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26)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26화(126/320)
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청룡이 청룡검진을 사용하는 게 뭐, 특별한 건 아니지.”
“아니, 그게 아니라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않은 청룡검진인데, 그거에 대한 약점까지 벌써 알고 있는 게 신기한 거잖아!”
“그거야, 뭐. 그냥 예측하는 거지.”
유진은 발란트에게 단체전 대전에서 청룡기사단이 사용할 검진과 그 약점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청룡은 원래 따로 검진이랄 게 없는 걸로 알려져 있었다.
그랬기에 뮬이 이번 서열식을 위해 검진을 따로 준비하고 있었고, 이는 클라크가 말한 대로 그와 제이드만이 아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알려지지도 않은 청룡검진의 파훼법을 유진이 미리 알고 있었으니 발란트는 놀랄 수밖에.
“정말 그렇게만 하면 청룡의 검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거지?”
유진은 대답 대신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다.
애초에 감감운무진 역시도 청룡검진의 맨 끝 단계에 있는 부가 효과를 따라 한 진법이었다.
발란트는 유진이 말한 것 그대로, 청룡이 펼칠 검진의 약점을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 * *
전사의 요람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심처(深處).
불칸이 파이프에서 연기를 뿜어내며 가부좌를 틀고 바둑판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회색 로브를 입은 노인이 있었고, 둘은 바둑을 두고 있었다.
탁.
불칸이 연기를 한 번 후욱 뱉어내며 검정 바둑알을 두었다.
“장로.”
“예, 불칸이시여.”
“내가 왜 바둑을 좋아하는 줄 아나?”
장로도 옅게 웃어 보이며 흰색 바둑알을 두었다.
탁.
“파괴에 뜻이 있으시겠지요.”
불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빈 곳이 있어야 집을 지을 수 있겠지. 교지라는 거추장스러운 집을 부수고 전사들의 집이 지어진다면 이 얼마나 영광스런 일인가?”
바둑이 그랬다.
남이 애써 지어놓은 집을 부수고, 나의 집으로 만드는 것.
이는 불칸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정확히 일치했다.
탁…….
불칸이 한 수를 두면서 장로의 커다란 집 하나가 싸그리 사라졌다.
“준비는 다 되었겠지?”
그는 교지를 상대로 대규모 테러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고, 이에 관한 질문이었다.
“준비되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장로가 불칸에게 음습한 기운을 풍기는 검붉은 혈석을 건넸다.
불칸이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명문 육가와 시리우스에게도 혈석은 잘 전달되었나?”
“그렇습니다.”
본래 불칸이 십여 년간 공을 들여 만든 혈석은 유진이 가져가 버렸다.
그랬기에 지금 불칸의 손에 있는 혈석은 양산형 혈석이었다.
불칸은 기껏 만든 혈석을 홀랑 가져간 유진에게 화가 날 법도 했지만, 오히려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있었다.
유진이 공들인 혈석은 가져갔지만 수많은 연구기록은 전사의 요람에 남아있었고, 혈석을 찍어내듯 복사할 수 있었으니, 별 문제가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 양산형 혈석은 흡수하게 되면 영구적인 문신화는 아니지만, 일시적인 문신화까지는 가능했다.
물론 불칸은 그럼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검룡에게 뺏긴 혈석은 언젠가 회수해야겠지.”
그는 유진에게 빼앗긴 혈석을 되찾는다면 그때야말로 제이드를 뛰어넘고 교지를 집어삼킬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이 혈석을 부순다면 우리에게서 혈석을 가져간 모든 이들의 혈석이 깨지면서 폭주할 것이다. 잘 간수하도록.”
사실, 전사의 요람은 교지를 함락하기 위해 이미 교지 곳곳에 양산형 혈석을 은밀히 뿌려두었다.
어떤 것은 죽은 전사의 요람 소속 전사에게, 어떤 것은 비밀스럽게 숨겨놓은 장소에.
그리고 큰 힘을 얻고자 탐욕을 부린 교지의 기사들에게 판매하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목석같이 강직한 펜첼 놈들 중에서도 우리와 통하는 이가 있다는 게 신기하군. ”
“본디 혈석이란 한번 맛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지요.”
불칸은 바둑판을 치워놓고 혈석을 만지작거렸다.
“태양신교 이 녀석들이 펜첼을 함락하기로 한 약속을 어겼으니 우리라도 제대로 나서보자고.”
전사의 요람은 교지의 점령과 더불어 유진이 흡수한 혈석까지 모두 되찾을 계획을 하고 있었다.
* * *
깊은 밤, 감스탄과 헤어져 숙소로 돌아가는 길.
달빛이 내리쬐며 유난히 밝은 밤이다.
유진은 주작의 기숙사로 들어가던 차, 수상한 기운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설마 지금까지 기다린 겁니까.”
그가 피식 웃으며 내뱉자 그림자 속에서 시리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 손대지 않던 파이프를 입에 문 채로.
“너무 오래 기다렸잖느냐, 유진.”
“바쁘신 분이 무슨 용건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말이지.”
후우.
시리우스가 연기를 한 번 내뱉자 달빛이 희뿌옇게 보였다.
“뭐가 고맙다는 말입니까.”
예전과는 다르게 묘하게 시리우스는 차분해진 모습을 보이기에 유진이 미간을 좁혔다.
“네 덕분에 흑지에 가서 참, 좋은 수련이 되었거든.”
“그 말씀이셨군요. 좋은 기회였을 텐데, 좀 더 고생해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유진이 히죽 웃으며 응수했으나, 시리우스는 코웃음도 치지 않았다.
“그럴 걸 그랬어. 내 생각이 짧았군.”
“생각 짧으신 거야 이미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서 그런가, 내 목표도 짧고 간단하게 변했어.”
자꾸 수수께끼 같은 말을 던지는 시리우스의 화법에 유진이 전략을 달리했다.
말의 저의를 분간해보는 방법이었다.
유진이 물음도, 대답도 않고 기감을 확장했다.
오스틴 왕국에서 기사단장의 행색을 보고 어디에 다녀 왔는지 알아챈 것처럼, 시리우스가 왜 갑자기 여기에 나타난 건지 알아내기 위함이었다.
우선, 신발.
시리우스의 신발은 딱히 특징이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워낙 깨끗하여 새 신발로 유추된다는 것 정도.
그리고 숨소리.
그의 숨소리는 거칠지도, 지나치게 고요하지도 않았다. 그저 원래부터 차분했던 것처럼 일정하고 고른 상태였다.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 본 새에 꽤 파악하기가 힘든 인물이 되었군. 뭐지?’
유진의 눈동자가 시리우스의 파이프로 돌아갔다.
‘파이프를 물고 나타난 거야, 뭐, 흑지와의 접경지에서 지내며 워낙 힘들다 보면 손에 대는 이들이야 많았으니 그렇다 칠 수 있…….’
그렇게 생각하던 차.
유진의 코끝에 시리우스가 뱉어낸 연기 한 줌이 닿았다.
이 연기 냄새, 어딘지 모르게 익숙했다.
파이프를 피우는 인물은 유진의 근처에 몇 없다.
기껏 해 봐야 주작의 선배 기사들이 가끔 힘들다고 푸념을 하며 피우는 것 정도?
그러나 그런 종류와는 완벽하게 다른 냄새였다.
유진의 완전기억 능력이 머릿속에서 발동되었다.
어디지? 어디에서 맡아본 냄새지?
그리고 이내 알아냈다.
‘글람푸스탄에서 유리를 포로로 호송하고 오던 중, 누군가에게 습격당해 싸그리 다 죽어버린 현무 단원들의 시체에서 나던 냄새다.’
유진은 당시에 현무 단원들의 시체를 굳이 보겠다며 시체 안치실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다 잡은 유리를 놓쳤으니 자신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다는 생각과 더불어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빌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때 나던 그 묘한 담배 냄새가 지금 시리우스가 뱉는 연기에서 나고 있었다.
‘도대체 뭐지……?’
간단하게 생각하면 당시 시리우스가 파이프를 피며 현무 단원들을 죽인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이미 당시 시리우스의 알리바이는 확실하기 때문이었다.
그에 유진이 기감을 최대한으로 확장하였다.
시리우스의 어깨에 떨어진 먼지 한 톨, 그를 스쳐간 바람 한 점까지도 놓치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알아냈다.
‘저건 흑지에서만 재배되는 담뱃잎을 태우는 냄새야. 전생에서 불칸을 심문하던 와중에 맡아본 적이 있어.’
생각이 거기까지 다다랐을 때였다.
“오늘은 경고차 왔다. 나의 짧은 목표를 이루는 가운데에 네가 있거든.”
“무슨 목표인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다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이로운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주작이 서열식에서 올라올 것을 알고 있다.”
“……?”
대뜸 서열식 얘기를 꺼내는 시리우스에 유진이 고개를 기울였다.
“백호와 주작의 승부, 난 그것만을 기다리고 있단다.”
시리우스가 무서울 만큼 고요한 공기 위에 음성을 실어 보냈다.
그것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 목소리가 유진의 고막을 때리자 묘하게 공포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유진은 무시하며 뒤돌아섰다.
“저도 기대하겠습니다.”
시리우스는 딱히 살기나 오러를 드러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유진에게 이토록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후우.
유진이 미간을 와락 찌푸리며 계단을 올랐다.
시리우스의 도발보다, 전사의 요람의 수장인 불칸과 시리우스 사이의 관계가 더욱 신경 쓰였다.
‘유리가 도망칠 수 있었던 것도 설마…….’
유진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설이 세워졌다.
* * *
서열식 당일이 되었다.
오늘 주작과 청룡의 서열식이 치러질 것이고, 장소는 주작의 연무장인 남관이었다.
각 기사단이 서열식을 치를 장소는 동전 던지기를 통해 정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주작이 이긴 것이었다.
백호와 현무의 서열식 또한 동전 던지기로 이긴 현무 기사단의 거처인 북관에서 이루어진다.
다만, 서열식은 똑같은 날 똑같은 시간에 시작되기에 펜첼의 가솔들은 어느 서열식을 봐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한데.
“여기가 남관 맞지?”
“어, 저기 유진 기사님이다. 맞는 것 같네.”
거의 대부분의 가솔들이 남관으로 와 주작과 청룡의 서열식을 보기로 택했다.
금검과 궁귀도 자리에 참석한 상황. 다만 투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투귀는 어디 간 건가? 요즘 통 안 보이던데.”
“그 녀석은 뭐 바쁘다고 하던데? 요즘 고민이 많아 보이더군. 뭔지 물어도 대답도 안 하고…….”
“그러고 보니 가주전 근처에서 맴돌고 있는 걸 나도 보았네.”
이유가 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가주님은 최종 결승전에만 오신다고 했지?”
“그래. 그리고 릴리안님과 리처드 경도 주작이 결승전에 올라가면 오실 것 같더군.”
“주작이 이겨야 하는데……!”
펜첼의 시종과 호위기사 대부분이 모인 남관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
“뭐, 뭐지? 죄다 여기로 모인 건가?”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금검과 궁귀는 의아한 얼굴로 펜첼의 가솔들을 쳐다보다, 이내 한 사람에게로 시선을 모았다.
바로 유진이었다.
“유진 때문이군.”
“녀석이 흥행 티켓 역할을 한 거야.”
그도 그럴 게, 15살의 나이에 8성을 찍었다는 것 자체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소식지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물밀 듯이 들어왔지만 유진의 요청으로 펜첼에서는 죄다 거절을 놓았다.
그 정도로 유진은 이미 유명 인사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감스탄은 선배 기사들과 더불어 동기들을 배려하려는 듯 한마디 했다.
“신입들의 성취도 궁금했겠지. 그간 저 모래시계 덕분에 고생깨나 했으니.”
더불어.
“청룡에도 유명한 녀석이 하나 있지, 아마?”
감스탄의 시선이 맞은편에 있는 청룡 쪽 한 사람에게 돌아갔다.
카인이었다.
카인과 그의 셋이 무언가 열심히 작전 회의를 하고 있었다.
녀석들은 몇 년 전 라울러와 싸움을 벌였던 상급반의 훈련생이자 이젠 청룡 소속의 기사였다.
라울러가 비죽 웃었다.
“저렇게 넷이서 4대4 대전에 나올 모양이네요.”
“그런가 보구나. 라울러, 몸 상태는 어떻느냐?”
감스탄의 질문에 라울러의 입꼬리가 주욱 찢어졌다.
“다 찢어버릴 수 있습니다.”
라울러는 당시 자신을 때린 선배들에게 앙금이 남아있는 건 아니었지만, 마침 그들을 손볼 기회가 있다는 게 즐거웠다.
유진은 피식 웃으며 라울러를 툭 쳤다.
“지금까지 우리가 한 게 있는데, 당연히 다 찢어놔야지.”
유진의 동기들이 투지로 가득 찬 눈을 빛내는 사이.
주작 대 청룡 서열식의 심판으로 두 기사단의 전대 단주들이 각각 문을 열고 들어왔다.
겉으로는 서글서글한 인상의 노인처럼 보였으나, 속으로는 단단한 기개가 엿보이는 게 공통점이었다.
그때, 주작의 전대 단주가 누군가를 찾는 듯 고개를 휙휙 돌리다 멈췄다.
시선은 유진을 향한 채였다.
“아, 저기 있군.”
그는 자유분방한 주작 기사단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듯, 팔(八)자걸음으로 휘적휘적 걸어 유진의 앞에 섰다.
“감스탄, 오랜만이네. 잘 지냈나?”
“물론입니다. 달탄 경, 얼굴이 좋아 보이십니다.”
“그럴 수밖에! 우리 주작이 드디어 날개를 펼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울상일 순 없잖나!”
달탄이라 불린 전대 단장은 껄껄 웃으며 유진을 보았다.
“자네가 유진이구먼. 유진 로베르.”
“반갑습니다.”
“어떻게, 자신은 좀 있겠지? 내 자네의 소문을 한두 번 들은 게 아니라서 기대가 많이 되는데 말이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유진이 담백하게 대답하자 달탄은 호탕하게 웃었다.
“크하하! 역시 주작은 자신감이 생명이지.”
뚝.
한참 크게 웃던 달탄이 갑자기 웃음을 그쳤다.
그러고는 스산한 표정으로 유진의 눈앞에 얼굴을 가져다 놓았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