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27)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27화(127/320)
“자네가 주작의 분위기를 모두 바꾸어 놓았다고 들었네. 그러니 실질적인 리더는 유진, 자네라고 봐도 무방하겠지.”
유진은 달탄의 얼굴이 코앞에 있음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고 대답했다.
“생각하기 나름이겠죠.”
“그렇다면 하나는 반드시 지키게.”
달탄의 음성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내가 저 청룡의 전대 단주에게 망신당할 일은 없게 만들게.”
다소 강압적인 어조.
방금 연무장의 문을 함께 열고 들어온 청룡의 전대 단주가 짜증스럽다는 얼굴로 달탄을 보고 있었다.
펜첼 기사단끼리의 역사나, 전대 단주들 사이에서 정치 싸움이나 신경전이 있었다는 건 유진도 이미 알고 있었다.
아마도 예전 주작과 청룡은 일종의 라이벌과 비슷한 관계였을 터.
그랬기에 유진이 히죽 웃음을 흘렸다.
“위신을 지키길 원하시는군요.”
“주작은 곧 나의 명예니까. 지금껏 수모를 당해 온 거로 충분하지 않겠나?”
릴리안이 주작을 나간 이후 줄곧 꼴찌를 도맡아 했던 지난날을 말하는 것 같았다.
유진이 입을 열었다.
“약속드리죠. 단,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달탄이 인상을 찌푸리며 유진을 보았다.
보통 열다섯 정도 되는 녀석들은 전대 단주라는 이름만으로도 깨갱 하고 쫄기 마련인데, 이 녀석은 쫄기는커녕 조건을 내걸고 있었다.
“전투 양상이 어떻게 되었건, 심판은 공정하게 해주시는 걸 약속하시죠.”
달탄이 멍한 표정으로 그 말을 듣고 있다가,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 뭔가 했더니, 심판을 공정하게 하라는 말이었느냐? 크하하!”
달탄은 유진이 아주 마음에 드는 듯 흐뭇한 눈빛으로 그를 다시 보았다.
‘과연, 청룡에게 지기 싫어하는 내가 편파 판정을 할 가능성을 내다본 것이군. 인재로다, 인재!’
그가 보기에 유진은 아무리 보아도 범상한 녀석이 아니었다.
“약속하마.”
달탄이 유진과 감스탄에게 눈을 찡긋하고는 다시 전대 청룡단주 옆으로 돌아갔다.
유진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드가 죽고 어린 엘도라가 가주가 되었을 때, 펜첼이 버틸 수 있던 마지막 보루가 이들이었지.’
전대 단주들이 심판을 맡게 된 것은 그들이 누구보다 제 기사단의 기술을 잘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전대 단주들은 이젠 은퇴하고 행정 업무를 보거나 개인의 훈련에만 치중하고 있었다.
만약 펜첼에 위협이 닥칠 경우에나 한 자리에 모이는 이들이 전대 단주들이었다.
통칭 원로원.
그런 만큼 그들은 중요한 일이 아닌 이상 직접 발걸음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자리에 그들이 나타났다는 것은, 그만큼 서열식의 의미가 깊다는 말이었다.
지닌 바 무력은 낮아졌을지라도 보는 눈 만큼은 정확하니, 심판의 역할은 제대로 해낼 것이었다.
게다가 달탄은 유진에게 꼭 이기라며 한껏 부담감을 실어줬다.
옆에서 유진을 보던 감스탄이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달탄 경이 그렇게 압박을 가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심판이나 똑바로 보라고 말하는 태도라니…… 너는 대체.’
그때, 연무장의 가운데에 있던 에막스가 입을 열었다.
“이제 자리에 앉아주십시오. 대진표를 발표하겠습니다.”
대진은 유진의 예상과 정확히 일치했다.
1대1 대전은 청룡의 부단장인 유클레이와 주작의 부단장인 감스탄.
4대4 대전은 카인 일행과 유진의 동기들.
단체전은 앞선 전투에 참여했던 이들을 제외한 후 선별된 10인이었다.
주작은 유진과 발란트가 포함되어 있었고, 청룡에는 현 단장인 뮬이 포함되어 있었다.
유진과 뮬이 멀리에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유진, 역시 너도 나와 같은 전략이었구나.’
‘뮬 삼촌, 저랑 생각하는 방식이 비슷하네요, 역시.’
뮬이 씨익 웃었고, 유진도 작은 미소를 지었다.
청룡 또한 서열식을 성장의 기회로 본 것.
과연 지략가과 전략가의 머리가 돌아가는 법은 대동소이한 모양이었다.
‘누가 이기든 청룡도 이번 서열식에서 얻어가는 게 많겠어.’
그만큼 주작이 그간 청룡의 파훼를 위해 억센 훈련을 소화해왔다는 말과 같았다.
“두 기사는 나와주시길 바랍니다.”
에막스가 개전을 알림에 따라 감스탄과 유클레이가 자리에 나왔다.
서로 검을 들고 마주본다.
지이잉…….
유클레이가 천천히 오러를 꺼내 들었다.
감스탄은 유클레이의 기세를 잠시 느껴보았다.
‘역시, 나보다도 강하군.’
과연 유클레이는 괜히 청룡의 부단장이 아니라는 듯 살벌한 기세로 감스탄을 노려보았다.
“살살해주시게, 유클레이.”
“그럴 수는 없습니다. 미리 사과드립니다.”
“냉정한 청년일세.”
화아악!
감스탄이 오러를 내뿜자, 연무장 바닥이 진하게 떨리며 관중들도 순간 긴장감을 머금었다.
“오오……!”
“감스탄 경도 만만치 않은데!”
그라시안의 모래시계와 더불어 감감운무진을 통해 감스탄 역시 크게 성장한 상태였다.
서로의 오러가 맞부딪히자 연기가 치솟아 오르며 파즈즉, 소리를 내었다.
파앗!
유클레이가 모습을 감추었다.
어느새 감스탄의 뒤.
검격을 내지른다. 감스탄은 분명 눈으로 유클레이를 보지는 못했지만, 동물적인 감각으로 뒤를 돌아 검을 세웠다.
까앙, 하는 소리와 함께 감스탄이 유클레이에게 반격했다.
‘유진이 유클레이의 약점은 왼쪽 무릎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약점을 공략하기 위해 반드시 깔아두어야 하는 건, 바로 약점이 아닌 곳을 먼저 공격하는 것이었다.
감스탄이 왼쪽 무릎을 제외한 오른쪽 무릎, 왼쪽 어깨, 복부, 팔 등에 검격을 내질렀다.
유클레이는 당하지 않았다.
거의 모든 공격을 흘리고 막아내며 감스탄을 궁지로 몰았다. 전혀 새로운 기술과 검술을 구사하자 감스탄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감스탄은 이 정도로 밀릴 줄은 예상치 못했기에 당황한 눈치였다.
유클레이가 뮬의 조언을 상기했다.
-감스탄 경은 경험이 많다. 청룡과 같은 임무를 나간 적도 많은 만큼 청룡검술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을 터. 새로운 기술로 대응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게다가 청룡은 청탑과의 연결을 통해 흑지 잠입에 여러 번 투입되며 흑지의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나 전사의 요람인 척 정체를 감추어야 할 때가 많았기에 전사의 요람 소속 전사를 생포해 그들의 기술을 훔치기도 했다.
그중 하나.
맞대고 있던 유클레이의 검에 있던 오러가 얇게 갈라져 퍼진다.
8성에서 오러의 유형화를 세밀하게 다룰 줄 아는 이들만 펼칠 수 있다는 비기, ‘검사(劍絲)’였다.
마치 날아오른 용이 지상을 향해 떨어지며 손톱으로 긁은 듯 긴 고랑을 만들어 낸다.
곧바로 감스탄의 옆구리로 날카로운 오러의 실이 쏘아졌다.
* * *
펜첼의 가주전.
제이드는 수정구슬을 통해서 주작과 청룡 간의 대전을 보고 있었다.
결승전에만 직접 참관할 것이라는 말과 달리, 대전을 지켜보는 그의 눈빛에는 기대감이 스며있었다.
그리고 그의 맞은편에는 한 사람이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제이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바로 투귀였다.
수정구슬에 집중하던 제이드가 투귀에게 툭, 물었다.
“자네도 저기서 겨뤄보고 싶은가?”
투귀는 조금 놀란 듯,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기사로서 검을 맞대고, 주먹을 나누는 일은 항상 기다려지곤 합니다.”
“그래서 가주전 근처를 그렇게 정처 없이 방황했군. 나와 겨뤄보고 싶어서.”
“……!”
투귀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제가 어찌 감히 가주님과 대결을 할 수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유진은 언제부터 보필했나?”
“아…….”
투귀는 그런 것이 아니라며 변명을 하려다가 이내 관두었다.
제이드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으리라 판단한 까닭이었다.
“10년가량 된 것 같습니다.”
“펜첼까지 따라와 보필하려는 걸 보면, 유진이 사람을 참 잘 둔 것 같군.”
“말씀 감사합니다.”
“한데, 이제는 부족함이 느껴지던가? 유진을 보필하기에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로군.”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제이드는 투귀의 속내를 다 꿰뚫고 있었다.
그는 제이드 앞에서 무엇이든 간에 숨길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모든 사실을 이실직고하기로 했다.
“……그렇습니다. 유진 공자는 이제 제 수준을 넘어섰고, 저는 더 이상 유진 공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괴로웠습니다.”
제이드가 수정구슬에서 시선을 뗐다.
“하여?”
“하여 저는 유진 공자에게 보답하고 싶고, 앞으로도 더 도움이 되는 인물로 남고 싶었습니다.”
“강해지고 싶다는 말이로군.”
“그렇습니다.”
제이드가 잠시 고민하더니, 가벼운 웃음과 함께 말을 꺼냈다.
“자네의 무위도 쓸 만하다는 걸 진즉에 눈치챘었네.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야.”
투귀가 그간 제대로 무위를 수련했다면 대륙에서 손꼽는 기사가 됐으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예?”
“서열식이 끝나고 있을 마수 토벌에 뛰어난 요리사가 필요했는데, 생각이 있는가?”
* * *
감스탄은 폭포처럼 밀려오는 검사를 목도하며 경악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런 기술은 처음 본다……!’
도대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감도 안 오는 기술이었으니.
감스탄은 제가 가진 모든 오러를 꺼내 방벽을 만들었다.
하지만.
스스슥!
수많은 오러의 실은 방벽을 순식간에 휘감더니, 순식간에 깨트려버렸다.
그 과정에서 검사의 위력이 약해지긴 했지만, 감스탄에게 치명상을 입히기엔 충분했다.
검사가 감스탄의 온몸을 헤집으면서 무수한 상처를 냈다.
“크으윽…….”
유클레이도 이 기술을 쓰는 데에 힘을 깨나 썼는지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에 감스탄이 내뱉었다.
“이 기술을 막아내면, 자네의 승리로 하는 거 어떤가.”
유클레이는 이미 감스탄이 전투를 길게 잇기에 불가능한 상황임을 알아챘다.
오늘 서열식의 목적은 서로를 죽이는 게 아니라 우열을 따지는 자리.
그랬기에 유클레이도 적당히 힘을 소모하고 자리로 돌아가는 게 현명했다.
“좋습니다.”
“자네의 기사도에 존경을 표하네.”
감스탄이 무슨 기술을 꺼낼지는 모르겠지만, 유클레이는 자신이 있었다.
감스탄이 애써 중심을 잡아 검을 세웠다.
그는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이 대전의 승리는 유클레이에게 이미 빼앗긴 상태라는 걸.
다만, 한 번쯤은 승부사를 걸어 볼 만했다.
‘이 승부에서 지더라도 이걸 보는 주작 기사단에게 가르침을 주고 싶다.’
삼염참을 넘어서 만든 이 기술의 이름은 구염참(九炎斬).
그는 오스틴 왕국에서 보였던 육염참에서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구염참을 꺼내 들었다.
시전하면서 일어나는 반동을 버틸 수 있도록 근력과 체력을 키우는 게 중요한 기술이었고, 이미 유진 덕분에 모든 준비는 완료된 뒤였다.
특히나 감스탄의 눈에 유진과 인스 형제가 들어왔다.
이 기술은 유진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인스 형제가 적임자였다.
‘유진 같은 규격 외의 체질이 아니라면 태생적으로 신력을 타고났다는 이들만 익힐 수 있었기에 인스 형제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
지잉!
감스탄의 붉게 달아오른 검에서 폭발이 터지기 시작했다.
일멸, 이멸, 삼멸…….
유클레이는 감스탄의 공격을 초반에는 능숙하게 막아냈다.
불꽃이 치솟아 오르고, 주변이 시뻘겋게 물들었으나 유클레이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크으윽……?!”
6번째 공격, 육멸(六滅)부터는 유클레이도 침음성을 흘려야만 했다.
콰아아앙!
아지랑이에 아지랑이가 겹쳐 쓰이며 더욱 강한 불꽃이 타올랐다.
그 아지랑이 사이에서는 주작의 환영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이것이 주작의 검법……!’
유클레이가 이를 꽉 깨물고 오러를 펼쳐냈으나, 내상을 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화르륵!
그의 피부가 새빨갛게 물들고, 날숨이 뜨겁게 달아올랐으며, 입가에서 피가 흘렀다.
팔멸(八滅).
유클레이가 온 힘을 다해 덮쳐오는 불꽃의 폭풍을 걷어낸다.
오러를 있는 대로 꺼내 막아냈지만, 손끝에 붙은 화염이 그의 정신을 어지러이 만들었다.
괜히 감스탄의 제안을 승낙했나, 싶은 순간이었다.
이윽고.
“마지막, 구멸(九滅)이라네……!”
감스탄이 피를 한 움큼 토해내며 마지막 공격을 펼쳤다.
유클레이가 덜컥 겁을 먹었다.
‘못 막는다……!’
팔멸까지도 극한에 극한까지의 힘을 쏟아부어 간신히 막아냈는데, 마지막 결정타인 구멸은 역부족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감스탄의 눈은 여전히 형형히 빛나고 있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