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44)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44화(144/320)
유진이 눈살을 와락 찌푸렸다.
‘제트.’
앳된 얼굴에, 시리우스의 양아들로 있는 녀석.
유진도 지나가다가 잠깐 보았지만, 제트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분명 어린 얼굴이지만, 그 속에서 풍겨오는 기운은 적어도 반백 년은 살며 숱한 고난과 역경을 겪었을 법한 느낌.
회귀자이자, 수많은 교인들을 다스렸던 유진은 사람의 눈빛만 보아도 성정을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제트를 직접 대면한 적은 없지만, 그는 시리우스의 옆에 항상 붙어있었다.
그리고 시리우스에게서 연초 냄새가 나니 제트에게도 냄새가 뱄을 수도 있고.
제트 역시도 파이프를 피우는 녀석일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흑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얼마 전 리처드와 나눈 대화였다.
흑지는 뭔가 꿍꿍이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제트는 시리우스가 흑지와의 접경지에서 전투를 하다가 데려온 인물이었다.
퍼즐이 착착 맞춰져 갔다.
‘제트가 맞다. 용의자로는 제트밖에 없어.’
다만, 이 전표가 도대체 무엇인지가 문제였다.
유진이 방금 떼어 온 전표 하나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의 감각 수준은 현재 9성급을 넘보는 수준. 전표가 수상한 것이라면 유진의 감각에 걸려들어야 하는 법인데.
‘아무것도 안 느껴져.’
유진의 기감에는 무언가 걸리는 게 없었다.
‘지크, 체첸, 너희는 이 전표에서 뭐 느껴지는 거 없어?’
체첸이 깡충깡충 뛰어와 전표의 냄새를 킁킁거리며 맡고, 지크가 미간을 찡그린 채 감각을 개방했다.
-뭔가, 평범한 전표가 아니라는 건 확실한데…….
그때, 지크가 눈을 크게 떴다.
「아주 얕지만, 스산한 마력이 깃들어 있어요……!」
-저, 정말? 나는 못 느꼈는데? 이 체첸도 못 느낀 건데……?
「확실해. 그런데, 종이에 마력을 불어넣는 경우라면 글씨를 감추려 하거나, 아니면 변환하거나, 그런 경우가 있는데…… 뭐 때문에 이 전표들에 마력을 넣었지?」
“마법 스크롤.”
유진이 칼에 찔린 듯 번쩍 내뱉었다.
그가 전생에서 흑지가 벌였던 폭탄 테러를 떠올렸다.
교지에서 흑지 특유의 마력 파장을 감지하는 기술이 보급되자, 흑지는 다른 방식으로 테러를 감행했다.
바로 마법 스크롤을 만드는 것.
스크롤에 담긴 마력의 파장은 무척 미약하고 감추기 쉬웠기에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이었다.
다행히 지크가 있었기에 유진은 이를 알아낼 수 있었다.
「마법 스크롤?! 최근에야 연구되고 있는 분야잖아요. 그게 벌써……?」
-역시, 검룡이 검룡했다!
지크가 정보의 단초를 제공했고, 유진은 사건의 전체적인 그림을 꿰뚫었다.
하나, 기뻐할 일은 아니었다.
“너, 방금까지 쓰고 있던 이 명단, 전표를 나눠준 사람들의 목록인가?”
“그, 그렇습니다. 수입품 관리자에게도 건네고, 주점 상인에게도 건네고…….”
유진의 표정이 바싹 굳었다.
이는 엄연히 ‘테러’였다.
그것도, 오랫동안 치밀하게 조직된 대규모 테러.
이는 흑지의 요원들이 아닌, 교지의 상인과 같은 일반인들이 가담했기에 더욱 사태가 심각했다.
이용당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뭘 운반하는지도 모른 채 폭탄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빌어먹을.”
물론 이전에 리처드와 더불어 오스틴 왕국 등에 가문 내에 배신자가 있을 수 있다며 경고를 해놓았지만, 이 정도로 치밀하게 움직일 줄이야.
이미 폭탄은 사방에 퍼졌을 테고, 유진이 대놓고 움직이면 분명히 제트가 눈치챌 것이었다.
유진은 시리우스에게 가장 견제받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
‘이쯤 되니 시리우스와 제트가 무슨 관계인지도 알 것 같아.’
제트는 흑지 사람이고, 시리우스는 제트와 모종의 계약을 맺었을 터.
‘다만, 흑지 놈들도 멍청이들이 아니니 시리우스를 감시할 역할로 제트를 보낸 거겠지. 양아들 같은 소리는 펜첼에 데려오기 위한 구실이었을 테고.’
그도 흑지가 일을 벌일 거라 예상은 했으나, 이 정도로 급진적이고 과감할지는 몰랐다.
더군다나 원래대로라면 이 스크롤도 몇 년 후에나 나올 물건이었는데, 이미 개발되어버린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회귀 이전 사건들의 발생이 점점 더 빨라진다.’
마치 누군가가 유진이 회귀했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 더욱 어려운 문제를 내는 것 같다.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
펜첼은 서열식으로 인해 인파가 몰린 상황이기에 만약 스크롤이 작동할 시 그 피해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그렇다면, 유진이 지금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이 전표들, 전부 회수해 와. 중간에 다른 길로 새면 머리통이 폭발해서 죽을 것이다.”
유진이 상인의 머리통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마력 한 줄기가 들어가더니 상인이 부르르 떨었다.
“제, 제게 저주 마법이라도 거신 겁니까……?”
“전표만 모두 회수해오면 풀어주겠다.”
그러던 와중.
“유진 로베르 경! 어디 있소!”
“유진 로베르 경! 1분 남았소이다! 빨리 입장을……!”
카인과 청룡 기사단원들의 목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왔다.
‘청룡이라면 전표를 은밀히 회수하는 데에 제격이다. 카인도 믿을만해.’
유진이 섬광과 같은 속도로 상인을 이끌고 1층으로 내려갔다.
탓!
카인이 화들짝 놀랐다.
“유, 유진 경! 어디에 있다가 나타난 것이오! 그런데, 이분은 누구……?”
“빨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유진은 속사포라도 된 듯 빠르게 전후 사정을 설명했고, 카인은 당황한 듯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유진이 자신의 혈액이 담긴 유리병을 하나를 카인에게 건넸다.
“이거 갖고 계세요. 절대 깨지면 안 됩니다. 그리고 뮬 삼촌에게도 당장 보고해주세요.”
“알겠다……! 그럼, 서열식은?”
“가야죠.”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카인은 유진의 긴장을 풀어주려 한 마디를 건넸다.
“꼭 1위가 되십시오! 져도 1위한테 진 게 모양새가 고상하니.”
“명심하죠.”
옅게 웃어 보인 유진이 중앙 연무장으로 달려갔다.
‘두 가지 모두 놓칠 수 없다. 백호가 더 높은 위치에 서게 된다면, 그건 그것대로 일이 까다로워져.’
-저, 청룡 놈들이 테러를 막을 수 있을까?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야지. 다른 방법이 없으니.’
뮬과 카인이라면 적어도 상황을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 * *
유진이 사라지고, 카인과 청룡기사단원들이 상인에게 안내를 지시했다.
“이 명단이 전표를 받은 사람들의 이름입니까?”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 살려주십시오……!”
“살 수 있을지 없을지는 유진이 결정하겠지. 앞장서세요.”
기척을 숨긴 청룡 단원들이 상인의 뒤를 그림자처럼 숨어 걸었다.
과연, 유진의 예상대로 청룡은 은밀한 작전을 수행하는 데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그런데.
상인의 눈빛이 서서히 흐리멍덩해지기 시작했다.
* * *
중앙 연무장에 모인 관중들은 의아한 얼굴로 저들끼리 떠들었다.
“검룡은 왜 안 보이는 거야? 검룡 보러 온 건데 말이야.”
“설마 내뺀 건 아니겠지? 막상 이름만 번지르르하고 내실은 없는 놈들이 한둘이었나?”
“에이, 설마.”
클라크도 참담한 얼굴로 음성 증폭기에 대고 말했다.
-유진 로베르 경…… 참석하지 않으면 실격패로 간주합니다. 빨리, 좀, 오세요……!
감스탄과 주작 단원들도 답답해 미치겠다는 얼굴이었다.
“아니 도대체 유진은 어디에 있는 거야?”
“숙소에도 없고, 화장실에도 없고, 아무 데도 없다고, 하아…….”
“감스탄 부단장님, 차라리 유진을 빼고 다른 기사가 1대1에 참가하면 실격패는 무를 수 있지 않습니까? 이대로 허무하게 질 수는 없잖습니까!”
감스탄은 착잡한 얼굴로 말했다.
“대련 상대를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네. 대진표에 따라 상대도 작전을 짤 텐데 함부로 변경해도 될 리가 없지.”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후…… 유진 로베르 경의 불참으로, 서열식의 최종 결과는 백호의 승리로…….
클라크가 어쩔 수 없이 서열식의 결과를 말하던 그때.
덜컥!
중앙 연무장의 정문이 활짝 열렸다. 사람들의 이목이 정문을 향해 모두 쏠렸다.
“늦었습니다.”
유진이 등장했다.
그러자 주변의 모든 소음이 잠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정적으로 물들었다가-
“유진이다.”
“유진 로베르!”
“검룡이라고!!”
우와아아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본래 주인공은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다고 하던가.
유진은 그 법칙을 실제로 보여주었다.
“주! 작! 주! 작! 주! 작!”
주작을 응원하는 이들이 커다란 목소리를 쏟아내고, 꼬마 아이들은 유진을 의미하는 검룡 장난감과 용이 새겨진 현수막을 거세게 흔들었다.
한쪽에서는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이들이 열광을 멈추지 않았다.
발란트와 유진, 동기들이 나섰던 첫 임무에 만난 글람푸스탄 주민들이었다.
마가렛과 마일스, 그리고 그의 어머니도 보였다.
“유진님 파이팅! 라울러 형 파이팅! 무조건 주작이 이길 거에요!!”
어느덧 키가 훌쩍 자란 마일스가 함성을 보탠다. 녀석의 눈빛에는 감사함과 더불어 동경심이 섞여 있었다.
“선은 악을 이기도록 되어 있으니까!”
마일스의 마음속에는 어느새 ‘주작 단원’이 되고자 하는 꿈이 자리 잡은 상태였다.
유진은 덤덤한 얼굴로 주작 단원들의 곁으로 다가갔다.
“대체 어딜 갔던 게냐?! 말도 없이!”
“사정이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뭐가 어찌 되었건, 서열식은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게 되었다.
-두 기사단은 앞으로 나와 일렬로 마주 서 주십시오!
그 사이 표정이 밝아진 클라크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척!
주작 단원들과 백호 단원들이 마주 섰다.
유진의 정면에는 시리우스가 서 있다.
“도망간 줄 알았잖느냐?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았는데.”
시리우스가 조소를 날렸다.
그에 유진이 말없이 관중석을 한번 주욱 둘러보았다.
“주작을 응원하는 이들이 저렇게나 많은데, 어찌 도망가겠습니까?”
백호를 응원하는 이들도 분명 절반 정도 되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주작을 응원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2배는 더 컸고, 그 기세도 비교가 되지 않았다.
“저 범인들의 응원이 뭐라고…… 너도 참, 아직도 순진하구나.”
“그거 아십니까?”
시리우스가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저런 화두를 뗀 뒤에는 늘 시리우스는 한 방 먹었다. 유진의 혀 놀림에 한두 번 놀아난 게 아니었기에 직감할 수 있었다.
“그래, 한 번 들어보자. 네 잘난 주둥이에서 나오는 소리.”
그러나 시리우스는 전과 달리 묘하게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백호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겠죠.”
“주작은 뭐, 죽으면 명예가 남는다…… 그런 뻔한 말이겠군. 아, 깃털만 날리려나?”
“아니요, 아닙니다.”
유진이 히죽 웃었다.
“주작이 죽는다면, 목이 뜯겨 죽은 시리우스의 모가지를 남기겠죠.”
“뭐?”
“눈앞의 이익만을 보고, 그저 제 감정에 휘둘리며 남을 해치는 데에만 골몰하는 불쌍한 인생, 시리우스.”
“하하…… 조카한테 이런 말이나 듣는 입장이라니, 유감스럽기 그지없군.”
시리우스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늘 그래왔듯 유진은 시리우스를 도발하기 위함이었으나, 먹히지 않았다.
물론 유진은 손해 볼 것 없는 장사였다.
‘지크, 파악됐어?’
「연초잎 냄새가 입에서 진동합니다. 신경 둔화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요. 아마 뭔가,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한 통증이나 마비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함인 것 같은데, 엄청나게 강한 성분입니다. ‘케틸린’이라고.」
-너는 참 별 걸 다 아는구나.
「단순히 지식만 주입된 게 아니니까. 세상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감각을 다 느껴봤지.」
유진이 ‘케틸린’이라는 성분에 대한 지식을 꺼냈다.
‘케틸린은 강한 마약성 진통제다. 팔이 으스러지고, 다리가 잘려나가도 케틸린을 주입하면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센 성분인데.’
시리우스가 그 정도로 강한 진통제를 필요로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무리 봐도 몸은 멀쩡해 보이는데, 곧 있을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
아니,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파이프를 태운 게 분명했다.
그때, 지금까지 모아온 정보들이 유진의 머릿속에 하나씩 취합됐다.
흑지.
시리우스.
케틸린.
그리고…….
‘불칸.’
흑지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때맞춰 시리우스의 태도도 눈에 띄게 변했으며, 웬 양아들이라며 제트라는 놈을 데리고 왔다.
그리고 시리우스의 입에서는 연초잎 냄새가 진동하고, 그건 불칸이 내뱉던 연기 냄새와 일치한다.
시리우스가 이 강력한 진통제가 섞인 연초를 태워야 했던 이유.
유진의 머릿속에 답이 나왔다.
-1인전으로 나오게 될 유진 로베르 경과 시리우스 펜첼 경은 중앙에 서주십시오.
그는 그 답을 염두에 둔 채로, 시리우스와 함께 중앙 연무장 한가운데에 섰다.
스릉!
주작 대 백호의 서열식이, 시작되었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