된 주작 단원들이 그제야 결계 바깥에서 그들을 빤히 응시하고 있는 유진을 보고 악을 질렀다.
“유진!!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냐!”
“다 죽이려고 작정한 거야?!”
개중에는 아직 바닥을 기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녀석들도 있었다.
그만큼 감감운무진의 효과는 대단히 뛰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유진은 되려 성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큰일 날 뻔했네요.”
“그래, 큰일이라는 게 뭔지는 아는구나! 다 죽을 뻔했-”
“이 정도로 나약한 몸과 정신으로 청룡을 이기려 했다니, 정말 큰일 날 수준이에요.”
“……!”
모두가 유진의 스산한 기세에 압도되어 입을 다물던 차.
유진이 쿠란의 검을 꺼냈다.
스릉!
“지금부터 운무진 안에서 제 검을 피하십시오. 아마, 기감의 한계치를 깨부숴야 검을 피할 수 있을 겁니다.”
연무장에서는 피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
유진이 주작 단원들의 피가 묻은 몸을 깨끗이 씻고 나왔다.
그때 문밖에서 금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택배 왔소, 유진.”
문을 연 금검이 물건 하나를 전해주려다가 유진의 상반신을 보고 침음성을 흘렸다.
“아니, 도대체 뭔 일이 있었길래 몸에 그렇게 상처가 많소이까? 매번 전쟁터라도 다녀오는 거요?”
“아마 우리 기사단 사람들은 비슷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살살 좀 하시지…… 하긴, 내가 공자랑 살 때 구르던 걸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통쾌하구려.”
“뭔데? 이건.”
“로베르에서 왔소이다.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가 않던데…….”
그 말에 유진이 화색을 띄웠다.
“왔구나, 드디어.”
유진이 무거운 상자를 받아들고 뚜껑을 열자, 온기가 방안에 확 퍼져나가면서 김이 솟아올랐다.
“이건……?”
“응. 홍염석이야.”
홍염석(紅炎石).
붉은 불꽃의 돌이란 뜻으로, 불의 기운을 가득 머금은 희귀한 암석이었다.
이는 불 속성을 다루는 마법사들이나 불의 기운을 머금고자 하는 기사들이 매우 탐내는 소모성 아티팩트 중 하나로,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구하기 힘든 물건 중 하나였다.
오죽하면 전생에서도 이 홍염석의 기운을 흡수한 마법사 몇 때문에 백염이 고초를 면치 못했을 정도.
그랬기에 유진은 이 홍염석을 받아보자마자 웃음기를 지울 수 없었다.
금검도 홍염석을 알아보고는 놀란 눈을 떴다.
“호, 홍염석을 어떻게 구한 것이오? 이 귀한 걸? 아, 여기 편지가 있소. 아마 리처드 경께서 보내주신 것 같은데.”
유진과 금검이 편지를 뜯어보았다.
네가 부탁한 이 홍염석을 구하느라 이 아비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너는 모를 게다.
억만금을 쥐여준다고 해도 그 어떤 암석상이나 기술공도 본 적도 없는 거라 구할 수가 없다고 하더구나.
그러던 중에 오스틴 왕국에서 연락이 왔다.
알고 보니 로베르에서 홍염석을 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오스틴 왕국이 은혜를 갚은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오스틴 왕국에 홍염석이 있다는 건 사실 그렇게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수호 신수가 있는 지역인 데에다 여러 특이한 암석 지대가 존재하는 곳이 바로 이 오스틴 왕국이었으니, 홍염석도 드물게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유진이 진한 미소를 지으며 화룡검의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꺼낸 건 바로, 화룡 지크의 알이었다.
“이게 저번에 말한 그 지크의 알이오? 오오……!”
유진은 탁자 위에 홍염석을 조심스럽게 올려둔 뒤, 그 바로 옆에 지크의 알을 접촉시켰다.
그러자.
화아아악!
홍염석의 뜨거운 열기가 지크의 알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오오오오! 이야아아아!”
“시끄러, 금검.”
“크으……!”
금검이 온갖 호들갑을 떨며 열기를 빨아들이는 지크의 알을 응시했다.
‘화룡에게 선택받은 자는 불의 속성을 다룰 수 있다고 했지. 이 알이 부화하여 지크를 지배할 수 있다면…….’
유진은 수호룡을 가지게 되는 것이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