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30)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30화(130/320)
청룡 단원들의 표정이 묘했다.
어떤 이는 자신감 없는 얼굴, 어떤 이는 어떻게든 승부를 끌고 가보려 의지에 찬 얼굴이었다.
그만큼 앞선 4대4 대전이 인상 깊었다.
분명 청룡검진을 펼쳐 운무를 뿜어내면 주작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줄 알았는데.
눈을 감고 방어하다가 돌연 청룡검진의 약점을 후벼 파서 궤멸시켜버렸으니.
뮬의 입장에서 유진이라는 녀석은 귀신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
‘도대체, 이미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듯한 저 얼굴부터…….’
다른 청룡 단원들도 방심은 하지 않았으나, 그만큼 두려운 감정도 머금고 있었다.
‘유진, 괜히 검룡이 아니야. 이미 8성도 한참 넘어선 9성, 배니커 아힌의 일격도 막아냈다고 하는데 우리가…….’
‘그래도 어떻게든 파훼해야 한다. 그래도 뮬 단장님께서 청룡검진을 그사이에 보완해 놓으셨으니.’
딱, 죽을 놈 살 놈 정해진 느낌이 물씬 풍겼다. 원래 대련, 전투, 전쟁이라는 게 그랬다.
처음부터 기백이 꺾이고 시작하면 될 것도 안 되고, 기백이 살면 안 될 것도 된다.
뮬이 잠시 청룡 단원들의 표정을 살피며 미간을 찌푸렸다.
“정신 차려라! 우리는 반드시 이긴다. 불공평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며 우리를 농락하려는 말은 개나 줘라!”
유진이 듣고 있든 말든, 뮬은 승부사의 기질을 드러내며 일갈했다.
하나, 청룡 단원들의 기세가 수그러든 게 달갑지 않은 건 유진도 마찬가지였다.
‘청룡은 우리의 발판이다. 그만큼 발판의 높이는 높아야 해. 그런데 뭔, 벌써부터 울상을 짓고 있다니.’
자고로 적이 강할수록 최대한의 힘을 꺼내야 하고, 그 한계치를 갱신하는 법.
‘여기서 이렇게 기가 다 죽은 청룡을 상대로 이겨봤자 주작은 큰 성장을 이룰 수 없어. 청룡이 오히려 잘 싸워줘야 하는데.’
유진은 욕심이 많았다.
단순히 주작이 청룡을 제친다고 해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리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혈투.
혈전.
주작이 이기기는 이기되, 힘든 싸움을 하길 바랐다.
결국 유진이 손을 들었다. 그의 군대를 한층 강성하게 꾸리려면 강한 한 수가 필요했다.
“한 가지 제안이 있습니다.”
유진이 에막스를 향해 입을 열자 에막스가 고개를 기울였다.
“무엇이냐?”
“이 승부에서 단체전의 대장들은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주작이 더욱 힘든 싸움을 하도록 유도했다. 유진은 대놓고 주작에게 불리한 규칙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 말에 옆에 있던 발란트가 화들짝 놀라며 유진의 팔을 잡아 흔들었다.
“뭐, 뭐하는 거야! 유진……!”
전대 단주들과 뮬마저 무슨 소리냐는 듯 유진을 쳐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진은 그 제안의 이유도 천천히 꺼내 올렸다.
“본래 서열식의 목적은 각 기사단이 서로 자웅을 겨루며 성장을 도모하는 행사였습니다. 긍지를 가진 기사단은 긍지를 꺼내 보이고, 신념을 굳건히 하고자 하면 신념을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하지만 어느 순간 가문에 눈에 들기 위한 기사단 간의 난투장이 되었죠. 긍지고, 신념이고, 개뿔 그런 건 하나도 없습니다.”
“크흠, 유진!”
“그저 주인 앞에 놓인 개가 얼마나 제가 귀여운지 꼬리만 잘 흔들어대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주인이 누굴 말하는 거고, 개가 누굴 말하는 건지는 굳이 말 안 하겠습니다.”
“끄응…….”
에막스는 유진의 어투가 다소 거칠다는 걸 당연히도 느끼고 있었으나, 별달리 틀린 말도 아니었다.
지금 이 자리는 제이드가 보고 있을 수도 있었다. 원래 북벽이라는 인물은 괜히 북벽이 아니다.
어디에나 있고, 어떤 소리도 듣고 있기에 그런 거창한 이명이 붙은 것이다.
하물며 자신의 가문 안에서 벌어지는 정식 기사단의 서열식 하나도 보고 있지 않을까.
수정구슬의 존재는 웬만한 펜첼의 가솔이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 터이다.
때문에 에막스도, 뮬도, 심판을 맡은 전대 단주들도 유진의 말에 헛기침만 내뱉을 뿐이었다.
그에 유진이 답답하단 듯 덧붙였다.
“유클레이 경은 저보다 먼저 펜첼의 기사도를 보여주셨습니다. 감스탄 경의 마지막 일격으로 승부를 정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셨죠. 그게 청룡의 긍지 아니었습니까? 상대의 비기를 한 번이라도 보고, 배울 점을 찾으려는 태도 말입니다.”
유클레이가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긴 했는데, 생각보다 더 고급지게 포장을 해준 게 당황스러웠던 모양이다.
“그, 그렇긴 한데.”
“이번에도 보여주십시오. 금방이라도 도망칠 것 같은 표정으로 움츠러든 모습만 보이지 말고요. 저희는 토룡 나부랭이가 아닌 북부 제일 펜첼가의 청룡 기사단을 상대하고 싶습니다.”
“토룡 나부랭이라니…… 그 정도로 우리가 물로 보였나. 허투루 상대할 마음은 애초에 없었는데?”
뮬도 슬슬 열이 받는지 토를 달았다.
유진이 이렇게 거친 어휘를 구사하면서 청룡을 도발한 덕이 조금씩 나타났다.
“주작이 날아오를 가치가 있는지 아닌지는 청룡에 달렸습니다. 대장들은 단체전에서 빠지도록 해주십시오.”
이제 유진의 제안 아닌 제안이 에막스에게 받아들여지기만 하면 된다.
그때, 베르세이 전대 단주가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
그 소리에 모두가 베르세이를 돌아보았다.
“맞는 말이다. 언제부턴가 서열식이 서열식답지 못하게 됐지. 안 그래도 가려운 부분이었는데, 아주 시원하구만.”
그 기세에 힘입어 달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에막스! 유진의 말대로 하자고. 우리가 동의하는 바이네. 펜첼에 딱 적격인 녀석이구만.”
에막스는 난처한 표정이었다.
“규칙의 변경은 제가 함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때, 제이드의 전음이 에막스의 머릿속을 울렸다.
-허한다.
과연 제이드는 이 모든 상황을 직접 보고 있었다.
그에 에막스가 나지막이 내뱉었다.
“……가주님께서 허락하셨습니다. 뮬 경만 동의하신다면, 유진의 제안대로 대장격은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걸로 하겠습니다.”
“당연히 좋지. 유진!”
“예.”
“네가 말하는 기사도, 긍지, 신념은 청룡이 보이겠다. 성장하고 싶다고 했지? 네가 전투에서 빠진 주작이 겪을 수모를 똑똑히 보거라.”
뮬이 이를 빠득 갈았다. 이제 이판사판이다. 서로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제대로 펼쳐지게 되었다.
다만 주작 단원들과 발란트는 급작스럽게 유진이 빠져버리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도대체 뭘 어쩌려고? 네가 단체전의 주축이고, 그걸 토대로 우리가 지금까지 죽도록 훈련했는데!”
“아니.”
유진은 소통 체계를 이용하여 주작 단원들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우리는 지지 않습니다. 그라시안의 모래시계에서 구른 시간이 어디 그냥 허공에 뿌린 시간이 아닙니다.] [하, 하지만.] [뮬 삼촌의 말대로, 제가 빠지면 선배들이 힘들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럴수록 이는 기회입니다.] [정말 이게 기회라고?] [언제까지 제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면 네네, 하면서 따를 위치일 생각입니까? 기회가 아니라면 기회로 만드세요. 우리는 주작이잖습니까.]우리는 주작.
그 단합력 물씬 묻은 문장에 발란트 일행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언제까지나 꼴찌 기사단으로 쿨한 척 냄새만 풍기고 알맹이는 없는 빈 껍데기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유진의 말대로 간다.] [제가 아예 안 싸우는 게 아닙니다. 감독으로서 역할을 할 테니 두 쪽 귀만 활짝 열어두세요.]그렇게 단체전이 시작됐다.
* * *
전투에 들어가기 직전, 뮬이 청룡 단원들에게 일렀다.
“유진이 4대4 대전에서 파훼한 약점은 이미 보완했다.”
제아무리 뮬이라고 하더라도 검진이 완벽하지는 않았고, 결국 약점이 드러났다.
바로 공중에서 청룡검진의 중심이 되는 인물을 공격하면 위력이 급작스럽게 약해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뮬은 기지를 발휘, 청룡검진의 중심을 뒤에 배치하고 1진 앞에 2진을 놔두는 것으로 약점을 보완했다.
이에 더하여.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러니 그 수실에 달린 종을 적극 이용해라.”
“알겠습니다.”
뮬은 짧은 시간 사이에 노림수를 하나 더하기까지 했다.
바로 청룡귀령종(靑龍鬼靈鐘).
청룡 측 기사들의 검자루 끝에는 작은 종이 달려있었는데, 이것이 흔들리면 기묘한 소리를 내며 상대방에게 환청과 환각을 일으키는 전술이었다.
청룡검진의 운무를 파훼하기 위해 감각을 곤두세우면 오히려 더욱 진한 환청과 환각을 듣게 되는 것이다.
본래라면 더욱 연구한 뒤에 선보였을 것이나, 뮬은 이 승부에 모든 걸 걸어보기로 했다.
“대전을 시작합니다.”
에막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렬된 청룡 단원들이 검을 빼 들고 주작의 지척까지 다다랐다.
진형의 모양은 마치 청룡이 몸을 휘감아 적에게 달려드는 모양새였고, 짙푸른 빛을 내뿜으며 연무장을 파랗게 비췄다.
그에 더해 검이 공중에서 흔들릴 때마다 수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귀를 시끄럽게 했다.
“이것도 막을 수 있겠느냐.”
뮬은 맨 뒤쪽에 팔짱을 끼고 서서 유진에게 히죽 웃어 보였다.
하지만 유진은 미동도 없는 자세로 똑같이 웃어 보였다.
“준비 많이 하셨네요.”
그에 뮬이 사뭇 당황한 표정으로 전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처음에는 주작 단원들이 흠칫하며 눈동자가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분명 귀령진이 제대로 발동했고, 주작에 영향을 미친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작 단원들은 이내 침착을 되찾고, 주작이 날개를 활짝 편 진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동시에 붉은 빛이 주작 단원들의 몸에서 솟구쳐 청룡의 푸른빛에 맞서 싸우기라도 하듯 밝게 빛났다.
발란트가 유진을 슬쩍 돌아보았다.
[어떻게 한 거야?] [뭘요?] [청룡의 저 ‘종’이 울리면서 환각이 보였는데, 갑자기 거짓말처럼 사라졌어.]유진은 그저 어깨만 으쓱였다.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체첸의 정신 방벽 마법을 이용한 덕분이었다.
물론 체첸의 마법도 지속시간이라는 게 있고, 여러 명에게 동시다발적으로 거는 만큼 효과가 반감되었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주작이 불리할 터, 될 수 있으면 빨리 싸움을 끝내야 했다.
발란트가 마지막으로 유진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선배님, 청룡 단원들의 검 자루에 수실과 종이 달린 것, 보셨겠죠.
-응, 보긴 봤는데, 그냥 장식인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흑지에는 다양한 기술들이 존재하는데, 소리를 이용해 상대방을 교란하는 수법도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청룡검진과 연계하면 더욱 무서운 효과를 낼 거고요.
-청룡이 그 효과를 노리고 수실을 달았다는 것이냐?
-맞습니다. 그래서 선배님의 상징검술, 파이어 뱃이 중요한 겁니다.
-항상 내 상징검술은 주작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쓸모를 발휘하는구나……!
카앙! 캉!
주작은 요란한 귀령종 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청룡과 검을 맞댔다.
유진이 빠진 주작은 역시나 전력이 반감된 모습이었다.
청룡이 운무와 더불어 약점을 뒤로 숨기고, 청룡귀령종이 체첸의 정신 마법을 뚫고 효과를 발휘하자 주작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크직!
발란트의 어깻죽지에 깊은 자상이 생기고, 주작 단원들의 입에서 단내가 풀풀 풍겼다.
유진이 진형에서 빠진 상황에서 발란트가 대장 역할을 대신 하고 있었기에, 이는 분명 위기였다.
“하아압!”
곧이어 청룡의 기수를 맡은 단원이 검을 쳐들고 발란트를 향해 높이 뛰어올랐다.
청룡의 운무와 더불어 귀령종이 울리자 발란트의 정신이 잠시 혼미해졌다.
“크으윽……!”
발란트가 제 어깻죽지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막으며 한 손으로 검을 쳐들었다.
누가 봐도 청룡 기수의 공격을 막기엔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