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38)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38화(138/320)
간단한 질문이었으나, 엘도라는 대답하기 쉽지 않았다.
감히 릴리안의 앞에서 말해도 되는 내용인지 가늠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엘도라의 결심은 단단했다.
“복수.”
“응?”
“아버지를 그렇게 만든 작자에게 복수하고 싶어요.”
릴리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제 오빠인 시리우스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으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아무리 그래도 오빠는 오빠…….
‘아니.’
릴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떨 때는 하단으로 향하는 듯하다가도, 위로 올라올 때가 있어.”
“……네?”
“그리고 또 가끔은 뒤를 노리지. 교묘하게 움직일 테니 사방에 귀와 눈을 달아놓는다고 생각해야 할 거야. 시리우스 경의 공격 스타일을 말하는 거란다.”
“아, 알겠습니다.”
“그 양반은 정신 차릴 기미가 안 보이긴 하지만, 제 조카한테 얻어맞으면 뭔가 느끼는 바가 있겠지.”
엘도라의 미소가 밝아지는 사이, 릴리안이 덧붙였다.
“설령 시리우스 오빠와 1대1로 붙지 못한다고 해도, 백호 녀석들의 콧대는 바짝 눌러주렴. 알겠니? 따라오렴.”
“감사합니다!”
유진이 멀어지는 두 여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빙긋 웃던 때였다.
「계약자님, 그런데 저 여자는 누굽니까?」
지크의 질문에 유진이 되물었다.
‘누굴 말하는 거야? 우리 어머니? 아니면 엘도라?’
「조금 앳된 목소리요. 이름이 엘도라군요.」
‘응, 근데 왜? 뭐, 나한테 필요한 정보라도 알려줄 건가? 엘도라에 대해서 궁금한 점은 따로 없는데.’
지크가 히죽 웃었다.
「저는 용의 몸을 가진 존재로서,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뭔지 궁금하시죠?」
‘응, 궁금해. 바로 대답 안 하고 약 올리면 체첸한테 두들겨 맞을 줄 알아?’
「저에게는 통찰안이 있습니다.」
그 말에 유진의 눈이 크게 뜨였다.
‘……정말이야?’
「물론이죠. 아주 자세하게나, 너무 먼 미래가 아닌 이상 미래의 청사진 정도는 예측할 수 있어요.」
통찰안(洞察眼).
이는 상대의 앞으로의 행보나 재능을 알아볼 수 있는 고귀한 능력이었다.
웬만한 대현자, 혹은 대마법사도 앞을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기엔 어려웠다.
물론 제가 미래를 볼 줄 안다며 허장성세를 부리는 자들이 간혹 있었으나, 지크가 장난을 칠 이유는 없었다. 유진에게 얻어맞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래서 엘도라의 앞길이 보였어?’
「예.」
유진은 엘도라의 현재에 대해서는 대부분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미래는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엘도라는 원래 유진이 없었더라면 승승장구하여 가주의 위치까지 올라갔을 인물이다.
그녀만의 강력한 상징검술과 역전검이라는 위대한 기술을 가진 이상, 업적을 이루지 못하는 게 이상할 지경이었으니까.
하지만 회귀자인 유진의 등장으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었고, 그 중 특히 엘도라의 입지가 달라졌다.
게다가 유진의 최측근이자 가장 믿을만한 아군 중 한 명인 엘도라의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것은 곧, 유진의 앞길과도 관련이 깊은 일이었으니.
‘아는 대로 말해봐.’
지크는 히죽 웃으며 무당이라도 된 것마냥 입을 열었다.
「보자, 보자. 관상은 굳이 안 봐도 되고, 목소리에 담긴 기개와 태도만 보아도…… 오호, 엘도라는 크게 될 인물이구나.」
‘그따위 건 나도 추측할 수 있어.’
「아직 끝난 게 아니올시다! 보아하니 용의 머리를 꿰차기엔 적임자가 따로 있고, 용의 어깨 정도는 되겠구나. 옳지, 주작의 단장 자리를 차지하겠어!」
화룡의 말에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라울러나 발란트, 아니면 엘도라…… 이 중에서 단장을 누굴 시킬지 고민했는데, 확실히 엘도라가 주작의 단장 자리를 맡으면 좋을 것 같아. 명예욕이 센 녀석이니까.’
엘도라가 주작의 단장으로 있게 되면 유진에게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주작의 실질적 리더는 유진이고, 대신 그 명패만 차고 있는 녀석이 엘도라라는 능력 좋은 인물이다?
‘엘도라에게 단장의 권한만 위임받고, 책임과 잡무는 녀석이 하면 되니까. 일도 빠릿빠릿하게 잘할 테니 손해 볼 게 전혀 없어. 서로 좋군.’
유진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어허, 그런데 운명이 기구하구나.」
‘운명이 어떤데?’
「웬 인성 쓰레기 자식한테 이리, 저리 휘둘리다 지쳐서 휴가라도 갈라치면 그 인성 쓰레기가 다시 붙잡아 놓고 더 일을 시키는 운명이로구나! 자리를 내놓자니 무섭고, 계속하자니 죽을 맛…….」
‘체첸, 지크 이 자식 꿀밤 3대 때려.’
-현명한 판단이다!
빡! 빡! 빡!
「아이고! 화룡 죽는다……!」
* * *
그 시각, 인스 형제는 남관의 3층에서 감스탄에게 개인 교습을 받고 있었다.
“너희라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크으윽……!”
“그런데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구염참이 뉘 집 개 이름처럼 쉽게 불리고 언급되길 원치 않으니 말이야.”
감스탄은 언어를 거칠게 쓰며 이죽거렸다. 얼굴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예전에 이름을 날리던 악귀의 표정이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그라시안의 모래시계 속에서, 바윗덩어리까지 등에 매달고 검을 쥔 아인스와 제인스가 거친 신음을 흘렸다.
감스탄은 인스 형제의 타고난 육체를 믿고 지옥훈련을 강행했다.
“삼염참부터 어떻게든 펼쳐야 육염참이건, 구염참이건 할 거 아니냐! 정말 너희들의 신체가 이것밖에 안 되는 것이냐!”
“크윽, 이, 모래시계만 아니면……!”
쾅!
감스탄이 인스 형제를 발로 걷어차 바닥에 넘어뜨렸다.
“모래시계? 정말 이게 문제일까? 말했지 않았느냐?! 분명 너희 둘은 개개인으로는 구염참을 펼칠 수 없다. 내가 10년이 넘게 수련한 이 기술을 일주일 만에 구현하는 건 불가능해! 하지만!”
감스탄이 형형한 안광을 내뿜으며 낮게 읊조렸다.
“둘이라면 가능하다. 너희의 장기인 합격술을 이용한다면, 일주일 만에도 구염참을 만들어낼 수 있어. 그게 이 모래시계 위이던, 들끓는 용암 위이던 간에 말이다!”
원리는 간단했다. 한 명씩 사염참을 펼친 뒤, 충격을 일으켜 하나의 참격을 추가해 구염참을 만드는 것이었다.
“울고 싶으냐? 안 되는 걸 되게 하라는 게 열 받느냐? 집에 가고 싶어?”
“아닙니다……!”
“평소에는 허허 웃으며 잘해주던 그 늙은이가 아니라 당황스러우냐? 이 미친 노인네가 왜 이러나 싶어? 한 대 치고 싶으냐?”
“아닙니다아……!”
“일어나라.”
인스 형제가 이를 빠드득 깨물며 무릎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스탄이 이죽거리다가, 진지한 음성으로 내뱉었다.
“너희가 왜 강해지고 싶었는지, 예부터 생각해 오던 초심을 생각해라.”
인스 형제가 무언가 깨우친 듯 눈빛이 확 변모했다.
자신들을 이용하고, 쓸모가 사라지자 가차 없이 내다 버린 아버지에 대한 분노.
그런 아버지 옆에서 좋다며 낄낄대던 제트에게 갚아 주고 싶은 복수심.
그리고.
“아인스, 제인스!”
“조금만 더 해봐! 할 수 있잖아!”
그 옆에서 훈련하는 라울러와 발란트, 선배기사들의 격려가 들려왔다.
이들과 함께였기에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고, 이들이 없었다면 어쩌면 시리우스의 꼭두각시로 평생을 유린당했을 수도 있었다.
고마웠다.
그러니, 백호에 대한 승리로써 은혜를 갚아야 했다.
“시작!”
감스탄의 지시에 인스 형제가 바닥까지 떨어진 오러를 긁어보아 삼염참을 시도했다.
세찬 겨울의 칼바람에도 남관의 연무장에는 손을 델 것 같은 열기가 한가득 차올랐다.
* * *
태양신교의 심처.
교황만이 드나들 수 있는 기도실에서는 한 남자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
“늘 믿음을 가지고 눈동자를 곧이 뜨는 우리에게 축복을 내리시옵고, 굽어 살펴주시옵소서…….”
태양신교의 교황, 테오스였다.
그의 옆에는 기도를 위해 성수가 가득 찬 크리스탈 대접이 놓여 있었다.
어떠한 이유로 이러한 의식을 치르고 있을지는 오로지 그만이 알 것이었다.
한창 기도를 잇던 와중이었다.
찰랑…….
맑기만 하던 성수에 검은 연기가 스며들더니, 교황과 똑 닮았으면서도 차림새와 분위기는 전혀 다른 인물이 성수 위에 드리웠다.
흑마법사와 비슷한 로브를 걸친 자였다.
“테오스.”
목소리마저도 똑같은 남자가 테오스를 불렀다.
“무슨 일이지?”
“흑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경계를 해야 할 것 같더군.”
테오스는 잠시 기도를 멈추고 생각을 하다, 이내 피식 웃었다.
“흑지 따위는 뭘 하든 상관없다. 해봤자 어딘가에 테러나 벌이겠지.”
“하지만.”
“작은 존재들이야 조금 죽어 없어지겠지만, 대의를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한 법. 우린 우리 일에 집중하면 된다.”
“테러 지역에 펜첼도 있는 것 같던데, 이건 흥미가 생기나?”
찰랑이는 성수 안에 있던 흑색 로브의 남자가 스산하게 웃었다.
그제야 교황은 관심을 내비쳤다.
“……무슨 테러를 준비하고 있다던가?”
“전사의 요람이 주축이 되었고, 가장 중요한 건…… 유진.”
“유진?”
“불칸이 검룡 유진 로베르를 노리고 있다고 한다.”
테오스는 미간을 조금 좁혔다.
다소 의아했다.
어째서 전사의 요람의 불칸씩이나 되는 인물이 유진을 노린다는 건가?
물론 8성에 올라 검룡이라는 이명까지 얻은 바가 있긴 했지만, 그 정도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이유는?”
“전사의 요람이 공들여 만든 물건을 유진이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
“하, 검룡, 이 꼬마가 인기가 너무 많군. 피곤하게.”
교황은 유진을 죽이지 않고 직접 키워서 잡아먹기로 한 입장이었기에 흑지의 테러가 조금 거슬렸다.
“지켜야 하나.”
교황은 잠시 유진을 흑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최정예 기사단인 흑염(黑炎)을 파견할지 고려했으나.
“과하다. 그리고 중간에 그 녀석이나 펜첼, 혹은 다른 세력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더 귀찮아져.”
“하지만 유진은 놓치기 아까운 녀석이야.”
성수 속 남자가 가볍게 혀를 차며 말했다.
“차라리 태양신교에서 믿을만한 자를 하나 보내는 게 낫지 않겠나?”
“그것도 괜찮군. 또 다른 안건은?”
슈욱.
성수 속 남자는 대답 없이 사라졌다.
“쯧, 예의 없는 녀석.”
테오스는 기도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수정구슬에 대고 조용히 일렀다.
“고드릭, 네게 임무 하나를 주어야겠다.”
-받들겠습니다.
* * *
주작과 청룡의 서열식이 끝나자마자 제이드는 이곳, 북부의 끝자락에 위치한 중소마을에 도착했고.
크아아!
케에에엑!
쉼 없이 달려드는 괴인의 무리들을 썰고, 베고, 찔렀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수천 마리의 괴인들은 각각의 개체가 8, 9성을 오가는 정도로 강한 무력을 뽐냈다.
어떤 것은 오우거의 몸통에 좀비의 머리가 세 개씩 달려 있고, 어떤 것은 팔과 다리가 네 개, 다섯 개씩 달린 기괴한 모습이었다.
더불어 피부가 강철로 이루어진 오우거와 트롤까지.
대부분의 괴인들은 신장이 5m가 훌쩍 넘어, 보기만 해도 혐오스러울 지경이었다.
하나, 제이드는 담담히 숨을 한 번 몰아쉬더니.
치잉, 콰과과과과!
신검합일을 한 번 휘둘렀다.
제이드가 뿜어낸 오러의 폭풍이 반경 100m에 있는 괴인들의 몸을 깊게 베기 시작했다.
땅이 갈라진다.
하늘이 검어진다.
공기는 찢어지고, 공간이 일그러졌다.
단 한 번의 검격으로 수천 마리 괴인들의 사지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찢어지며 제 기능을 잃었다.
신검합일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엎어놓고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신검합일이 지나간 자리에는 어떠한 생명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분명 그래 보였다.
후우.
제이드의 이마에 땀 한 방울이 흘렀다.
그가 땀을 흘릴 정도로 힘을 쏟았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컸다.
북부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그러한 의문을 가진 채.
“가지, 에막스.”
제이드가 호위로 데려온 에막스와 함께 자리를 뜨려던 차였다.
끄거거거걱.
괴이한 소리가 제이드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아직도 남은 놈이 있다?”
제이드가 미간을 찌푸리며 돌아본 곳에는, 그나마 평범해 보이는 한 흑색의 괴인이 우뚝 서 있었다.
머리의 반절은 잘려나간 채였다.
하나, 제이드는 녀석을 알아볼 수 있었다.
마주하는 것만 해도 경계심을 잔뜩 가져야 하는 존재. 모골이 송연해질 만큼 오싹한 기운을 내뿜기로 유명했던 그 인물의 얼굴이었으니까.
긴장을 머금어야 하는 건 제이드마저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신은……?”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