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4)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4화(14/320)
그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사자의 정령은 혀를 가볍게 찼다.
-제이드님 만큼의 가능성은 아니었군. 한껏 기대했는데…….
그리고 뒤돌아서던 참이었다.
프스스-!
물살이 거세게 갈라지는 소리.
정령이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서걱!
서걱!
또렷한 안광을 뿜어내는 유진이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던 ‘유진들’을 베어내고 있었다.
푸르르릅!
유진이 한차례 커다란 거품을 내뿜고는 입 모양을 지었다.
-내 차례다.
번쩍-!
유진의 온몸이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빛의 오러로 잔뜩 휘감겼다.
-……!
묵광(默光).
그 유일무이 대륙 최고의 연공법이 한 단계 각성하여, 2성급이 된 순간이었다.
그 덕분에 정신 방벽의 강화가 이루어져 유진은 저주를 이겨내고 환각을 베어 없애버린 것.
게다가 유진의 손에는 이제 단순한 단검이 아닌, 기다랗고 날카로운 모습을 뽐내는 어엿한 ‘검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는 최소한 3성에서 4성 사이의 성취를 가진 기사만이 보일 수 있는 기운이었다.
-고맙다, 네가 내 한계를 건드려줬어.
-어떻게 나의 힘을…….
정령이 말한 ‘힘을 드러낸다’라는 것은 아마 고위급 마수들이 보이는 ‘2차 페이즈’와 같은 변신을 말하는 것 같았다.
유진의 전력이 생각보다 강한 것을 확인한 정령은 2차 페이즈로 들어서기로 결정.
이어 유진에게 정신 공격을 시전했고, 분명 유진은 영락없이 당하는 것 같았는데.
유진은 멀쩡했다.
아니, 정령의 눈에는 오히려 더 강해진 것 같았다.
쉬이익!
유진이 기다란 검기를 ‘X’자로 그으며 정령에게 쇄도했다.
불과 조금 전까지와는 격이 다른 수준의 속도와 기세였다.
-……!
그에 따라 유진의 모습을 한 사자의 정령도 황급히 팔을 길게 늘어뜨려 전투태세를 갖췄다.
몸통은 그대로인데 두 팔만 기다란 기형적인 모습이었다. 아마 저 모습도 2차 페이즈의 효과 중 하나일 터.
하지만.
서걱! 서걱! 서걱!
-크윽……!
사자의 정령의 길어진 팔은 유진의 기다란 검기에 죄다 잘려나가고, 속절없이 뒷걸음질만 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사자의 정령이 10걸음 정도의 거리를 물러섰을 때였다.
툭.
유진이 광인처럼 휘두르던 검기를 돌연 떨구었다.
-무엇이냐, 덤벼라!
정령이 버럭 소리쳤지만, 유진은 그저 자신의 몸과 얼굴을 흉내 낸 사자의 정령을 착잡한 눈빛으로 응시할 뿐이었다.
-네 목을 내 손으로 베어 죽인다면, 나는 예전의 나를 죽인 것처럼 속이 시원하겠지.
하지만, 유진은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다.
유진이 정령의 발아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이쯤, 이때일 텐데.
-혼자 뭐라고……!
그러던 참이었다.
쿠르르르르르륵!
어둠으로 가득 찬 저 아래쪽 깊은 곳에서부터 커다란 물 소용돌이가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어……!
사자의 정령이 소용돌이에 휘말려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것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일정 영역에 들어선 무언가가 있으면 발동되는 최후의 마도 함정이었다.
-하, 너…… 이걸 위해서 나를 뒷걸음질 치게 만든 것이냐. 이 함정을 이용할 생각을 하다니…….
사자의 정령이 체념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미 승패가 갈렸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었다.
아마 저러한 숨겨진 마도 함정이 있다는 것은 사자의 정령이 모를 리가 없었으나, 유진의 기세에 휘말려 방심한 것 같았다.
유진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스스로 사자의 정령을 벨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약했던 나의 모습을 그렇게 잔인하게 처치하고 싶지는 않다. 그 당시의 나 또한 어떻게든 살아내려 노력했었으니까.’
유진은 어둠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는 사자의 정령을 가만히 응시했다.
조금 전의 유진이 의도하여 만들어진 전투는 분명 위험했지만, 그 덕에 얻은 것 또한 분명히 있었다.
어디선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을 제이드와 시리우스, 그리고 클라크. 유진은 그들의 머릿속에 뚜렷한 각인을 새긴 셈이었다.
동시에 유진은 자기 자신을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을 통해 트라우마를 치유했고, 묵광의 각성을 이루었다.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지 않겠다.’
몇 번이고 했던 다짐이지만, 지금은 더욱더 단단한 결심이자 신념이 되었다.
쿠르르륵…….
소용돌이가 멈추고-
유진은 더욱 결연해진 마음가짐으로 얼음동굴을 향해 헤엄쳐갔다.
* * *
얼음동굴에 가까워질수록 어둡던 물속이 점점 밝아졌고, 수면으로 가까워졌다.
유진은 그사이에 방금 전 광마의 기억으로 보이는 장면에 의문을 가졌다.
‘광마가 내 몸에 스며들어 있는 건가?’
명경지수에 관해 말하던 희미한 그림자는 필시 광마의 스승일 터였다.
그런데 그 기억을 유진이 목격했다는 건, 무얼 뜻하는 걸까?
‘지금은 사자의 시험이 먼저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해야겠어.’
그렇게 유진은 얼음 동굴로 가는 와중에 몇몇 방계 아이들을 지나쳤다. 그들은 하나같이 힘겨운 표정으로 느릿느릿 헤엄을 치고 있었다.
아마 사자의 정령과의 싸움이 힘들었던 까닭이겠지.
또한 유진은 인스 형제와 라울러, 그리고 심지어는 엘도라도 추월해버렸다.
그들의 경악한 얼굴을 떠올리던 유진이 피식 웃었다.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네.’
지난 십여 년간 극한 수련을 하루도 마다하지 않은 것과 더불어 이번에 성취한 묵광 2성이 힘을 발휘한 것이다.
그렇게 유진은 수면 위의 얼음동굴 입구에 도착했다.
“푸후!”
물 밖으로 나와 동굴의 입구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바닥 중간중간마다 푸른 빛의 발광석이 놓여있어 커다란 동굴 안을 환히 밝혀 안 그래도 푸른 얼음이 더욱 푸르게 보였다.
최소한 몇백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 보이는 웅장한 광경에 유진도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그러던 와중.
뒤쪽에서 누군가가 수면 밖으로 빠져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푸우!
“후우, 후우, 유진…… 로베르.”
엘도라가 숨을 헐떡이며 유진을 노려보았다.
그가 말도 안 되는 속도로 그녀를 지나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는지, 엘도라는 심경이 복잡해 보였다.
“너, 어떻게 그렇게 빨리…….”
“그냥 운이 좋았어.”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말하는 유진에 엘도라는 묘하게 오기가 들었다.
꼭 진짜 잘난 애들은 자기가 잘난 걸 별로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엘도라는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건 그녀의 특징이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막상 그런 애를 자신이 보니 재수가 없어도 그렇게 없었다.
“뭔가 알고 있는 거야?”
“뭘 알아?”
“이 시험의 공략법이라던가, 그런 거 말이야. 너 처음에도 분명히 출발선에 서서 혼자 뭐 하던 거야?”
“영업 비밀이야.”
“이게 진짜. 내가 너보다 나이도 많거든?”
“나이 많은 거 좋은 거 아닌데.”
엘도라는 심술 난 표정을 짓다가 유진을 지나쳐갔다.
“나 먼저 간다.”
“엉, 그래.”
“……?”
엘도라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자 유진은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영업 비밀.”
“너 변태지!”
엘도라가 빽 소리를 지르고는 동굴 안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버렸다. 상종도 하기 싫다는 표정이었다.
아마 속으로 유진에 대한 적개심 혹은 호승심이 생길 대로 생겼을 터였다.
유진이 굳이 엘도라를 먼저 보낸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리고 아마, 인스 형제와 라울러가 와도 유진은 이들을 먼저 보낼 터였다.
마침.
“푸우! 허억, 허억.”
“끄흐으읍!”
뒤늦게 인스 형제와 라울러도 따라 나왔다.
“너, 너…….”
“유진!”
인스 형제는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유진을 쳐다보았고, 라울러는 뿌듯하다는 표정이었다.
유진은 이번에도 무표정한 얼굴로 손바닥을 까닥였다.
“어, 그래. 왔어? 얼른 지나가. 늦을라.”
“……왜 먼저 안 간 거지?”
인스 형제가 의심스럽다는 얼굴을 보였다.
물론 대답은 당연히 ‘영업 비밀’이었다.
“음? 진짜 먼저 간다?”
라울러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수긍하고 유진을 지나치던 참, 아인스가 입을 열었다.
“잠깐, 라울러. 너 어디 가냐?”
“뭘 어디가? 여기를 통과해야 할 거아니야?”
“아니, 우리가 먼저 가야 하는데 왜 네가 앞으로 가냐, 이 말이야.”
“이 자식들이 뭐라는 거야.”
라울러가 얼굴을 와락 찌푸리며 항의했지만, 인스 형제는 들을 기미가 없어 보였다.
아마도 먼저 도착하면 뭔가 더 좋은 보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정령을 어떻게 넘어선 줄 아나? 너처럼 편법으로 지나간 게 아니야. 자격이 있는 사람이 먼저 가야지.”
“내가 편법으로 갔는지, 정공법으로 갔는지 너네들이 어떻게 알아!”
“상처도 하나 안 나고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우리가 모르겠어?”
“……그렇긴 한데.”
제인스가 자신의 다리에 베인 흔적을 가리키며 가슴을 활짝 펼쳐 보였다.
“우리는 사자의 정령을 직접 상대해서 합격을 받고 온 몸이다. 반면에 너는 뭐지?”
“나는 애초에 물개 같은 게 나타나서 경계하고 선공을 취했을 뿐이야. 그게 더 효과적인 방법 아닌가? 응?”
말싸움이 끝날 기미가 안 보이자 유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물속으로 몸을 던지려 들던 참이었다.
“유진! 어디 가? 왜 다시 들어가?”
“그런 게 있어. 이따 보자고.”
아인스가 소리쳤다.
“잠깐! 그렇다면 이렇게 하지.”
제인스가 거들었다.
“유진 로베르, 인정하기 싫지만…… 너는 우리를 상대하여 어떻게든 어렵게 승리한 전적이 있는 녀석이다. 그러니 네가 판결을 내려라. 우리가 먼저 가는 게 맞는지, 저 녀석인지.”
“음, 내가 어떻게든 어렵게 승리했던가. 뭐, 근데 내가 왜 너희를 판결씩이나 해야 해? 그냥 알아서 가.”
“남자가 아니군. 떼라.”
맥락에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인스 형제에 유진도 묘하게 웃겼다.
그래, 라울러도 도와줄 겸 받아주자. 까짓거.
유진이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좋다. 내 판단하에 누가 먼저 갈지가 정해진다는 거지.”
“그래.”
그때 아인스가 제인스와 속닥거렸다. 마치 들으라는 듯, 크게.
“근데 형, 어차피 저 녀석은 라울러 친구인데, 당연히 라울러 편을 들지 않겠어? 이게 맞는 거야?”
“설마 남자로서 그런 양아치 같은 짓을 하겠어? 그러면 떼야지.”
“그렇지? 암.”
고개를 끄덕인 인스 형제와 라울러가 고개를 돌려 유진의 입을 응시했다.
유진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고는 곧바로 판결했다.
“아인스, 제인스 형들이 먼저 가.”
“으하하! 그래! 역시 남자군.”
“……엉?”
인스 형제는 크게 웃었고, 라울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어째서? 근거가 뭐야?”
“일단 인스 형들은 먼저 가.”
“크하하! 엘도라, 기다려라!”
인스 형제는 좋다고 웃어 재끼며 얼음동굴 쪽으로 들어갔고, 라울러는 억울하단 표정이었다.
“유진! 어째서야? 왜…….”
“형, 형은 정령의 정체를 진즉에 알아채서 선공을 했다고 했지?”
“그래. 그게 더 현명한 방법 아니야? 나는 인스 놈들보다 뒤처지지 않는다고. 그러면 내가 먼저 가야 하는 게 맞는 거잖아.”
“물론이지. 그런데 말이야.”
그는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기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인스 형들의 ‘상대’를 잘 관찰해봐.”
풍덩!
출발점을 향해서, 다시.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