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29)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29화(129/320)
라울러의 일격은 지금은 유진만이 아는 청룡검진의 약점.
바로, 검진에서 가장 큰 오러를 수급하고 있는 인물, 카인이었다.
오러의 중심축이 무너지면 청룡검진도 무너지게 되어 있었다.
이러한 약점은 어떻게 보면 당연해 보일지 몰라도, 검진이라는 전술에 중심이 있다는 것 자체가 생소한 특징이었다.
애초에 검진이란 말 그대로 검으로 이루어진 진형이란 뜻으로.
검진을 무너뜨리려면 검진을 이루고 있는 인원의 절반 이상을 쓰러트리는 방법 외에는 약점이라는 게 따로 없었다. 주작 검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청룡검진의 경우는 상대방의 감각을 무디게 하는 부가효과가 있었고, 그 현상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따로 마법적인 효과를 담당할 축이 필요한 것이다.
유진은 그 원리를 알고 있었고, 검진의 축이 카인이라는 점도 예측했다.
전생에도 있었던 청룡검진의 약점은 이후 실전을 겪으며 자연스레 뮬이 보완했지만, 지금은 뮬도 이러한 약점이 있는지 모를 것이었다.
라울러의 움직임에 모두가 놀란 눈을 떴다.
애초에 검진을 무너뜨리는데 굳이 가장 강한 인물인 카인에게 선공을 펼칠 이유가 없는데, 라울러는 그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특히나 달탄의 눈이 크게 뜨였다.
‘카인에게 먼저 칼을 들이밀었다. 도대체 왜……?’
의문은 아직 해결되지 못한 채 싸움은 이어졌다.
까아앙!
그나마 제일 빠르게 반응한 카인의 검과 라울러의 창이 부딪혔다.
공중에서 내리 떨어지며 오러를 가득 실은 라울러의 공격에 카인은 몸을 휘청였다.
그가 흔들리자.
‘유진의 말이 정말이었어!’
청룡검진의 주위를 따라 일렁이던 검푸른 운무가 눈에 띄게 옅어지고, 라울러 일행의 감각이 조금 살아났다.
라울러가 주먹을 불끈 움켜쥐며 소리쳤다.
“더!”
그 외마디 외침에 인스 형제와 엘도라도 감았던 눈을 떠버리고, 선명한 안광을 내뿜으며 달려들었다.
주작의 공격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라울러는 물론, 인스 형제와 엘도라가 자신들을 향해 들어오는 공격들을 피해가며 카인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눈을 감고도 막아내던 청룡의 공격이었기에 감각이 살아있는 지금은 싸움이 더욱 수월했다.
“크윽……!”
카인이 검진의 축에서 멀어지고 점점 상처를 입으며 공격보다 방어에 치중할 때쯤.
처음에야 조금 상처를 입었지만, 검푸른 운무가 계속해서 옅어지면서 청룡검진은 거의 쓸모가 없는 전술로 전락했다.
본래 청룡검진의 주 무기가 감각을 무뎌지게 하는 저 운무였는데, 그 효과가 사라지니 그냥 머릿수만 4명으로 싸우는 꼴이 되었으니 그도 그럴 수밖에.
‘내가 밀리면 밀릴수록 운무가 옅어지고, 녀석들이 감각을 되찾고 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카인은 자신이 검진의 중심이라는 그 사실 자체를 뮬에게 전달받은 적도, 전달받을 수도 없었기에 지금 이 상황이 무척이나 곤욕스러웠다.
결국.
쿵!
라울러의 팔천무극창을 어떻게든 방어하고 감당해내던 카인이 바닥에 엉덩방아를 찍었다.
여기서 라울러는 멈춰도 됐지만, 굳이 승부를 어정쩡하게 끌고 갈 필요도 없었다.
라울러가 검을 들어 쳐올려 카인의 머리로 내리치려던 그 순간이었다.
펄럭!
유클레이가 흰색 손수건을 경기장으로 날려 보내 패배를 선언했다.
“그만하겠다! 우리의 패배다.”
뚝.
라울러가 내리치려던 검을 멈추고 검을 툭 떨궜다.
그러고는 카인에게로 손을 내밀었다.
“고생하셨습니다.”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
“주작 대 청룡, 1대1!”
달탄마저도 흥분한 함성을 지르다가 시선을 유진에게로 돌렸다.
‘유진 로베르, 이 녀석…… 물건이구먼.’
심판은 무섭도록 공정하게, 주작의 승리였다.
* * *
유클레이가 4인전에 참가한 카인 일행을 다독였다.
그에 반해 감스탄의 패배로 기가 죽어있던 주작 기사단의 사기는 한 번에 쭉 올랐다.
“유진, 이거 진짜 먹히잖아? 난 솔직히 네가 헛소리하는 줄 알았어. 뭔, 검진에 중심 같은 게 있다니,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서.”
“나 믿었다가 손해 보는 경우 없었잖아. 그래도 형도 잘했네. 마지막에 손 딱, 내밀면서. 고생하셨습니다. 크.”
“크하핫! 넌 그거 알아보는구나?”
라울러는 웃음을 터뜨리다가 짐짓 엘도라의 눈치를 슬쩍 보았다.
전부터 계속 라울러는 엘도라를 좋아하는 티를 내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제일 한 게 없네.”
그러든지 말든지 엘도라가 투덜거리자 라울러가 고개를 저었다.
“네가 정신적 지주잖아. 엘도라. 유진을 믿자고 가장 크게 지지한 것도 너고.”
“……그런가.”
그 말에 엘도라는 금세 기분이 나아졌는지 조금 풀린 표정이었다.
유진은 얼씨구, 하면서 단체전에 나갈 팀원들을 끌어모았다.
“다들 준비되셨죠? 자신 있습니까?”
“막내들이 이겼는데 우리가 설마 다 된 밥에 재라도 뿌릴까. 자신 그 자체지. 믿어주라.”
“그럽시다. 가죠.”
유진이 발란트와 함께 연무장 안쪽으로 들어섰다.
“어? 유진 공자가 이때 나오는 거였구나?”
“왜지? 차라리 1대1 대전에서 나왔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검룡 타이틀이 아까운데.”
관객석에서는 유진이 단체전에 나오는 것을 보고 의아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발란트는 유진의 속내를 추측할 수 있었다.
‘단체전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통솔력과 단합력이 더 중요하다. 아마 그래서 유진은 감스탄 부단장님께 기회를 주고 단체전에 참가한 걸 거야.’
잔뜩 흥이 오른 달탄과 베르세이 마저 대전을 자세히 보기 위해 상체를 앞으로 내밀었다.
“과연, 우리 유진 경이 일을 낼 수 있을까.”
“언제 봤다고 우리 유진인가? 하!”
“왜? 주작한테 지고 망신살 질까 봐 똥줄이 타나 보지? 크하하!”
“격 떨어지는 말 좀 삼가게, 달탄! 주작 버릇 남 못 준다더니…….”
그 와중, 유진은 옆에 서 있는 발란트에게 말했다.
“잊지 마세요. 적절한 타이밍에 상징검술을 꺼내야 합니다.”
청룡이 뭔가 알 수 없는 소음을 내는 기술을 쓰면, 발란트는 자신의 상징검술을 꺼내야 했다.
발란트만의 상징검술을 이번 단체전에서 아주 유용하게 쓰일 터였다.
그의 상징검술은 파이어 뱃(Fire Bat).
검로를 따라 시뻘건 화염으로 구성된 박쥐들이 수천 마리가 소환되는 기술이었다.
박쥐는 고주파를 내는 동물.
유진은 이 박쥐가 내는 초음파가 필요했다.
“근데 왜 하필 내 상징검술이 필요한 거야?”
“단체전이 되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모두가 선배님을 위해 날개가 되어줄 거니 주작의 발톱은 선배가 돼주세요.”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기필코 해내야 해. 다음, 백호와의 승부에서는 내가 1인전에 나갈 테니 이후 대전에는 내가 없어. 여기서 주작이 성장해야 한다.’
굳이 유진이 주작의 발톱 대신 날개 역할을 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
그는 서서히 군대를 만드는 중이었다.
그리고 주작은 유진이 직접 조형하고 꾸리기 가장 좋은 군대였고, 그는 그 성장의 과정에 발란트를 필두로 세웠다.
발란트가 이번 대전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야 유진도 주작을 더 큰 군대로 키울 의사가 생길 터였다.
“두 기사단은 대전을 준비해 주십시오.”
에막스의 외침이 연무장을 울렸다.
청룡 기사단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치고 주작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은 방금 전 뮬과 분주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마도 유진이 파훼한 청룡검진의 약점에 대한 보완점을 금세 내놨을 게 뻔했다.
그러니 이번 단체전에서의 대전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청룡을 상대해야 했다.
“제가 말했던 소통 체계, 지금 연결하겠습니다. 저항하지 마세요.”
유진이 빠른 말로 내뱉고, 곧장 검을 연무장 바닥에 내리찍었다.
그러자.
치치칙!
마치 전기 신호가 울리는 것처럼 잡음 섞인 소음과 함께 주작 단원들의 머릿속에 불빛 하나가 탁, 켜졌다.
묵광 4성을 달성하며 얻었던 특수한 능력, 기척 죽이기.
반대로 기세를 퍼뜨릴 수 있는 능력과 주작흔, 그리고 복종까지 섞어 만든 유진만의 ‘소통 체계’가 형성된 것이다.
[제 말 잘 들립니까?] [어엇……?]주작 단원들은 제 의지와는 관계없이 유진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직접 들리는 것에 살짝 거부감이 일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전음이나 메시지 마법과는 또 다른, 완전히 새로운 느낌.
마치 영혼이 서로 교집합을 형성하여 그 사이를 간질이는 듯한, 희한한 감각이었다.
-하하하! 내가 네놈에게 전음을 흘리는 것과 비슷한 방식을 차용했군. 사람과 사람 사이에 그 정도로 빠른 소통은 불가능할 텐데, 가능하게 만들었어. 기분 나쁘게 영리한 놈.
‘칭찬 고맙다.’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닌 것 같은데?
주작흔이란 보통 전술에 나가는 주작 단원들이 소통하는 방법인데, 이 주작흔의 원리를 차용한 것이다.
어쨌든 유진은 입도 벙긋하지 않고 주작 단원들과 생각과 뜻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앞선 훈련 시간에 모두 공유한 내용이었기에 주작 단원들은 더 놀라는 기색도 없었다.
더불어.
다른 이들에겐 없는 묵광의 효과와 복종이 더해지자 유진은 제자리에 앉아서 주작 기사단의 움직임을 제 맘대로 통솔할 수 있었다.
이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예를 들어 7번째 주작 단원의 왼팔을 180도 회전하길 원한다면 즉각적으로 그렇게 움직이게 할 수 있으며.
유진이 사용하는 기술을 소통 체계에 연결된 주작 단원들에게도 사용하게 만들 수 있었다.
다만 그 효과의 정도는 현저히 줄어들겠지만 말이다.
한 번에 한 명의 움직임만 통제할 수 있기에 매우 빠른 사고 전환과 멀티플레이가 필요했으나.
이 소통 체계를 잘만 이용한다면 청룡검진을 보다 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 터였다.
“준비 시간이 길군, 유진.”
주작의 앞에 마주 선 뮬이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비꼬는 것은 아니었으나, 뮬도 유진에게 굳이 져줄 생각도 없어 보였다.
그에 유진이 내뱉었다.
“이 승부는 불공평합니다.”
“불공평하다고? 뭐가 말이냐?”
뮬이 동그랗게 눈을 뜨고 유진을 보았다. 유진이 뭔가 이의제기를 할 생각인가 싶었으나.
이어진 말에 뮬도 투지 어린 표정을 지었다.
“청룡 기사단에게 너무 불공평하다고요. 주작의 승리가 너무 뻔합니다.”
* * *
그 시각, 백호와 현무의 서열식.
전대 백호 단장과 전대 현무 단장이 하얗게 질린 채로 심판을 지었다.
1인전 백호 승.
4인전 백호 승.
단체전 백호 승.
“승리한 기사단은 백호 기사단이오.”
전대 단장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시리우스를 흘겨보았다.
백호와 현무가 싸운 장소에는 사방에 현무 단원들의 핏물과 살점이 튀어 잔혹한 모습 그 자체였다.
현무기사단장인 클라크 또한 온몸에 붕대를 둘러메고 고통에 찬 눈빛으로 시리우스를 올려다보았다.
‘시리우스 형님이 달라졌다. 이건 아무리 흑지에 있었다고 해도 이상하다. 실력도 늘어나고 잔혹해졌어. 흑룡의 피를 또 연구한 건가?’
클라크뿐만 아니라 현무 단원 전체가 모두 앓아누워있는 상태.
시리우스는 클라크의 속내를 읽기라도 한 듯, 비소를 날리며 내뱉었다.
“네놈의 그 잘난 조카가 만들었던 미스릴을 가져와서 확인해 보거라. 흑룡의 피로 우리가 이렇게 성장한 건지, 아닌지.”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구질구질하게 구는구나. 동생아. 너도 나잇값을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말이야.”
시리우스가 클라크에게 나잇값 운운하는 게 클라크의 입장에서는 퍽 우스웠다.
“강해지기 위해서 자식마저 희생시키는 형님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자식? 아아. 그 멍청한 녀석들 말이냐. 이미 호적에서 파버린 지 오래다. 어디서 구르다 뒤져도 알 바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자식이잖아!”
시리우스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동생아. 아직도 평화로움에 찌들어있구나. 내가 이번 흑지를 나가 느낀 것은 세상은 넓고 강자는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강해져야 하는지까지도 알 수 있었지.”
그 순간 시리우스의 눈에 스쳐 지나가는 어떠한 형상을, 클라크는 보았다.
그리고 섬뜩한 느낌이 물밀 듯이 몰려왔다.
‘뭔가 변화가 있었다. 아니, 변화라기보다 타락했다는 게 맞는 것 같아……!’
그때, 시종들이 주작과 청룡의 상황을 알려왔다.
1인전 청룡의 승.
4인전 주작의 승.
현재는 단체전 진행 중.
단체전에서는 뮬과 유진이 수장으로서 싸우는 형식이었다.
시리우스와 클라크의 눈이 마주쳤다.
“너도 주작이 올라올 거라 생각하는구나. 얼마 만에 동생과 같은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군.”
“유쾌하진 않군요.”
“조카 덕분에 우리 형제의 우애가 더욱 깊어지는걸? 하하.”
클라크가 입술을 짓씹었다.
‘유진, 조심해야 한다. 아니, 피해야 해!’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