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41)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41화(141/320)
펜첼의 남관이 통째로 날아갔다.
아니, 날아가다 못해 아예 가루가 될 지경.
그만큼 유진의 신검합일과 엘도라의 홍익의 충돌은 거대했다.
다행히 연무장의 주변으로는 본래 보호 방벽이 둘려 있기에 소음과 충격이 바깥으로 새어나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남관 바로 옆에서 엘도라를 기다리던 릴리안은 무너지는 남관을 목격하고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무, 무슨……! 무슨 일이야 이게?”
그때, 재를 잔뜩 뒤집어쓴 엘도라가 남관 안에서 다리 한쪽을 절뚝이며 걸어 나왔다.
“응……? 엘도라!”
“단장님.”
“무슨 일이니? 폭탄이라도 터진 거야?”
엘도라가 설핏 웃었다.
“……유진은 정말 강하네요.”
엘도라에게 연무장 안쪽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듣던 릴리안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주작 녀석들이 한 명한테 그렇게 당하는 일은 잘 없는데…….”
제 아들이 제 기사단 선배들을 다 때려눕혔다.
‘이걸 안타까워해야 해, 기뻐해야 해?’
릴리안은 유진의 활약상을 들으며 저도 모르게 뿌듯한 표정을 짓다가, 엘도라의 침울한 표정을 보고 급히 미소를 감췄다.
한숨을 내쉰 엘도라가 부르르 떨었다.
“이런 말씀은 좀 죄송하지만, 유진은 괴물이에요. 이제 주작에서는 적수가 없어요.”
엘도라는 제 모든 것을 쏟아부어 유진을 상대했다.
상징검술.
역전검.
홍익까지.
더불어 지금껏 유진에게 훈련받은 것들 모두를 적절히 활용했고, 유진이 알려준 그의 약점을 노리고 덤벼들었다.
하지만, 유진은 엘도라를 포함한 주작 단원들을 완벽히 제압했다.
크라우드식 이도류를 사용한 그림 같은 검술과 더불어 완벽에 가까운 신검합일에 주작 단원들은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이야기를 모두 들은 릴리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러면 지금 해야 할 건 뭐지?”
“네……? 음, 휴식?”
“주작의 숨은 어디다 버리고 왔어? 홍익에 이어서 주작의 숨을 사용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텐데?”
“그, 그렇긴 한데.”
릴리안이 히죽 웃었다.
“가자, 훈련하러.”
“어디서요……? 연무장이 날아가 버렸는데.”
“장소는 찾으면 돼.”
피칠갑을 하여 다리를 절뚝거리며 온 녀석에게 또 훈련을 하러 가자고 한다.
아들이나 어머니나 훈련에 미쳐버린 건 똑같구나!
엘도라는 울고 싶었다.
* * *
유진과 주작 단원들이 거대한 전투를 벌여 남관은 허물어졌고, 펜첼의 시종들과 더불어 수리공들이 남관을 재건립해야 했다.
이 소식을 들은 펜첼의 사람들은 주작의 열을 다한 훈련에 혀를 내둘렀다.
그 사이, 주작 단원들은 치료를 위해 약제당에 모두 실려 갔다. 아마 궁귀가 고생 좀 할 터였다.
남관의 수리를 맡은 관리자가 감스탄과 이야기를 나눴다.
“도대체 무슨 훈련을 어떻게 했길래 이 지경이 된 겁니까……?”
“다시 짓는 데 얼마나 걸리겠소?”
“하루 이틀이면 되긴 합니다. 애초에 자가 회복 장치가 걸려있는 건물이라.”
고개를 끄덕인 감스탄이 유진의 옆으로 다가갔다.
“확실히 네가 단원들의 수준을 파악해주니 약점이 속속들이 보이는구나. 갈 길이 한참 멀었어.”
“저도 약점이 많습니다. 그래도 선배들도 많이 달라졌어요. 상대하기가 꽤 까다로웠거든요.”
유진은 스스로 약점을 노출시킨 덕분에 힘든 싸움을 해야 했다.
덕분에 많은 상처를 얻어야 했지만, 동시에 유진은 빈틈을 메꿔 더욱 완전한 무력을 갖추게 될 터였다.
“불과 몇 분 만에 다 때려눕힌 것 치고는 호평이군. 하하!”
세월이 다르게 발전해가는 유진의 모습을 보며 감스탄이 뿌듯하게 웃었다.
“주작의 품은 네게 너무 좁은 것 같다. 그래서 말인데, 소가주가 될 생각은 없느냐?”
“……소가주.”
“너라면 충분히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다고 본다만.”
펜첼의 소가주가 된다는 말은 곧 북부를 얻고, 대륙이 주목하는 주요 인물이 된다는 것과 같았다.
명예와 부, 권력과 무력까지.
제이드야 욕심이 적은 인물이기에 지금껏 조용히 살았던 것이지, 펜첼가는 대륙이라는 드넓은 세상에서 생각보다 훨씬 높은 위치였다.
그런 만큼 펜첼의 소가주 자리를 얻는다면 원하는 것은 거의 모두 가질 수 있을 터였다.
유진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가주.’
태양신교의 교황에게 복수하는 그 과정 사이, 유진은 하나의 중간 목표를 설정했다.
“좋네요, 소가주.”
유진의 시선이 태양신교의 본청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갔다.
‘네놈의 목을 베는 데 꽤 도움이 될 테니.’
* * *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흘러갔다.
어느새 다가온 주작과 백호의 서열식 날.
펜첼의 중앙 연무장에는 주작 대 청룡의 서열식 때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이들이 몰려왔다.
우글거리는 인파들이 내는 소음에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특별히 이날만큼은 접근하기 힘들다는 펜첼의 본 영지에 외부인원들도 들어차 있었다.
펜첼이 폐쇄적인 이유는 간단했다.
외부로 펜첼의 기술이나 지형지물, 약점 등이 새어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특히나.
“검룡 어딨어? 검룡!”
“저번에 사진 몇 개 건진 거로 엄청나게 벌었다면서? 맛 들였구먼, 아주.”
검룡이라는 인물이 펜첼 내부에서 탄생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여러 소식지의 기자들이나 가문들이 귀찮게 해댔으니, 오히려 펜첼은 빗장을 더 철저하게 잠가 왔다.
유진도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오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서열식 때만큼은 많은 이들 앞에서 실력을 보여주자는 명이 있었다. 이는 펜첼의 초대 가주, 크라우드의 뜻이었다.
펜첼의 시종들과 더불어 그들의 지인으로 있던 외부인들이 속닥거렸다.
“누가 이길까? 백호 대 주작. 예상이 가?”
“백호는 원래부터 1위 자리를 차지해왔고, 주작은 치고 올라오는 중이니…… 재밌는 장면은 주작이 이기는 거겠지?”
“하긴, 방어전보다는 신흥 강자의 등장이 재밌긴 해. 게다가 며칠 전에는 주작의 훈련장이 개박살이 났다더군.”
“뭐하다가? 훈련하다가?”
“그래! 얼마나 억세게 훈련을 하면 훈련장이 그 지경이 되겠어?”
저마다 다른 생각들이었지만, 은근히 주작의 승리를 바라는 의견이 많았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었다.
“백호가 괜히 지금껏 1위였겠나? 관성이라는 건 무시할 수가 없는 법이야.”
“요란한 수레가 시끄러운 법이지. 훈련장을 깨부수고 염병을 해 봐야 꼴찌는 꼴찌일세.”
이런 의견 차이는 곧 사행성을 포함한 내기로 이어졌다.
“얼마 걸 텐가? 나는 백호에 석 달 치 월급 걸겠네.”
“나도 그 정도 걸지. 백호가 주작을 찍어버릴 걸세.”
주작을 응원하던 이가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크흠, 나는 주작에…… 하루 일당.”
“푸하하! 주작이 이길 것 같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거 완전 쫄보였잖아?”
“아내가 셋째를 임신해서 좀 아껴야 해.”
“그러면 내기를 하면 안 되지, 이 미친 양반아.”
그때였다.
“내기에 이 몸이 빠질 수 있겠습니까?”
한 남자가 인파 사이를 뚫고 나타났다.
펜첼 중앙 주점의 관리자, ‘몰테르’였다.
“누구신데…….”
“몰테르! 어디 갔나 했어. 이런 시간에 자네가 빠질 리가 없지! 자, 몰테르로 말할 것 같으면…….”
몰테르는 주점의 관리자임과 동시에, 펜첼의 수없이 많은 기사, 시종들 사이에서 여러 이야기를 수집해왔다.
그 정보력을 바탕으로 내기에서 매번 승리를 거둔 탓에 ‘도박의 신’이라 불리는 자였다.
어떤 임무에서 누가 가장 활약을 보일 것이라는 추측부터 시작해서 이번 서열식의 승패까지.
웬만한 내기에는 몰테르가 끼지 않은 적이 없었다. 승률이 거의 9할에 가까운 수준.
사람들 사이에서 홀연히 나타난 몰테르가 여론을 휘어잡았다.
“몰테르, 자네는 누가 이길 것 같은가? 응?”
“자네가 거는 쪽에 나도 걸겠네!”
몰테르가 턱을 쓰다듬으며 시선을 잔뜩 끌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달리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어딘데!”
“백호가 아니겠습니까.”
이견은 없었다.
몰테르조차도 백호에 걸었다는 건, 이미 승패가 난 거라고 봐도 되었다.
“자자! 몰테르의 얘기를 들었으니 주작에 거는 멍청한 놈은 없겠지? 뭐, 언더독에 한 번 크게 걸어서 돈깨나 벌고 싶은 거렁뱅이라도 있으려나? 손들어보게!”
“하하하!”
그때, 몰테르의 앞에 팔 하나가 나타났다.
“주작이 이긴다에 5,000만 골드 걸겠소.”
손에는 두꺼운 지폐뭉치를 든 채로.
“뭐……?”
“5,000만 골드?”
“백호 쪽에 걸린 돈 다 합쳐도 5,000만이 안 되는데……?”
사람들이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5,000만 골드의 주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묘하게 엉성한 수염과 더불어 희한한 페도라를 뒤집어쓴 남자가 서 있었다.
모두가 멍하니 그 남자를 쳐다봤다.
“정말이오? 정말로 주작에 5,000만 골드를 걸겠다고?”
“거짓말할 이유가 없잖소?”
“아니, 여기 있는 사람 전부가 백호에 거는데?”
“돈을 벌려면 남들과 다른 길을 가야 합니다.”
“허, 누가 보면 저기, 억만장자, 대부호라도 되는 줄 알겠소.”
놀라움과 비아냥거림 사이, 몰테르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이 이기면 모든 배당금을 가져가겠지만, 지면 5,000만 골드 전부를 가져갑니다. 차액은 돌려줄 수 없단 말입니다. 괜찮으십니까?”
페도라 쓴 남자가 히죽 웃었다.
“마음대로.”
묘한 여유와 부티 섞인 대답에 몰테르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 몰테르의 베팅에 반하는 선택을 하다니, 아둔하군요.”
“하하, 그러게 말이오. 살림살이도 어려운데, 무리했나 싶소.”
너털웃음을 지으며 시원하게 5,000만 골드를 건넨 남자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 * *
“여기까지 와서 돈놀이해요, 돈놀이를!”
찰싹! 찰싹!
릴리안은 리처드의 가짜 수염을 쥐어뜯으며 어깨를 찰지게 때렸다.
리처드는 누가 자신을 알아볼세라 페도라를 푹 눌러쓰며 항의했다.
“아들이 있는 쪽에 돈을 거는 게 뭐가 잘못이오! 아들을 믿는 것일 뿐인데!”
“그런 쓸데없는 내기를 하지 말라는 말이잖아요!”
“없어도 되는 액수니 재미로 생각하자고, 재미로. 아잇, 아파…….”
그때, 방금 도박꾼들의 무리 사이에 있던 몰테르의 시선이 느껴졌다.
리처드와 릴리안을 번갈아 보던 몰테르는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뭔가 깨달은 듯 헉, 소리를 냈다.
“서, 설마.”
그제야 몰테르는 페도라를 쓴 남자가 주작의 전대 단주인 릴리안의 남편이자 대부호인 리처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더니 리처드와 릴리안에게로 조용히 다가왔다.
“릴리안 단장님. 저 몰테르입니다. 중앙 주점에서 뵌 적이 있습니다.”
“아, 기억해요. 오랜만이네요.”
“예, 그때는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리처드님.”
리처드는 다급히 페도라를 눌러썼다.
“크흠, 돈은 이미 건넸소만.”
“숨기지 않으셔도 됩니다. 몰라봬서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고자 한 것이니까요.”
그제야 리처드는 어색한 콧수염을 실룩이며 대답했다.
“험험, 티 났소?”
“아닙니다. 감쪽같았습니다.”
“후후, 역시 나의 위장술은…… 큼, 어쨌든, 모르는 척해주시오.”
“물론이지요. 시선이 있으니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다음에 주점에 한 번 들리시지요. 서비스 많이 넣어드리겠습니다.”
“그러겠소. 반가웠소이다. 그래도 내기에 건 돈은 잘 배분해 주시오.”
몰테르는 괜히 리처드와 릴리안에게 누가 될까 싶어 재빨리 인사만 올리고 자리를 벗어났다.
자리로 조용히 돌아가며 몰테르가 빙그레 웃었다.
‘릴리안님도 오실 줄은 몰랐는데, 이렇게 대놓고 돌아다니실 줄이야.’
펜첼의 영지민들 사이에서 릴리안의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대부분 영지민들은 릴리안이 결혼을 하면서 가문을 등지고 나섰기에 이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지만.
과거에 릴리안에게 도움받았던 이들은 릴리안의 인간적이고도 올곧은 면모를 그리워하기도 했다.
몰테르의 경우가 그러했다.
과거에 백호와 주작 기사단 사이에서 일어난 소동이 있었다.
당시에 백호 단원들은 진검까지 빼 들며 소란을 피운 바람에 몰테르 역시 곤경에 처했었다.
하지만 릴리안이 침착하게 중재를 한 덕분에 몰테르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고, 그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생각이 짧았어.’
릴리안은 언제나 평범한 약자들의 편에 서 왔다.
백호라는 거대한 기사단 앞을 홀로 막아설 정도로 의로운 인물이었으니까.
몰테르는 마음을 바꿔먹었다.
‘머리는 백호가 이길 거라 말하지만, 가슴은 주작이 이겼으면 하는군.’
어떡하지?
어떡하긴.
몰테르가 리처드의 5,000만 골드에 지폐 뭉치를 하나 더 얹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