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43)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43화(143/320)
눈이 혼란스럽다. 그럼에도 살갗을 스치는 께름칙한 감각의 근원지를 찾아내야 한다.
지금처럼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인파 사이에서 어떤 이가 악의를 품고 있는지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이미 사방에 퍼져있는 악기(惡氣)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면서 옅어졌다, 진해졌다를 반복했다.
그 덕에 평범한 사람에게서도 악기가 느껴질 수 있고, 진짜 악인에게서도 악기가 옅어질 수 있다.
때문에 아무리 감각 능력이 발달한 유진이라고 하지만…….
세, 네 명도 아닌 몇백여 명이 넘는 사람 사이에서 용의자를 딱 집어 골라내는 건 천운이 따라주지 않는 이상 어렵단 말이었다.
물론, 방법은 있었다.
‘두 바퀴만 돌면 돼. 딱 두 바퀴.’
전생에 오러도 못 쓰는 몸을 이끌어 태양신교의 2인자까지 올라설 수 있게 만들어준 능력, 완전기억.
유진은 이 순간,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로 했다.
사람들의 인상착의와 그들에게서 풍기는 고유한 기운을 모두 기억한 뒤, 중앙 연무장 근처를 두 바퀴 돈다.
그러면 이 뇌리를 간질이는 악기가 중첩되어 느껴지는 때가 있을 것이고.
이미 유진의 머릿속에는 모든 사람들의 특징이 잡힌 상태일 테니, 용의자를 쫓아가면 되는 것이다.
‘짧은 포마드 머리, 키는 178cm 정도, 황금빛 견장을 차고 오른쪽 눈가에는 옅은 흉터가 있다. 나이는 30대 후반 정도 되는군.’
한 남자가 유진의 왼쪽을 스쳐 지나가고.
‘어깨 아래까지 오는 장발, 키는 165cm, 입술을 빨간색으로 칠한 게 특징, 나이는 20대 중후반.’
한 여자는 유진의 오른쪽을 지나가며.
‘대머리, 키는 175cm, 찢어진 눈 아래에 주근깨가 대여섯 개 있고, 나이는 50대 초반.’
약간 험악하게 생긴 중년의 사내도 유진을 앞질러 빠르게 걸어갔다.
유진의 동공이 마치 탁구공을 쫓는 고양이의 눈처럼 빠르게 움직였다.
그렇게 단 30여 초 사이에 중앙 연무장 외곽에 있는 모든 이, 243명의 인상착의와 고유 기운을 머릿속에 저장.
한 바퀴를 모두 돌았다.
-유진 로베르 경은 지금 중앙 연무장 가운데로 나와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합니다. 유진 로베르 경은…….
음성 증폭기를 탄 클라크의 목소리가 중앙 연무장 안과 밖을 울렸다. 이제 정말 서열식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입장이 너무 늦게 되면 실격패가 될 수도 있다.
-이 체첸이 도와줄 수 있는 건 없는 게냐?!
체첸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하고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 했으나, 지금 유진은 한마디 말조차 들을 정신도 없었다.
두 바퀴째를 돌면서 방금 보았던 30대의 남자, 20대의 여자, 중년의 남성도 다시 마주쳤다.
‘이 사람은 아니야, 이 사람도 아니고, 얘는 아직도 여기에 서 있군. 이 사람은…….’
유진의 이마에서 땀이 송골송골 맺혀 흘렀다.
시간 제약까지 걸린 상황이다 보니 뇌가 불이라도 난 것처럼 빠르게 움직인 까닭이었다.
그러던 차.
「어? 어어……?」
‘응, 찾았다.’
유진의 고개가 방금 한 사람에게로 돌아갔다.
겉으로 보기엔 선하기 그지없는 인상에다가 상인 복장을 한 남자.
방금 한 바퀴째 돌 때 이미 기억한 사람이긴 했으나, 딱히 의심은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크와 유진 모두 그 상인을 짚고 있었다. 악기가 중첩된 까닭이었다.
「확실치는 않은데, 아닌가……?」
‘맞아. 의심할 여지 없어.’
놈의 뒤를 쫓으니 확실히 낯설면서도 날카로운 기운이 진하게 풍겨왔다.
다만, 이상한 점이 있다면.
‘애초부터 악인인 게 아니라, 마치 뭔가 나쁜 의도를 누군가에게 주입당한 것 같은, 이질적인 느낌이야.’
이러한 의심을 하나 염두에 둔 채.
상인 행색의 남자는 지형을 살피는 듯 고개를 돌려가며 걷다가, 이내 중앙 연무장을 벗어났다.
-유진 로베르 경, 어디 있습니까? 10분 이내로 입장하지 않을 시 서열식 진행 불가로 실격패입니다!
클라크가 이제는 대놓고 유진을 애타게 찾았다. 그 역시도 조마조마한지 불안한 목소리였다.
남은 시간은 10분.
‘서열식도 놓칠 수 없지만, 저 상인 놈이 뭘 하려는 건지 알아내는 것도 중요해. 빌어먹을.’
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상황.
선택해야 했다.
어쩌면 저 상인이 풍기는 나쁜 기운은 그저 뭐, 펜첼의 장식품이라도 하나 훔쳐 가려는 사소한 의도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직관을 믿자.’
서열식에서 실격패하여 있을 불이익보다 만일의 테러가 실제로 일어났을 때 있을 피해가 더 크리라 판단했다.
상인 행색의 남자가 중앙 연무장 밖으로 나섰다. 유진은 여전히 기척을 숨긴 채 남자를 계속 따라갔다.
남자는 펜첼이 제공하는 일반 숙소에 들어갔고, 유진도 계속 따라 들어가려던 차였다.
‘뭐지, 저 마차는?’
숙소의 입구 옆쪽에는 새카만 천으로 뒤집어 쓰인 커다란 마차가 하나 있었는데, 분명 저 상인이 끌고 온 게 분명했거니와 묘하게 수상한 느낌이었다.
이는 그저 단순한 직감이 아니라 태양신교의 백염을 이끌고 흑지를 궤멸할 당시에도 저런 수법을 몇 번 보았기 때문에 드는 의심이었다.
‘보통 저런 마차 안에 오크통을 두고, 안에는 곡류나 주류를 반 정도 채우고, 폭발물을 넣은 다음 다시 내용물을 채워서 위장하곤 했어.’
설마, 저것들도?
불쾌하도록 찝찝한 기분이 들어 유진은 우선 체첸에게 지시했다.
‘체첸, 저 상인 남자를 쫓아가. 방 호수만 알아서 오면 돼. 할 수 있지?’
-좋다! 미행이라, 재밌겠군!
체첸은 세상 밖에 나와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몹시도 들뜬 상태였는지, 뒷발을 차대며 깡충깡충 뛰어 상인 남자를 쫓았다.
유진이 마차를 덮은 검은 천을 들추어 보았다.
‘역시.’
오크통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걸 다 확인해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한데.
그때 지크가 예상 밖의 말을 꺼내놓았다.
「오크통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그냥 평범한 맥주 같은 주류뿐이에요.」
‘어떻게 알았어?’
「통찰안은 간단한 투시도 가능해요. 제 수준이 올라가면 사람의 내면도 꿰뚫어서 계약자님께 보여드릴 수 있죠.」
의외로 지크의 능력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유진은 지크에게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기만 할 것이냐? 전혀 아니었다.
‘오크통에 붙어있는 전표가 좀 이상한데. 분명 오크통은 남부에서 제작되는 상품인데, 전표는 북부에서 제작되는 디자인이야.’
「그래요……?」
‘뭔가 이상하다. 전표가 수상해.’
지크가 통찰안으로 사물을 꿰뚫어 볼 수 있다면, 유진은 오랜 세월 동안 살아오며 깨달은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평범한 것에서 숨겨진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전표를 이용해서 뭔가 일을 꾸미는 것 같긴 한데, 그게 뭔지는 단서가 부족합니다……!」
탁!
오크통 중 하나에 붙어있는 전표를 잡아뗀 그때, 마침 체첸이 두 귀를 휘날리며 숙소 안쪽에서 뛰쳐나왔다.
-유진! 허억, 허억, 909호다! 놈이 909호로 들어갔어.
유진은 당장 909호로 뛰어 들어갔다.
굳게 닫힌 숙소의 문이 그의 앞을 막아섰으나, 문제 될 건 없었다.
쾅!
8성급의 오러 수준을 자랑하는 유진은 특수 제작된 펜첼 숙소의 현관문을 부숴버렸고, 책상 앞에 앉아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상인을 발견했다.
“헉! 무, 뭡니까!”
상인은 기겁하며 소리를 쳤지만, 유진이 더 빨랐다.
텁!
“너 뭐 하는 놈이야.”
순식간에 상인의 지척까지 다가가 목을 틀어쥔 유진이 위협적으로 물었다.
상인이 적고 있던 것은 어떤 ‘명단’이었다.
“누, 누구신데……!”
“네놈이 뭔 개수작을 꾸미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거짓말을 조금이라도 보태면 네놈 머리통을 날려버리겠다.”
“전, 그저, 전표를 건네줬을 뿐……!”
“전표? 누가 뭘 시켰어. 아는 것 모두 말해.”
“그, 그건…….”
상인이 머리를 굴리려 하자 유진은 어쩔 수 없이 공포심을 앞세워야 했다.
두근!
유진의 몸속, 검은 심장이 박동했다. 바로 흑룡의 심장이었다.
한동안 이것을 이용할 일이 없었으나, 지금처럼 직관적인 공포심을 조성해야 할 때는 흑룡의 심장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었다.
“끄허어어업!”
그 기묘하고도 짙은 살기에 정신이 짓눌린 상인은 헛숨을 크게 들이 삼키더니,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저, 저는 남부의 일개 주류 상인일 뿐이고, 펜첼의 어떠한 높으신 분의 제안을 받고 그에 따라 움직인 것일 뿐입니다요! 정말입니다!”
유진이 상인의 말이 진실인지 가늠해보았다.
굳이 마법적인 능력이나 지크의 통찰안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호흡과 동공의 확장, 목소리의 떨림 등에서 이미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으니까.
‘오러는커녕 무술도 익히지 않은 사람이야. 아마 이용수단으로 걸려든 것 같은데.’
“아는 걸 모두 말해. 죽고 싶지 않으면.”
살기를 띤 유진의 눈동자가 번들거린다. 공포에 질린 남자가 결국 속내를 줄줄이 털어놓으려던 차.
-잠깐! 유진! 놈이 위험하다! 저대로 진실을 털어놓게 하면 놈이 죽을 수도 있어!
유진이 그 말과 동시에 번쩍 깨달았다.
‘정신 마법……! 진실을 말하면 정신이 파괴되는 마법이냐?’
-그래! 먼저 그것부터 해결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어!
‘당장!’
유진의 지시를 받은 체첸이 곧바로 상인의 머리통 위로 깡충 뛰어올랐다.
스스스!
실체화로 구체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 체첸은 정신 마법을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고, 상인의 머리통 속에 감춰진 검붉은 실오라기 하나를 찾아냈다.
쑤우욱!
그와 동시에 체첸이 그것을 주둥이에 달린 앞니 두 개로 쭉 뽑아냈다.
-혈주술 같은 건가, 이건 내가 처리하겠다!
뇸뇸뇸!
이어 체첸은 그 실을 먹어 치워버렸다.
‘다른 마법은 안 걸려있나?’
체첸이 우물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확실치가 않다……! 뭔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데……!
체첸이 실체화가 되었다지만, 한계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일단 급한 불은 껐다.
상인은 방금 전 제 머리통이 터질 뻔한 것도 모른 채 속사정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이, 이름은 모르지만, 백색의 옷을 입은 어떤 분께서 양옆에 기사들을 대동하고 저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어떤 밀실로 데려갔고, 이 전표들을 나누어 주었습니다요. 앞으로 들릴 모든 교지의 지역에 이 전표가 붙은 맥주를 판매하라는 지시였습니다……! 대가로는 큰돈을 주겠다고요.”
“밀실로 부른 건 너 하나뿐이었나?”
“그건 잘 모르겠지만…… 갑자기 남부 상인 협회 소속 녀석들이 최근에 엄청 바빠지긴 했습니다.”
그 말은 곧, 이 수상한 전표를 받은 상인이 한두 명이 아니란 뜻.
“백색의 옷을 입은 놈, 인상착의가 어떻게 되지? 자세히 말해.”
“기억나는 건, 상당히, 앳된 얼굴이었다는 것과, 왠지 모를 연초잎 냄새가 조금 느껴졌다는 것…… 정도입니다! 정말이에요, 믿어 주십시요!”
“연초잎 냄새?”
“예! 제, 제가 후각이 좀 예민합니다요. 맥주를 만들다 보면 보리의 신선도에 따라 맥주의 맛과 향이 천차만별이 되거든요. 그래서…….”
그에 유진이 한 남자를 떠올렸다.
시리우스.
하지만, 시리우스는 앳된 얼굴이 아니다. 오히려 노안이라면 노안이었지.
그렇다면?
‘그놈인가.’
* * *
오스틴 왕국, 본관.
수입품을 관리하는 책임자가 이번 분기 수입품의 검수를 진행하고 있다.
“이것들은 어디서 온 건가?”
“남부입니다, 주류와 곡류가 주 수입품이고요.”
“남부 맥주가 오랜만에 들어왔구만? 어쩐 일이지? 프리미엄 맥주라 귀하다면서 잘 팔지도 않는 녀석들이.”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야 뭐, 횡재죠, 횡재. 여기, 전표입니다.”
책임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전표를 받아들었다.
“남부, 맞고, 주류, 맞고, 생산 일자도 맞고…… 근데.”
책임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자식들, 전표를 아주 좋은 걸 쓰는군. 종이가 고급이야. 전에는 그냥 허연 종이였는데.”
그 말에 책임자의 옆에 있던 부하 직원이 잔뜩 너스레를 떨었다.
마치, 책임자의 시선을 전표에서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듯.
“프리미엄 맥주라 전표도 좋은 걸 쓰나 보죠! 뭘 그런 거에 신경을 쓰십니까! 자, 이제 옮기죠?”
“그런가…… 뭔가 이상한데…….”
“에이, 뭐가 이상합니까. 맥주 다 식습니다! 이 귀한 걸 놔두고 왜 자꾸 뜸을 들이시는지 그게 더 이상하네요.”
“흠…….”
* * *
로베르 가문의 성문.
비단, 고급 천, 여러 옷가지가 가득 담긴 마차 행렬이 로베르 가문의 성문 입구에 줄지어 섰다.
“멈추시오!”
입구를 지키는 보초병 넷이 긴 마차 행렬을 막아섰다.
“어디서 오신 겁니까?”
그 질문에 마차 행렬의 맨 앞, 눈이 주욱 찢어진 민머리의 남자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아, 딱 보면 몰라? 동부잖아, 동부. 옷 가져다주러 왔네!”
보초병들이 이상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작은 목소리로 대화했다.
‘오늘 수입품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은데. 내가 전달을 못 받았나?’
‘리처드 가주님과 릴리안 부인께서 자리를 비우시느라 미처 이야기를 못 하신 건 아닐까요? 일단 열어드리는 게.’
‘흠…… 요즘 윗선에서 가솔들의 출신과 행적을 다시 검토 중이라고 들었어. 그만큼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함부로 성문을 열어서는 안 될 것 같아.’
‘뭐, 전표와 그 안에 물건들만 일치하면 문제없는 것 아닙니까? 확인해 보고 들여보내면 될 것 같은데.’
선배 보초병이 민머리 상인에게 다시 물었다.
“동부 어디 가문입니까?”
“하, 비세른이오! 여름옷 시켜놓고 들어가려니 막아 세우는 꼴이라니, 얼른 비키시오! 내, 리처드와 친분이 얼마나 깊은데! 예의가 없군!”
후배 보초병이 선배 보초병을 부추겼다.
‘꽤 큰 상인 연합 같은데, 얼른 열어드리죠. 괜히 리처드 가주님에게 누가 될 수 있습니다.’
‘허, 이것 참…… 그래, 일단 그러지.’
“성문을 열……!”
선배 보초병이 어쩔 수 없이 성문을 개방하려던 참이었다.
“잠깐.”
로베르 가의 기사단장, 마커슨이 성벽 안쪽에서 걸어 나왔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