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32)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32화(132/320)
그 그로테스크한 장면에 같은 기사단인 백호 단원들조차도 흠칫 몸을 떨어야만 했다.
문지기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제트를 흘겨보는 사이, 백호 단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기에서 술 먹기는 글렀군. 나가자, 제트. 그…… 귀는 그만 먹고.”
“왜요? 우물우물, 사람 귀가 보약인 거, 다들 아시잖습니까? 흑지 지하투기장에선 승리자가 패배자의 귀를 가져가는 건 명예입니다.”
“알겠으니까 빨리 나와.”
쾅.
백호 단원들이 문을 닫고 나가고, 제트도 히죽 웃으며 밖을 나섰다.
마치 자신의 위치를 증명이라도 하듯, 아무렇지 않게 펜첼 가솔을 공격한 것이다.
물론 문지기가 백호의 정식 기사단원에게 쌍심지를 켜고 덤벼든 것부터가 잘못이었지만, 귀를 잘라버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크으윽…….”
문지기가 제 귀를 붙잡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아무리 무식한 백호라지만, 백호에 저런 놈이 있었나? 혹시.’
얼마 전 시리우스가 흑지에서 재능을 보고 데려왔다던 청년이 있다고 했었다.
‘그게 저 자식인 것 같은데…….’
추측이 거기까지 닿은 문지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급히 약제당을 찾아갔다.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제 귀를 잘 치료받는 수밖에 없었다.
* * *
시리우스의 거처.
시종들이 관리를 잘했는지 먼지 한 톨도 보이지 않았지만, 불빛이 워낙 어두웠기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시리우스는 제 옆에서 파이프를 피우고 있는 제트를 향해 입을 뗐다.
“작은 소란이 있었다고 하던데.”
시리우스는 묘하게 화가 난 상태였지만, 제트에게 함부로 따져 묻지는 못했다.
마치 저당이라도 잡혀 있는 것 같았다.
“펜첼도 흑지와 다를 바가 없네요. 조금만 아량을 베풀면 기어오르고, 웃어주면 대들려고 하고, 하하, 다 죽여버리고 싶었다니까요.”
시리우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은 자중해야 할 때라고 했을 텐데.”
“무려 펜첼의 1위 기사단, 시리우스 펜첼의 충직한 양아들이 할 법한 행동을 했을 뿐입니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요?”
“여기에는 너를 아끼는 ‘유리’도 없는데,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라.”
“하하…… 아무리 양아들이라고는 하지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는 잔소리쟁이일 줄은 몰랐네요?”
양아들이라 불린 제트와 시리우스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다가 이내 제트가 피식 웃었다.
“좋습니다. 다음부터는 조금 더 조심하도록 하죠.”
“……약속대로 펜첼에서 원하는 만큼 얻고 조용히 사라지도록. 전사의 요람 스타일대로 가자고. 깔끔하게.”
제트가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트와 시리우스 사이는 도대체 무슨 관계이기에 이런 대화가 오는 걸까.
그때 집사가 문을 두드렸다.
“아인스, 제인스 도련님이 오셨습니다.”
시리우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 녀석들이 무슨 볼일이 있다고?”
“돌려보낼까요?”
그 물음에 제트가 시리우스에게 말했다.
“어떤 녀석들인가 궁금한데, 보기나 해보죠.”
“……들여보내라.”
제트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문을 응시했다.
그 사이 인스 형제가 들어와서 시리우스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는 인스 형제는 시리우스가 흑지에 간 사이에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장대한 기골, 그 위에 붙은 근육과 또렷한 눈빛까지.
전에 알던 그 모자란 인스 형제가 아닌 것이다.
하나, 그들을 응시하는 시리우스의 눈빛은 옛날의 그때와 다름없이 여전히 차갑기 그지없었다.
“무슨 일이지?”
짧게 묻는 시리우스의 어조에는 어떠한 감정도 실려있지 않았다.
아버지로서, 혹은 같은 펜첼의 사람으로서 가지는 애정이나 신임 따위도 없이, 그저 사무적이었다.
그에 인스 형제가 조금 긴장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 궁금해서요.”
인스 형제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시리우스가 픽 웃었다.
“내가 잘 지내고 말고가 너희들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구나.”
본래 아버지라는 자리에 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딱딱한 어조였다.
인스 형제는 옆에서 파이프를 피우고 있는 앳된 청년을 잠시 흘긋 보았다가, 이내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아버지였고, 혹시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싶어 찾아온 자리였다.
그러나 서로의 마음은 완전히 달랐다.
‘이제 아버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구나.’
‘우리에게 아버지는 더 이상 없어.’
솔직히 큰 기대를 하고 온 건 아니었다. 애초에 서로 연을 끊었을 당시, 시리우스의 태도부터 너무나 차가웠으니까.
그의 성격을 알고 있는 인스 형제로서는 이런 상황이 당황스럽지도 않았다.
다만, 그들은 뭔가 수상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제트를 흘겨보았다.
시선을 느낀 제트가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당신들이 우리 아버지의 예전 자식들이군요?”
“……?”
인스 형제가 의아하단 얼굴로 돌아보았다.
“그 덜떨어진 형님들. 아, 이젠 형님들이 아니라 남이지?”
“누구시길래, 우리 아버지라니요.”
제인스가 불편한 표정으로 되묻자 제트가 연기를 후, 하고 뱉었다.
“저요? 시리우스 님의 양아들이죠. 제트라고 하는데…… 머리가 안 돌아가는 걸 보니 아인스, 제인스가 확실하네요. 하하.”
“야, 양아들……?”
그 미묘한 분위기에 시리우스가 짜증스런 얼굴로 손을 튕겼다.
“나가라. 난 너희가 누군지도 까먹었는데 이렇게 찾아오는 게 영 불편하니까. 아들아, 너도 이제 가서 자거라. 시간이 늦었구나.”
“네, 아버지!”
인스 형제가 보란 듯이 아들, 아버지 소리를 해대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는 광경에 인스 형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제트? 저 녀석이 양아들이라고? 하, 어이가 없군.’
‘아무리 우리를 버렸다지만, 이렇게 대놓고 우리 앞에서 자기네들 사이를 과시해?’
인스 형제도 이제부터는 시리우스에게 일말의 정도 주지 않기로 했다.
그저 자신들을 신분 상승의 도구로 이용하려 했던 그 못된 아버지의 이면만이 기억 속에 남았고.
더불어 시종일관 자신들을 무시하는 제트와 시리우스에게 적개심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도 가 봐야겠어요, 아버지.”
“……둘이 있을 땐 굳이 아버지라 칭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아버지인데, 어떻게 그래요? 히히.”
제트가 짓궂은 미소를 짓다가, 시리우스에게 인사를 건네고 나갔다.
시리우스는 성가시다는 듯 제트가 열고 나간 문을 노려보다 품에서 탁한 붉은 빛을 내뿜는 무언가를 꺼냈다.
혈석이었다.
‘가주가 되기 전까지만 참는다.’
시리우스가 이를 뿌득 갈며 당시 불칸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시리우스, 당신의 목표는 펜첼의 가주가 되는 것이지?”
“그래. 그리고 너희들의 목표는 유진을 납치하는 거고.”
“유진만 없다면 가주가 되는 건 확정이겠군.”
실제로 유진이 펜첼에 오기 전 가주로 확실시되던 것은 시리우스였다.
“그래서 유진을 없애주겠다는 건가? 유진을 없애더라도 펜첼이 전사의 요람과 척을 지고 있다는 건 매한가지일텐데.”
“전사의 요람도 펜첼과 어울릴 생각 따위는 없으니 걱정말라고. 그저 우리 둘의 목적만 이루면 되니까.”
불칸의 제안은 시리우스에게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유진으로 인해 백호를 이끌고 매일같이 전쟁터에서 거친 삶을 살며 다짐했던 것이 무엇이었던가.
유진을 죽여 없앤다면 시리우스는 가주가 될 터였고, 그의 뜻을 거역하는 모든 자들을 처단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서열식을 노려라. 검룡, 그 녀석을 기절시키거나 전투 불능의 상태만 된다면 제트가 ‘혈주술’을 이용해서 유진을 봉인할 거야.”
고개를 끄덕인 시리우스가 불칸의 옆에 있던 앳된 얼굴의 사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이 녀석이 제트인가?”
“그래. 우리 장로의 하나뿐인 제자지.”
제트는 불칸의 제자인 유리의 친구이자 전사의 요람에서 괴이한 주술을 섭렵한 인물이었다.
나이에 비해 무척 어린 외모와 더불어 뛰어난 실력을 가진 제트는 펜첼에 보내는 간첩이자 시리우스의 감시역으로 제격이었다.
“저 녀석을 통해 혈석을 공급하는 동시에 나를 감시하겠다는 거군.”
“쉽게 말해 그렇지. 너무 기분 나빠하지는 말라고, 시리우스.”
시리우스는 자신이 감시당하는 상황이 썩 못마땅했지만, 굳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이유도 없었다.
“……좋다. 전쟁터에서 재능을 보고 데려온 양아들이라고 소개하지. 그러면 어느 정도 가문의 눈을 속일 수는 있을 거다.”
하하하!
불칸이 파안대소했다.
“갑자기 아버지가 생겼구나. 제트.”
“크히히, 그렇게 말입니다?”
“……쯧.”
이어 불칸과 시리우스는 ‘피의 맹서’라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서의 내용은 간단했다.
전사의 요람이 유진을 납치하는 데에 시리우스가 도움을 주는 대신, 시리우스는 전사의 요람에게서 혈석을 받아 힘을 키우는 것이었다.
9성, 가능하다면 10성까지도 말이다.
하나, 염려되는 점이 한 가지 있었다.
“그러면, 가주님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짜 둔 계획이 있나?”
“우리가 이미 북부 외곽에 일을 벌여놨다. 그쪽으로 제이드의 시선을 돌릴 테니 그때 유진을 노려.”
시리우스가 회상에서 벗어났다.
“크흐흐, 전사의 요람이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모든 계획이 완벽하게 들어맞고 있었다.
시리우스는 자신이 전사의 요람의 원조를 받아야지만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불쾌했으나, 이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어차피 제이드건, 유진이건, 시리우스의 편에 서지 않을 거란 건 확실했으니까.
‘그러니 내가 아버지만큼 강해져 가주가 되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전사의 요람과의 계약도 모두 마무리 짓고 나는 북부의 왕이 될 거니까.’
북벽, 제이드가 아닌.
북벽, 시리우스.
그 타이틀을 거머쥠과 동시에 시리우스는 펜첼의 자원과 재산을 모조리 집어삼켜 제 뜻과 욕망을 모두 드러낼 생각이었다.
‘생각만 해도 짜릿하잖아.’
시리우스가 약이라도 맞은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크흐흐, 크하하하하!”
* * *
서열식을 끝낸 주작의 연무장은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유진의 선배들은 이제 유진과 감스탄의 지도 없이도 고된 훈련을 묵묵히 소화해내는 중이었다.
중력이 몇 배나 강한 영역 위, 감감운무진 사이에서 감각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서로 검을 맞대는 일은 이제 그들에게 일상이 되었다.
선배들은 주작 검진을 다듬으면서 유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여기서는 유진이 알려준 대로 하는 게 오러의 흐름이 더 편했어.’
‘감각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니 내가 못 느끼던 세상이 보이잖아?’
그들은 각자 자신들의 능력치를 순식간에 올리는 중.
유진은 그 사이에서 팔짱을 끼고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백호와의 서열식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 그 사이에 시리우스가 무슨 꿍꿍이인지 알아내야 해.’
그러는 사이, 오전 동안 연무장에 없던 인스 형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들은 선배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만 보다가 숙덕거리더니, 갑자기 유진에게로 다가와 대뜸 말을 꺼냈다.
“유진, 시리우스가 심상치 않아.”
이제는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않는 인스 형제의 모습에 유진이 추측했다.
‘시리우스를 만나고 온 모양이네. 그리고 대차게 무시당했겠고.’
시리우스를 언급하는 인스 형제의 표정에서는 그에 대한 혐오감만이 남아있었다.
유진이 더 말해보라며 손짓하자 인스 형제가 전날 밤에 봤던 것을 말하기 시작했다.
“양아들이라고 부르는 애를 데리고 왔는데, 뭔가 기운이 너무 낯익었어. 어디선가 느껴봤던 기운이랄까.”
“양아들?”
“왜, 펍에서 사고 쳤다던 그 녀석이 시리우스 옆에 있었다고.”
유진 또한 간밤에 백호 단원 몇이 펍에서 사고를 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원래 목격자인 시종들이 쉬쉬했으나, 문지기가 궁귀를 찾아갔기에 알아챈 것이었다.
“제트라는 녀석이 그 자인 것 같네.”
“맞아. 이름이 제트라고 했어.”
유진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인스 형제에게 물었다.
“혹시 글람푸스탄에서 전사의 요람 놈들과 마주쳤던 거 기억나?”
그 말에 인스 형제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어, 어! 맞다. 그 기운이었다. 그 기분 나쁘면서도 날카로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섬뜩함. 전사의 요람에서 본 이들은 마치 길들이지 않은 야생의 늑대를 보는 느낌이었기에 인스 형제의 뇌리에 뚜렷이 박혀 있었다.
교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기질이기도 했으니까.
안 그래도 시리우스의 행적이 묘연했기에 금월단에서 열심히 정보를 수집 중이었는데, 인스 형제의 보고는 뜻밖의 희소식이었다.
‘인스 형제가 은근히 눈치가 빠르단 말이지.’
체첸이 히죽 웃었다.
-애초에 한 번 얻어맞고 바로 유라인을 탄 게 저 녀석들 아니더냐. 그러니 눈치가 빠를 법도 하지.
‘유라인? 유라인이 뭐야?’
-유진 라인 말이다. 지금 펜첼에서 네 뒤로 줄 서려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