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Talented Monopolist is Special RAW novel - Chapter (146)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146화(146/320)
유진은 시리우스가 당황한 모습을 마음껏 즐기고 싶었으나, 그럴 여유는 없었다.
‘귀흑아의 기능 중 오러를 봉인할 수 있는 저주도 탑재되어 있나 보군. 심상치 않다. 숨겨진 기능이 더 많을 거야.’
귀흑아를 쥔 자객을 밤중에 만나면 그의 존재 자체도 모르다가, 사냥당하는 순간 달빛에 반사된 흑호의 이빨을 마지막으로 목도하고 죽는다는 소문이 있었다.
사인은 그야말로 각양각색.
저 검 하나에 실린 무성한 소문과 괴담을 익히 알고 있는 유진으로서는 잠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뭐, 상관없나.”
시리우스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귀흑아를 한 손으로 쥐었다.
이어.
휘익-!
검의 방향을 역수로 돌리더니, 일언반구도 없이 검신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유진은 시리우스가 무엇을 꺼내려는지 눈치챘다. 시리우스의 비기, ‘백호의 어금니’였다.
바닥에 꽂힌 검은 시리우스의 기운을 땅 곳곳에 흩뿌릴 것이고. 어떠한 규칙도 없이 무수히 많은 백호의 아가리가 지면을 뚫고 솟아 나올 터.
예상대로였다.
크그그그!
유진이 딛고 있던 발밑이 쩍하고 갈라지더니, 시퍼런 안광을 내뿜는 백호가 아가리를 쩍 벌린 채 유진의 하반신을 씹어 삼키려 들었다.
유진은 귀신같은 움직임으로 아가리를 피해냈으나.
‘젠장!’
새롭게 발을 디딘 지면도 거친 균열과 함께 갈라지더니 백호의 아가리가 튀어나왔다.
물론, 유진은 백호의 어금니에 대한 파훼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쉽사리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없는 까닭은…….
‘본래 백호의 어금니는 땅이 갈라지기 전, 오러의 응집이 일어나기에 기감 안에 걸려드는 것이 정석이야. 그 순간이 찰나라고 하더라도.’
시리우스는 이 기술로 수많은 흑지의 반란군들을 제압한 전력이 있었다.
그 모습을 목격한 이들이 증언한 역사서에는 분명 이러한 특징이 적혀있었다.
하나, 실제로 백호의 어금니를 마주하던 유진은 뭔가 잘못됐음을 감지했다.
‘어디에서 백호의 아가리가 튀어나올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어.’
아무리 규칙도 없는 무작위 공격이라고 하지만, 공격을 해오는 순간마다 반응할 수 있는 여지는 있어야 했다.
그런데 징조라고는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유진이 알고 있는 파훼법이 통할 리가 없었다.
심지어는.
쩌어억!
바닥에서 튀어나오던 백호의 아가리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균열과 함께 유진을 덮쳐왔다.
유령곡예보를 밟아 간신히 아가리에게 물어뜯기는 일은 피했다.
마치, 유진이 가는 곳마다 백호의 아가리가 쫓아다니는 듯했다.
유진이 긴장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충분했다.
“하하하! 그 잘난 검룡께서 일이 많아 보이는군!”
내내 침착하던 시리우스가 광소를 터뜨렸다. 전투의 양상이 매우 일방적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유, 유진이……!”
“제발, 제발!”
전투를 지켜보던 주작 단원들이 입술을 짓씹었다.
상대가 시리우스 단장이긴 하지만, 그래도 유진이 나선다면 승산은 충분하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부딪혀보니 어떤가?
“완전히 밀리고 있잖아……!”
“이게 무슨 일이지? 이 정도로 수준 차이가 심하다니?”
릴리안과 리처드도 충격받은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유진도 마냥 당하고만 있을 생각은 없었다.
‘일반적인 백호의 어금니가 아니다. 아마 흑호의 기운이 담긴 귀흑아로 펼친 백호의 어금니이기에,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움직이지 않는 거야.’
그림자와 같이 기척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흑호의 특징이었다.
하면, 어떻게 수세에 몰린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할까.
‘특징을 이용해야 해.’
유진이 밟고, 가는 곳마다 백호의 아가리가 여지없이 생성되어 그를 공격했다.
그렇다면 역으로 생각해야 했다.
‘내가 가는 곳에 백호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백호가 생기는 곳에 내가 간다.’
그리고.
‘백호를 죽인다.’
딱, 한 박자만 더 빨리 움직이면 된단 뜻이었다. 유진이 생각을 곧바로 실천했다.
탓!
유진이 새로운 지면으로 발을 내딛는다. 그와 동시에, 그가 바닥에 화룡검을 메다꽂았다.
“백호는, 불로 잡는다.”
처음부터 생각했던 바를 지금 실천하기로 했다.
시리우스의 비기, 백호의 어금니는 마법이 아니다. 애초에 대륙에 마검사는 유진 혼자뿐이니까.
그렇다면 지면과 공간을 뚫고 나오는 백호의 아가리는 무슨 원리인가.
백호 기사단의 특징이 원래 그렇듯, 역시나 ‘바람’에 있었다.
공기가 있는 어디에나 바람을 일으킬 수 있고, 시리우스의 비기는 이 공기의 형태 변화를 일으킨 일종의 풍속성 공격인 것이다.
물론 예상만큼 쉬운 싸움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유진은 제 능력의 한계를 시험해볼 기회라 여겼다.
화르르르륵!
거친 화염의 회오리가 화룡검을 타고 일그러진 균열 사이를 잔뜩 파고들었다.
백호의 아가리 모양으로 뭉쳐지던 공기가 어마어마한 화염에 의해 형태가 뒤틀리고 흩어졌다.
“……!”
시리우스의 입이 조금 벌어졌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탓!
유진이 시리우스가 있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내디디며 백호의 아가리를 하나씩 파괴했다.
걸음마다 백호의 아가리가 성가실 정도로 끈질기게 따라왔으나,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지면에 귀흑아를 꽂은 상태로 고정된 시리우스는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유진을 그저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이를 빠득 갈며 제 비기가 타개되는 것을 지켜보던 시리우스는, 결국 귀흑아를 바닥에서 뽑아내야만 했다.
이 광경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관중석에서는 커다란 환호가 일었다.
“역시! 내 이럴 줄 알았어! 잠깐 당황한 거라니까!”
“감스탄 부단장님! 유진이 해냈습니다! 시리우스 경의 맹공을 막아냈어요!”
마치 이미 유진이 승리라도 한 것처럼 들뜬 분위기 사이.
감스탄만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냉정을 잃지 말거라, 유진……!”
백호의 아가리가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유진과 시리우스 모두 가쁜 숨을 헐떡이며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후우, 흑지에서 참 재밌는 걸 많이 연습해오셨네요. 특훈의 효과가 있어 보여요.”
“하아, 네놈이 하는 말은 이상하게도 다 거슬려. 분명 칭찬 같은 말도 찢어 죽이고 싶을 만큼 약이 오른단 말이지.”
“칭찬 스티커라도 붙여주려고 했는데, 살벌하네요?”
“크흐흐, 크하하!”
시리우스의 태도가 미묘하게 변했다.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인 듯 여유롭기 그지없던 모습이더니, 이제는 약간의 광기를 머금은 듯했다.
하나 그는 단순히 유진의 도발에 동요한 게 아니었다.
“꽤나 쓸만한 화기를 다루는 모양인데, 이것도 막아내 보거라.”
휘유우우웅!
중앙 연무장 내부는 물론, 연무장 바깥에서도 흑색의 거센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웬만한 성도 공중으로 날려버릴 만큼 난폭한 바람이 시리우스를 중심으로 휘몰아쳤다.
이윽고.
덜컥!
중앙 연무장의 정문이 풍압을 이기지 못하고 열리고, 창문도 죄다 깨어져 나갔다.
“꺄악……!”
“무, 무슨, 태풍이라도 부는 건가……?”
“태풍 같은 걸로 중앙 연무장 창문이 깨질 리가 없는데?”
올 게 왔다.
유진은 침을 꿀꺽 삼키며 천천히 준비를 시작했다.
시리우스의 상징검술, ‘산천초목의 지배자’였다.
시전하면 마치 백호의 발톱이 할퀴고 지나간 것처럼, 날카로운 돌풍이 발톱의 형상으로 변모해 주변의 모든 것들을 파괴한다.
그리고 유진은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공간의 제약을 넘어섰다. 오러 방벽 바깥 지역에서도 산천초목의 지배자가 일어나고 있어. 바람의 색깔은 흑색, 아마 조금만 들이마셔도 몸이 뻣뻣해질 거야.’
흑호의 기운은 조용히 몸속에 파고들어 기혈을 막는 작용을 했으니까.
귀흑아라는 전설적인 무기를 사용함으로써 시리우스의 전력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올라있었다.
느껴지는 살기를 보니, 서열식이고 뭐고 이번 기회에 유진을 아예 죽여버리겠다는 생각 같았다.
“크윽……!”
너무도 강한 풍압에 유진조차도 지면 위를 휘청거려야만 했다.
‘중요한 건, 이게 끝이 아니란 말이지.’
척.
시리우스가 귀흑아의 검 끝을 유진에게 향했다.
그러자.
츠츠츠!
무색, 무취의 칼날로 이루어진 감옥이 유진을 둥글게 에워쌌다.
백호감(白虎監).
이는 배니커 아힌의 월광계와 비슷하게, 상대방을 일정한 영역 안에 가두는 수법이었다.
흑호의 기운을 머금어 거멓게 빛나는 오러는 백호의 발톱 형상을 한 채 유진의 사방을 가로막았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제 맘대로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상징검술도 귀흑아의 버프를 받아 훨씬 강력해졌어.’
공간의 제약을 넘어선 점.
단순한 바람이 아닌 흑색의 기운을 머금어 숨조차 쉴 수 없다는 점.
바람의 세기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강하다는 점까지.
유진은 이전에 알던 시리우스의 상징검술을 잊을 만큼 크게 휘청였다.
크직! 크지직!
그의 살갗에 상처가 한둘씩 새겨진다. 단순한 오러 방벽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돌풍이었다.
‘크으윽……!’
이제는 신음조차 쉽사리 낼 수 없었다. 숨을 쉬면 기혈이 막힐 위험이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바람은 불로 상대한다는 법칙을 적용하기에도 어려웠다.
「계, 계약자님……!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크가 전에 말했던 것처럼, 바람을 불로 상대하다 오히려 유진이 제 불에 잡아먹힐 수 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크르릉!
유진의 눈앞에 돌연 어마어마한 크기의 백호가 나타났다.
‘백호감’이라는 명칭에 걸맞게, 감옥 안에는 전설의 사신인 백호가 나타난 것.
‘산천초목의 지배자.’
지배자가 바로 이놈이었다.
놈의 두 눈이 시커먼 살기로 번들거린다. 유진이 비틀거리며 그 눈을 응시했다.
소름이 오소소 돋을 만큼의 살기가 풍겨온다. 절대 이기지 못하리란 확신이 머리를 꽉 채우기 시작했다.
압도.
압도당한 것이다.
9성을 바라보는 오러 수준도, 지크의 화염도, 회귀자로서의 지혜도, 완전기억과 같은 비범한 능력도 지금 순간에는 아무 소용없었다.
너무나 커다란 태풍 앞에서는 집채만 한 바위도 날아가 버리는 법.
‘빌어먹을…… 정신, 정신이……!’
유진이 딱 그 바위 꼴이었다.
-유진! 정신 차려야 한다! 유진……!
생각보다 너무나 커다란 힘에 유진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물론.
유진에게도 남은 수가 있었다.
오러의 수준.
정신적인 강건함.
그리고 외려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선사할 수 있는 한 수, 문신화였다.
그런데.
그가 지금 꺼내려는 건 지금껏 사용해온 단순한 문신화가 아니었다.
화룡알에서 흡수한 어마어마한 열기를 통해 유진은 신검합일을 9할만큼 이루었다.
이는 검과 육체의 연결을 거의 완벽에 가까운 정도로 만들었고, 그 덕에 지크와 체첸도 영혼의 형태가 아닌 실체화된 개체로서 세상 밖에 나왔다.
그 영향은 비단 지크와 체첸에게만 미친 게 아니었다.
두근!
유진의 왼쪽 가슴에 자리 잡은 흑룡의 심장이 크게 박동했다.
그를 따라 피가 온 혈관을 타고 신체 곳곳에 뻗어져 나가며, 흑룡의 갑주가 유진의 몸을 뒤덮었다.
“문신화, 네놈의 잘난 그 필살기가 드디어 나왔구나. 크흐흐흐!”
시리우스가 예상했단 듯 유진의 외양이 흑룡의 것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이죽댔다.
그 역시 귀가 있으니 모두 들었다.
유진이 글람푸스탄 때도, 배니커 아힌과의 대장전에서도 문신화를 사용했다는 걸 말이다.
“그깟 문신화가 나의 상징검술까지 감당해낼 수 있을까?”
유진이 헤쳐나가야 하는 시련은 세 가지였다.
숨도 쉬지 못하게 하는 흑호의 공기.
제대로 서 있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 돌풍.
산천초목의 지배자, 백호까지.
유진이 아무리 문신화를 꺼낸다고 해도, 시리우스는 자신만만했다. 이미 수천 번도 넘게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바니까.
한데.
“……응?”
유진의 문신화가 지금껏 전해 들은 바와 사뭇 달랐다.
아니, 아주 많이 달랐다.
재능 독식자의 회귀는 특별합니다