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35)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35화(135/320)
「흑룡……? 어, 어떻게 흑룡의 갑주를!」
지크가 놀라거나 말거나.
유진은 일언반구도 없이 곧바로 두 검을 교차했다. 펜첼의 기본 검술 자세였다.
지크의 말대로 용이 인간의 수호룡으로서 계약을 맺으려면 대부분 용이 마음을 내줘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게 기울어진 관계의 추는 결국 인간에게 손해였다.
용들이 제 위신과 무위에 취해 변덕을 일삼으면, 인간은 그런 용들의 비위를 맞추고 달래는 데에 골몰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나, 적어도 유진은 그러지 않기로 했다.
제이드가 흑룡을 썰어버리고 북벽의 위명을 떨친 것처럼, 유진도 압도적인 무위로 관계의 추를 바로 잡으려는 것이었다.
「하하! 좋다. 흑룡의 갑주를 뒤집어쓰면 뭐가 달라질 거라 생각하는 거군. 네 뜻대로 될까? 내 입김 한 번에 피를 토하는 신세에…….」
“말했지.”
유진이 묵광을 발현, 아톰에 내재된 8성급의 오러를 유감없이 내뿜었다.
콰과과!
유진이 밟고 있던 대지가 깨어지며 돌조각들이 비산한다.
「뭘 말이지?」
유진의 눈에서 형형한 안광이 치솟았다.
“넌 말이 너무 많다고.”
후우우웁!
인상을 일그러뜨리던 지크가 다시 한번 드래곤 브레스를 준비했다.
이번에는 지크의 벌어진 아가리 가운데에 하얀빛의 광점(光點)이 맺혔다.
그 광점은 주변의 빛과 에너지를 죄다 빨아들인 건지, 유진의 주변이 돌연 어둠과 정적으로 짙게 물들었다.
이는, 방금 전 선보였던 그 브레스와는 다른-
2차 페이즈의 브레스였다.
브레스가 쏟아지기 직전.
파아앙!
유진은 발에 모아둔 오러를 폭파, 반발력을 일으킨 뒤 지크의 아가리를 향해 쏘아 나갔다.
‘저 광점을 베어 없애야 한다.’
드래곤의 광점은 빛과 오러를 역으로 흡수하여 상대에게 내뱉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는 제이드와 흑룡의 싸움을 목격했던 이들이 하나같이 증언하던 특징이었다.
하나, 지크가 유진의 의도를 모를 리 없었다.
한계치까지 에너지를 끌어모은 뒤 뿜어내려던 생각을 바꾸어 조금 이르게 브레스를 쏟아낸다.
쿠오오오오!
화염의 폭풍이 유진을 확 감싼다.
지크는 예상했다.
유진은 브레스에 당하지 않으려 오러 방벽을 또다시 몸에 두를 것이고, 그 결과 속도가 떨어져 광점을 베기에는 역부족해질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너무 쉽게 싸우려고 하네.”
유진은 오러 방벽은커녕 두 손을 교차해 방어하려는 자세도 취하지 않았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 했던가.
유진은 흑룡의 갑주가 녹아내리고, 곧이어 제 살갗이 문드러지는 듯한 통증을 감내했다.
그나마 지크의 브레스가 최대의 위력을 발휘하지 않은 덕에 격통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렇게 그는 정면으로 브레스를 받아내며-
신검합일을 펼쳤다.
바다를 메마르게 하는 공격이 드래곤 브레스라면, 땅을 가르는 일격이 신검합일.
제이드를 놀라게 했던 유진의 신검합일이 지크의 브레스를 두 갈래로 가르며 치달았다.
지크는 순간 제 눈을 의심했다.
드래곤 브레스를 정면으로 맞서다니, 죽기를 각오했다기엔 너무도 무모한 행동이었다.
물론 그건 지크만의 생각이었다.
지이이잉, 꽈아앙!
광점이 신검합일에 의해 반으로 갈라짐과 동시에 지크의 브레스가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유진의 계획이 들어맞은 것이다.
제아무리 용이라 하더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제 발로 아가리에 들어온 유진을 씹어 삼키는 방법도 있었으나, 지크는 함부로 입안에 유진을 둘 수 없었다.
유진이 고작 8성 정도의 오러를 가진 얼치기라고 생각했던 것도 오산이었다.
「크아아……!」
수세에 몰린 지크는 몸을 뒤틀어 앞발로 그를 내치려 했으나, 유진이 빨랐다.
유진이 유령곡예보를 밟아 지크의 앞발을 피해낸 것.
공중에 발판이라도 달린 양 예상할 수 없는 궤적으로 허공을 비틀어 달리던 유진이 히죽 웃었다.
“느린데.”
「감히!」
말은 여유롭게 했으나, 유진도 이제 도박을 해야 했다.
신검합일까지 사용해 오러를 크게 소모한 데다가, 공중에 붕 뜬 상태에서 10성의 무인이 아닌 이상 그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지배의 권능.
유진이 왼손을 펼쳐 요동치는 지크의 몸뚱이에 손을 턱 올리고 지배의 권능을 사용했다.
그리고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화아악!
아톰에서 솟구쳐 나온 마력이 왼손을 타고 뿜어져 나와 지배의 권능을 나타내는 구체를 만들어냈다.
하얀빛을 내뿜어내는 구체는 지크의 앞발에 정확히 안착했고.
「크으응?!」
듣도 보도 못한 권능의 사용으로 지크는 잠시 제 몸의 움직임에 제약을 받았다.
마치 무거운 족쇄 하나를 찬 것처럼, 앞발 하나가 공중에 고정되자 지크가 허우적거렸다.
다만, 완벽히 지크를 유진의 것으로 만드는 건 어려워 보였다.
「잔기술을 부리는구나! 이따위 걸로 나를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아니, 이걸로 너를 제압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어.”
본래 유진이라면 적을 상대하기에 앞서 전생의 지식이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약점을 간파한 뒤에야 싸움에 임했을 터이다.
하지만 이러한 심상 세계에 들어와 지크를 직접 상대할 줄은 예상치 못했다.
그랬기에 지금, 유진의 선택은 간단해야 했다.
힘 대 힘.
그 무식한 대결에 몸을 던지는 것이었다.
유진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내가 가진 기술 중 뭐가 가장 이 자식에게 효과적이지?’
현재 남아 있는 오러는 단 한 줌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오러를 사용했을 때 가장 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기술을 써야 할 터.
그러니 유진의 머릿속에 번쩍, 떠오른 것은.
* * *
라울러와 인스 형제, 그리고 엘도라는 이른 아침부터 조깅을 하고 있었다.
몇 주 뒤 있을 백호와의 서열식에 대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근데 유진은 어디 갔어?”
“모르겠다. 숙소로 가봤는데 어디 잠깐 나갔다고 하던데.”
“또 연무장 가서 혼자 훈련 중이겠네. 맞네, 저기 불 켜져 있잖아.”
실제로 저쪽, 남관의 1층에는 옅은 불빛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그때, 엘도라는 잠시 추측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힘든 훈련을 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야.”
“에이, 아침부터 무슨 훈련? 뭐, 드래곤이랑 대련이라도 하는 훈련?”
라울러가 농담이랍시고 던졌지만, 엘도라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정말 그 정도일 수도 있을 것 같아.”
남관에서 흘러나오는 기묘한 오러의 파장이 엘도라의 피부를 얕게 때리고 있었으니까.
* * *
회귀 이후 여러 번의 전투를 겪으면서 가장 까다롭고 힘들었던 전투가 있었다면, 바로 배니커 아힌과의 대장전이었다.
분노의 권능과 더불어 발동한 월광계라는 기술은 유진을 곤욕스럽게 하기 충분했다.
빛도, 소리도 느껴지지 않는 공간에서 날아오는 수많은 월광참을 막아내며 유진은 문신화를 쓰고도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하나, 지금은 달랐다.
그는 서열식을 준비하며 직감과 기감에 의지해 전투를 벌이는 연습, 감감운무진에서의 훈련을 해왔으니까.
이는 월광계 안에서 벌인 사투와 비슷한 훈련이었다.
그 과정에서 유진은 월광계에 대한 원리를 더욱 확실하게 이해하게 되었고, 더불어 월광계의 사용도 틈틈이 연습했었다.
지금, 그 진가를 내보일 때였다.
다만, 너무나 적은 양의 오러가 문제였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분노의 권능을 적절하게 섞어 사용해야 해.’
배니커에게서 분노의 권능을 흡수한 이후로 이 권능을 따로 사용할 시간은 없었다.
하지만 유진은 제 몸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이 분노의 기운이 서서히 대가리를 쳐들고 있다는 걸 감지했다.
‘분노의 권능을 사용한다.’
화아악!
시전을 마침과 동시에, 유진의 두 눈이 붉은 광망을 토해냈다.
분노의 권능은 스스로의 분노를 재료로 삼아 일으키는 일종의 기운.
그 원리를 익히 알고 있는 유진은 지금껏 자신을 분노케 했던 일과 사연들을 일부러 떠올렸다.
분노를 일으키기 위해서였다.
-사냥개는 버려지기 마련이라네.
한평생을 충직하게 모셔온 교황이 배신했던 일.
-병신같은 몸으로 뭘 하겠다는 건지…… 나 같으면 자살했다.
-쟤 엄마도 뭐, 가문에서 쫓겨나온 거라며? 돈 많은 남자 하나 잡아서.
잘 알지도 못하는 이들이 자신과 가족들을 험담하던 일.
무엇보다도.
‘그 와중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골방에 틀어박혀 책만 읽어야만 했던 나의 초라한 모습까지.’
전생에 겪었던 모든 설움들을 진흙탕 휘젓듯 어지러이 떠올렸다.
그러자.
형용할 수 없는 뜨거운 기운이 단전에서 솟구쳐 나오더니, 유진의 두 검으로 나뉘어 흘렀다.
그때, 유진은 애써 이성을 유지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쿠란의 검에는 말고, 화룡검에만 분노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지금은 이도류가 아닌 일도류로 전환하고, 힘을 집중하여 화룡을 찍어 누르기 위함이었다.
그가 쿠란의 검을 공중에 집어 던져버리고 화룡검을 두 손으로 꽉 잡았다.
-나, 날 왜 버려! 야 이 미친 새끼야…….
체첸이 추락하며 절규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한다.
분노의 기운이 화룡검의 검 끝에 집중되었다.
「또 잔기술을 쓰려 하느냐! 크하하하!」
어느샌가 지배의 권능을 물리력으로 튕겨내 버린 지크가 유진을 향해 커다란 아가리를 벌려 쇄도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었다.
분노의 권능으로 인해 온몸이 불길로 휩싸인 유진이 화룡검을 지크의 아가리로 찔러넣었다.
이윽고.
지이이잉!
유진의 몸뚱어리를 개미처럼 보이게 할 정도로 커다란 지크의 몸을 그보다도 더 큰 새카만 구체가 감싸 안았다.
심연이었다.
「무, 무슨……!」
월광계가 제대로 발현되었다.
배니커 아힌이 어찌나 이 월광계를 잘 다듬어 놓았는지, 배니커의 변형된 월광계는 상대의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공격을 가할 수 있는 것이었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지크는 월광계 속에서 허우적대기 시작했다.
쿵! 쿠궁!
가끔 심연 속에서 거센 불길이 일고, 지크의 발톱이 심연을 찢으려는 통에 구체가 찌그러지고 일렁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유진은 흙먼지가 자욱하게 이는 바닥에 착지하여 집채만 한 심연을 올려다보았다.
“후우…….”
오러고, 마력이고, 전부 다 소진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내.
지크의 몸부림으로 인해 꿀렁대던 심연이 조용해지더니, 미동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곧이어 심연이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폭발하더니.
콰앙……!
월광참으로 인해 온몸에 깊은 상처를 한가득 입은 지크가 대지 위에 추락했다.
자욱한 흙먼지가 눈 앞을 가린다.
그 사이를 유진이 천천히 걸어가 지크의 눈앞에 도착했다.
「크흐흐…… 네놈…… 감히, 나를…….」
지크의 숨결에는 더 이상 온기가 남아 있지 않았다. 유진의 완벽한 승리였다.
유진이 입을 열었다.
“이제 좀 대화가 되려나.”
지크는 여전히 또렷하게 빛나고 있는 유진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힘겹게 내뱉었다.
「……내가 졌다.」
그와 동시에 지크가 유진의 손바닥만한 크기로 확 축소되었다.
유진은 완전히 힘을 잃어 작아진 지크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나지막이 내뱉었다.
“계약을 환영한다, 내 두 번째 노예.”
* * *
현실로 돌아온 유진이 눈을 떴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전히 아침 해가 떠오르기도 전인 새벽 시간이었다.
남관에는 유진과 체첸, 그리고 화룡알 뿐이었다.
“……?”
유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화룡의 알을 쳐다보았다.
“뭐야? 뭐 달라진 게 없…….”
「달라진 게 있다.」
유진은 화들짝 놀라며 제 왼손에 끼워진 팔찌, 화룡검으로 시선을 돌렸다.
“너, 설마.”
「그래, 나다. 화룡 지크.」
유진은 잠깐 제 귀를 의심했다.
분명 심상 세계에서 들었던 지크의 목소리는 아주 두껍고 남성적인 목소리였는데, 지금은 웬 앳된 아기의 음성이었기 때문이다.
「목소리가 좀 이상하군. 본모습을 잃고 새끼 시절로 돌아와서 이렇게 목소리도 변한 것 같아.」
“나랑 계약을 하기로 한 거군.”
지크가 히죽 웃었다.
「네놈은 나와 함께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이 몸을 잘 모시도록.」
그 명령조와 같은 말에 유진이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모시라고…… 그래…… 근데 말이야.”
「무엇이냐?」
“계속 반말 찍, 찍 하면 내가 널 이렇게 만들 수도 있는데?”
유진이 화룡검에 날카로운 오러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아아악! 지,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수호룡에게 이따위 대우를……!」
“뒤지기 싫으면 앞으로 나한테 복종해. 알겠어? 존댓말하고.”
「크으윽…… 알겠다…….」
“알겠다? 알겠다?”
「알겠다……요…….」
쯧.
가볍게 혀를 찬 유진이 물었다.
“그래, 근데 이 알은 어쩌고 거기에 들어가 있어? 너도 정령의 형태로 남아 있는 거야?”
「나도 심상 세계에서 패배한 적은 처음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계약의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요.」
유진이 추측했다.
“아마 심상 세계에 있던 네 영혼이 내 화룡검으로 흡수된 것 같네. 근데, 지금껏 심상 세계에 들어온 녀석이 또 있었어?”
「있었죠. 모두 죽었지만.」
“……죽었다고?”
「심상 세계는 말 그대로 심상 세계입니다.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 자는 심상을 더 이상 구현할 수 없는, 식물과 같은 상태가 되어버리죠…….」
“……그러곤?”
「그러고 나면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거지, 뭐.」
유진은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하, 나…… 죽을 뻔한 거네?”
애초에 용의 심상 세계에 들어온 게 처음이었기에 몰랐는데, 지크는 말 그대로 유진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셈이었다.
지크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니 내가 주인님과의 계약을 받아들였겠죠?」
“후우,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이 알은 어떻게 된 건데?”
지크가 히죽 웃었다.
「계속 열기를 불어넣어요. 그러다 보면 저의 실체화된 용체가 알을 깨고 나올 거고, 그때부터는 제가 용체에 들어가 직접 너를 모실게요.」
쉽게 말해 지크의 영혼 따로, 몸 따로인 것이었다.
“근데.”
「예?」
“너 자꾸 반말 존댓말 섞어서 쓴다, 이상하네. 내 귀가 잘못된 건가? 아니면 네가 잘못되고 싶은 건가?”
「아, 알겠다고요…….」
유진이 화룡검을 거칠게 흔들며 겁박하자 지크가 결국 꼬리를 말았다.
그러던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쿠란의 검을 응시했다.
“야, 체첸. 새 친구 왔다. 인사 안 하고 뭐 하냐?”
-…….
“체첸, 뭐 하냐고. 너 거기 있는 거 다 알아.”
-대화하기 싫으니까 말 걸지 마라.
“너 설마…….”
유진이 실소를 흘렸다.
“내가 중간에 너 던져버린 것 때문에 그래?”
-말 걸지 말라고! 이 배신자야! 이 몸을 이제 내다 버리고 저 용놈과 붙어먹으려는 거잖느냐……! 크흑!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