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25)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25화(125/320)
시리우스 펜첼이 백호 단원들 전부가 모여 있는 연무장에 발을 내디뎠다.
백호는 그간 흑지에서 얼마나 거칠게 구르고 싸웠는지, 얼굴과 온몸에 형용하기 힘든 모양의 흉터들이 잔뜩 새겨진 상태였다.
그 점은 시리우스도 매한가지였다.
특히나 이마에 십자로 새겨진 큰 상처가 눈에 띄었다.
흑지와의 접경지에서 생겨나는 작고 커다란 사건들을 죄다 해결하는 데에 펜첼이 앞장서고 있었으니, 그 과정에서 이들은 각성하다시피 강해진 것이다.
“서열식과 관련해서 전할 말이 있다.”
서열식이란 말이 나오자 백호 단원들은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이미 자신들이 1등을 차지하기라도 한 듯, 여유로운 미소까지도 만연했다.
하지만 시리우스의 표정은 완전히 달랐다.
“릴리안의 아들 녀석에게 고맙다고 해야겠어.”
부단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주작이 지금 서열식을 위해서 얼마나 고된 훈련을 버텨내고 있는지 알고 있나?”
“음…….”
“적을 알아야 승리한다는 걸 흑지에서 내내 배웠을 텐데, 아직도 그렇게 안일하게 굴 것이냐?”
“하, 하지만, 주작 정도는…….”
“주작 정도는?”
쿠웅!
얼굴을 와락 찌푸린 시리우스가 기세를 뿜어내자, 백호 단원들이 침음성을 흘렸다.
“크윽……!”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그의 오러 수준은 본래 8성 중후반이었다. 그랬기에 릴리안에게도 기세 싸움에서 밀리며 험한 꼴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시리우스는 완전히 달랐다.
“유진, 그 녀석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그가 기운을 더욱 거세게 내뿜자, 백호 단원들이 기어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피를 한 움큼씩 토했다.
“내가 방심하지 않도록 해준 것에 대해 고마워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부단장은 시리우스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주작이 그 잠깐 사이에 엄청나게 성장했구나. 그래서 감스탄이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거야.’
시리우스가 백호 단원 한 명에게 다가가더니, 돌연 목을 콱 움켜쥐었다.
“백호가 어째서 백호냐.”
“커헉…… 그, 그게, 무슨 말씀.”
“상대가 누구든, 빈틈을 보인다면 놓치지 않고 달려들어 한입에 적을 처리하기 때문에 백호가 백호인 것이다. 네놈들은 그걸 아직도 모르고 있다, 이거지.”
시리우스는 흉포한 성정을 자랑이라도 하듯, 목을 움켜쥔 백호 단원을 바닥에 집어 던지고는 내뱉었다.
“분명 주작이 청룡을 꺾고 올라올 것이다. 유진, 그 녀석이 있는 한 주작이 청룡한테 지는 건 상상도 되지 않는 일이다, 이 말이야!”
시리우스는 전혀 방심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유진을 경계하며 잔뜩 가시를 세운 채 만반의 준비를 할 생각이었다.
“흑지에서의 고된 시간은 잊어라.”
시리우스의 눈에서 시퍼런 살기가 요동쳤다.
“유진을 죽여 없애려면 그보다 더한 시간을 보내야 할 테니.”
* * *
주작의 연무장.
쉬익!
감감운무진으로 뒤덮인 연무장 내부에서 유진이 휘두르는 검격에 주작 단원들이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유진이 버럭 소리쳤다.
“피하기만 하지 말고 반격을 해야 한다고요!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제기랄! 뭐가 어디 있는지 잘 보이지도 않는다고!”
“밀지 좀 말아봐, 이 자식아!”
주작 단원들은 희뿌연 안개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조금은 바보 같은 모습일지언정, 사실 유진은 지금 주작 단원들이 반응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발전이라 여겼다.
어떠한 감각도, 오러의 기운도 느낄 수 없는 이 영역 안에서 반응을 하려면, 오로지 기감에 집중해야 했다.
처음에 단원들은 운무진 속에서 가하는 유진의 공격에 거의 반응하지 못했다.
하여 유진은 주작 단원들의 팔과 다리, 몸통에 온갖 검흔을 내면서 단원들을 몰아붙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청룡과의 전투에서 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기감을 더 확장하세요! 청룡검진을 우습게 보는 겁니까?”
“나도 하고 있다! 크으윽……!”
“후우, 잠깐 휴식하죠.”
사실 유진도 이 감감운무진 사이에서 검을 휘두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감감운무진 속에 들어간 이는 누구든 간에 감각이 무뎌지는 효과가 있었으니, 유진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다만 유진의 기감만큼은 9성의 수준에 달했기에 단원들을 훈련시키는 게 가능했다.
유진이 운무진을 거두어들인 뒤 결계에서 빠져나와 감스탄과 마주했다.
“다들 실력이 그나마 좋아지긴 했습니다. 생각보다 더 잘 따라오고 있어요. 다만…….”
“다만?”
“아직 불안합니다. 청룡과 싸워서 이길 수준은 한참 안 돼요. 대진을 어떻게 할지부터 정해서 좀 더 체계적으로 훈련을 시켜야겠어요.”
서열식은 1대1, 4대4, 단체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떻게 되든 간에 3번의 대결은 모두 치러야 하기에 누가 1대1 대전에 들어갈지, 4대4 대전에 들어갈지는 잘 생각해야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한 승부를 포기하고 다른 두 번의 전투에 올인하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했다.
4대4 대전에 가장 뒤떨어지는 단원을 몰아넣고, 1대1과 단체전을 노린다든가 하는 식이었다.
유진과 감스탄이 머리를 맞대고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객관적으로 주작과 청룡을 비교해야 한다. 그냥 단순히 생각해서는 안 돼. 누가 나올지 추측을 해야 해.”
“추가로 그에 가장 적절히 대항할 수 있는 멤버로 구성해야 하겠네요.”
“그렇지.”
감스탄이 속으로 안도했다.
‘유진이 오기 전 주작이었다면 주작이 청룡에게 밀렸겠지만 유진이 온 후에는 달라졌다.’
모래시계를 통한 지옥 훈련과 감감운무진을 통한 더 지옥 같은 훈련.
이 두 가지로 청룡기사단과 승부는 점점 알 수 없게 되고 있었다.
다만, 대진표를 잘 짜서 승리 확률을 최대한 올려야 했다.
-여기서 검룡님께서 딱, 1대1 대전에 등장해 주시면 아주 볼만 하겠군. 누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아니.’
유진도 사실 1대1에 자신이 나오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었다.
“1대1 전투는 감스탄 부단장님께서 나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감스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어째서냐? 지금 기세로 보면 다 늙은 나보다 네가 나가는 게 승률이 더 높을 텐데?”
“주작 기사단은 더 멀리 봐야 합니다. 저희는 1승만 거두면 되는 게 아니라 2승을 거둬야 하니, 확률을 조금 더 지혜롭게 분배해야 해요.”
유진은 자신의 선택이 맞는지 스스로 점검해보다,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뮬 삼촌에게는 미안하지만, 청룡은 다음 승부를 위한 발판의 역할이 될 거야.’
유진은 당장의 청룡보다 주작 기사단의 성장을 위해 투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다음 상대는 유진의 짐작으로 백호라고 예상됐다.
‘흑지 파견 이후 백호의 기세가 심상치 않아. 백호를 반드시 상대해서 이겨야 한다. 그래야 시리우스를 억제할 수 있어.’
최근 시리우스가 흘리는 기운의 느낌이 심상치 않았다.
유진조차도 자세히 느낄 수는 없었지만, 시리우스가 좋은 마음을 품고 있는 건 절대로 아니었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는 조만간 알아봐야겠어.’
유진의 말에 감스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릴리안님이 없어진 이후로 주작은 단체전에서는 언제나 패배를 해왔지. 단점을 보완하자는 게 네 목적, 맞느냐?”
“말하자면 그렇죠. 더군다나 제 예상이 맞다면, 1대1에는 유클레이 경이 나올 겁니다.”
“근거는?”
“저와 뮬 경의 사고회로가 비슷하다는 점이 근거입니다.”
유클레이는 예전, 유진을 줄리아가 있는 마차까지 데려다줄 때 나왔던 청룡의 부단장이었다.
전생의 기억을 되짚어 봤을 때, 유클레이는 오러 수준은 높지만, 감스탄에 비해 경험이 적다.
경험은 오러 수준보다 중요한 덕목으로, 전투력의 수준을 결정짓는 중요한 점이었다.
게다가 유진은 유클레이의 약점을 알고 있었다.
“감스탄 부단장님.”
“말하거라.”
“제가 서열식 전부터 쭉 관찰해온바, 유클레이는 왼쪽 무릎에 오러를 싣는 게 불안정합니다. 그 점을 노리시면 1대1에서 보다 수월하게 승리할 수 있을 겁니다.”
감스탄은 유진의 준비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서열식을 도대체 언제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거지?’
사실 생각해보면 유진은 주작 기사단에 들어올 때부터 주작은 1위로 만들어놓겠다는 선언을 했으니, 놀랄 점도 아니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장기전이 된다면 감스탄 부단장님이 불리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약점을 굳이 알려드리는 거예요.”
감스탄 또한 유진의 이어진 말에 바로 수긍했다.
감스탄의 몸 상태가 지는 해라면 유클레이는 아직도 전성기를 달리는 몸이었으니, 유진은 체력적인 면도 고려한 것이었다.
감스탄이 호흡을 골랐다.
‘유진을 중심으로 주작이 다시 영광을 맛본다면…… 그런다면 펜첼의 명성과 더불어 위엄을 온 대륙에 뽐낼 수 있을 텐데.’
그러한 자신감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높은 자리에는 항상 그와 어울리는 격조를 가진 자가 차지해야 하는 법.
‘백호는 1위에 어울리지 않아.’
백호 대신, 유진이 속한 주작이 그 자리에 오른다면 주작은 말 그대로 날개를 펼쳐 권위를 떨칠 수 있을 것이었다.
감스탄은 문득 릴리안을 떠올리며 목이 메었다.
‘릴리안 단장님, 당신 대신 당신의 아들이 뜻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장면입니까?’
짝!
유진이 손뼉을 쳐 잠시 정신이 팔린 감스탄을 일깨웠다.
“집중하세요. 그리고 4대4 전투에는 엘도라, 인스 형제, 라울러를 보낼 생각입니다.”
“으음? 그건 무슨 생각인 게냐?”
감스탄은 이번에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라울러 일행은 최근 피와 땀을 흘리며 열심히 훈련하기는 했지만, 선배들에 비해서는 아직 역량과 경험이 부족했다.
그랬으니 의아할 수밖에.
하지만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이 승부에서 동기들은 성장해야 합니다.”
“유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좋지만, 너무나 중요한 때에 성장을 이유로 위험부담을 감수할 수는 없…….”
“저는 확률의 분배를 현명하게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말은.”
유진의 눈동자가 단단하게 빛났다.
“부단장님께서 1대1에서 이기고, 단체전에서 100% 확률로 이겨버리면 되잖습니까.”
감스탄은 순간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유진의 말에서 무언가 치밀한 계획이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 계획은 다소 복잡하면서도 단순했다.
‘흑지의 광마 군대를 무너뜨렸던 언월진, 거기에 주작검진을 섞는다면 지금 주작의 전력으로도 청룡을 충분히 무너뜨릴 수 있어.’
그 원리는 지배의 권능과 묵광 4성의 부가 효과인 기척 죽이기. 더불어 감감운무진을 활용한 전술이 섞인 유진만의 전법이었다.
‘청룡검진의 파훼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뮬 삼촌에게 보여줘야겠어.’
이는 유진과 더불어 뮬에게도 좋은 점이었다.
지금이야 뮬은 청룡검진이 최강의 전술이라 생각하겠지만, 한 번 제대로 파훼되는 모습을 목격한다면 단점을 보완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진에게 할 일이 있었다.
“발란트 선배!”
발란트가 연무장 바닥에 시체처럼 누워 숨만 고르다가 어기적어기적 기어왔다.
피가 뚝뚝 떨어지고, 눈탱이는 밤탱이가 되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으나.
유진과 감스탄은 이런 광경이 익숙한지 신경도 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선배님은 단체전 대전에 저와 함께 참가할 겁니다. 그때 꼭 알아둬야 할 점이 있어요.”
“으어…… 그래? 뭔데…….”
이어진 유진의 말을 들은 발란트는 반쯤 감긴 눈을 크게 떴다.
“뭐라고? 그, 그게 진짜야?”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